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오(1936~)의 <변질되어 가는 한국현대사의 실상>상,하(도서출판 종소리 1989)는 한국의 반공우익들이 우리 현대사를 어떻게 해석하는지를 일목요연하게 알 수 있는 책입니다.저자는 상당히 꼼꼼한 자료조사를 했고 논조도 조갑제 류와는 달리 차분한 편입니다.이 책에는 박종철 사건으로 옷을 벗은 박처원 치안감의 대공수사 경력을 내세우면서 안타까운 심정을 피력하는 장면이 있는데,반민특위를 보는 눈이 잘 드러나 있기에  인용해 보겠습니다. 

----그러나 박처원은 민주화 열기 속에 부하의 과실로 인하여 그의 책임이 아닌 고문치사의 책임을 지고 군사정권 연장의 도구역할을 하였다는 일방적인  평가를 받으면서 환갑의 나이에 영어의 몸이 되어야 했다.그는 사회적 출세나 부귀도 저버리고 오직 대공일선에서 일새을 몸바쳐 온 까닭에 우리나라 대공사에 길이 빛날 경찰관이었으나 이 사건으로 안타깝게 파면되었다.그는 비정한 현실 속에서도 자신보다는 국가를 위해 일하였고 부하를 염려한 큰 인물이었다. 

----김일성은 남파간첩에게 특별명령을 하여 박처원을 암살하려 한적이 여러번 있었다 한다.이러한 김일성은 박처원의 구속소식을 듣고 쾌재를 부르며 축배를 들었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 주변에는 4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반민특위법 설치 때와 같이 공산화를 막기 위한 대공수사관들의 눈부신 활약을 도외시할 뿐만 아니라 죄인 취급을 하고 있다.과거 여순반란 사건으로 지리산 공비와 살육전을 벌리고 있던 그때에도 대공수사진은 친일이라는 반민특위법 올가미에 걸려 목이 조였다가 이승만 대통령의 용단으로 구출된 역사의 한 장면을 상기하면서 현재 박처원 이외의 대공수사관들이 친일 아닌 신군부 독재 하수인으로 몰려 파면되거나 도망자 신세가 되고 또는 일선 경찰서로 전보되어 대공업무를 떠나 일반경찰업무에 종사하고 있다는 말이 있다. 

----김일성의 한결 같은 적화혁명 통일의 야욕속에 야기되는 수 많은 대남간첩활동은 좋은 기회를 얻었고 또한 북방외교라는 정책에 편승하여 들어온 소련 KGB가 남한 내에서 눈부신 정보활동을 전개하고 있다는 외신을 통한 놀라운 소식이 들리고 있다. 

----어느 수사관의 말을 빌리면 노동자 파업,학생데모에 편승하여 확산된 좌경세력들의 숫자가 너무 많아 이제는 손을 쓸 수가 없는 단계에 이르렀다는 비관론도 들을 수 있었다. 

      위의 책 상권 218~219쪽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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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09-11-13 16: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네 친일에서 신군부독재 하수인으로 변신했던 과거를 긍정하고 있군요 오호. 아닌가 군부독재라고 생각을 안하는건가 --

문득 서대문형무소가 일제때 독립운동가뿐만 아니라 해방이후 민주화 투사들도 가두었던 장소라는 기사가 생각나는군요.

노이에자이트 2009-11-13 20:44   좋아요 0 | URL
반공의 명분으로 반민특위를 비난하는 대표적인 논리지요.그리고 국회프락치 사건...

비로그인 2009-11-14 2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공이 애국인 모양이로군요. 반공외치다 정말 북측이 없어지면 그땐 어디를 트집잡을지 궁금하네요.

노이에자이트 2009-11-15 15:58   좋아요 0 | URL
또 새로운 공격대상 찾아내는 데에는 도가 튼 사람들이니 그때가 되어도 별 어려움은 없을 듯합니다.

쟈니 2009-11-15 0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음.. 예나 지금이나, 보수 논객들은, 참 다양한 사람들과 손을 잡습니다. 보수와 친일파는 참 기이하지만, 어찌보면 어색하지 않아요. 이번에 나온 친일인명사전에 대해 울분을 토하던 반공우익 할아버지들이 생각나네요... 그들이 가고 나면, 좀 나아질까요?

