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놀기]의 서평을 보내주세요.
혼자놀기 - 나에게 주는 가장 큰 선물
강미영 지음, 천혜정 사진 / 비아북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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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참으로 혼자이길 두려워하는 인간이였다. 혼자라는 게 너무 두렵고, 무서워 적응이 몹시도 안 되던 불완전한 인간. 그랬기에 '과연 난 혼자 살아갈 수 있을까?'란 걱정이 온 몸을 휘감았던 게 불과 2년 전이였다. 그랬던 내가 어느 순간 혼자임을 즐기게 되었다. 참.. 인생이란 건 이래서 재미있나 보다. 나도 내가 이렇게 변할 줄 몰랐으니깐~ 요즘은 혼자인 게 너무 편해서 오히려 살짝 걱정이 되는 걸 보면 사람의 취향이나 성격을 몇 마디로 단정짓는다는 건 말도 안되는 게 아닐까 싶다.

시작은 그랬다. 이십대의 질풍노도(이십대에 사춘기를 겪는 사람은 나밖에 없나? 난 너무 심심한 10대를 보내고, 20대에 뒤늦은 사춘기로 인해 죽을 만큼 힘들었는데 말이다.)를 겪으며 어느 곳에도 적응하지 못해 틈이 생겼던 1년 동안 혼자서 이것저것 참 많이도 해봤었다.(친구들은 회사에 있을 시간이니 어쩔 수 없이 혼자 할 수 밖에..)

새벽같이 일어나 도서관을 찾아 자리를 잡고, 미친 듯이 공부하는 사람들 속에서 나태한 내 삶을 반성하며 공부했던 순간, 점심시간 편의점에서 혼자 라면과 김밥을 먹으며 잡지를 뒤적거리던 순간, 용기내서 식당 문을 열고 혼자 들어가던 순간, 할 일없이 걷다 문득 보이던 극장 앞에서 표를 끊고, 햇빛 쏟아지는 창 아래서 책 읽으며 기다리던 순간, 눈부시던 4월 기차의 떨림을 느끼며 음악 듣던 순간, 버스가 반대방향 출발해서 황당해하며 당황했던 순간..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사실 혼자라서 문제 될 껀 아무 것도 없었다. 오히려 도서관에서 혼자뿐이니 공부만 할 수밖에 없었고, 편의점에선 혼자 밥 먹는 사람이 너무 많았으며 식당 손님들은 자기 밥 먹기에 바빠 날 쳐다보지도 않았고, 영화에 100% 집중할 수 있어 만족스러웠으며 차창을 스치는 풍경을 감상 할 수 있어 행복했고, 버스에서 내려 다른 버스를 타고 오면 그만 이였다.

아마 이전의 내가 이 책을 읽었다면 먼 나라 이야기로만 생각했을텐데 읽는 동안 너무 재밌었다. '아~ 이런 것도 있네. 아~ 다음에 이거 한번 해봐야지. 음.. 나만의 커피숍? 커피숍?? 어디가 좋을까..'라며 혼자 놀기 목록을 만들고 있는 내 모습. 그래 혼자 놀기는 남과 더 재밌게 놀기 위해 꼭 필요한 일일지도 모른다. 나이를 먹을수록 인간관계가 제일 힘들게 느껴지고, 어느 누구도 위로가 안 되는 순간이 더 자주 찾아오는데 그럴 때 나를 돌아보는 혼자만의 시간은 꼭 필요한 것 같다. 자기를 온전히 충전해야 남에게 나눠줄 수 있는 여유도 생기는 거니깐..

