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날의 파스타>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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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날의 파스타 - 이탈리아에서 훔쳐 온 진짜 파스타 이야기
박찬일 지음 / 나무수 / 2009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요즘 무척이나 파스타가 땡긴다. 생전 듣도 보도 못한 ‘알리오 올리오’를 중얼거리며 내가 알던 토마토소스에 치즈가 한 가득 얹혀있던 스파게티는 국적불명의 음식이란 사실(하지만 제일 맛있다구요!!)에 놀라기도 했다.
난 어릴적 부터 (그렇다 나의 식탐은 멋모르던 그 시절부터 스물스물 피어나기 시작한 것이였다) 요리 프로그램이란 프로그램은 섭렵했었다. 도대체 그런게 왜 재밌냐고 물으면 딱히 할 말 없지만 요리사는 내 선망의 대상이였다. 레시피에 맞춰 담아놓은 양념들이 진열된 투명한 작은 그릇들이 나란히 놓여진 요리사의 자리는 얼마나 정갈하고 멋지던가. 순서대로 재료를 다듬고 (시간절약을 위해서겠지만 씻지않고, 하얀 헹주로 도마를 닦는 모습조차도 멋져보였다. 엄마는 지저분해 보인다고 하셨지만..) 양념을 넣어 조물조물 무치고, 보글보글 끓이고.. 드디어 완성된 음식이 화면에 한 가득 잡혔을 때의 그 희열. 그건 마치 마술과도 같았다.
이 정도 관심이였다면 지금쯤 요리사가 되었음이 당연할터지만 어디 인생이 그리 맘대로 되던가? 내가 그럴 수 없었던 가장 큰 이유는 음식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난 미식가가 아니라 대식가쪽에 가깝고, 극악의 편식가다. 어릴 적 할머니가 ‘저 가시나는 입이 저리 짧고, 까다로와 시집가서 남편 엄청 고생시키지 싶다..’는 소리는 과장이 아니라는 말씀. 그 정도로 난 편식이 심하다. 일례로 학교 땐 친구들이 사온 도시락 반찬(집집마다 음식 맛은 천지차이 아니던가? 그게 비위에 안 맞은 거였다.)을 못 먹어 항상 반찬을 넘칠 정도로 담아 다녔었다. 물론 지금 그 정도는 아니지만.. 그렇게 예민(?)하다 보니 음식에 조금 다른 재료가 들어가도 귀신같이 알아 내서 골라 내니 욕도 많이 먹었다. 편식이 내 혀를 예민하게 만든 건지, 예민해서 편식이 심해진 건진 모르겠지만 내가 좋아하고, 잘 먹는 선에선 요리하길 좋아하고, 즐기며 만들어 먹는 게 제일 맛있고, 가끔 우울할 땐 혼자 요리사 마냥 재료랑 양념들 다 꺼내놓고, 놀기도 한다. 그래서 이 책도 더 재밌게 읽을 수 있었는지 모르겠다.
몇 년 전엔 블로그를 들락거리다 빵 만들기에 재미를 붙여(내가 한창 열을 올렸을 때 마침 삼순이도 시작해서 베이킹이 더 즐겁기도 했었다) 오븐이며 빵틀, 빵칼에 짤주머니 등 죄다 구입해서 친구 서른번째 생일 케익도 만들어 선물하고, 사무실에 파운드 케익도 만들어가고 부산을 떨었었다. 물론 고질병인 어깨 결림으로 인해 지금은 잠정 휴업 상태긴 하지만 말이다. 그런 나에게 이번엔 파스타다!!
