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비세계문학세트>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날 죽이지 말라고 말해줘! - 스페인·라틴아메리카 창비세계문학 단편선
후안 룰포 외 지음, 김현균 엮고 옮김 / 창비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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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왜 이럴까? 처음 단편집이 나온다고 했을 때 열광했었는데 1권 읽는 것도 힘에 부쳤다. 역시나 아직은 무리인가? 단편과 속도 맞추기는 아직도 버겁다. 하지만 그랬던 만큼 많은 작가, 다양한 이야기 (정말 이렇게 많은 이야기가 있을 줄 몰랐다. 내가 생각했던 단편 분량을 파괴하는 놀라움.. 와우~)를 만날 수 있어 반갑기도 했다. 그래 이건 반갑다고 할 수 밖에 없는.. 아직 기쁘거나 한 마음은 아니니 반갑다고.. 다음에 기뻐하고픈 뭐 그런 심정이다. 

까마귀고기 먹을 내 머리 속을 알기에 한편 읽고 메모하고, 또 한편 읽고 메모하고.. 그렇게 여댓 명을 넘어가자 딱히 쓸 말도 없는데 끄적거리고 있는 게 뭐하는 건가 싶기도 하고, 誤래된 집이라 외풍이 심해 추운데 손가락 말아 메모지랑 볼펜 드는 것도 자꾸만 귀찮아 지고, 눈으로 읽은 시간보다 메모하는 시간이 더 걸리니 나중엔 책 내용을 메모하는 건지 일기를 쓰는 건지 삼천포로 빠져버리질 않나 그랬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스페인/라틴 아메리카 작가들에게 애정이 한바가지(?)는 더 생겨버렸다. 고작 내가 읽는 작가는 마르께스가 유일했고, 들어 본 작가라곤 후안 룰포가 전부였지만 이름도 입에 안 붙고, 어려운 작가들이 좋아졌다. 하하 그럼 된 거 아닌가? 

끄적거린 메모를 살펴보면

안녕, 꼬르데라! 요즘 열심히 보고 있는 아마존의 눈물이 생각남. 부족의 전통과 문명의 대립. 하지만 언제나 부서지는 약자들의 아픔. 철도와 함께 목가적 전원 마음에 진보가 시작되고, 꼬르데라/삐난도 운명을 거스를 수 없게 된다. 떠나간 자와 남겨진 자 중 과연 누가 더 슬플까? 무엇을 위한 발전이고 개발인지 본질적인 고민의 필요성이 절실하다. 여기서 4대강과 새만금이 떠오른 건 왜일까?
태만의 죄 산다고 사는 것이 아니라는 걸 간단명료하게 말해주는 작품. 타의에 의해 기회조차 박탈당한 이의 분노는 살인을 불러 일으킬 수도 있으리라. 이 땅의 모든 아이들이 꿈꿀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까까머리 이래도 눈물 흘리지 않을꺼냐며 무언의 강요를 하는 듯한 이야기보다 너무나 담담해서 더 눈물나는 이야기가 좋다. 그래서 난 사람 사는 이야기가 제일 좋고, 다큐를 사랑한다. 고작 결핵으로 죽어야하다니..      

중국여제의 죽음 자신이 그린 그림 속 여인이라든가 조각을 사랑하는 이야기는 식상하다. 하지만 이 단편이 쓰였던 시대는 아니였겠지.. 암튼 다른 건 모르겠고, 이상과 현실의 틈이 보인 것 같다.
목잘린 암탉 난 이런 공포물(?) 좋다. 딱 읽는 순간 포우가 생각났는데 역시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그러게 아이를 보면 부모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새삼 깨닫게 된다. (심지어 집에서 키우는 애완동물도 주인의 성격을 닮아가는 것 같으니..) 그러게 왜 그랬냐구 이 사람들아!!!
씨앗으로 가는 여행 첫 부분을 읽는 순간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가 떠오름. 죽음에서 탄생으로 다시 탄생에서 죽음으로.. 데칼코마니 마냥 같은 그림을 찍어 놓은 느낌.
가뭄으로 모든 것이 말라버린 곳. 그 속에 늙은 부부는 서로에 대한 불만이 쌓여만 간다. 그러다 어느날 소년이 나타나고, 그로 인해 생활엔 활력이 생기지만 어느날 소년은 사라져 버리고 대지엔 비가 내린다. 전혀 연관성이 없는 이야기 같은데 생각해보면 결국 소년은 우리의 인식 변화를 나타내는 매개체가 아닐까 싶다.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는 것이 결국 삶에서 중요한 부분일 수 있으며 그 변화야 말로 환경까지 바꿀 수 있다 뭐 그런 것들. 

