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 복복서가 x 김영하 소설
김영하 지음 / 복복서가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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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에 초판이 나온 책을 2021년 새로운 판형으로 읽었다. 사진관, 공중전화, 인터넷 동호회, 불법 복제 시디 등 시대의 흐름이 느껴지는 소재들이 종종 나오는 것을 제외하면 여전히 신선하고 놀랍도록 재미있다. 불륜, 섹스, 폭력 등 독자에 따라 불편하게 느낄 만한 소재도 나오는데, 이 책 이후에 김영하 작가들이 발표한 작품들을 거의 다 읽었기 때문에 불편함보다는 후속 작품의 원형을 발견하는 재미가 컸다. 


표제작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와 <흡혈귀>는 현실의 모순과 부조리를 인식하면서도 생존에 대한 압박 때문에(혹은 그 핑계로?) 적극적인 행동을 취하지 못하고 자기 파멸 내지는 혐오에 치닫는다는 점에서 <옥수수와 나>를 연상케 했다. <흡혈귀>와 <사진관 살인사건>은 탐정 혹은 형사 역할을 하는 주인공이 사건의 진위를 파악하고 추적해가는 과정을 그렸다는 점에서 <아랑은 왜?>와 흡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상구>는 삐끼라는 기존 한국문학에서 거의 다뤄지지 않았던 인물을 통해 사회 문제를 환기하는 성격의 소설인데, 이는 멕시코 이민자들의 삶을 그린 <검은 꽃>이나 남파 간첩의 이야기를 그린 <빛의 제국> 등과 이어진다. 불법 복제 시디를 만들어 파는 두 남녀의 이야기를 그린 <바람이 분다>는 최신 IT 기술의 등장이 인간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그린다는 점에서 <퀴즈쇼>와 연결 지어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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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메이르 - 빛으로 가득 찬 델프트의 작은 방 클래식 클라우드 21
전원경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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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의 생애는 다른 예술가들의 생애보다도 더욱 애잔하게 느껴진다. 왜 그런지 그 이유를 곰곰 생각해 봤는데 가장 큰 이유는 미술 작업의 특성상 실내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고 외부와의 접촉이 적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 21번째 책 <페르메이르>를 읽고 더욱 그렇게 생각했다. 


17세기 네덜란드 황금시대를 대표하는 화가 페르메이르. '북구의 모나리자'로 칭송받는 <진주 귀고리 소녀>를 비롯해 <편지를 읽는 푸른 옷의 여인>, <델프트 풍경> 같은 명작을 남겼지만, 정작 그 자신은 평생을 태어나서 자란 고향인 델프트에서 보냈으며 그나마도 장모의 집 한쪽 구석에 위치한 비좁고 어두컴컴한 작업실에서 지냈다. 작업 속도가 워낙 느려서 일 년에 두세 점 정도를 겨우 완성했고, 금보다도 비싼 푸른색 물감을 선호한 탓에 작품의 단가가 비쌌다. 열한 명의 아이를 키워야 해서 늘 돈 걱정에 시달렸고, 대가족이다 보니 수도인 암스테르담으로 이주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결국 재능과 노력에 걸맞은 부와 명예를 누리지 못한 채 43세 젊은 나이에 사망했다. 


페르메이르의 작품에 실내에 있는 여인들의 모습이 자주 등장하는 건, 페르메이르 자신이 주로 실내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드물게 남성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그림이 두 점 있는데 <지질학자> 속 남성의 시선은 창밖을, <천문학자> 속 남성의 시선은 지구의(지구본)를 향해 있다. 이는 페르메이르 자신이 밖으로 나가서 더 넓은 세상을 보고 싶은 마음을 표현한 게 아닐까. 오래전부터 페르메이르를 좋아했지만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생각해 보지 못했던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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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1-10-11 2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르메이르의 삶에 대해서는 알려진게 거의 없다고 하던데 이 책에서 어떤 식으로 쓰였을지 궁금하네요. 제가 오늘 읽은 책에서 본건데 히틀러가 페르메이르의 저 표지 그림을 그렇게 좋아했데요. 전쟁의 패배가 가까워지자 비밀장소에 은닉해 영원히 소유하려고까지 했다는데.... 페르메이르가 그 사실을 알았다면 통곡했을듯요. ^^

