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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피크닉
온다 리쿠 지음, 권남희 옮김 / 북폴리오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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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은 의외로 세세한 스케줄로 구분되어 있어 잡념이 끼어들지 않도록 되어 있다. 벨이 울리고 이동한다. 버스를 타고 내린다. 이를 닦는다. 식사를 한다. 어느 것이나 익숙해져 버리면 깊이 생각할 것 없이 반사적으로 할 수 있다.
오히려 장시간 연속하여 사고를 계속할 기회를 의식적으로 배제하도록 되어 있을 것이다. 그러지 않으면 자신의 생활에 의문을 느끼게 되며, 일단 의문을 느끼면 사람은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그래서 시간을 촘촘히 구분하여 다양한 의식을 채워 넣는 것이다. 그러면 의식은 언제나 자주 바뀌어가며 쓸데없는 사고가 들어갈 여지가 없어진다.-60쪽

우리의 '인생'은 아직 멀었다. 적어도 대학에 들어갈 때까지 우리의 '인생'은 시작되지 않는다. 암묵적으로 그렇게 되어 있다. 진학 고교라는 꼬리표가 붙은 상자에 들어가 있는 지금은 모든 점에서 대학 준비가 기본이 되며, '인생'이라고 부를 만한 것에 전념할 수 있는 시간은 아주 조금밖에 없다. 기껏해야 그 궁핍한 빈 시간을 변통하여 '인생'의 일부인 '청춘'인지 뭔지를 맛보자고 생각하는 것이 고작이다. 아직 시작되지도 않은 '인생'을 그 얼마 안 되는 빈 시간의 메인으로 삼아버린다는 것이, 나로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것이다.-6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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