노이에자이트 2009-11-15 15:59   좋아요 0 | URL
인터넷 댓글 보면 10대~40대들 중에서도 대를 이어 그런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분명하지요.

qualia 2009-11-15 0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핵심은 “한민족”이라는 종족의 치명적 유전적 결함이라고 생각합니다. 반민특위 비난 논리라든가, 그와 반대로 광적인 반공/멸공 쇼비니즘 따위는, 그 근원을 파고들어가면 이 한민족의 (유사) 유전적 결함에 뿌리를 내리고 있습니다.

즉 한민족 성원 각각의 심성 깊숙이 뿌리내린 노예근성이 바로 그것입니다. 한민족을 가장 핵심적으로/심층적으로 규정하는 본질의 하나가 바로 이 노예근성/기질입니다. 아무리 부정해도 이것은 사실입니다. 이 노예(근성)의 가장 대표적인 특성이 바로 “자학”, “자해”, “자멸”의 원형적 메커니즘/기제입니다. 이 원형적 메커니즘은 외부의 적이 침입해오면, 자력저항의 방어선을 약화시키고, 결국에는 외부의 적에 굴종하여 예속되도록 작용합니다.

즉 노예의 기본적/원형적 생존 논리/방식은, 외부에서 강력한 힘이 압박해 들어올 때, 저항보다는“자학”과 “자해”와 “자멸”을 택함으로써 오히려 생존을 꾀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동족을 잡아먹어야 내가 살 수 있다는 동족포식의 원리이고, 자위행위와 근친상간의 극단적인 변종입니다. 자학 · 자해 · 자멸, 동족포식, 자위행위, 근친상간 ― 이 모든 것들은 논리적으로도, 생물학적 · 유전적으로도, 윤리적으로도, 정치적으로도 “반역” 그 자체입니다.

박정희, 조갑제를 비롯해서 우리의 아버지 세대들 대다수는 이런 “자기반역적” 노예의 자화상 그 자체입니다. 역사적으로 축적되어온 한민족의 노예근성의 최대 발현물이 바로 6·25 동족상잔이고, 남북분단입니다. 이런 시각에서 볼 때, 보수니 수구니 하는 것들의 정체는 (대부분) 말 그대로 반역자들에 불과합니다. 반민특위가 와해되었다는 것은, 친일인명사전에 대한 궤변스런 반발들이 아직도 이 나라의 주류를 이룬다는 것은, 실상은 우리의 철저한 노예적 정체성을 거듭거듭 확증하는 사례일 뿐입니다.

노이에자이트 2009-11-15 16:02   좋아요 0 | URL
노예근성은 조선시대 때 명나라를 섬기던 소중화정신을 설명할 때도 도움이 될 분석도구인 듯싶습니다.반역정신과 노예근성...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군요.

아마 이번 친일인명사전 둘러싼 언론보도를 모아놓으면 또 하나의 역사공부가 될 것 같습니다.
 

   이 글은 역사비평 2002년 여름호에 실린 김민철 시론 '지금 친일파 청산을 거론하는 이유'의 마지막 부분을 인용한 것입니다.필자는 당시 '친일인명사전 편찬위원회'의 편찬위원이었습니다. 

----최근 몇 년간 이승만 흉상 건립과 김활란상 제정,홍난파 기념관,이은상 문학관 건립,그리고 박정희 기념관 건립 등을 둘러싼 대립과 논쟁에 직접,간접으로 개입하면서 나는 심한 절망감을 느꼈다.그것은 기념관을 추진하는 사람들의 의식이었다.그들은 과거의 잘못된 행위에 대해 아무런 문제의식을 느끼지 않았다.어쩔 수 없었다는 상황론이 아니라 그것을 왜 문제삼아야 하는지에 대한 의식조차 없었다.죄에 대한 부정이 강자의 논리와 결합됨으로써 마침내 죄 자체에 대한 부재의식으로까지 발전한 것이었다.그리고 이것은 알게 모르게 대중의 일상의식까지 병들게 만들었다. 