영해, 밥 살아갈수록 어른들만 그른 거 없다는 말이 맞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똑똑해도 살아온 연륜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 이 글 역시 내가 살아보니 별거 없더라 인생 다 비슷하더라 그런 느낌을 풍겨줬다. 그러니 제발 남의 인생에 대해 판단하고, 결론내지 말고, 어른들 말 잘 듣고 살자.
나무 불행하지만 현실에 안주하며 살 것인가, 그 현실을 박차고 행복을 찾아갈 것인가? 삶에 결정권 없이 약자로 살아야 했던 역사 속 여성들은 전자로 살았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여성들은 많은 부분 약자의 입장에 속해 있다. 그녀들이 박차고 나올 내일을 기대한다. 과연 쓰러진 고목나무는 어떤 존재로 나타날 것인가?
날 죽이지 말라고 말해줘 복수는 복수를 낳는다. 복수는 나의 힘. 죽음 앞에 두려워하는 인간의 모습. 날 죽이지 말라고 말해줘 죽이지 말라고 말해줘 죽음은 역시 두려운 것인가?
전철수 기차를 우리의 인생에 비유한 듯 했다. 뚜렷한 계획과 목표가 있다고 해도 꼭 그대로 살아갈 수 없는 것이 인생이고, 정답이 없는 것이 또한 인생일 것이다. 사회적 정치적 문화적 현상이 한 인간의 인생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우린 많은 이들의 삶을 보며 알 수 있었다. 그런 것이다..
거대한 날개가 달린 상늙은이 <백년동안의 고독>으로 유일하게 접해본 작가 마르께스. 역시나 마술적 사실주의를 대표하듯 요상스러운 이야기. 하지만 천사라고 꼭 흰 옷에 말간 표정을 악마라고 검은 옷에 쇠창살을 들 필요는 없지않나? 그건 우리의 고정관념일 뿐!!! 그래서 마르께스는 특별하다.
검찰관 처음의 생각과 목표를 망각한 체 어느 순간 흔들리다 결국 자신의 결정에 희생당하고 마는 사람. 인간이기에 그럴 수 있다는 생각. 이거 씁쓸하구만.. 

여기까지다. 너무 흘려 적어 못 알아본 글자도 있고, 이상한 걸 적어 놔 빼버린 것도 있지만 이만하면 착실하게(?) 읽은 것 같다. 물론 메모를 적으면서 이 이야기가 뭔 이야기였지 싶은 것도 있지만 확실하게 인상적으로 남은 이야기도 몇 있으니 일단 그것으로 만족. 게다가 이야기만큼 다양한 생각도 해봤으니 단편 읽는 맛 조금 더 알게 되어 기쁘다. 다음엔 수없이 도전하다 포기한 보르헤스와도 즐겁게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 그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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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날의 파스타>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보통날의 파스타 - 이탈리아에서 훔쳐 온 진짜 파스타 이야기
박찬일 지음 / 나무수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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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무척이나 파스타가 땡긴다. 생전 듣도 보도 못한 ‘알리오 올리오’를 중얼거리며 내가 알던 토마토소스에 치즈가 한 가득 얹혀있던 스파게티는 국적불명의 음식이란 사실(하지만 제일 맛있다구요!!)에 놀라기도 했다.

