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께 - 갈 곳 없는 마음의 편지
오지은 지음 / 김영사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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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지에서 소중한 사람에게 엽서나 편지를 쓰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그런 엽서나 편지를 써본 적이 없고, 그래서인지 남에게 그런 엽서나 편지를 받아본 적도 없다. 누구라도 보내준다면 여러 번 읽고 소중히 간직할 텐데... 이런 내 마음에 응답하는 듯한 책을 읽었다. 오지은 작가가 2023년에 출간한 산문집 <당신께>이다. 이 책은 오지은 작가가 2016년부터 2023년까지 장장 7년에 걸쳐 완성했다. 이 책의 첫 번째 글이 이 책보다 먼저 출간된 오지은 작가의 또 다른 산문집 <이런 나라도 즐겁고 싶다>, <마음이 하는 일>보다 먼저 쓰였다니, 작가가 이 책에 얼마나 많은 시간과 공을 들였는지 짐작이 간다.


이 책은 오지은 작가가 독자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되어 있다. 작가는 여행을 앞두고, 여행 중의 비행기 안에서, 여행지의 숙소에서, 여행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서 등등 다양한 시간과 장소, 상황에 각각의 편지를 썼다. 앞에 쓴 대로 <이런 나라도 즐겁고 싶다>, <마음이 하는 일>과 집필 기간이 겹치다 보니 기시감(기독감?)이 드는 대목들도 있지만 이건 작가 자신의 삶을 글감으로 삼으니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보면 책이나 방송에서 추억담 정도로 작가가 가볍게 언급하고 지나갔던 과거의 여행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어 좋았다. 전에는 몰랐던 여행 전후의 사정이나 심정을 추측할 수 있는 대목도 있고, 작가가 그때그때 많은 걸 이야기하고 공유하는 것 같아도 시간이 흘러서 겨우 말할 수 있게 된 것도 있다는 걸 알았다.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마음에 남아 있고 그래서 더 추천하고 싶은 책과 영화, 드라마에 대한 글도 있다. 패티 스미스의 책 <M트레인>, 앨런 릭먼의 영화 <블루밍 러브>, 실비아 플라스의 일기, 오쿠다 히데오의 소설 <항구 마을 식당>, 일본 드라마 <콩트가 시작된다>를 앞으로 읽을 것, 볼 것 목록에 적었다. 사노 요코와 박완서의 책은 나도 많이 읽었는데 앞으로 오지은 작가가 사노 요코와 박완서처럼 오래오래 많은 책을 써주었으면...! 아, 그리고 이 책에 언급된 피치카토 파이브의 곡을 요즘 즐겁게 듣고 있다. 뮤직비디오가 끝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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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사이 풀풀 - 우리들 사이에 풀이 있었으면 자기만의 방
안난초 지음 / 휴머니스트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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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십 대 비혼 여성인 온우, 하주, 서빈은 종종 만나서 함께 시간을 보내는 친구 사이다. 어느 날 둘레길을 걸으려고 발걸음을 옮기던 세 사람은 내부가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창가에 식물이 가득한 가게 앞을 지나가게 된다. 셋 중에서 식물을 특히 좋아하는 온우는 걸음을 멈추고 한참 동안 가게 안을 들여다본다. 그런 온우를 보다 못한 서빈이 가게 이름이 '컷과 파마의 집'이라고 알려주고, 하주는 나중에 머리할 때 와보라고 한 마디 던진다. 서두르는 친구들을 뒤따르는 온우의 머릿속엔 온통 식물 생각뿐인데...


안난초 작가의 <사이사이 풀풀>은 평범한 세 친구가 각자 식물을 통해 다른 사람과 연결되고 일상의 새로운 장면을 발견하는 모습을 담은 휴먼 드라마 풍의 만화다. "돌 틈 사이사이에 풀이 자라듯 사람 사이사이에도 식물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이 이야기를 시작했다는 작가의 말처럼, 만화 속 인물들은 그동안 잘 몰랐고, 지나쳤고, 익숙하게 여겼던 식물을 발견하거나 재발견함으로써 자신의 일상을 돌아보고 다시 본다. 중심에 있는 세 친구가 각각 창작자, 자영업자, 직장인으로 설정되어 있어서 각각의 인물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식물과 만나고 식물을 통해 치유받는 경험을 하는지 살펴보는 재미가 있다.


그중에서도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온우는 주로 작업실 또는 집에서 혼자 그림을 그리는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이다 보니 사람과의 교류가 적은 만큼 식물을 접하는 시간도 길고 식물에 대한 관심도 많다. 온우는 프롤로그에서 자신의 눈길을 사로잡은 가게의 '식물 고수'와 결국 직접 만나 서로의 관심사를 공유하고 세대와 지역을 초월한 우정을 나누는데 그 과정이 따뜻하고 사랑스럽다. 흑백 만화인데 식물만은 컬러로 인쇄된 점도 재미있다. 수수한 듯 편안한 안난초 작가 특유의 작화가 무척 마음에 들어서 작가의 다른 작품도 찾아 읽어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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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부나가의 셰프 1
카지카와 타쿠로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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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세기 교토의 대장장이 나츠는 강에서 우연히 병사들에게 쫓기는 희한한 옷차림의 사내들을 목격한다. 그중 피를 흘리며 쓰러진 사내 한 명을 구해서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는데, 이 사내는 자신의 이름이 켄이라는 사실 정도만 겨우 기억할 뿐 과거의 기억이 전혀 없다. 나츠는 켄에게 강에서 잡아온 장어로 요리를 만들어 대접하려고 하고, 그런 나츠를 지켜보던 켄은 나츠의 칼을 빼앗아 나츠로서는 듣도 보도 못한 요리를 만들어낸다. 몇 개월 후 켄의 요리 실력이 교토 전역에 소문이 나고, 소문을 들은 이 지역의 새로운 실력자가 켄을 찾아온다. 그가 바로 오다 노부나가. 일본 전국시대를 최초로 평정한 인물이다.


