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 20세기 - 오늘의 클래식, 시대의 아이콘, 나의 취향이 된 20세기 걸작들의 문제적 탄생기
김재훈 지음 / 휴머니스트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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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문화를 대표하는 다양한 분야의 아이콘들을 그래픽 노블로 소개하는 형식의 책이다. 총 3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1부에는 내셔널지오그래픽, 라이프, 전쟁 포스터, 디저트, 자전거, 철도, 2부에는 바우하우스, 타이프페이스, 펭귄북스, 솔 바스, 의자, 자동차, 마터호른,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3부에는 도무스, 위스키, 로버트 크럼, 팝아트, 비저네어, 하비에르 마리스칼이 나온다. 내셔널지오그래픽이나 라이프, 펭귄북스처럼 지금도 유명한 잡지, 책의 역사를 알 수 있어서 좋았고, 자전거나 의자처럼 많은 사람들이 일상에서 즐겨 사용하는 물건이 어떤 과정을 거쳐 발전했는지를 그림으로 볼 수 있어서 유익했다. 


이 책을 보니 20세기 문화의 특징은 산업, 상업과의 연계인 것 같다. 내셔널지오그래픽, 라이프 같은 잡지가 대중적으로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언론 및 광고 산업의 발달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고, 자전거, 철도, 의자, 자동차 등이 계속해서 새로운 기술을 토대로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그에 따르는 비용을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의 수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디저트나 위스키처럼 유럽 일부 지역에서 주로 소비되던 아이템이 전 세계적으로 유행한 것 역시 교역의 발달, 세계화 등과 관련이 있을 터. 콘셉트도 좋고 내용도 좋고 작화도 좋아서 2권, 3권도 계속해서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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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는 미스터 최 - 사노 요코가 한국의 벗에게 보낸 40년간의 편지
사노 요코.최정호 지음, 요시카와 나기 옮김 / 남해의봄날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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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k님 유튜브에서 보고 구입했습니다. 너무 귀하고 재미있고 감동적인 글들이에요. 쓰신 분, 펴내신 분들 모두에게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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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는 미스터 최 - 사노 요코가 한국의 벗에게 보낸 40년간의 편지
사노 요코.최정호 지음, 요시카와 나기 옮김 / 남해의봄날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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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사노 요코가 베를린 유학 중 만난 한국인 남성 '미스터 최'(최정호)와 40여 년 동안 주고받은 편지를 엮어서 만든 책이다. 


처음에는 책의 콘셉트에 대해 반감이 없지 않았다. 두 사람이 오랫동안 사적으로 편지를 주고받았는데 한 사람이 세상을 떠난 후 남은 한 사람이 그 편지들을 세상에 내보인다는 게 부적절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책을 읽고 오래전부터 미스터 최가 사노 요코에게 편지들을 모아서 책을 내고 싶다는 뜻을 밝혀 왔음을 알 수 있었고("사노 요코의 편지는 혼자 읽기엔 너무나 아까운, 편지의 모양을 빙자한 하나의 에세이다"), 사노 요코가 세상을 떠난 후라도 출간될 가치가 충분히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독재 정권의 박해를 피해 도망치듯 베를린으로 유학 온 남자. 나이를 먹고 남편이 있어도 미술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던 여자. 두 사람은 한 송년 파티에서 만나 둘 다 일본어를 할 수 있다는 이유로 친해졌고, 각자의 나라로 돌아간 후에도 편지를 계속 주고받았다. 이 과정에서 오로지 예술만 생각했던 여자는 일본이 한국에 저지른 만행을 대신 사과하고 한국의 혼란스러운 정치 상황 때문에 고초를 겪는 남자를 진심으로 걱정한다. 나라 걱정과 생계에 대한 부담으로 매사에 심각했던 남자는 여자 덕분에 웃음을 되찾고 인생을 즐기는 법을 배운다. 


40년 동안 친구였다고 해도 실상 자주 얼굴을 본 건 베를린 유학 시절 몇 년이 전부일 텐데, 아무에게나 털어놓기 힘든 내밀한 이야기들도 나눈 걸 보면 우정의 농도가 꽤 진했던 것 같다. 사노 요코가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기 전 "서투른 그림만 그리는 게 아니라 서투른 글도 쓰고 있"다며 "이러다가 제 에세이집이 나오면 어떡하지요? 사람은 수치를 모르는 동물이에요"라고 걱정한 대목이라든가, 출산과 두 번의 이혼을 겪으며 불안하고 혼란스러운 마음을 이야기한 대목들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두 사람 모두 틈만 나면 당신의 재능이 부럽다며, 쉬지 말고 책을 쓰라고 독려하는 장면이 자주 나오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사노 요코는 한국어를 못해서 미스터 최가 쓴 책을 읽지 못할 텐데도 그런 말을 하니 재미있었다. 사노 요코가 말년에 한국 드라마에 심취했던 것으로 아는데, 오랫동안 미스터 최를 통해 한국 문화를 간접적으로 접했던 사노 요코의 눈에 드라마 속 한국의 모습이 어떻게 비쳤을지도 궁금하다. 한국에 늘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던 그가, 한국에서 이토록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는 작가가 되었다는 걸 알면 얼마나 기뻐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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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 좋아서, 음악을 생각합니다 - 음악이라고 부르는 모든 것들에 대하여
정경영 지음 / 곰출판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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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란 무엇일까. 우리는 흔히 음악 하면 악기 연주나 노래 등을 생각한다. 그렇다면 일상에서 볼 수 있는 사물들을 타악기처럼 두드리는 '난타' 공연에서 발생하는 소리는 음악일까. 휘파람이나 박수소리, 새소리, 물소리, 바람에 나뭇잎이 스치면서 나는 소리 등은 음악일까. 쇤베르크의 곡이 음악이라면, 층간 소음이나 아기 울음소리, 공사장에서 나는 소음도 음악이 될 수 있을까. 이 책은 바로 이런 생각들, 상상들에 답하는 책이다. 


