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타비안 낫싱, 검은 반역자] 서평을 올려주세요
옥타비안 낫싱, 검은 반역자 1 - 천연두파티
M. T. 앤더슨 지음, 이한중 옮김 / 양철북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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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주말에 채널을 돌리다 <세계인권의 날 특집 애니메이션 '별별이야기2'를 봤다. 물론 처음부터 보진 못했지만 내가 봤던 부분이 너무나 흔해 특별할 것 없는 국제결혼(엄마가 필리핀 사람이였다) 가정의 초등학생 아이의 고민이였다. 피부색이 검은 엄마를 친구들에게 숨기다 학교행사로 인해 엄마가 학교를 찾아오게 되고, 친구와 싸움이 일어나는 이야기. 사실 이런 이야기는 수많은 미디어에서 너무나 많이 다뤄서 식상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인권'을 주제로 한 애니메이션에서 다룰 만큼 아직도 우리 사회는 그들을 이방인 취급하고, 평가절하 하는 건 아닌지 되물어보고 싶어졌다. 피부색이 흰 사람 앞에선 이유 없이 약해지고, 피부색이 검은 사람 앞에선 무시하는 시선을 비추는 우리의 이중적인 모습말이다.


그리고.. 여기 한 소년이 있다. 그의 어머니는 아프리카 한 부족의 공주였다. 임신한 몸으로 미국에 오게 된 그녀는 석학협회를 만나게 되고, 그들의 도움으로 옥타비안을 낳게 된다. 태어나면서부터 옥타비안은 다른 흑인들과는 다르게 최상의 환경에서 최상의 교육을 받으며 자란다. 하지만 그의 일거수일투족은 감시되고, 기록된다는 조건이 붙는다.


당연하게 여겨지던 그 모든 생활이 실험이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 옥타비안. 그렇다. 그들이 베푼(?) 그 모든 것들은 자신들의 이득(흑인은 결코 백인보다 우월할 수 없다는 믿음. 그렇기에 그들은 노예-그들은 단지 노동력을 제공하고, 백인들이 시키는 대로 살 수 밖에 없다는 것-로 밖에 살아갈 수 없을 것이라는 믿음)을 위한 빌미를 만들기 위한 실험이였던 것이다. 얼마나 충격을 받았을까? 단지 자신들의 이득을 위해 한 인간의 삶을 지배하고, 생명을 대상으로 생체실험을 하고, 사람이 죽어가는 상황에서도 살리려는 노력보단 상황을 기록하기에 급급하고 정말 그런 일이 있었을까?


흔히 역사란 승자들의 역사라고 한다. 힘있는 자들, 살아남은 자들이 자신의 시각에서 유리하게 기록한 것이 역사라는 말이다. 미국 역시 짧은 기간 동안 세계의 최강이 된 대단한(?) 역사를 자랑한다. 하지만 승자의 입장이 아닌 그 반대의 입장에서 바라본 그들의 역사엔 수많은 사람들의 희생이 있었다는 사실. 이제 그 사실을 덮어두어야만 할까? 사실 난 오바마가 대통령에 당선되는 순간 미국인들(특히 흑인을 비롯한 유색인종들)이 열광하며 흘리는 눈물의 의미를 잘 이해할 수 없었다. 그저 한발 물러나 바라보는 삼자의 입장에서 '세상에.. 흑인이 대통령이 되다니 정말 세상이 많이 변했구나~'라고 생각했을 뿐이였는데 그 눈물 속엔 수많은 세월 참아야했던 차별과 한이 터져나온 게 아닐까 싶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초등학생 아이가 엄마를 부끄럽게 생각하도록 만들고, 외국인 노동자의 임금을 아무렇치 않게 착취하며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외국인의 치료를 거부하는 지금 대한민국을 보면서 과연 우리가 옥타비안을 실험하던 그들과 무엇이 다른지 물어보고 싶어졌다. 폭력 속에서 자란 아이가 폭력을 당연스럽게 생각하듯 불과 몇십년 전 우리가 느꼈던 차별을 고스란히 그들에게 보여주는 건 아닐까?


2권과 함께 읽었다면 더없이 좋았겠지만 아직 출판되기 전이라니 과연 앞으로 펼쳐질 옥타비안의 활약이 기대된다. 처음 책을 받았을 땐 만만치 않은 두께 때문에 혹 지겹지 않을까 걱정했었는데 너무 재미있게 읽어 만족스럽다. 어느 순간부터 내 앞에 닥친 일만 생각하며 살았는데 오랜만에 세상과 인간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화두를 던져준 것 같다. 한해를 마무리하는 요즘 이 책을 읽어 다행이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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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른세상 2008-12-15 1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늦어서 죄송해요~ ^^ 주말에 집에 인터넷이 고장나서 출근해서 올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