난 어릴적 부터 (그렇다 나의 식탐은 멋모르던 그 시절부터 스물스물 피어나기 시작한 것이였다) 요리 프로그램이란 프로그램은 섭렵했었다. 도대체 그런게 왜 재밌냐고 물으면 딱히 할 말 없지만 요리사는 내 선망의 대상이였다. 레시피에 맞춰 담아놓은 양념들이 진열된 투명한 작은 그릇들이 나란히 놓여진 요리사의 자리는 얼마나 정갈하고 멋지던가. 순서대로 재료를 다듬고 (시간절약을 위해서겠지만 씻지않고, 하얀 헹주로 도마를 닦는 모습조차도 멋져보였다. 엄마는 지저분해 보인다고 하셨지만..) 양념을 넣어 조물조물 무치고, 보글보글 끓이고.. 드디어 완성된 음식이 화면에 한 가득 잡혔을 때의 그 희열. 그건 마치 마술과도 같았다.

이 정도 관심이였다면 지금쯤 요리사가 되었음이 당연할터지만 어디 인생이 그리 맘대로 되던가? 내가 그럴 수 없었던 가장 큰 이유는 음식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난 미식가가 아니라 대식가쪽에 가깝고, 극악의 편식가다. 어릴 적 할머니가 ‘저 가시나는 입이 저리 짧고, 까다로와 시집가서 남편 엄청 고생시키지 싶다..’는 소리는 과장이 아니라는 말씀. 그 정도로 난 편식이 심하다. 일례로 학교 땐 친구들이 사온 도시락 반찬(집집마다 음식 맛은 천지차이 아니던가? 그게 비위에 안 맞은 거였다.)을 못 먹어 항상 반찬을 넘칠 정도로 담아 다녔었다. 물론 지금 그 정도는 아니지만.. 그렇게 예민(?)하다 보니 음식에 조금 다른 재료가 들어가도 귀신같이 알아 내서 골라 내니 욕도 많이 먹었다. 편식이 내 혀를 예민하게 만든 건지, 예민해서 편식이 심해진 건진 모르겠지만 내가 좋아하고, 잘 먹는 선에선 요리하길 좋아하고, 즐기며 만들어 먹는 게 제일 맛있고, 가끔 우울할 땐 혼자 요리사 마냥 재료랑 양념들 다 꺼내놓고, 놀기도 한다. 그래서 이 책도 더 재밌게 읽을 수 있었는지 모르겠다.

몇 년 전엔 블로그를 들락거리다 빵 만들기에 재미를 붙여(내가 한창 열을 올렸을 때 마침 삼순이도 시작해서 베이킹이 더 즐겁기도 했었다) 오븐이며 빵틀, 빵칼에 짤주머니 등 죄다 구입해서 친구 서른번째 생일 케익도 만들어 선물하고, 사무실에 파운드 케익도 만들어가고 부산을 떨었었다. 물론 고질병인 어깨 결림으로 인해 지금은 잠정 휴업 상태긴 하지만 말이다. 그런 나에게 이번엔 파스타다!!

파스타를 처음 먹어본 게 언제였더라? 스물 넷 쯤? 뭐.. 치킨 버거도 열 여섯에 처음 먹은 촌놈이니 놀랍지도 않다. 말하지 않았던가 새로운 음식에 두려움이 크다고 말이다. 맛있다는 친구의 추천에 ‘이상하면 너 다 먹어야 된다’며 으름장을 놓고 처음 마주했던 토마토 소스 스파게티. 토마토를 좋아해서 그런지 생각보다 맛있었고, 그 후로 스파게티는 완소 음식으로 등극 한동안 열심히 먹으러 다녔었다. 그러다 어느날 친구가 (이 친구 직업이 영양사인데다 음식에 관심도 많고, 잘 만들어서 여러모로 도움을 많이 받는다) 집에서 스파게티 만들어 봤는데 어렵지도 않고, 맛있다며 만들어 보라는 거다. 귀가 쫑긋~