카지카와 타쿠로, 니시무라 미츠루의 만화 <노부나가의 셰프>는 2011년부터 2024년까지 연재된 장편 만화다. 나는 이 작품을 동명의 일본 드라마로 먼저 접했다. 너무 오래전에 봐서 내용이 가물가물했는데 만화를 보니 새록새록 떠올랐다. 노부나가에게 발탁된 켄은 이후 노부나가를 따라 기후성으로 가서 노부나가가 내리는 다양한 과제들을 수행하게 된다. 그때마다 켄은 자신이 가진 역사적 지식을 활용해 당시 사람들에게는 낯선 현대의 음식들을 이것저것 만들어내 위기를 모면한다. 역사물이지만 기본적으로 음식 만화의 틀을 따르기 때문에 일본 역사에 문외한인 사람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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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고 싶은 여자와 먹고 싶은 여자 1 - 픽시하우스
유자키 사카오미 지음, 이하니 옮김 / 영상출판미디어(주)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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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가 취미인 회사원 노모토에게는 소원이 하나 있다. 그것은 그때그때 만들어 보고 싶은 요리를 대량으로 원 없이 만드는 것! 하지만 1인 가구인 데다가 소식좌인 노모토에게는 꿈같은 일인데... 어느 날 노모토는 아파트 현관에서 대량의 음식을 손에 든 이웃집 여자 카스가와 마주친다. 사람들을 불러서 파티라도 여는 줄 알았더니 그 음식들은 전부 카스가 한 명이 먹을 음식이었고...! 이렇게 '위(胃)대(大)한' 여자라면 노모토가 만드는 음식을 기꺼이 다 먹어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노모토는 카스가에게 일생일대의 제안을 한다. 노모토는 실컷 만들고 카스가는 실컷 먹는 두 여자의 식사를...!


유자키 사카오미의 만화 <만들고 싶은 여자와 먹고 싶은 여자>를 드디어 읽었다. 전부터 재미있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읽어보니 역시 재미있다. 재미만 있는 게 아니라 의미도 있고 감동도 있다. 요리를 좋아하는 노모토는 요리를 잘한다는 이유로 일등 신붓감이라는 둥, 나중에 남편이 좋아하겠다는 둥의 말을 듣는 것이 싫다. 여자가 하는 일은 전부 '남자를 위해서' 한다고 치환하는 사회의 편견이 불편하다. 잘 먹는 카스가는 여자라는 이유로 식당에서 음식을 적게 주거나, 남자가 자신의 음식 먹는 방식에 대해 이런저런 훈수를 두는 것이 싫다. 그런 사람들에게 열 내며 따지지 않고 쿨하게 한 방 먹이는 카스가의 모습을 닮고 싶다.


서로 다른 욕망을 가진 두 여자가 서로의 욕망을 채우며 혼자일 때보다 더 행복해지는 이야기라는 점도 좋다. 사랑 말고 성욕 말고 여자에게 어떤 욕망이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점도 좋다. 요리를 좋아하는 노모토는 좋은 재료를 저렴한 가격에 사고 싶고, 다양한 크기의 예쁜 그릇을 사고 싶고, 요리에 대한 이야기를 악플 걱정 없이 즐겁게 나누고 싶다. 먹기를 좋아하는 카스가는 상냥하고 친절한 사람에게 은혜를 갚고 싶고, 자신이 아는 좋은 장소에 데려가고 싶고, 이따금 자신도 맛있는 걸 대접하고 싶다. 이 모든 욕망을 채우려면 돈이 필요한데, 여성은 남성보다 임금을 적게 받는다는 현실까지 일깨워주는 완벽한 만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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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게임 1
사토 유키 지음, 야마구치 미코토 원작 / 학산문화사(만화)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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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2학년인 카타기리 유이치는 비록 가난한 집에서 태어났지만 친구를 소중히 대하라는 어머니의 가르침을 마음에 새기며 살아왔다. 유이치가 수학여행을 앞두고 아르바이트를 몇 개씩 하면서 열심히 수학여행비를 모으던 어느 날. 유이치네 반에서 청천벽력 같은 일이 생긴다. 반장인 시베 마코토와 부반장인 사와라기 시호가 그동안 반 아이들이 낸 수학여행비 전액을 도둑맞은 것이다. 시베와 사와라기, 그리고 미카사 텐지, 코코로기 유토리와 함께 절친한 5인조 중 한 명인 유이치는 친구인 시베와 사와라기가 당하고 있는 고통을 눈 뜨고 볼 수 없다. 그런 유이치에게 한 장의 편지가 날아드는데...


야마구치 미코토, 사토 유키의 만화 <친구 게임>은 2014년부터 현재까지 연재 중인 장편 만화다. 나는 이 작품을 일본 드라마 <친구 게임 R4>로 먼저 접했다. 돈보다 친구를 소중히 여기는 주인공이 절친한 친구 네 명과 함께 거액의 상금 또는 벌금이 걸린 '친구 게임'에 참가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리는데, 등장인물들이 게임의 각 단계에서 풀게 되는 문제들이 상당히 흥미롭고 각각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도 신박해 한동안 푹 빠져 지냈다. 일본 드라마 <라이어 게임>을 재미있게 봤거나, 두뇌 게임 형식이 가미된 미스터리 스릴러 만화를 좋아하는 독자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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