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기와 다리 3
사노 나미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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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기와 다리>는 인기 만화 <사카모토입니다만?>의 작가 사노 나미의 최신 연재작이다. 고아원에서 지내다 어느 부부에게 입양된 일란성 쌍둥이 '미기'와 '다리'(참고로 '미기'는 일본어로 '오른쪽'을 의미하고, '(히)다리'는 '왼쪽'을 의미한다.)가 어머니를 죽인 범인을 찾기 위해 '한 명(=일본어로 '히토리'. 쌍둥이를 입양한 부부가 지어준 이름과 같다)'인 척 하면서 지낸다는 독특한 설정의 만화다.


3권에서 히토리는 중학교에 입학한다. 이로 인해 예상치 못한 위기 상황이 발생하는데, 그것은 히토리의 머리가 단정치 못하다며 어머니가 멋대로 머리카락을 잘라버린 것이다. 이렇게 되면 한 명인 척할 수 없으므로 미기와 다리는 서로 똑같이 머리카락을 자르려고 하지만 쉽지 않다. 교복도 한 벌뿐이면 한 명인 척할 수 없으므로 두 벌을 맞춰달라고 떼를 쓰는데, 그 모습이 우습기도 하고 처연하기도 하다.


마침내 고대하던 중학교 입학식에서 히토리는 유일한 친구인 이치조 에이지를 만난다. 참고로 이치고 에이지는 예전에 미기와 다리, 그리고 친어머니가 감금되어 살았던 저택에서 현재 살고 있는 가족의 아들이기도 하다. 특진반에 배정된 에이지와 달리 일반 학급에 배정된 히토리는 하루빨리 성적을 올려서 에이지와 가까워지기로 마음먹는데... 한동안 비슷한 느낌의 에피소드가 이어져서 식상했는데, 마지막에 뜻밖의 급전개가 펼쳐져서 깜짝 놀랐다. 4권이 너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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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진 구루구루 외전 5 - 무용전 북북노인
에토 히로유키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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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진 구루구루 외전 : 무용전 북북 노인>은 에토 히로유키의 인기 만화 <마법진 구루구루>에서 주역은 아니지만 빠지면 섭섭한 '약방의 감초' 같은 역할을 담당했던 인기 캐릭터 '북북 노인(북북춤 할아버지)'이 주인공인 만화다. 이번에는 니케와 쿠쿠리 대신, 용자를 동경하는 소년 치카와 부모가 돌이 되어 버린 왕녀 루타와 함께 모험을 떠난 북북 노인.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


루타의 부모를 돌로 만든 대마법사 가가루를 쫓고 있는 일행은 마침내 바다를 건너 어느 섬에 도착한다. 그런데 섬에 도착하자마자 풍성해지는 머리카락과 작아지는 얼굴, 잘록해지는 허리, 길어지는 다리... 알고 보니 이 섬은, 이 섬에서만 나는 열매를 먹으면 모두가 더 건강해지고 더 예뻐지는 '헬시&뷰티' 섬이었던 것이다! ('미의 화신'이 된 북북 노인의 모습을 기대하시라 ㅋㅋㅋ) 


나는 이 만화의 작가 후기도 좋아한다. 5권에 실린 작가 후기에선 8,90년대를 게임 키드로 보낸 작가의 추억담과 (출간 당시 기준) 얼마 전 무지개 다리를 건넌 반려묘의 뒤를 이어 새롭게 맞이한 새끼 고양이 두 마리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하이스코어 걸>과 <구구는 고양이다>가 떠오른다 ^^). 고양이들이 많이 컸을 텐데 요즘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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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2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58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지음, 김희숙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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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머니, 내 소중한 핏방울이신 어머니, 정말로 누구나 모든 사람 앞에서 모든 사람과 모든 것에 대해 죄가 있는 거예요. 다만 사람들이 이것을 모를 뿐이죠. 만약 알게 된다면- 지금이라도 천국이 될 거예요!" (2권, 41쪽) ​


▣ "싸울 마음이 없었다면, 뭣하러 이처럼 번거롭게 한 거요?" 나는 "어제는 어리석었지만 오늘은 분별이 생겼습니다"라고 그에게 명랑하게 대답합니다. (2권, 43쪽) ​


▣ "너는 욕구를 가지고 있다, 그러니 그것을 충족시켜라, 왜냐하면 너는 가장 존귀하고 가장 부유한 자들과 똑같은 권리를 가지고 있으니까. 욕구를 충족시키기를 두려워 말고, 오히려 욕구를 증대시켜라." 바로 이것이 지금 세상의 가르침입니다. 하지만 이 욕구 증대의 권리에서 과연 어떤 결과가 나오고 있습니까? 부유한 자에겐 고립과 정신적 자살, 가난한 자에겐- 질투와 살인이 있을 따름이니, 이는 권리는 주었으나 욕구를 충족시킬 수단은 제시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2권, 72쪽)




