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오(1936~)의 <변질되어 가는 한국현대사의 실상>상,하(도서출판 종소리 1989)는 한국의 반공우익들이 우리 현대사를 어떻게 해석하는지를 일목요연하게 알 수 있는 책입니다.저자는 상당히 꼼꼼한 자료조사를 했고 논조도 조갑제 류와는 달리 차분한 편입니다.이 책에는 박종철 사건으로 옷을 벗은 박처원 치안감의 대공수사 경력을 내세우면서 안타까운 심정을 피력하는 장면이 있는데,반민특위를 보는 눈이 잘 드러나 있기에  인용해 보겠습니다. 

----그러나 박처원은 민주화 열기 속에 부하의 과실로 인하여 그의 책임이 아닌 고문치사의 책임을 지고 군사정권 연장의 도구역할을 하였다는 일방적인  평가를 받으면서 환갑의 나이에 영어의 몸이 되어야 했다.그는 사회적 출세나 부귀도 저버리고 오직 대공일선에서 일새을 몸바쳐 온 까닭에 우리나라 대공사에 길이 빛날 경찰관이었으나 이 사건으로 안타깝게 파면되었다.그는 비정한 현실 속에서도 자신보다는 국가를 위해 일하였고 부하를 염려한 큰 인물이었다. 

----김일성은 남파간첩에게 특별명령을 하여 박처원을 암살하려 한적이 여러번 있었다 한다.이러한 김일성은 박처원의 구속소식을 듣고 쾌재를 부르며 축배를 들었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 주변에는 4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반민특위법 설치 때와 같이 공산화를 막기 위한 대공수사관들의 눈부신 활약을 도외시할 뿐만 아니라 죄인 취급을 하고 있다.과거 여순반란 사건으로 지리산 공비와 살육전을 벌리고 있던 그때에도 대공수사진은 친일이라는 반민특위법 올가미에 걸려 목이 조였다가 이승만 대통령의 용단으로 구출된 역사의 한 장면을 상기하면서 현재 박처원 이외의 대공수사관들이 친일 아닌 신군부 독재 하수인으로 몰려 파면되거나 도망자 신세가 되고 또는 일선 경찰서로 전보되어 대공업무를 떠나 일반경찰업무에 종사하고 있다는 말이 있다. 

----김일성의 한결 같은 적화혁명 통일의 야욕속에 야기되는 수 많은 대남간첩활동은 좋은 기회를 얻었고 또한 북방외교라는 정책에 편승하여 들어온 소련 KGB가 남한 내에서 눈부신 정보활동을 전개하고 있다는 외신을 통한 놀라운 소식이 들리고 있다. 

----어느 수사관의 말을 빌리면 노동자 파업,학생데모에 편승하여 확산된 좌경세력들의 숫자가 너무 많아 이제는 손을 쓸 수가 없는 단계에 이르렀다는 비관론도 들을 수 있었다. 

      위의 책 상권 218~219쪽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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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09-11-13 16: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네 친일에서 신군부독재 하수인으로 변신했던 과거를 긍정하고 있군요 오호. 아닌가 군부독재라고 생각을 안하는건가 --

문득 서대문형무소가 일제때 독립운동가뿐만 아니라 해방이후 민주화 투사들도 가두었던 장소라는 기사가 생각나는군요.

노이에자이트 2009-11-13 20:44   좋아요 0 | URL
반공의 명분으로 반민특위를 비난하는 대표적인 논리지요.그리고 국회프락치 사건...

비로그인 2009-11-14 2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공이 애국인 모양이로군요. 반공외치다 정말 북측이 없어지면 그땐 어디를 트집잡을지 궁금하네요.

노이에자이트 2009-11-15 15:58   좋아요 0 | URL
또 새로운 공격대상 찾아내는 데에는 도가 튼 사람들이니 그때가 되어도 별 어려움은 없을 듯합니다.

쟈니 2009-11-15 0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음.. 예나 지금이나, 보수 논객들은, 참 다양한 사람들과 손을 잡습니다. 보수와 친일파는 참 기이하지만, 어찌보면 어색하지 않아요. 이번에 나온 친일인명사전에 대해 울분을 토하던 반공우익 할아버지들이 생각나네요... 그들이 가고 나면, 좀 나아질까요?

노이에자이트 2009-11-15 15:59   좋아요 0 | URL
인터넷 댓글 보면 10대~40대들 중에서도 대를 이어 그런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분명하지요.

qualia 2009-11-15 0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핵심은 “한민족”이라는 종족의 치명적 유전적 결함이라고 생각합니다. 반민특위 비난 논리라든가, 그와 반대로 광적인 반공/멸공 쇼비니즘 따위는, 그 근원을 파고들어가면 이 한민족의 (유사) 유전적 결함에 뿌리를 내리고 있습니다.

즉 한민족 성원 각각의 심성 깊숙이 뿌리내린 노예근성이 바로 그것입니다. 한민족을 가장 핵심적으로/심층적으로 규정하는 본질의 하나가 바로 이 노예근성/기질입니다. 아무리 부정해도 이것은 사실입니다. 이 노예(근성)의 가장 대표적인 특성이 바로 “자학”, “자해”, “자멸”의 원형적 메커니즘/기제입니다. 이 원형적 메커니즘은 외부의 적이 침입해오면, 자력저항의 방어선을 약화시키고, 결국에는 외부의 적에 굴종하여 예속되도록 작용합니다.

즉 노예의 기본적/원형적 생존 논리/방식은, 외부에서 강력한 힘이 압박해 들어올 때, 저항보다는“자학”과 “자해”와 “자멸”을 택함으로써 오히려 생존을 꾀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동족을 잡아먹어야 내가 살 수 있다는 동족포식의 원리이고, 자위행위와 근친상간의 극단적인 변종입니다. 자학 · 자해 · 자멸, 동족포식, 자위행위, 근친상간 ― 이 모든 것들은 논리적으로도, 생물학적 · 유전적으로도, 윤리적으로도, 정치적으로도 “반역” 그 자체입니다.

박정희, 조갑제를 비롯해서 우리의 아버지 세대들 대다수는 이런 “자기반역적” 노예의 자화상 그 자체입니다. 역사적으로 축적되어온 한민족의 노예근성의 최대 발현물이 바로 6·25 동족상잔이고, 남북분단입니다. 이런 시각에서 볼 때, 보수니 수구니 하는 것들의 정체는 (대부분) 말 그대로 반역자들에 불과합니다. 반민특위가 와해되었다는 것은, 친일인명사전에 대한 궤변스런 반발들이 아직도 이 나라의 주류를 이룬다는 것은, 실상은 우리의 철저한 노예적 정체성을 거듭거듭 확증하는 사례일 뿐입니다.

노이에자이트 2009-11-15 16:02   좋아요 0 | URL
노예근성은 조선시대 때 명나라를 섬기던 소중화정신을 설명할 때도 도움이 될 분석도구인 듯싶습니다.반역정신과 노예근성...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군요.

아마 이번 친일인명사전 둘러싼 언론보도를 모아놓으면 또 하나의 역사공부가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