얼마 후 친구가 가르쳐준 대로 스파게티 면을 삶고, 올리브유에 마늘을 볶아 향을 낸 다음 토마토 소스를 넣고 어느 정도 뜨거워지면 좋아하는 재료 (양파, 피망, 양송이버섯 등)를 취향 껏 넣어 끓인 다음 삶아 놓은 면을 넣고 비비면 끝. 정말 라면 만큼 간단한 요리였다. 물론 난 여기에 좋아하는 치즈를 뿌린 후 오븐에 잠깐 돌린 후 먹는 걸 좋아하는데 왠만한 집 스파게티보다 맛있다. 그 후로 스파게티에 반해 하루종일 먹기도 하고, 양조절을 못했을 땐 싫다는 식구들에게 강제로 먹으라며 들이밀기도 했다. 그러다 나이가 나이인지라 밀가루 음식을 줄이자는 마음에 스파게티를 안 먹은지 1년이 넘었는데 드라마와 책으로 인해 다시 발동이 걸리려고 한다.

이쯤 책 이야기로 돌아가 읽으면서 느낀 건 요리사님 글 참 잘 쓰는 것 같다. 전혀 지루하지 않고, 파스타에 대해 알아야 할 상식 톡톡 집어주시고, 맛있는 사진에 레시피도 있으니 금상첨화.

책 읽은 후 알게 된 파스타(스파게티는 면의 한 종류니 파스타라고 하는 게 맞을 것이다)에 관한 것들은..

첫째 면을 삶을 때 소금을 적당히 넣어주면 될 뿐 기름은 넣을 필요가 없다는 것. 익히 알고있던 상식이 뒤집어지는 순간이다. 그동안 비싼 올리브유 괜히 넣었다.

둘째 이탈리아에선 우리나라처럼 소스가 가득하지 않다고 한다. 사실 소스 맛에 먹는 거나 마찬가진데 이탈리아에선 면에 묻을 만큼의 소스를 사용 한다고 한다. 그래서 소스 간이 짜다는데 안 먹어보니 알 수가 있나..

셋째 피클을 거의 먹지 않는다고 한다. 집에서 스파게티나 피자 먹을 때 일부러 피클 사와서 함께 먹는 나 같은 사람은 어쩌라는 말씀? 이탈리아 어느 식당엔 나 같은 사람 때문에 ‘노 피클’이라고 벽에 붙여 놨다는 소리에 웃음이 나왔다. 드라마에서 최세프(이선균분)가 왜 피클을 해고시켰는지 이유를 알고선 앞으로 멀리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그렇지만 사람의 입맛이란 하루 아침에 바뀔 수 없으니 어찌해야 할지

마지막으로 이건 단순히 맛이 궁금하기에 당장 만들어 먹어보고 싶은 파스타 ‘알리오 올리오’

사실 이런 파스타가 있는 줄 몰랐다. 허나 드라마에서 집중 조명을 받았기에 흥미가 생겼고, 재료도 간단해서 만들어보고 싶게 만든다. 올리브 오일, 마늘, 스파게티 면만 있음 주재료 준비 끝. 거기에 추가하고 싶다면 피자 시켜 먹고 남은 파마산 치즈가루, 좋아하는 양송이 버섯, 또.. 왠지 크리미도 넣음 맛있을 것 같으니 내일이라도 당장 만들어 보면 되겠다. 기름진 음식 싫어하는데 도대체 어떤 맛일지 정말 궁금하다. 만약 ‘알리오 올리오’가 성공한다면 봉골레 스파게티도 도전해 보고, 생소하지만 스파게티면이 아닌 다른 면 (펜네나 푸실리)으로도 만들어 보고 싶다.