출판사 문학동네에서 주최하는 도스토옙스키 독서 챌린지가 어느덧 3주차에 접어들었다. 1권을 읽고, 앞으로 2권, 3권을 읽으려면 속도를 높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밤에만 읽지 않고 아침 독서 시간에도 읽기 시작했다. 그랬더니 예상대로 속도가 높아져서 벌써 2권을 마치고 3권을 읽고 있다.


2권에선 두 명의 주요 인물이 죽음을 맞는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의 아버지 '표도르'와 알료사가 모시는 '조시마 장로'가 그렇다. 2권 초반에서는 조시마 장로의 생애에 관한 서술이 나온다. 조시마 장로는 한때 수도사와 거리가 먼 삶을 살다가 우연한 계기로 '인간은 모두 죄인'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수도사의 길을 걷게 되었다.


표도르는 어느 날 밤 누군가에 의해 살해를 당하면서 죽음을 맞게 되는데, 사람들이 표도르를 죽인 범인으로 장남인 드미트리를 지목하면서 본격적인 심문이 시작된다. 드미트리는 사건 당일 밤에 표도르의 집에 간 것도 맞고, 표도르의 하인인 그리고리의 머리를 둔기로 내리친 것도 맞고, 광장에서 어느 할머니를 쳐서 손에 피를 묻히고 다녔던 것도 맞지만, 아버지만은 죽이지 않았다고 항변한다.


차남인 이반과 삼남인 알료샤는 아직 사건 현장에 오지도 않았고 아버지가 죽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는지도 모르는 상태다. 과연 이들은 아버지의 죽음과 형이 용의자로 의심받는 상황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일까. 특히 하루만에 자신이 그동안 믿고 따랐던 조시마 장로와 친아버지 표도르를 모두 잃은 알료샤의 반응이 궁금하다.


이번에도 책을 읽으면서 여성과 관련된 표현들을 정리해 봤다. 그루셴카가 범인이 아니라는 것이 명백한데도, 그루셴카가 주범이라며 욕설을 늘어놓는 경찰서장의 발언이 인상적이었다. 어째서 가장 강력한 용의자인 드미트리에게는 그와 같은 욕을 하지 않는 걸까. 한심한 놈.



▣ 그렇게 여러 차례나 그녀에게 사랑을 고백하다시피 했건만 그녀는 단 한 번도 나를 제지하지 않았고 미리 주의를 주지도 않았으니, 그렇다면 이건 나를 조롱하고 있었다는 거라고 결론지었습니다. 물론 나중에 곰곰 생각해보니, 그녀는 결코 나를 조롱하지 않았고 오히려 자기 쪽에서 그런 대화를 장난스레 끊어버리고 대신에 다른 대화를 시작하곤 했다는 게 기억났지만 - 그 당시에는 이를 헤아릴 여유도 없이 그저 복수심만 화라락 타올랐습니다. (2권, 38쪽) 


▣ 나리가 처녀들을 떠보았네. 지집애들이 날 좋아할까? 하지만 처녀애들은 나리를 좋아해선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리는 호되게 때릴 테니, 난 그런 사람 사랑하지 않을래. (2권, 313-4쪽)


▣ "아무렴, 네년(그루셴카)이 죄인이지! 네년이 주범이야! 이 흉악한 미친년, 네 이 방탕한 년, 네년이 주범이야." 경찰서장이 손으로 그녀를 위협하며 고래고래 소리지르기 시작했으나, 옆에서 재빨리 나서서 단호하게 그를 저지했다. (2권, 35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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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1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57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지음, 김희숙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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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문학동네에서 주최하는 <도스토옙스키 독서 챌린지>에 도전 중이다. 도스토옙스키의 대표작 <죄와 벌>과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중에서 한 작품을 선택할 수 있는데, 나는 예전에 읽은 <죄와 벌> 대신 여러 번 읽기를 시도했다가 실패한 전적이 있는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택했다.