저자 정경영은 한양대학교에서 음악사, 음악학, 음악과 관련된 교양과목들을 가르치고 있다. 이 책은 '인간과 음악적 상상력'이라는 제목으로 진행해온 교양과목의 내용을 정리하고 보완한 것으로, 타 전공 학생들도 수강하는 수업인 만큼 내용이 어렵지 않으면서도 대학 강의답게 깊이가 있다. 


우리가 음악 하면 떠올리는 음악은 주로 유럽의 클래식(고전주의) 음악에서 출발한 서양 음악 전반을 가리킨다. 이렇게 음악을 정의할 경우, 동양의 음악과 고전주의 이전의 음악이 배제되는 문제가 생긴다. 또한 악보가 존재하지 않는 음악, 악기에 의해 연주되지 않는 음악 등이 무시되고, 정식으로 음악 교육을 받은 사람만이 음악 생산자, 음악 전문가가 될 수 있다는 식의 인식을 낳는다. 


책에 따르면 음악은 "멜로디, 리듬, 강약 등의 도구를 통해 물리적으로 일정하게 흘러가는 객관적 시간에 적절한 포인트를 주어 그 시간을 나의 것, 즉 주관적 시간으로 만드는" 행위로서, 이 정의에 따르면 음악을 전공하지 않은 비전공자, 일반인도 누구나 음악을 만들거나 즐길 수 있다. 훌륭한 연주나 노래를 듣고 손뼉을 치는 행위, 공연장에서 떼창을 하는 행위 등은 음악을 감상하고 향유하는 행위인 동시에 연주자, 공연자와 '함께' 음악을 만들고 완성하는 행위가 될 수 있다. 


음악은 "특별한 경험을 갖춘 사람들만의 경험"이 결코 아니다. 친구나 연인과 좋아하는 음악을 공유했던 기억, 카페나 식당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듣고 감동했던 기억, 등하굣길이나 출퇴근길에 음악을 들으며 힘을 내거나 위로받았던 기억, 좋아하는 뮤지션의 콘서트나 연주회에 갔던 날의 기억 등등 누구에게나 잊지 못할 음악에 얽힌 기억이 있을 것이다. 그런 기억들을 떠올리게 해주는 유익하고 흥미로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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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트 투스
이언 매큐언 지음, 민승남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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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전 시대에 한 젊은 여성이 영국 정보부의 요원이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소설이라고 해서 존 르 카레의 <리틀 드러머 걸>을 상상했는데 설정만 비슷하고 전개는 전혀 다른 소설이다. 결말에 반전이 있으므로 스포일러에 주의하시기를(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없습니다). 


1972년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 졸업을 앞둔 세리나 프룸은 영국 정보부에서 일하는 연상 애인의 지도를 받아 MI5에 취직한다. 사무직 말단으로 몇 달을 보낸 후 처음으로 중요한 임무를 맡게 되는데, 임무의 내용은 '문화 전쟁'의 일환으로서 자유진영을 옹호하고 공산진영을 비방하는 내용을 담은 글을 쓰는 작가들을 지정하고 후원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세리나는 위장 신분으로 신예 작가 톰 헤일리에게 접근하게 되고, 몇 번의 만남 후 둘은 사랑에 빠진다. 


이 소설에는 세 개의 큰 비밀이 있다. 첫 번째는 세리나가 톰에게 감추고 있는 비밀이고, 두 번째는 세리나를 MI5에 취직시킨 전 애인에 관한 비밀이다. 세리나는 톰을 속이면서 톰과 연애하는 동안 남몰래 전 애인에 대해 조사한다. 과연 그는 나를 이용하기만 한 걸까, 아니면 진심으로 사랑하기도 한 걸까. 세리나를 오랫동안 괴롭힌 이 질문은 얼마 후 세리나 자신에게 돌아온다. 누가, 어떻게 그 질문을 되돌려 보내는지가 바로 이 소설의 세 번째 비밀. 


플롯이 기발하고, 로맨스와 스릴러, 첩보가 더해져 있어서 그런지 책장이 쭉쭉 넘어간다. 문화 전쟁을 소재로 하고 작가가 주요 인물로 등장하는 만큼 문학의 기능과 작가의 역할에 대해 생각해 볼 만한 점들도 많이 언급되어 있다. 영화화를 기대해 봐도 좋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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