----일본의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이 주장하는 논리와 역사인식이 우리를 분노케 한다.그러나 이러한 인식은 결코 그들만의 것이 아니다.껍데기만 다를 뿐,우리 역시 같은 의식 속에 있다.비록 제한적이나마 한국 대통령이 베트남 전쟁 개입을 사죄했을 때 한나라당과 박근혜 의원은 "참전군인의 명예를 욕되게 하지 말라"고 비난했다.이것은 1995년 일본우익이 패전 50주년을 맞이하여 식민지지배와 침략전쟁을 사죄하려 했던 무라야마 총리에게 던진 비난과 똑같다.여기에 대해 한국지식계는 침묵하고 있다. 

----친일파 문제가 무엇이 잘못되었나를 기록하고 기억하게 하는 것은 역사의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과제로서뿐만 아니라 죄에 대한 책임을 되새기게 한다는 점에서 현재적 의의가 있다.

#### 이 글이 씌어진 김대중 정부 마지막해에서 7년이 지난 지금 형편은 어느 정도 나아졌는지 물어보면 글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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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혼 2009-11-11 1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중의 일상의식까지 병들게" 된 사례는 이 사회 곳곳에서 목격되는 것 같습니다. 만약 그러한 '질병'이 없었다면, 드물지 않게 보게 되는 저 무슨무슨 전우회나 해병대들의 '수치심 모르는' 집회들이 계속 이어지진 않았겠죠. 덧붙여 제국주의와 똑같은 논리가 피식민지인들의 일상의식 안에서도 반복되고 있다는 주장은 그 자체로 정당하지만, 그러한 '반복'과 더불어 '차이'를 말하자면, 저는 소위 한국의 '우파적 대중'에게는 자신을 '피해자'로 인식하지 않으려는 강한 무의식적 의지가 작용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는 말하자면 니체가 말했던 노예의 도덕과는 정반대의 심리적 기제일지도 모르는데(또는 같은 의미에서 어쩌면 그러한 노예의 도덕의 가장 강력한 판본일지도 모르는데), 그들의 긍지와 자부심 안에 숨겨진 '피해자-자기의식'에 대한 병적일 정도로 집요한 거부와 회피를 살펴보면, 그것이 특히 '피식민지인들의 제국주의'라는 모순형용을 파악하는 데 있어 하나의 기준점을 제공해줄 수도 있을 거란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그들은 자신들이 피해자이며 피해자일 수 있다는 사실과 가능성 자체에 대해 "죄 자체에 대한 부재의식"과 맞먹을 만한 무시와 거부로 일관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전쟁과 제국주의의 가장 큰 피해자들 중의 하나인 참전군인들이 무슨무슨 전우회라는 이름으로 자신들의 '긍지'를 과시하는 집회가 이에 관한 대표적인 사례일 수 있겠죠. 지금 형편은 얼마나 나아졌는가, 이 질문에 관해서는 모두들 '글쎄요...'라는 의문을 남기겠지만, 사실 나아질 '형편'이라는 게 과연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듭니다.

노이에자이트 2009-11-11 22:03   좋아요 0 | URL
외국에는 참전군인들이 중심이 된 반전평화단체도 있다고 들었습니다만 우리나라는 그런 점에서 좀 아쉽지요.

왜 자신들이 전장에 나가서 그 고생을 하게 되었는가에 대한 인식이 없기 때문에 엉뚱한 사람들에게 화폴이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고엽제 제조사나 당시의 집권자보다 시민단체를 더 미워하는 따위의 사고방식도 이상하지요.

군자란 2009-11-12 15:06   좋아요 0 | URL
대중의 일상의식까지 병들게 된 사례로 해병대 전우회에 많은 동감을 합니다. 김포에서 제대한지 벌써 20여년이 넘어가지만 창피한게 한 두가지가 아닙니다.

노이에자이트 2009-11-12 15:07   좋아요 0 | URL
참으로 착잡한 일이지요.
 

 화가 날 때에는 아무 일도 하지 말라는 격언이 있습니다.홧김에 한 일 치고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 일이 없기 때문입니다.자기 성질을 못이겨서 마구 퍼붓다가 나중에 아차! 해보면 이미 늦지요.그래서 성질 좀 죽이라는 말이 나오는 겁니다.자기 성질 못이겨서 성질 부리고 호통치고 하는 성격을 미화하여 '뒤끝없다'고 평가하는 게 유행인 모양인데 글쎄요...뒤끝없다는 말은 좋지만 솔직히 말하면 그냥 성질이 더러울 뿐입니다.뒤끝없는 사람과 뒤끝없는 사람이 부딪히면 난리가 나지요.서로를 용납 못하니까요.남의 속 확 뒤집기 좋아하는 사람치고 자기 속 뒤집히는 걸 참는 사람 못봤습니다. 

