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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을 다시 생각하다 - 조세 전문가의 한국 사회 돌아보기
소순무 지음 / 21세기북스 / 2020년 6월
평점 :
세금 내는 걸 좋아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늘 마지못해 내는 세금을 왜 내야 하는지, 내가 낸 세금이 어떻게 쓰이는지 알아보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2017년 <조선일보>가 '이 시대 최고 전문 변호사 12인 - 조세 분야'로 선정한 판사 출신 변호사 소순무의 책 <세금을 다시 생각하다>는 우리의 삶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세금의 진정한 의미와 활용은 물론, 현재의 조세 시스템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바뀌어야 하는지까지 짚어주는 귀한 책이다.
이 책은 저자가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조세일보>에 기고한 칼럼을 엮은 것이다. 글의 주제는 조세 입법부터 조세 집행, 조세사 등 조세에 관한 사항 전반을 아우른다. 이 중에 저자가 강조하는 분야는 단연 조세 입법이다. 입법, 행정, 사법 중의 근간이 입법인 것과 마찬가지로, 조세에 있어서도 조세 행정과 조세 사법보다 중요한 것이 조세 입법이다. 조세 입법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원칙은 헌법상의 재산권 보장이다. 이를 유념하고 입법을 할 때 조세 정의가 비로소 이루어진다.
조세, 즉 세금 징수는 국가가 생겨난 이후로 항상 존재해 왔다. 국가가 필요한 재정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서는 국민들로부터 세금을 징수하는 것이 불가결했기 때문이다. 왕이나 영주 등 지배자에 의해 자의적으로 행해져 왔던 조세가 일종의 시스템으로서 자리 잡은 것은 1215년 영국에서 이른바 대헌장으로 불리는 '마그나 카르타'가 제정된 이후의 일이다. 이로써 '대표 없이 과세 없다'는 조세의 보편 원칙이 만들어졌다.
국민이 낸 세금은 어디로 가서 어떻게 쓰일까. 세법이 정해지면 국세청이 세금을 걷는다. 국세청이 징수한 세금은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 예산에 편입되어 지출된다. 예산은 집권당이 주도하는 정부의 정책에 따라 정해져서 국회의 심의, 확정을 거쳐 결정된다. 조세가 부당하게 또는 위법하게 징수된 경우에는 조세 행정심판이나 조세 행정소송을 통해 잘못을 바로잡을 수 있다. 최근에는 조세 정의를 실천하기 위한 납세자 운동이나 시민 단체 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글은 <고령 사회 진입에 맞춰 불로소득 인식 바뀌어야>라는 제목의 글이다. 저자는 이 글에서 종부세, 금융소득, 임대소득 등에 대한 과세 강화가 은퇴 후 부동산 임대 등을 통해 생활비를 충당하는 고령층에게 생존을 위협하는 과도한 부담이 된다고 지적한다. 평소 부자 증세에 대해 별다른 의문을 가지지 않았는데, 저자의 글을 읽으니 똑같은 금융소득, 임대소득이라도 근로소득과 불로소득을 구분해 연령과 보유 기간에 따라 차등세율을 적용하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