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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김선형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피츠 제럴드. <위대한 게츠비>를 많은 사람이 그렇듯 하루끼로 인해 알게 되어 읽었다. 그러나 아무런 감흥(도대체 게츠비가 왜 그렇게 데이지를 잊지 못하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물론 내가 읽은 책의 번역이 최악이라서 그랬던 것일 수도 있지만.. 기회가 되면 다른 번역판으로 읽어보리라..- 고로 게츠비의 위대함 역시 동감할 수 없다.)을 느끼지 못했기에 그의 다른 글을 읽고 싶었다.
이 책은 '재즈시대-제1차 세계대전 이후 경제적 번영 속에서 소비와 유행이 활성화되었으나, 상대적으로 정신적 빈곤에 빠진 사람들이 당시의 섹스, 춤, 재즈 등의 향락을 탐닉하였던 시기인 1920년대를 말한다. 아마도 미국 역사상 가장 놀랄만한 시기였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 기간은 방대한 대조에 의해 특징지어진 시대였기 때문이다. 즉, 1920년대는 비교적 평화롭고 번영의 시대였지만 확실과 불확실, 안정과 혼란, 만족과 불만, 그리고 복종과 반란이 공존하는 시대였다.-이야기'를 쓴 11개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난 그 중 단연 책 제목이기도 한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가 가장 맘에 들었다.
70의 나이로 태어나 0세의 나이로 죽은 벤자민 버튼의 삶. 이런 주제 그 시대엔 꽤나 충격적이었겠지? 이런 비슷한 소재로 쓴 <막스 티볼티의 고백>이란 책을 보고선 '작가의 상상력이 대단하구나.' 생각했었는데 벤자민이 먼저였다니..
해가 바뀐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런지 모르겠지만 한 살 더 먹은 나이가 어색하게 느껴진다. 연도도 자꾸만 2008이라고 적어지고 말이다. 이렇듯 우리는 하루하루를 의식하지 못하며 살아간다. 산다는 걸 매순간 느끼고, 체크하며 살아간다는 것이 불가능하겠지만 그렇다고 넋 놓고 있다 훌쩍 몇 십 년을 뛰어넘은 느낌이 들 때 밀려오는 아쉬움 또한 속수무책일 것이다. 그러나 벤지민은 그럴 수 있었을까? 거울 속 자신을 보며 얼마나 많은 생각이 들었을지 경험해 보지 않은 우리는 알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희망(하루하루 젊어진다는 사실)만으로 살아갈 수 있는 것이 인간이기에 또한 견딜 수 있었을 것이다.
동전의 양면. 벤자민의 삶을 단적으로 표현해주는 말이 아닐까 싶다. 낙관적으로 생각해보면 노인으로 살아봤기에 건강한 육체를 가졌을 때 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을 것이며 좀 더 계획적인 삶을 살아 갈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 하지만 이내 뒤따르는 것이 그렇게 계획적으로 열심히 살아봐야 점차 아이가 되어버리는데 무슨 소용이냔 비관적인 생각. 글쎄.. 어렵다. 인생엔 정답이란 없고, 당장 내일 죽을 수 있다 생각하면 극단적으로만 생각할 필요없이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는 것이 최선이리라. 여튼 벤자민으로 인해 삶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였다.
사실 단편의 호흡을 잘 따라가지 못해 책 읽는데 시간도 많이 걸리고, 힘들었지만 그래도 나머지 열편의 단편 중 가장 좋았던 건 <낙타 엉덩이>였다. 그의 소설이 왜 재즈시대를 대표하는지 조금은 알 수 있었던 글이 아닐까 싶다. 너무 성급히 읽어 자꾸만 작품과 내가 멀어지는 듯한 느낌이 뒤로 갈수록 아쉬웠다. 하지만 읽고 싶었던 그의 글을 읽어볼 수 있어서 좋았고, 곧 개봉되는 영화의 원작을 미리 접할 수 있어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