그럼 이쯤에서 나만의 혼자 놀기(놀기라기 보단 해보고 싶은 것들 목록이다) 목록을 적어보자면 버스를 타고 종점에서 종점까지 (이천원도 안 되는 돈으로 내가 살고 있는 도시의 새로운 모습을 느낄 수 있다면 이 어찌 좋지 아니한가?) 여행하기, 한 번도 보지 못한 연극관람(지방에서 연극보기는 너무 힘들다. 제일 앞자리에서 꼭 관람하고 싶다.), 자격증 따기(뭔가를 공부하고, 성과를 얻었을 때 희열이 너무 좋다. 당장 필요치 않은 자격증이라도 그래서 도전해 보고 싶다. 지금까지는 단 한 번의 실패도 없었으니 자신감 충만!!), 피아노 배우기(언젠가부터 나의 로망 피아노 연주. 비록 긴 손가락은 아니지만 피아노 치고 싶다. 디지털 피아노 구입하기 위해 자금도 모을 예정~ 생각만으로도 행복!!), 책 70권 읽기(100권 목표 세웠다 좌절했으니 일단은 좀 낮춰 성공의 기쁨을..) 등등 생각해보니 하고 싶은 게 너무 많다.

20대가 그렇게 힘들었던 이유를 지금에 와 생각해보면 '내가 무엇을 잘 할 수 있느냐, 왜 남들만큼 못하냐..' 며 남들과 비교하기 급급했기 때문인 것 같다. 그래서 난 지금의 내가 참 좋다. 이젠 누구와 비교하지 않고, 내가 행복 할 수 있는 것에 초점을 맞춰 사는 법을 알기에.. 30대여 영원 하라~~~
 

•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혼자서도 이렇게 많은 놀거리가 있다니.. 이젠 심심할 겨를이 없겠다!! 현대인들이 일상에 지쳐 자기만의 시간을 가질 여유가 없고, 막연히 두려워하는데 틈틈이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혼자 놀면서 나만의 시간을 가져봄으로써 나를 알아가는 소중함을 잡아보자. 뭐 그 정도..

 
•  서평 도서와 맥락을 같이 하는 '한핏줄 도서' (옵션)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혼자만의 시간을 두려워하는 여성들.. (물론 남성들도 무방해요~)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p127 

어른들의 이야기를 착실히 들으며 바른 길로 들어선 지금의 내가 받은 보상은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모르겠다'는 방황이다. 항상 누군가가 선택해 주었고 올바른 길을 알려주었기에,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다른 사람들의 충고 없이는 알지 못한다. 그 속에서 내가 하고싶은 일을 정확히 알아내는 방법을 모른다. 모든 선택 앞에서 사람들의 눈치를 살피게 된다. 더 이상 내 인생에 내비게이션은 없다. 있다고 해도 그의 말을 듣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 나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 것이고 내 마음이 움직이는 대로 갈 것이다. 그러려면 내 마음이 향하는 방향부터 알아차려야 한다. 끊임없이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고 싶은 것을 말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은 인생의 내비게이션이 아니라 마음 속 소망 이야기를 혼자 조용히 꺼내 볼 수 있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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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투를 빈다] 서평을 보내주세요.
건투를 빈다 - 딴지총수 김어준의 정면돌파 인생매뉴얼
김어준 지음, 현태준 그림 / 푸른숲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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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투를 빈다. 부디.. 건투를 빈다. 딴지총수가 우리에게 던지는 한마디. 그 흔한 화이팅!!보다 앞으로 더 매력적인 말로 기억될 것 같다. 그래 나도 건투를 빌어본다. 우리 모두의 삶을..

사실 딴지일보가 세간에 주목을 받을 때 몇번 들어가 보긴했다. 궁금하니깐.. 하지만 별 감흥이 없었고, 그렇게 잊혀졌다. 그런 그가 (사실 그에 관해 아는 건 없지만 유별난(?) 사람이란 생각은 했었다. 수염을 기르고, '나 아웃사이더야!!'라고 말해주는 듯한 외모만 봐도 그렇치 않은가) 고민상담을 해준다니 호기심이 어찌 아니 생기리~ 약속도 없는 주말 뒹굴뒹굴 거리면서 책을 잡았고, 나는 종일 혼자서 낄낄거리며 한 권을 다 읽어버렸다. '아~ 이 사람 정말 소신있네..'라고 웃음속에 감동을 담아서 말이다.


세상을 살면서 피할 수 없는 선택의 순간. 우리가 선택한 길이 매번 황홀하고, 만족스럽다면 무슨 문제가 있을까? 하지만 우린 선택한 그 길에서 아파하고, 후회하며 가지못한 반대쪽 길을 '이랬다면.. 저랬다면..'이란 환상을 덧붙여 한없이 미화한다. 마치 반대쪽 길엔 아무런 문제가 없었을 꺼란 자책과 함께. 과연 그럴까? 물론 그렇치 않을 것임을 알고 있다.