  블로그에 글쓰는 것도 마찬가지지요.직장에서 누군가와 다투거나 혹은 꼴보기 싫은 이를 본 뒤에 분노에 떨면서 자판을 두들겨서 쓴 것 같은 글을 읽어보면 불쾌한 마음이 앞섭니다.이런 글은 자기 일기장에 써서 장롱 속에 감출 일이지 왜 여러 사람이 보는 인터넷에 올리나...하는 생각이 들지요.누군가 가족이나 배우자와 다툰 직후에 쓴 것 같은 글도 읽으면 짜증이 납니다.화목하게 지내는 걸 올린 글을 읽다가 이런 짜증나는 글을 읽으면 인도에 뱉어놓은 가래침을 본 기분이지요. 

  사람의 다툼이라는 게 자세한 사연을 알지 못할 때는 판단하기가 쉽지 않습니다.옛 속담대로 안방에 가서 들으니 시어머니 말이 맞는 것 같고 부엌에 가서 들으니 며느리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게다가 자기 일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좋게 쓰는 게 인지상정이니 블로그에 쓴 말만 가지고는 역성들어주기도 좀 뭣하지요.인터넷 상에도 맘에 맞는 사람들끼리는 그런 글에 서로 댓글 달아주면서 훈훈한 모습을 보인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대다수의 제3자가 보기엔 "이 사람들 뭐하는 거야..."하고 혀를 끌끌 차고 싶은 경우가 더 많을 것입니다. 

  우리가 살면서 기본이 안 된 사람을 보면 어린이들이 지켜야 할 것을 안지키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공중예절을 지켜라,신호등을 지켜라,약자를 도우라...등등...아마 요즘은 인터넷 시대이니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에서도 인터넷 예절을 배울 것입니다.인터넷을 성질부리는 도구로 쓰면 안되지요.어린이 여러분! 하고 선생님이 물으면 어린이들도 예! 하고 씩씩하게 대답할 것입니다.그렇습니다.어린이 때 배운대로만 따르면 됩니다. 

  분노가 치밀 때는 우선 호흡을 가다듬고 마음을 추스려야지요.저도 어저께 화가 나는 일이 있었습니다만 조금 자제하고 하루가 지나니까 좀 나아졌습니다.그 순간을 못참고 만약 이 곳 페이퍼에 글을 올렸으면 우스운 인간이 되었을 것입니다.그리고 나중에 그런 글을 제 스스로 읽어보고 얼마나 후회할까요...요즘 말로 손발이 오그라들 것입니다. 

 인터넷에 올리는 글은 장롱 속에 숨겨두는 일기장이 아닙니다.누군가가 읽고 공감하는 글도 있겠지만 이런 글을 왜 이런 데에 올리나 하고 짜증을 나게 하는 글은 쓰지 않는 것이 예의이기도 하지요.공공장소에서 휴대전화에 대고 소리를 지르며 싸우는 사람들이 있습니다.블로그에 짜증과 분노를 있는 그대로 올리는 사람은  옆사람은 생각않고 갑자기 휴대전화에 대고 빽! 소리를 지르는 사람이나 마찬가지입니다.우리는 그런 사람을 보면 이런 생각이 듭니다. "아...성질 더럽구만...기본이 안된 인간 아닌가? 세상에 자기 혼자만 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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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9-11-08 2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스스로도 돌아보고 경계해야겠어요.

노이에자이트 2009-11-08 22:48   좋아요 0 | URL
매사 신중한 게 제일이지요.

펠릭스 2009-11-09 1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분노가 솟는 순간 자신에게 평온을 주는 어떤 것을 생각하는 습관을 갖기가 어렵던데요. 팍 올라온 그 순간에 뛰쳐나가 다른 공간으로 이동하면 좋은듯 싶은데 많은 시행착오를 치루어야 합니다. 엉뚱한 글이나 상황에 맞지 않는 댓글을 올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아마 표현에 대한 적절한 구사력이 부족하거나 너무 먼 것들을 끌어와 자신의 생각을 실어 참여하려는 욕심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저도 가끔 그래요.

