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좋아서, 음악을 생각합니다 - 음악이라고 부르는 모든 것들에 대하여
정경영 지음 / 곰출판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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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란 무엇일까. 우리는 흔히 음악 하면 악기 연주나 노래 등을 생각한다. 그렇다면 일상에서 볼 수 있는 사물들을 타악기처럼 두드리는 '난타' 공연에서 발생하는 소리는 음악일까. 휘파람이나 박수소리, 새소리, 물소리, 바람에 나뭇잎이 스치면서 나는 소리 등은 음악일까. 쇤베르크의 곡이 음악이라면, 층간 소음이나 아기 울음소리, 공사장에서 나는 소음도 음악이 될 수 있을까. 이 책은 바로 이런 생각들, 상상들에 답하는 책이다. 


저자 정경영은 한양대학교에서 음악사, 음악학, 음악과 관련된 교양과목들을 가르치고 있다. 이 책은 '인간과 음악적 상상력'이라는 제목으로 진행해온 교양과목의 내용을 정리하고 보완한 것으로, 타 전공 학생들도 수강하는 수업인 만큼 내용이 어렵지 않으면서도 대학 강의답게 깊이가 있다. 


우리가 음악 하면 떠올리는 음악은 주로 유럽의 클래식(고전주의) 음악에서 출발한 서양 음악 전반을 가리킨다. 이렇게 음악을 정의할 경우, 동양의 음악과 고전주의 이전의 음악이 배제되는 문제가 생긴다. 또한 악보가 존재하지 않는 음악, 악기에 의해 연주되지 않는 음악 등이 무시되고, 정식으로 음악 교육을 받은 사람만이 음악 생산자, 음악 전문가가 될 수 있다는 식의 인식을 낳는다. 


책에 따르면 음악은 "멜로디, 리듬, 강약 등의 도구를 통해 물리적으로 일정하게 흘러가는 객관적 시간에 적절한 포인트를 주어 그 시간을 나의 것, 즉 주관적 시간으로 만드는" 행위로서, 이 정의에 따르면 음악을 전공하지 않은 비전공자, 일반인도 누구나 음악을 만들거나 즐길 수 있다. 훌륭한 연주나 노래를 듣고 손뼉을 치는 행위, 공연장에서 떼창을 하는 행위 등은 음악을 감상하고 향유하는 행위인 동시에 연주자, 공연자와 '함께' 음악을 만들고 완성하는 행위가 될 수 있다. 


음악은 "특별한 경험을 갖춘 사람들만의 경험"이 결코 아니다. 친구나 연인과 좋아하는 음악을 공유했던 기억, 카페나 식당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듣고 감동했던 기억, 등하굣길이나 출퇴근길에 음악을 들으며 힘을 내거나 위로받았던 기억, 좋아하는 뮤지션의 콘서트나 연주회에 갔던 날의 기억 등등 누구에게나 잊지 못할 음악에 얽힌 기억이 있을 것이다. 그런 기억들을 떠올리게 해주는 유익하고 흥미로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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