어렸을 땐 세상사는게 참 쉬웠다. 부모님, 선생님 말만 잘 들으면 착한 아이였으니깐. 그저 아이는 착하게 살면 큰 문제가 없으니깐. 하지만 어느 순간 온전히 자신이 모든 것을 선택해야 할 순간이 닥치면 그만 바보가 되고 만다. 무엇을 원하는지, 좋아하는지, 어떻게 먹고 살아야하며, 어떨때 행복한지 그 사람(신체는 성숙했지만 정신은 미성숙한)은 아무것도 모르는 것이다. 다시 걸음을 배우는 아이는 넘어지기를 두려워하지 않지만 그는 한 걸음 내딛기조차 무서워한다. 넘어지면 아프다는 것을 이미 알기에 아픈 것보다 창피하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기에..

그러다보니 어디 속시원히 고민상담할 대상이 없다. 마치 '난 아무 문제 없어요~'라며 겉으로 또 다른 모습을 만들어가며 숨기기에만 급급하다. 그러나 수없이 고민하는 그 모든 것들이 나만의 고민이 아니라는 사실에 마음이 조금 편해지고, 어렵게 전문용어 써가며 설교하는 듯한 가르침이 아니라 술자리에서 오가는 잡담같지만 그 속에 뼈가 있어 가슴에 더 와닿았다면 설명이 될까. 책을 읽으면 자꾸만 술생각이 났다. 체면을 버리고 온전한 내 모습을 보일 수 있는 그런 자리 나이를 먹을수록 줄어드니깐.

전쟁같은 나날이지만 그래도 살아가는 건 죽지 못해서가 아니라 어딘가에 있을 희망과 조금은 더 행복할 내일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 책의 핵심은 그거다. 행복하게 살기. 그러기위해선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어른이 되어야하고, 남의 눈치나 시선에서 자유로워져야한다는 것.

서른이 넘었지만 미성숙한 인간 여기 있다. 내가 스물을 넘어가던 그즈음 노래가 좋고, 춤이 좋아 하루종일 연습만 한다는 아이들의 인터뷰를 보면서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난다. 십대의 나였다면 그들은 문제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였겠지만 이십대의 방황하는 나에게 그들은 '자신의 꿈을 가진 멋진 인간'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미칠 정도로 좋아하고, 죽을만큼 하고싶은 일이 없었던 이십대는 정말 꼴딱꼴딱 숨이 넘어갈만큼 힘든 시기였다. 회사에 적응하지 못해 이직도 많이 했고, 뒤늦게 아르바이트도 해보고, 오랜 시간을 뒹굴뒹굴 거리며 놀아보기도 했다. 가야 할 학교도 출근할 회사도 없었고, 애써 친구들과 연락을 끊기도 했던 그 많은 시간들. 나와 마주한 그 시간은 눈물나게 힘들었지만 그만큼 나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해볼 수 있었던 것 같다.

물론 지금이라고 크게 달라진 건 없다. 하지만 난 끊임없이 무언가를 배우며 내가 원하는 것을 찾는 중이고, 절제절명의 순간(죽을 만큼 좋은 것을 만난 그 순간-그것이 사랑이던 여행이던 돈은 있어야하기에..)을 위해 필요한 돈을 모으고 있다. 이십대의 방황이 지금에서야 이런 여유를 가져다 준 것임을 알기에 지금의 내 모습도 사십대에선 무언가를 느끼게 해 주리라. 그렇게 사는 것이 인생이리라. 그래 인생 뭐 있나? 행복하자고 이 지랄들인데 내가 행복하면 그만아니겠는가? ^^ 다시한번 건투를 빈다.