<도스토옙스키 독서 챌린지>에 도전하기로 결심한 건, 얼마 전에 읽은 고려대 노어노문학과 석영중 교수가 쓴 <매핑 도스토옙스키>라는 책 덕분이다. 이 책을 통해 도스토옙스키의 생애와 작품 세계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되었고 호기심이 생겼다. <도스토옙스키 독서 챌린지>를 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나는 '이건 도스토옙스키의 작품을 읽어보라는 계시(?)야!'라고 생각했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에는 작가의 생애가 반영된 대목이 많이 보인다. 아버지 표도르가 지주인 것도 도스토옙스키의 아버지가 지주인 것과 같고, 둘째 아들 이반이 신문사에서 일한 것은 도스토옙스키가 젊은 시절 형과 함께 신문사를 운영했던 경험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아직 1권을 다 읽었을 뿐이라서 전체적인 내용에 대한 평가는 할 수 없을 것 같고, 그 대신 1권을 읽으면서 마크해두었던 여성 관련 대목들을 정리해 옮겨본다. 당시 러시아 사회에서 여성의 지위가 어땠는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자료들이다.


◈ "시집살이는 힘들었습니다. 남편은 늙은이였는데 저를 죽도록 두들겨 패곤 했답니다. 남편이 병들어 눕자, 저는 그이를 보며 생각했어요. 저 사람이 병이 나아 다시 일어나면, 그땐 어떡하지?" (1권, 105쪽)  


◈ '누구든 저런 짐승(리자베타)을 여자로 다룰 수 있을까, 가령 지금 당장이라도 등등.' (1권, 201쪽) 


◈ (드미트리) "어둑어둑한 썰매 안에서 나는 옆자리 처녀의 조그만 손을 꽉 쥐기 시작했고, 마침내 입맞춤까지 여러 차례 했지. 가난하고 사랑스럽고 온순하고 고분고분한 관리의 딸이었어. 허락하더군, 어둠 속에서 많은 걸 허락했어. 가엾은 것, 그 처녀애는 내가 내일이라도 자기 집에 찾아가서 청혼할 줄 알았던 거야. 하지만 나는 그 여자에게 단 한 마디도, 아니 다섯 달 동안 단 반 마디도 건네지 않았어." (1권, 223쪽) 


◈ "'우리는 마을의 결정에 따라 행실 나쁜 처녀애들을 두들겨 패주길 제일 좋아하는데, 패는 일은 늘 총각 놈들한테 맡기지요. 그러면 오늘 패준 처녀애를 내일이면 그 총각 놈이 색시로 데려가니, 처녀애들도 그렇게 두들겨 맞는 걸 즐긴답니다.' 이건 정말 사드 후작 아니냐, 응?" (1권, 271쪽)  


◈ "짐승을 타고 앉아 신비를 손에 쥐고 있는 음녀가 치욕을 당하게 될 것이며, 나약한 자들이 다시금 반란을 일으켜 그 자주색 옷을 갈기갈기 찢고 그 '더러운' 몸뚱이를 발가벗겨 보일 것이라 하지.(요한계시록)" (1권, 5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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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즈 1
이가라시 다이스케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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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포레스트>, <카보챠의 모험> 등을 그린 이가라시 다이스케의 신작이다. <리틀 포레스트>와는 분위기가 전혀 다른 SF 만화이지만, 작가가 농업과 생명, 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은 것은 여전해 보인다. (작가님이 실제로 농촌에 거주하시면서 농사도 지으신다고 들었다.)


이야기는 어느 숲에 한 무리의 '존재들'이 도착하면서 시작된다. 이 존재들은 유전자를 편집해 새로운 생명을 창조하는 과학자 '오쿠다'가 만들어낸 이른바 ‘휴머나이즈드 애니멀(HA)’이다. 인간과 동물을 결합해 만든 휴머나이즈드 애니멀이 사람들이 밀집해 있는 도시 속으로 들어갈 경우 어떤 일이 발생할까. 휴머나이즈드 애니멀이 저지르는 죄악이 이들을 만든 인간의 욕망보다 더 나쁘다고 말할 수 있을까.


휴머나이즈드 애니멀을 만들어낸 과학자의 배후에는 전쟁 무기를 만들고 우주 개발에 힘쓰는 일군의 사람들이 또 있다. 1권에서는 이들에 대한 '암시'만 나올 뿐, 정체를 정확히 밝히지도 않고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어떻게 했는지도 드러나지 않는다. (다만 몬산토를 변형한 '산몬토'라는 기업명은 분명히 나온다.)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고, 하나의 욕망은 또 하나의 욕망으로 연결되며 끝없이 많은 업보를 만들어낸다. 부끄럼이나 주저함 없이 자신의 욕망을 거침없이 드러내는 만화가 다수인데, 이 만화는 그러한 욕망의 폐해를 상상하고 경고하는 작품이라서 마음에 들었다. 생태계의 파괴와 생명의 미래를 걱정하는 작가의 시선이 바람직하게 느껴졌다. 더 많은 작품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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