우리가 밥을 먹듯 라면을 먹듯 이탈리아에선 평범한 음식인 파스타. 종류도 많고, 요리법도 다양하다니 우리나라에서 김치만큼 중요한 음식이기도 할 파스타. 음식이란 단순한 먹거리만이 아니라 그 나라의 문화를 담고있으니 머지않아 많은 나라에서 우리의 음식이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한식의 세계화를 바라며 책읽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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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아이즈 2010-01-28 1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통'이란 말은 노란색 표지와 어울리나 봐요. 보통의 존재(이석원 저)도 노란색 표지예요. 이 책 사면 파스타는 정복할 수 있나요? 아주아주 느끼하게 크림스파게티 만들어 먹자고, 딸내미가 언제부터 얘기하는데 그냥 사먹으러 가면 안 될까, 하고 있거든요. 네, 저 계모보다 더해요.ㅋㅋ

또다른세상 2010-01-30 15: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통의 존재' 너무 읽고싶은데 아직 이랍니다. 전 노란색 안 좋아하는데 요즘 급 좋아지네요. 아마 책때문이겠죠? 파스타 정복은 아니라도 친해질 수는 있지 않을까요? ㅎㅎ (살찌는 소리 들립니다) 따님이랑 함께 크림 스파게티 만들어 보는 것도 좋은 추억이 아닐까 싶네요. 전 아직 알리오 올리오 먹지 못했네요. 역시 마트엔 절 유혹하는 먹거리가 넘쳐나서 고민이에요. 일단 엄마가 먹고싶단 깨찰빵믹스를 사와서 만들꺼랍니다. 못난 딸 이렇게라도 기쁨을 드리고 싶네요. 하하하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김선형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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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츠 제럴드. <위대한 게츠비>를 많은 사람이 그렇듯 하루끼로 인해 알게 되어 읽었다. 그러나 아무런 감흥(도대체 게츠비가 왜 그렇게 데이지를 잊지 못하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물론 내가 읽은 책의 번역이 최악이라서 그랬던 것일 수도 있지만.. 기회가 되면 다른 번역판으로 읽어보리라..- 고로 게츠비의 위대함 역시 동감할 수 없다.)을 느끼지 못했기에 그의 다른 글을 읽고 싶었다.

이 책은 '재즈시대-제1차 세계대전 이후 경제적 번영 속에서 소비와 유행이 활성화되었으나, 상대적으로 정신적 빈곤에 빠진 사람들이 당시의 섹스, 춤, 재즈 등의 향락을 탐닉하였던 시기인 1920년대를 말한다. 아마도 미국 역사상 가장 놀랄만한 시기였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 기간은 방대한 대조에 의해 특징지어진 시대였기 때문이다. 즉, 1920년대는 비교적 평화롭고 번영의 시대였지만 확실과 불확실, 안정과 혼란, 만족과 불만, 그리고 복종과 반란이 공존하는 시대였다.-이야기'를 쓴 11개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난 그 중 단연 책 제목이기도 한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가 가장 맘에 들었다.

70의 나이로 태어나 0세의 나이로 죽은 벤자민 버튼의 삶. 이런 주제 그 시대엔 꽤나 충격적이었겠지? 이런 비슷한 소재로 쓴 <막스 티볼티의 고백>이란 책을 보고선 '작가의 상상력이 대단하구나.' 생각했었는데 벤자민이 먼저였다니..

해가 바뀐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런지 모르겠지만 한 살 더 먹은 나이가 어색하게 느껴진다. 연도도 자꾸만 2008이라고 적어지고 말이다. 이렇듯 우리는 하루하루를 의식하지 못하며 살아간다. 산다는 걸 매순간 느끼고, 체크하며 살아간다는 것이 불가능하겠지만 그렇다고 넋 놓고 있다 훌쩍 몇 십 년을 뛰어넘은 느낌이 들 때 밀려오는 아쉬움 또한 속수무책일 것이다. 그러나 벤지민은 그럴 수 있었을까? 거울 속 자신을 보며 얼마나 많은 생각이 들었을지 경험해 보지 않은 우리는 알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희망(하루하루 젊어진다는 사실)만으로 살아갈 수 있는 것이 인간이기에 또한 견딜 수 있었을 것이다.