•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번지르르한 말로 애써 어렵게 말하지 않아도 팍팍 가슴을 파고든다. 적어도 누군가에게 조언을 해주려면 이렇게 해달란 말이다. 전문가네 박사네 하면서 배배꼬아서 어렵게 말하지 말고.. 많이 위로받고, 배웠다. 다시 한번 감사를..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사서 걱정하고, 소심하며 나만 세상에서 가장 힘들고, 괴롭고, 아픈 것 같은 미성숙한 사람들이 읽어보면 도움이 될 것 같다.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p13
아이가 어른이 되는 과정에서 가장 먼저 배워야 할 건 그렇게 자신의 삶을 어떻게 상대할 것인가, 그 기본 태도에 관한 입장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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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타비안 낫싱, 검은 반역자] 서평을 올려주세요
옥타비안 낫싱, 검은 반역자 1 - 천연두파티
M. T. 앤더슨 지음, 이한중 옮김 / 양철북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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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채널을 돌리다 <세계인권의 날 특집 애니메이션 '별별이야기2'를 봤다. 물론 처음부터 보진 못했지만 내가 봤던 부분이 너무나 흔해 특별할 것 없는 국제결혼(엄마가 필리핀 사람이였다) 가정의 초등학생 아이의 고민이였다. 피부색이 검은 엄마를 친구들에게 숨기다 학교행사로 인해 엄마가 학교를 찾아오게 되고, 친구와 싸움이 일어나는 이야기. 사실 이런 이야기는 수많은 미디어에서 너무나 많이 다뤄서 식상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인권'을 주제로 한 애니메이션에서 다룰 만큼 아직도 우리 사회는 그들을 이방인 취급하고, 평가절하 하는 건 아닌지 되물어보고 싶어졌다. 피부색이 흰 사람 앞에선 이유 없이 약해지고, 피부색이 검은 사람 앞에선 무시하는 시선을 비추는 우리의 이중적인 모습말이다.


그리고.. 여기 한 소년이 있다. 그의 어머니는 아프리카 한 부족의 공주였다. 임신한 몸으로 미국에 오게 된 그녀는 석학협회를 만나게 되고, 그들의 도움으로 옥타비안을 낳게 된다. 태어나면서부터 옥타비안은 다른 흑인들과는 다르게 최상의 환경에서 최상의 교육을 받으며 자란다. 하지만 그의 일거수일투족은 감시되고, 기록된다는 조건이 붙는다.


당연하게 여겨지던 그 모든 생활이 실험이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 옥타비안. 그렇다. 그들이 베푼(?) 그 모든 것들은 자신들의 이득(흑인은 결코 백인보다 우월할 수 없다는 믿음. 그렇기에 그들은 노예-그들은 단지 노동력을 제공하고, 백인들이 시키는 대로 살 수 밖에 없다는 것-로 밖에 살아갈 수 없을 것이라는 믿음)을 위한 빌미를 만들기 위한 실험이였던 것이다. 얼마나 충격을 받았을까? 단지 자신들의 이득을 위해 한 인간의 삶을 지배하고, 생명을 대상으로 생체실험을 하고, 사람이 죽어가는 상황에서도 살리려는 노력보단 상황을 기록하기에 급급하고 정말 그런 일이 있었을까?


흔히 역사란 승자들의 역사라고 한다. 힘있는 자들, 살아남은 자들이 자신의 시각에서 유리하게 기록한 것이 역사라는 말이다. 미국 역시 짧은 기간 동안 세계의 최강이 된 대단한(?) 역사를 자랑한다. 하지만 승자의 입장이 아닌 그 반대의 입장에서 바라본 그들의 역사엔 수많은 사람들의 희생이 있었다는 사실. 이제 그 사실을 덮어두어야만 할까? 사실 난 오바마가 대통령에 당선되는 순간 미국인들(특히 흑인을 비롯한 유색인종들)이 열광하며 흘리는 눈물의 의미를 잘 이해할 수 없었다. 그저 한발 물러나 바라보는 삼자의 입장에서 '세상에.. 흑인이 대통령이 되다니 정말 세상이 많이 변했구나~'라고 생각했을 뿐이였는데 그 눈물 속엔 수많은 세월 참아야했던 차별과 한이 터져나온 게 아닐까 싶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초등학생 아이가 엄마를 부끄럽게 생각하도록 만들고, 외국인 노동자의 임금을 아무렇치 않게 착취하며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외국인의 치료를 거부하는 지금 대한민국을 보면서 과연 우리가 옥타비안을 실험하던 그들과 무엇이 다른지 물어보고 싶어졌다. 폭력 속에서 자란 아이가 폭력을 당연스럽게 생각하듯 불과 몇십년 전 우리가 느꼈던 차별을 고스란히 그들에게 보여주는 건 아닐까?