노이에자이트 2009-11-10 00:28   좋아요 0 | URL
그래서 조금 시간을 두고 추스린 후 행동에 돌입하자는 거지요.욕심은 자기 자신을 망치는 독이 될 수도 있구요.

카스피 2009-11-09 2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認者無敵란 말이 있읍니다.참는자에게는 적이 없다는 말이죠.하지만 참 실천하기 어려운 글이지요.

2009-11-10 00: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라로 2009-11-10 0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당하신 말씀이신데,,,제가 얼마전에 올렸던 글이 생각나 좀 부끄럽네요~. 절 빗대어 쓰신글 아니시죠???^^;;;
요즘 우리 시대에 예언의 말씀이 주어진다면, "화내지 말아라"가 아닐까 생각을 해봤어요.
쉽게 성내죠,,,저부터..

노이에자이트 2009-11-10 16:08   좋아요 0 | URL
하하하...나비 님 글은 오목조목해서 좋아요.아기 팬더 같은 애교있는 글이랄까...굳이 예언이랄 것도 없이 남의 마음을 해집거나 뒤집어놓지만 않으면 되지요.
 

  오랜만에 올더스 헉슬리<연애 대위법>을 읽고 있습니다.을유문화사 번역본인데 역자는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로 유명한 주요섭.1960년에 초판이 나왔으니 고색창연한 책이지요.광주에는 1990년대부터 정음사와 을유문화사 세계문학전집이 헌책방에 쏟아져 나왔는데 그 무렵 구입한 것입니다.처음엔 싸서 구입했지만 읽을 수록 잘 구입했다는 생각이 듭니다.이 번역본들이 나온 60년대~70년대만 해도 아직은 어느 정도 우리말이 우리말다운 면이 많이 남아 있던 때입니다.자연히 지금만큼 번역투 문장이 심하지 않아서 구수한 표현들을 많이 만날 수 있지요.이런 옛책들을 읽은 덕에 부모 세대에도 이미 잊혀진 속담이나 단어를 꽤 많이 알고 있습니다. 제 글이나 말에 번역투가 드문 것도 그 때문이지요. 

  <연애 대위법>을 읽은지 10년 가까이 되었습니다.이 책이 얼마나 오래되었는지는 작가를 헉슬리가 아니라 학스리라고 표기한 것만 보면 알 수 있지요.사실 주요섭이 태어난 해가 1902년이니까...또 '부유하다'를 순우리말인 '가멸하다'로 쓴 것도 흥미롭습니다.이런 우리 단어를 국어사전 찾아가며 배우는 것도 우리말 공부하는 방법 중에 하나지요.이 '가멸'이란 단어는 정음사판 <아라비안 나이트>를 읽으면서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제가 기록할 때 자주 애용하는 단어 중 하나입니다.물론 다른 사람과 이야기할 때는 쓰지 않습니다.우리말 어휘력이 풍부하다는 걸 과시하기 위해 일부러 남이 모르는 단어만 애용하는 것도 비호감이니까요.

  번역본을 읽다 보면 외국어를 직역해 놓아서 우스울 때가 있습니다.이 소설에도 '사자 사냥꾼'이라는 단어가 나와서 빙긋 웃었습니다.이 단어는 그 전에도 오스카 와일드 작품 번역본('도리안 그레이의 초상'인지 '윈더미어 부인의 부채'인지 확실히 기억은 안 납니다만)에서 본 적이 있었지요.사교계를 묘사하는 대목인데 왜 사자 사냥꾼이 나오는지 아무래도 이상하다 싶어서, lion hunter를 혼비영영사전에서 찾아보니까    '사교계의 유명인사를 쫓아다니기를 좋아하거나 초대하려고 애쓰는 사람'이라는 뜻이더군요.그런데 이번에는 다른 사전은 어떻게 쓰여있는지 알아보려고 여러 영영사전을 뒤적거려 봤습니다.처음에 이 단어를 찾았을 때는 혼비 영영사전만 갖고 있었거든요.그런데 웹스터와 롱맨,콜린스 코빌드를 다 뒤져 봐도 이 단어가 안 나오는 것입니다.단지 lion에 '사교계의 유명인사'라고 풀이되어 있기만 하구요. 