파스타를 처음 먹어본 게 언제였더라? 스물 넷 쯤? 뭐.. 치킨 버거도 열 여섯에 처음 먹은 촌놈이니 놀랍지도 않다. 말하지 않았던가 새로운 음식에 두려움이 크다고 말이다. 맛있다는 친구의 추천에 ‘이상하면 너 다 먹어야 된다’며 으름장을 놓고 처음 마주했던 토마토 소스 스파게티. 토마토를 좋아해서 그런지 생각보다 맛있었고, 그 후로 스파게티는 완소 음식으로 등극 한동안 열심히 먹으러 다녔었다. 그러다 어느날 친구가 (이 친구 직업이 영양사인데다 음식에 관심도 많고, 잘 만들어서 여러모로 도움을 많이 받는다) 집에서 스파게티 만들어 봤는데 어렵지도 않고, 맛있다며 만들어 보라는 거다. 귀가 쫑긋~
얼마 후 친구가 가르쳐준 대로 스파게티 면을 삶고, 올리브유에 마늘을 볶아 향을 낸 다음 토마토 소스를 넣고 어느 정도 뜨거워지면 좋아하는 재료 (양파, 피망, 양송이버섯 등)를 취향 껏 넣어 끓인 다음 삶아 놓은 면을 넣고 비비면 끝. 정말 라면 만큼 간단한 요리였다. 물론 난 여기에 좋아하는 치즈를 뿌린 후 오븐에 잠깐 돌린 후 먹는 걸 좋아하는데 왠만한 집 스파게티보다 맛있다. 그 후로 스파게티에 반해 하루종일 먹기도 하고, 양조절을 못했을 땐 싫다는 식구들에게 강제로 먹으라며 들이밀기도 했다. 그러다 나이가 나이인지라 밀가루 음식을 줄이자는 마음에 스파게티를 안 먹은지 1년이 넘었는데 드라마와 책으로 인해 다시 발동이 걸리려고 한다.
이쯤 책 이야기로 돌아가 읽으면서 느낀 건 요리사님 글 참 잘 쓰는 것 같다. 전혀 지루하지 않고, 파스타에 대해 알아야 할 상식 톡톡 집어주시고, 맛있는 사진에 레시피도 있으니 금상첨화.
책 읽은 후 알게 된 파스타(스파게티는 면의 한 종류니 파스타라고 하는 게 맞을 것이다)에 관한 것들은..
첫째 면을 삶을 때 소금을 적당히 넣어주면 될 뿐 기름은 넣을 필요가 없다는 것. 익히 알고있던 상식이 뒤집어지는 순간이다. 그동안 비싼 올리브유 괜히 넣었다.
둘째 이탈리아에선 우리나라처럼 소스가 가득하지 않다고 한다. 사실 소스 맛에 먹는 거나 마찬가진데 이탈리아에선 면에 묻을 만큼의 소스를 사용 한다고 한다. 그래서 소스 간이 짜다는데 안 먹어보니 알 수가 있나..
셋째 피클을 거의 먹지 않는다고 한다. 집에서 스파게티나 피자 먹을 때 일부러 피클 사와서 함께 먹는 나 같은 사람은 어쩌라는 말씀? 이탈리아 어느 식당엔 나 같은 사람 때문에 ‘노 피클’이라고 벽에 붙여 놨다는 소리에 웃음이 나왔다. 드라마에서 최세프(이선균분)가 왜 피클을 해고시켰는지 이유를 알고선 앞으로 멀리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그렇지만 사람의 입맛이란 하루 아침에 바뀔 수 없으니 어찌해야 할지
마지막으로 이건 단순히 맛이 궁금하기에 당장 만들어 먹어보고 싶은 파스타 ‘알리오 올리오’
사실 이런 파스타가 있는 줄 몰랐다. 허나 드라마에서 집중 조명을 받았기에 흥미가 생겼고, 재료도 간단해서 만들어보고 싶게 만든다. 올리브 오일, 마늘, 스파게티 면만 있음 주재료 준비 끝. 거기에 추가하고 싶다면 피자 시켜 먹고 남은 파마산 치즈가루, 좋아하는 양송이 버섯, 또.. 왠지 크리미도 넣음 맛있을 것 같으니 내일이라도 당장 만들어 보면 되겠다. 기름진 음식 싫어하는데 도대체 어떤 맛일지 정말 궁금하다. 만약 ‘알리오 올리오’가 성공한다면 봉골레 스파게티도 도전해 보고, 생소하지만 스파게티면이 아닌 다른 면 (펜네나 푸실리)으로도 만들어 보고 싶다.
우리가 밥을 먹듯 라면을 먹듯 이탈리아에선 평범한 음식인 파스타. 종류도 많고, 요리법도 다양하다니 우리나라에서 김치만큼 중요한 음식이기도 할 파스타. 음식이란 단순한 먹거리만이 아니라 그 나라의 문화를 담고있으니 머지않아 많은 나라에서 우리의 음식이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한식의 세계화를 바라며 책읽기를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