2권과 함께 읽었다면 더없이 좋았겠지만 아직 출판되기 전이라니 과연 앞으로 펼쳐질 옥타비안의 활약이 기대된다. 처음 책을 받았을 땐 만만치 않은 두께 때문에 혹 지겹지 않을까 걱정했었는데 너무 재미있게 읽어 만족스럽다. 어느 순간부터 내 앞에 닥친 일만 생각하며 살았는데 오랜만에 세상과 인간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화두를 던져준 것 같다. 한해를 마무리하는 요즘 이 책을 읽어 다행이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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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른세상 2008-12-15 1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늦어서 죄송해요~ ^^ 주말에 집에 인터넷이 고장나서 출근해서 올려요..
 
[바다의 기별] 서평을 써주세요
바다의 기별
김훈 지음 / 생각의나무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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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소설가 김훈을 만난 건 방송에서 노대통령이 '칼의 노래'를 감동적으로 읽었다는 말 한마디 때문이였다. 언젠가부터 누구의 추천도서나 베스트셀러는 나와 맞지 않다는 소신으로 피해 다녔는데 그땐 왜 그 책이 그렇게 읽고 싶었는지 지금 생각해봐도 신기하다. 그리고 며칠 걸리지 않아 책을 다 읽었다. 특별한 감동보다 이전까지 이순신은 초등학교 한 쪽에 자리 잡은 동상과 백원의 이미지였다면 외롭지만 뚝심(?) 있는 조선의 영웅이란 한 문장이 덧붙여졌을 뿐 큰 변화는 없었다. 그러나 '현의 노래' '남한산성'으로 소설가 김훈은 베스트셀러 작가 대열에 들어섰지만 그의 책은 더 이상 읽지 않았다.

언젠가 수필에 열광하던 시절이 있었다. 소설은 작가의 구상과 상상으로 만들어지지만 수필은 한 다리 건너서 만나는 것이 아니라 직통으로 만날 수 있으니깐 말이다. 그래서 때론 더 재밌고, 작가와 친해질 수 있는 좋은 안내자라 생각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수필과 소설 사이에 혼돈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친해진다는 건 어느 정도 거리가 필요할 때보다 방해될 경우도 있다는 사실. 그래서 되도록 작품을 많이 읽어본 작가가 아니라면 구태여 수필을 읽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의 작품이 어떤지도 모르면서 무작정 그와 친해질 필요는 없을테니깐..(과연 친해질 가능성이 있을까? 시간을 들이지 않고 말이다.. 그건 친하다고 할 수 없지~)

자전거하면 역시 김훈이 떠오른다. 자전거를 아직 못 배운 나에겐 자전거타면서 하이킹하는 건 그림의 떡이다. 자전거 출퇴근에 세계여행까지 그야말로 마음만 먹으면 뭐든 할 수 있는 자전거를 못 탄다는 상대적 박탈감. 그런데 그는 만만치 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전국 곳곳을 비롯해 해외까지 자전거 여행을 한다. 반바지차림에 백발의 머리위에 놓인 야구모자와 둘러맨 배낭. 연필로 글 쓰는 고집만큼이나 강단 있는 모습이지만 그 역시 자전거를 못타는 나에겐 큰 감흥을 읽으키진 못했다.