키치 2021-10-12 07:59   좋아요 1 | URL
이 책에도 페르메이르의 그림이 히틀러의 사랑을 받았다는 내용이 나옵니다. 정확하게 알고 계시네요! 저자가 직접 페르메이르의 고향에 가서 취재한 내용을 바탕으로 한 책이라서 그런지 내용이 생생하고 깊이가 있습니다. 정말 재미있게 읽은 책인데 바람돌이 님과 이야기 나누니 참 좋네요. 덧글 감사합니다 ^^
 
환괴지대
이토 준지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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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호러 만화의 대가 이토 준지의 단편집이 나왔다. 제목은 <환괴지대>. 장례식에서 유가족 대신 울어주는 여자를 의미하는 '곡녀'의 이야기를 그린 만화 <곡녀 고개>를 비롯해, 여자 미션 스쿨을 배경으로 여자들의 질투와 분노를 그린 만화 <마돈나>, 연인과 함께 후지산 밀림으로 들어간 남자가 겪게 된 기이한 일을 그린 만화 <아오키가하라의 영류>, 꿈으로 이어진 두 남자의 끈질긴 인연을 그린 만화 <꿈결> 등 총 네 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후기에 따르면 이번 단편집은 이토 준지가 최초로 만화 앱(LINE 만화)에 연재한 작품들을 엮은 것이라고 한다. 만화 앱 연재가 잡지 연재와 다른 점은 페이지 제한이 없다는 것. 덕분에 잡지 연재를 할 때처럼 여분의 장면을 쳐내며 페이지 수를 줄이지 않아도 되어 좋았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전에 출간된 단편집에 비해 작품 한 편 당 페이지 수가 많고 내용도 훨씬 풍성해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네 작품 중 어느 하나가 덜 좋다고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네 작품 모두 훌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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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스터 스케로쿠의 일상 1 햄스터 스케로쿠의 일상 1
GOTTE 지음, 와츠미 원작 / 미우(대원씨아이)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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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고 귀엽고 부드러운 햄스터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생김새도 행동도 깜찍한 햄스터의 일상을 피터 래빗 풍의 아름다운 그림으로 재현한 책이 나왔다. 자칭 '햄스터를 마구 그려대는 작가' GOTTE의 <햄스터 스케로쿠의 일상>이다. 


주인공 스케로쿠는 잘 먹고 잘 놀고 잘 자는 햄스터다. 어느 날 먹을 것이 든 배낭 하나 달랑 매고 길을 나선 스케로쿠는 나비를 따라 구름을 따라 걷다가 쭉 있고 싶을 만큼 멋진 곳을 발견한다. 그곳에 열심히 땅을 파서 거처를 마련하는 스케로쿠. 그 뒤로는 푹 자기도 하고 실컷 먹기도 하고, 조금(?) 찐 살을 뺄 겸 외출을 하기도 하고 쇼핑을 하기도 한다. 


이어지는 스케로쿠의 사계절 일상도, 온천여행 이야기도 너무나 귀엽고 사랑스럽다. 예쁘게 채색된 작화와 따뜻한 질감이 딱딱하게 굳어 있던 마음을 말랑하게 녹인다. 스케로쿠 같은 아이를 소확행, 작지만 확실한 행복이라고 불러야 마땅하지 않을까. 지치고 힘들 때마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저절로 웃게 될 것 같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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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쯤 여친이 되고 싶어! 4
사코우 와타리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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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서부터 봐온 2살 연하 남동생의 친구를 좋아하게 된 여자 대학생의 이야기를 그린 로맨스 만화. 20살을 코앞에 둔 세리는 남동생의 친구 치히로에게 고백을 받고 사귀기로 한다. 문제는 세리가 치히로보다 연상이기는 해도 연애 경험이 없다는 것. 연상답게 연애를 리드하고 싶은데 경험이 없으니 첫 데이트도 첫 경험도 리드하지 못해서 세리는 이 상황이 난감하기만 하다. 


이 와중에 중학교 동창이자 현재는 인기 모델인 타케루가 세리에게 호감을 가진다. 한편 치히로는 성적이 우수하니 명문인 K대 시험을 보라는 제안을 받지만, 합격하면 세리와 장거리 연애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 거절하는데... 작화도 예쁘고 이야기 전개도 흥미진진해서 더 이어질 줄 알았는데 아쉽게도 4권이 완결이다. 작가님의 다음 작품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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