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투를 빈다] 서평을 보내주세요.
건투를 빈다 - 딴지총수 김어준의 정면돌파 인생매뉴얼
김어준 지음, 현태준 그림 / 푸른숲 / 2008년 11월
평점 :
품절


건투를 빈다. 부디.. 건투를 빈다. 딴지총수가 우리에게 던지는 한마디. 그 흔한 화이팅!!보다 앞으로 더 매력적인 말로 기억될 것 같다. 그래 나도 건투를 빌어본다. 우리 모두의 삶을..

사실 딴지일보가 세간에 주목을 받을 때 몇번 들어가 보긴했다. 궁금하니깐.. 하지만 별 감흥이 없었고, 그렇게 잊혀졌다. 그런 그가 (사실 그에 관해 아는 건 없지만 유별난(?) 사람이란 생각은 했었다. 수염을 기르고, '나 아웃사이더야!!'라고 말해주는 듯한 외모만 봐도 그렇치 않은가) 고민상담을 해준다니 호기심이 어찌 아니 생기리~ 약속도 없는 주말 뒹굴뒹굴 거리면서 책을 잡았고, 나는 종일 혼자서 낄낄거리며 한 권을 다 읽어버렸다. '아~ 이 사람 정말 소신있네..'라고 웃음속에 감동을 담아서 말이다.


세상을 살면서 피할 수 없는 선택의 순간. 우리가 선택한 길이 매번 황홀하고, 만족스럽다면 무슨 문제가 있을까? 하지만 우린 선택한 그 길에서 아파하고, 후회하며 가지못한 반대쪽 길을 '이랬다면.. 저랬다면..'이란 환상을 덧붙여 한없이 미화한다. 마치 반대쪽 길엔 아무런 문제가 없었을 꺼란 자책과 함께. 과연 그럴까? 물론 그렇치 않을 것임을 알고 있다.

어렸을 땐 세상사는게 참 쉬웠다. 부모님, 선생님 말만 잘 들으면 착한 아이였으니깐. 그저 아이는 착하게 살면 큰 문제가 없으니깐. 하지만 어느 순간 온전히 자신이 모든 것을 선택해야 할 순간이 닥치면 그만 바보가 되고 만다. 무엇을 원하는지, 좋아하는지, 어떻게 먹고 살아야하며, 어떨때 행복한지 그 사람(신체는 성숙했지만 정신은 미성숙한)은 아무것도 모르는 것이다. 다시 걸음을 배우는 아이는 넘어지기를 두려워하지 않지만 그는 한 걸음 내딛기조차 무서워한다. 넘어지면 아프다는 것을 이미 알기에 아픈 것보다 창피하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기에..

그러다보니 어디 속시원히 고민상담할 대상이 없다. 마치 '난 아무 문제 없어요~'라며 겉으로 또 다른 모습을 만들어가며 숨기기에만 급급하다. 그러나 수없이 고민하는 그 모든 것들이 나만의 고민이 아니라는 사실에 마음이 조금 편해지고, 어렵게 전문용어 써가며 설교하는 듯한 가르침이 아니라 술자리에서 오가는 잡담같지만 그 속에 뼈가 있어 가슴에 더 와닿았다면 설명이 될까. 책을 읽으면 자꾸만 술생각이 났다. 체면을 버리고 온전한 내 모습을 보일 수 있는 그런 자리 나이를 먹을수록 줄어드니깐.

전쟁같은 나날이지만 그래도 살아가는 건 죽지 못해서가 아니라 어딘가에 있을 희망과 조금은 더 행복할 내일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 책의 핵심은 그거다. 행복하게 살기. 그러기위해선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어른이 되어야하고, 남의 눈치나 시선에서 자유로워져야한다는 것.

서른이 넘었지만 미성숙한 인간 여기 있다. 내가 스물을 넘어가던 그즈음 노래가 좋고, 춤이 좋아 하루종일 연습만 한다는 아이들의 인터뷰를 보면서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난다. 십대의 나였다면 그들은 문제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였겠지만 이십대의 방황하는 나에게 그들은 '자신의 꿈을 가진 멋진 인간'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미칠 정도로 좋아하고, 죽을만큼 하고싶은 일이 없었던 이십대는 정말 꼴딱꼴딱 숨이 넘어갈만큼 힘든 시기였다. 회사에 적응하지 못해 이직도 많이 했고, 뒤늦게 아르바이트도 해보고, 오랜 시간을 뒹굴뒹굴 거리며 놀아보기도 했다. 가야 할 학교도 출근할 회사도 없었고, 애써 친구들과 연락을 끊기도 했던 그 많은 시간들. 나와 마주한 그 시간은 눈물나게 힘들었지만 그만큼 나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해볼 수 있었던 것 같다.

물론 지금이라고 크게 달라진 건 없다. 하지만 난 끊임없이 무언가를 배우며 내가 원하는 것을 찾는 중이고, 절제절명의 순간(죽을 만큼 좋은 것을 만난 그 순간-그것이 사랑이던 여행이던 돈은 있어야하기에..)을 위해 필요한 돈을 모으고 있다. 이십대의 방황이 지금에서야 이런 여유를 가져다 준 것임을 알기에 지금의 내 모습도 사십대에선 무언가를 느끼게 해 주리라. 그렇게 사는 것이 인생이리라. 그래 인생 뭐 있나? 행복하자고 이 지랄들인데 내가 행복하면 그만아니겠는가? ^^ 다시한번 건투를 빈다.

•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번지르르한 말로 애써 어렵게 말하지 않아도 팍팍 가슴을 파고든다. 적어도 누군가에게 조언을 해주려면 이렇게 해달란 말이다. 전문가네 박사네 하면서 배배꼬아서 어렵게 말하지 말고.. 많이 위로받고, 배웠다. 다시 한번 감사를..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사서 걱정하고, 소심하며 나만 세상에서 가장 힘들고, 괴롭고, 아픈 것 같은 미성숙한 사람들이 읽어보면 도움이 될 것 같다.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p13
아이가 어른이 되는 과정에서 가장 먼저 배워야 할 건 그렇게 자신의 삶을 어떻게 상대할 것인가, 그 기본 태도에 관한 입장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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