이처럼 김훈은 나와 공유할 것이 없는 작가였는데 그의 에세이를 읽었다. 그런데 꽤 맘에 드는 부분이 많아 휘리릭 페이지가 넘어가는데 이 책은 정녕 에세이인가 의문이 들었다. 부록으로 붙여진 서문과 수상소감이 과연 본래의 책이 아닌 에세이에 덧붙여 나올 필요가 있었는지 의구심이 들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이야기나 박경리 선생님과의 일화, 강연내용은 참 맘에 들었다. 삶에 대한 그의 진중함을 느낄 수 있었으니깐 말이다. 밥값을 하기위해 기자를 시작했고, 오랜 시간이 흘러 소설가가 되었다는 그에게 밥벌이의 지겨움은 느껴지지 않는다. 그저 쓰기위해 쓸 뿐이라는 글쓰기의 의무 혹은 당위성이 느껴질 뿐이다. 그와 공유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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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년 동안의 과부] 서평단 설문 & 리뷰를 올려주세요
일년 동안의 과부 1
존 어빙 지음, 임재서 옮김 / 사피엔스21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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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면서 좀처럼 집중할 수 없었다. 11월부터 일이 바빠 어쩔 수 없이 끊어읽다보니 흐름이 깨져서 그런건지, 아니면 이 작가의 글이 나에게 맞지 않는 것인지 적지않은 분량의 책을 읽으면서 많이 힘들었다. 그리고 좀 재미있지 않나? 생각이 들었을 때가 2권에 100페이지가 넘어가면서 였다. 흠.. 이건 도대체 뭐란 말인가? 지금껏 처음부터 아니면(재미없으면~) 그냥 아니였고, 재밌으면 그냥 재밌었는데 시큰둥하면서도 놓을 수 없게 만드는 힘. 필시 이 작가의 힘은 거기에 있는 것 같다. 표지에 시큰둥한 표정으로 '읽기 싫으면 읽지마!!'라고 자신의 글에 독자를 맞추지 않는 자신감 말이다.

어릴적부터 TV광이였던지라 안 본 드라마가 없을 정도다. 우리나라 드라마 바람, 불륜, 기억상실, 출생의 비밀, 백마탄 왕자가 나오는 신데렐라 스토리 빼버리면 논할 이야기가 거의 없을정도로 돌고, 돌고, 또 돈다. 하지만 엄마는 그 진부한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수많은 인물들을 자신의 일처럼 안타까워하고, 아파하며 재미를 느끼고, 열광한다. 나는 딱 봐도 뒤에 일어날 일이 눈앞에 펼쳐지는데 말이다. 그러다보니 이 책의 등장인물인 아이를 잃은 부부의 갈등(바람끼로 뭉친 아빠와 삶의 의욕을 잃은 엄마)과 그 사이에 끼인 어린 딸, 어린 소년과 엄마의 관계는 미루어 짐작이 되어버렸다. '아~ 이거 미국판 <사랑과 전쟁>인거야?' 그래서 더욱 책에 대한 흥미가 반감되어버렸는지도 모른다. 더이상 로맨스 소설에 열광하는 10대가 아니니깐..

하지만 진부한 이야기를 진부하지 않게 풀어놓는 능력이 작가의 힘이라면 존 어빙은 필시 괜찮은 (아직 좋다고는 말하지는 못하겠다..) 작가인 건 맞다. 혹 이야기가 그냥 그렇게 부부가 이혼을 하고, 딸의 불행한 삶으로 마감했다면 우리나라 3류 드라마와 다를바가 없을텐데 각자 그럴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작가는 이해할 수 있게 덧붙여준다.

내가 만약 남자였거나 아직 온전한 딸의 입장에서 책을 읽었다면 매리언을 조금도 이해하지 못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서른이 넘어가고, 엄마가 우리 엄마가 아닌 자신의 삶을 가진 여자로 보이는 지금 난 다시한번 여자의 삶과 어머니의 삶 사이에서 갈등하고, 힘들어하는 세상의 모든 여성들이 존경스러울 뿐이다.

너무나도 불완전한 인간들. 그 인간들이 숨쉬는 세상. 환한 빛이 아닌 어두움도 공존함을 잊지 말기를.. 그러나 그 어두움 또한 그리 길지 않음을 또한 잊지 말기를.. 생뚱맞지만 마지막 책장을 덮으며 내가 느낀건 그거였다. 시간 앞에 영원한 아픔도 고통도 괴로움도 없는 것이라고.. 먼 길을 돌아온 그들의 사랑이 축복받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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