 이제 사교계의 라이온 헌터는 어떤 단어로 바뀌었는지 궁금하기도 합니다.이런 단어는 직역하지 않고 풀어서 독자가 알 수 있게 해야지요.사실 어떤 번역본은 문맥상 society를 '사교계'라고 번역해야 할 것을 계속 '사회'로 번역한 것도 있습니다.처음엔 이런 식의 무성의가 짜증났지만 나중에 시간이 흐르다 보니 오히려 직접 사전을 찾아서 더 공부할 기회를 갖게 되는 이점도 있더군요. 

 <연애 대위법>은 우리나라에서 그다지 많은 독자를 가진 소설은 아닙니다.우리나라에선 주로 <멋진 신세계>가 많이 읽히지요.하지만 저는 헉슬리 작품 중에는 중편인 '어린 아르키메데스'와'지오콘다의 미소' 다음으로 좋아하는 소설입니다.빈정거림은 짜증을 자아내는 것이 상례인데 헉슬리는 유쾌하게 빈정댈 줄 압니다.그리고 먹물들의 속물근성 묘사에는 천재적이지요.그래서 이 두툼한 소설을 며칠동안 틈틈이 읽을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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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09-11-07 2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더스 헉슬리의 연예 대위법이라,노이에자이트님 말씀처러 을유에서 나온후에는 계속 재간이 안되는 것 같아요.저도 한때 헌책방에서 을유 세계문학전집을 구할때 이책을 샀었는데 촘촘한 글씨에 새로 읽기,게다가 굉장히 두툼한 페이지로 인해 읽는것을 포기한 기억이 나는데 이글을 읽으니 갑자기 도전하고 싶다는 생각이 불현듯 드는군요^^

노이에자이트 2009-11-08 14:43   좋아요 0 | URL
상당한 인내심을 갖추고 읽는다면 헉슬리 특유의 재치있는 풍자와 유머를 맛볼 수 있는 책입니다.그리고 <연예대위법>이 아니라 <연애대위법>입니다.남녀가 사랑한다는 그 연애에 대한 이야기지 연예계 이야기는 아닙니다.
준비운동 겸해서 영한 대역판으로 나온 헉슬리 단편선(사사영어사)를 보셔도 됩니다.헉슬리 문장은 영어독해 고급편 교재에 단골로 나올만큼 정확한 문장을 구사하므로 영어공부 겸해서 읽어도 좋지요.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려고 검색창에 '프리모 레비를 찾아서'를 치는데 그런 책이 없다는 표시.어...이상하다...이 책이 없을 리가 없는데...아무리 책을 안 가져다 놓는다 해도...그래서 저자인 서경식을 치니 <쁘리모 레비를 찾아서>로 나오더군요.아...출판사가 창비...창비의 외래어 표기법은 까다롭기로 이름이 높지요.역시...하고 웃고 말았습니다. 

   일본의 외래어 표기법인 가타카나 표기는 현지음과 차이가 많이 나서 이게 그거야? 하고 갸웃거릴 때가 있지요.하지만 원래 그런 표기법 자체가 자기 나라 사람을 대상으로 한 것이니 그렇게 뭐랄 것도 없습니다.우리나라 사람은 다양한 발음을 정확히 말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현지인들이 들으면 무슨 말인지 모르는 발음도 많지요.예전에 해태 타이거스 시절 Robert란 선수가 있었는데 한국사람들은 자기를 Lobert라 부른다고 불만을 표시한 적이 있지요.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 두 발음 구별해서 말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Rice국무장관을 Lice라고 발음하여 졸지에 해충으로 만들어 버리기도 하지요.당사자들이 들으면 "일본인 발음이나 한국인 발음이나 왜 저러는 거야..." 할 것 같습니다. 

   라디오를 들을 때 유독 마돈나를 머대너라고 발음하고 소피 마르소를 소피 마흐소라고 발음하는 이들이 있습니다.자기들은 유식함을 과시하려고 그러는지 모르지만 에이...뭐 저래...하는 생각밖에 안 들더군요.왠지 잘난 체하는 느낌이랄까요... 