동전의 양면. 벤자민의 삶을 단적으로 표현해주는 말이 아닐까 싶다. 낙관적으로 생각해보면 노인으로 살아봤기에 건강한 육체를 가졌을 때 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을 것이며 좀 더 계획적인 삶을 살아 갈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 하지만 이내 뒤따르는 것이 그렇게 계획적으로 열심히 살아봐야 점차 아이가 되어버리는데 무슨 소용이냔 비관적인 생각. 글쎄.. 어렵다. 인생엔 정답이란 없고, 당장 내일 죽을 수 있다 생각하면 극단적으로만 생각할 필요없이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는 것이 최선이리라. 여튼 벤자민으로 인해 삶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였다.

사실 단편의 호흡을 잘 따라가지 못해 책 읽는데 시간도 많이 걸리고, 힘들었지만 그래도 나머지 열편의 단편 중 가장 좋았던 건 <낙타 엉덩이>였다. 그의 소설이 왜 재즈시대를 대표하는지 조금은 알 수 있었던 글이 아닐까 싶다. 너무 성급히 읽어 자꾸만 작품과 내가 멀어지는 듯한 느낌이 뒤로 갈수록 아쉬웠다. 하지만 읽고 싶었던 그의 글을 읽어볼 수 있어서 좋았고, 곧 개봉되는 영화의 원작을 미리 접할 수 있어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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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9-02-23 16: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월 19일에 영화를 봤어요. 조금 눈물도 흐른 영화~~
위대한 개츠비는 30년 전에 봤네요.^^ 로버트 레드포드한테 반했던 내 청춘의 영화였죠.
이 책 보고 싶네요~~ ^^
 
맛살라 인디아 - 현직 외교관의 생생한 인도 보고서
김승호 지음 / 모시는사람들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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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근처 도서관이 생겼을 때 너무 좋았다. 처음 대출카드를 만들고, 책을 빌려오던 날 초등학생 때 용돈을 모아 책을 사서 돌아올 때만큼 설레고, 기뻤다. 반납하러 갈 때마다 늘어난 책을 보면서 괜히 내 서재인 듯 뿌듯하기도 했는데 언제부터 불만과 투정이 늘어가기 시작했다. 보고 싶은 신간이 없거나 읽고 싶은 책이 대출 중일 때 괜히 누군가를 향해 시뚝거리며 짜증을 내고, 잘 지키던 반납일도 귀찮다, 바쁘다는 이유로 일이주 넘기는 건 자연스러워졌으니 나는 아무래도 좋은 사람은 못 되는가 보다.


갑자기 왜 도서관 이야기냐 묻는다면 나에겐 '인도=도서관'이란 공식이 있기 때문이다. 인도를 워낙 동경하기에 인도 관련 서적은 보이는 대로 다 읽은 터라 도서관 갈 때마다 '신간이 없나..'하는 아쉬움이 들었던 요즘 이였다. 그런데 책을 읽다보니 나의 좁은 식견이 여간 부끄러운 게 아니였다. 그랬다. 나는 인도를 좋아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면서 정작 '인도여행'을 하겠다는 생각만 머릿속에 가득해 여행분야만 뒤지고, 여행관련 서적만 읽었던 것이다.


인도를 가보겠다고 혼자 루트를 짜고, 경비를 계산해보기만 했지 정작 인도의 문화나 종교, 우리나라와의 관계 그런 것엔 관심도 없었다. 물론 여행 서적에도 보고 느낀 것들이 담겨있긴 하지만 그 사람의 개인적인 시각이기에 전문적인 설명은 부족했던 것 같다. 지금까지 내가 좋아한 인도는 혹 '모든 여행자가 한번쯤 꿈꾸는 여행지로의 인도'가 아니였나는 생각.


저자는 외교관이기에 여행자와는 조금 다른 시각으로 인도를 말한다. 인도의 산업에 대해 설명하며 우리나라 대기업이 인도에 정착 할 수 있던 이유도 설명해주는 식이다. 교육방식, 부동산을 비롯한 정치적 사안부터 세종대왕에 버금간다는 악바르 대제와 영화, 종교, 우리나라 대장금의 인기로 시작된 한류 열풍과 인도에 정착한 사람들의 이야기까지 저자가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였는지 고스란히 느낄 수가 있었다. 앞으로 인도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유수의 기업들이 물밑작업을 하고 있으며 우리나라 기업의 성공적 정착에 괜한 뿌듯함, 한국기업에 취업하기 위해 대학의 한국어과 경쟁률이 엄청나다는 소식, 아시안 게임에서 인천과 경쟁을 했다는 사실.. 내가 모르는 인도가 책속에 있었다.


역시 인도는 끝을 알 수 없는 나라임이 분명한가 보다. 책 제목처럼 '맛살라 인디아'. 여러 가지 재로를 배합해 자신만의 특유의 맛을 내는 음식, 종교, 문화를 가진 인도. 언제쯤 인도를 가볼지 모르겠지만 좀 더 열심히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여행자의 눈으로만 아닌 가슴으로 느낄 수 있도록 다양한 분야의 인도 책을 다시 집어 들어야겠다. 십년 전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이 인도를 처음 만나게 해줬다면 '맛살라 인디아'가 새롭게 인도를 생각해 볼 기회를 준 게 아닐까싶다. 열심히 책 빌려 보려면 반납일을 준수해야겠다. 나이도 한 살 더 먹으니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해야지. 아~ 내년엔 인도 가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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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의 서평을 보내주세요.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
노희경 지음 / 김영사on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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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희경. 그녀의 이름만 들어도 그녀의 작품 속 인물들이 눈앞을 스쳐 지나간다. 사실 TV없으면 금단현상 일어날 만큼 난 TV를 좋아한다.(학창시절 시험기간 나의 가장 큰 적은 졸음이 아니라 TV였을 만큼 말이다.) 하지만 드라마 작가를 작가라고 생각해 본적은 없었던 것 같다. '드라마야 시간 때우기지 뭐..' '드라마 작가가 뻔하지 만날 그렇고 그런 이야기.. 작가는 무슨 작가야~'라며 평가절하하는 시선을 갖고 있었다. 그러다 어느 날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를 본 친구가 열변을 토하며 재호(배용준분)가 어떻고, 신형(김혜수분)이가 어때서 눈물이 나고, 가슴이 아프다며 한참 줄거리를 읊었지만 시큰둥했다. 솔직히 몇 번 봤지만 싫었다. 스무 살의 삶이 벅찬 나에겐 드라마 보는 시간마저 우울해지긴 싫었다. 하지만 그 드라마의 작가가 노희경이란 건 기억했다.


그 후 그녀는 꾸준히 드라마를 썼고, 난 '우울한 드라마는 싫다'는 소신(?)으로 넘겼다. 그러다 2000년.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도 여차저차 너무 힘들었던 그 때. 하루 종일 하는 일이라곤 TV보다 책 읽다 취직자리 알아보는 게 전부인 생활의 연속. 청소한다고 걸레로 방을 닦고 있는데 드라마가 시작했다. 무심한 듯 틀어놓고 청소를 계속했는데 '이거 뭐야?' 일단 내가 좋아하는 배종옥이 주인공이였다. 세련된 그녀가 뽀글머리에 월남치마를 입은 어리숙한 옥희로 나오자 호기심 발동. 그냥 봤다. 계속 봤다. 솔직히 재미없었다. 옥희와 바람둥이 상우의 사랑엔 설렘도 환타지도 없이 짜증만 났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나는 그들의 사랑을 응원하고 있었다. 옥희가 눈물 흘릴 땐 나 역시 통곡을 하며 울었고, 세상을 원망했다. 왜 그들에겐 그 흔한 사랑조차 쉽지 않는 거냐고.. 왜 멋진 차를 타고, 돈이 많아야만 사랑 할 수 있는 거냐고 원통해하며 그들을 응원했다. 불륜드라마 짜증나서 싫다던 내가 상우와 옥희의 사랑이 이루어지기를 진심으로 빌다니 사람 마음 너무 간사하지 않은가. 불륜은 어느 상황에서건 안 된다는 나였는데 고작 드라마 한편에 이렇게 변할 수 있다니..' 작가 노희경이 드디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화려한 시절><고독><꽃보다 아름다워><굿바이 솔로> 최근작 <그들이 사는 세상>까지 노희경의 작품을 손꼽아 기다리고, 시청한다. 그녀의 초기작은 일부러 찾아서 보기까지 했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열광하는 <거짓말><우정사>보다 난 그래도 <바보 같은 사랑>이 더 좋다.