  우리나라엔 일본발음으로 정착한 꼬부랑 말이 꽤 있습니다.대표적인 단어가 바께쓰인데요,이게 영어의 bucket의 가타카나 발음이거든요.하지만 남녀노소 바께쓰라고 쓰니 굳이 그걸 가지고 버킷이라고 발음할 필요는 없지요.학교나 군대에서 대청소하는데 "야...바께쓰 가져와" 하면 될 것을 "야...버킷 가져와" 한다면 어쩐지 재수없을 것 같습니다.뭐든지 적당해야지요.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김장을 담그는데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얘, 저기 있는 바께쓰 가져와라"하고 시키자, 며느리가 "어머...어머니! 바께쓰가 뭐예요...일제잔재를 청산 못하셨네요.바께쓰가 아니라 버킷이에요.따라 해보세요...버~킷!" 하면 어떻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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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09-11-03 18: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점이나 도서관에서 찾을 때 가끔 한사람 이름이 두개는 기본이고 많게는 네개까지 다르게 등록되어 있는 경우도 있어서 찾느라 난감할 때가 많습니다 --

바께쓰면 어떻습니까 알아만 먹으면 되지 ㅋㄷㅋㄷ

노이에자이트 2009-11-04 20:53   좋아요 0 | URL
민중에서 나온 영한사전에도 bucket풀이에 바께스라고 나와 있어요.

카스피 2009-11-03 18: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제는 표준 외국어 표기를 많은 사람들이 모른다는 것이지요.학교에서 가르쳐 주면 좋을텐데 별반 신경을 안쓰니 한글이 엉망이 되는것 같습니다.영어 교육에 신경쓰기전에 이런거나 좀 신경을 쓰면 좋은텐데요.
(의외로 영어의 한글 표기떄문에 표지판 몇번 고치느라 상당한 세금이 세어나간다고 하더군요)

노이에자이트 2009-11-04 20:54   좋아요 0 | URL
그리고 우리말은 영어로는 통일된 표기가 안 된다고 합니다.

qualia 2009-11-03 2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윗글을 보니까, 외래어 표기법이라든가, 외래어 발음법(?)에서 노이에자이트 님과 저는 의견이 조금은 갈릴 것 같네요.^^ 워낙에 논란이 많은 문제죠. 백인백색으로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사람마다 모두 다를 것입니다. 말/글/통역/번역과 관계된 원천적이고 본래적인 문제이니까요. 참고로 말씀드리면 저는 창비쪽 표기방식에 대체로 끌리는 편입니다.

노이에자이트 2009-11-04 20:58   좋아요 0 | URL
저는 어떤 표기를 하든 상관 없습니다.거의 다 알아먹으니까요.심지어 일어 중역본의 가타카나 표기 그대로 옮긴 것도 웬만한 건 다 알 수 있습니다.창비 쪽도 물론...단 관행으로 익은 걸 좀 감안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비로그인 2009-11-03 2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르크스를 왜 맑스라고들 할까요? 그렇다면 다크 나이트는 닭 나잇 이라고 해야할 것 같은데.. 둘은 경우가 다른건가요?

네꼬 2009-11-04 11:54   좋아요 0 | URL
아하하하, 닭 나잇! 댓글을 안 달 수가 없네요! (앗, 리플리님, 첫 인사를, 남의 서재에서-_-)

노이에자이트 2009-11-04 20:59   좋아요 0 | URL
저는 글자 수가 간단해서 기록할 때맑스라고 하는 편입니다.다른 이유는 없구요.오스트리아도 간단하게 오지리라고 씁니다.

노이에자이트 2009-11-04 21:00   좋아요 0 | URL
리플리_네꼬 알고 지내세요.여기가 만남의 광장이군요.

비로그인 2009-11-05 00:02   좋아요 0 | URL
저도 처음 인사드립니다 네꼬님.

순오기 2009-11-04 2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일 저녁 일곱 시쯤 전남대 근처에서 이쁜 알라디너 언니를 만나기로 했는데
노이네님이 생각나네요.^^

노이에자이트 2009-11-05 00:28   좋아요 0 | URL
워매 어째야 쓰까잉...그때 일하는 시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