각설하고 드라마는 더 이상 무언가를 희생하고 볼만큼 내 삶에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 그저 습관처럼 TV소리가 안 들리면 섭섭하니깐 무심히 틀어놓고, 내 할 일을 할 뿐인데 그녀의 작품은 대사 하나 놓치면 큰일 날 듯 집중하게 되고, 다음날 인터넷에 올라온 글을 보며 드라마 속을 허우적 된다. <그사세>가 끝나 무슨 낙으로 사나 싶었는데 에세이집이 나왔단다. 너무 좋았다.


노는 토요일 아침 아무도 없는 집에서 혼자 책을 펴들었다. 따끈한 호빵과 바나나 우유를 마시며 느긋하게 누워 책읽기 시작. 그녀의 삶에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엄마이야기. 그녀가 왜 그리 엄마란 존재에 가슴아파했는지 조금은 알 수 있을 듯 한 글. 괜히 우리 엄마 생각에 눈물 찔끔 났다. 그 밖에 아버지와 화해한 일, 첫 사랑, 함께한 연기자들, <그사세>의 너무 좋은 나레이션이 담겨있었다. 몇 번 울고, 몇 번 책을 덮고 멍~하게 있을 만큼 그녀의 글은 너무 좋았다. 나레이션을 읽을 땐 극중 지오와 준영이의 목소리가 환청처럼 들려 혼자 킥킥거리기까지 하면서.. 혼자라는 외로움보다 혼자라서 그것도 우중충한 날이라서 더 좋았던 그 아침 그렇게 난 책을 읽고 자버렸다.


그녀의 팬이라서가 아니라 모든 드라마가 환타지일 필요는 없으며 평범한 삶에 초점을 맞추는 드라마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높은 시청률을 기대할 수는 없을테지만 그녀의 드라마를 보고 있으면 왠지 더 잘 살아야 할 것 같은 힘이 생긴다. 힘들고, 고달프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고, 이별하며 부단히 아파하고, 그 아픔을 겁내지 않는 힘. 그것이 노희경표 드라마의 존재이유가 아닐까. (물론 그녀도 말했지만 가벼움을 무시하고, 무거움이 좋다는 뜻이 아니라 삶의 시선이 따뜻했으면 하는 의미쯤이라고 해두자.) 부디 그 마음 변치 않길 바란다. 물론 책은 드라마의 감동만큼은 아니라 살짝 아쉽기도 했다. ^^  

 

•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브라운관이 아닌 문자로 그녀를 만날 수 있어 새로웠다. 어떤 이야기속 인물을 통해서가 아니라 작가와 독자로 일대일로 만날 수 있어 팬의 입장에선 좋았다. 하지만 좀더 속깊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하는 아쉬움도 있다. 일러스트가 담긴 예쁜 책도 좋치만 지금까지 드라마에 대한 이야기라던가 자신의 이야기를 해줬다면 더 좋았을텐데..   


•  서평 도서와 맥락을 같이 하는 '한핏줄 도서' (옵션)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노희경의 팬이라면 좋아할 것 같다. 드라마가 아닌 책으로 만나는 새로움~ 게다가 <그들이 사는 세상>을 좋아했다면 주옥같던 나레이션이 모두 담겨져 더 의미 있을 것 같다.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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