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한낮에도 프리랜서를 꿈꾸지 라이프스타일 에세이 1
박현아 지음 / 세나북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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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를 읽으면 납작하게만 보았던 타인의 삶을 보다 면밀하게 알 수 있게 된다. 이 책을 읽는 동안에도 그랬다. 그동안 나는 번역가라고 하면 주로 도서나 문서를 번역하는 일을 하고, 어릴 때 외국에서 살았거나 평생 외국어 하나만 바라본 사람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는 달랐다. 저자는 출판 번역도 하지만 카레 봉지 같은 상품의 패키징이나 기업에서 업무용으로 작성한 이메일 또는 사진 등을 번역한 적도 있다. 학창 시절에는 미대 입시를 했고, 번역가가 되기 전에는 게임 회사에서 일했다.


번역가로서 어느 정도 기반을 다진 후에는 '작가가 되자'는 목표를 세우고 매진했다. 책에는 저자가 작가가 되기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노력을 했는지가 자세히 나온다. 작가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전혀 아는 바가 없어서 일단 인터넷 검색부터 했다는 것이 공감이 되었고(모르면 무조건 검색이다!), 출판사에 처음 이메일을 보낼 때만 해도 원고도 없고 출간 기획서를 쓰는 법조차 몰랐지만 피드백이 오는 대로 성실하게 수정, 보완해서 답했다는 대목이 인상적이었다. 일단 시작하지 않았다면, 처음부터 완벽을 기했다면 지금의 성취는 없거나 미뤄지지 않았을까. 


책에는 번역가, 작가로서 일하는 이야기 외에 프리랜서로 생활하는 것에 관한 이야기도 나온다. 집에서 일할 때 주로 어떤 옷을 입는지, 일할 때 노트북을 쓰는지 데스크톱을 쓰는지, 어느 회사의 어느 제품을 사용하는지 등 구체적인 정보도 나온다. 프리랜서는 업무도 수입도 장래도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을 잘 관리하는 것이 좋다. 수면 시간도 일정하게 유지하고, 건강 관리도 소홀히 하지 않고, 컴퓨터 백업과 시스템 업데이트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이 밖에도 유용한 팁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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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의 오키나와 일본에서 한 달 살기 시리즈 3
김민주 지음 / 세나북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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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전에는 일 년에 몇 번씩 다녀왔던 일본 여행을, 팬데믹 이후로는 단 한 번도 가지 못했다. 팬데믹 때문에 발이 묶일 줄을 몰랐던 시절에 더 많이, 더 길게 여행을 다녀올 걸 하는 아쉬움이 늘 머릿속을 맴돈다. 떠날 수 없으면 읽으라고 했던가. 여행하지 못하는 안타까움을 달래기 위해, 예전보다 더 열심히 여행 책을 읽는 요즘. 한 권의 책이 눈에 들어왔다. 팬데믹 이전인 2019년 3월부터 4월까지, 한 달 동안 일본 오키나와에서 한 달 살기를 하고 온 번역가 김민주 님의 책 <한 달의 오키나와>이다. 


프리랜서 번역가인 저자는 세나북스에서 에세이 <일본에서 한 달을 산다는 것>의 공저자로 참여했다. 이때 오키나와에서 한달살이를 하면서 겪은 일들과 한달살이 이후 개인적으로 다녀온 오키나와 미야코지마 여행기를 더해서 이 책을 완성했다. 이전에 오키나와 여행을 준비한 적이 있어서 오키나와 여행 관련 책을 몇 권인가 읽었는데, 이 책만큼 현지인과 현지 생활에 밀착한 정보를 제공하는 책을 보지 못했다. 가이드북에 나오는 유명 관광지들만 돌아보고 끝내는 여행이 아니라, 오키나와 사람들과 부대끼며 오키나와의 역사와 전통, 문화와 풍습을 이해하는 여행을 하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가령 일본인 하면 내성적이고 낯을 많이 가린다는 인상이 있는데, 이 책에서 저자가 만난 오키나와 사람들은 달랐다. 오키나와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높아서 외지인에게 하나라도 더 알려주고 싶어하고, 오키나와에 대한 인상을 더 좋게 하기 위해 무리를 해서라도 친절하게 대했다. 오키나와 현지인들만 아는 정보도 많다. 오키나와 전통 음식으로 찬푸루, 소키 소바 등이 유명한 건 알았지만, '쥬시(소바 국물로 볶은 밥)'나 염소 고기 요리 등이 있는 건 처음 알았다. 음식점에서 나오는 물수건을 정사각형으로 접어서 컵 받침으로 쓰면 99퍼센트 오키나와 사람이라는 것도 이 책 덕분에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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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엄 서울
김서울 지음 / 호미와낫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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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울 작가의 <아주 사적인 궁궐 산책>을 읽고, 김서울 작가의 다른 책들이 궁금해져서 읽게 된 책이다. <아주 사적인 궁궐 산책>이 서울 5대 궁궐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즐기는 방법을 소개하는 책이라면, <뮤지엄 서울>은 대학에서 전통회화와 지류 보존과학을 공부한 저자의 전공이 훨씬 더 잘 드러나는 책이다. 색이 바랜 서예 작품이나 불에 탄 회화 작품처럼 해지고 손상된 유물들을 직접 보수하는 법을 배우고 관리하는 방법을 고민하면서, 전통의 의미와 목적에 대해 누구보다 진지하게 생각한 흔적을 여실히 본 듯한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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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극의 문자를 찾아서 - 문자 덕후의 발랄한 세계 문자 안내서
마쓰 구쓰타로 지음, 박성민 옮김 / 눌와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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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마쓰 구쓰타로는 (그 무섭다는) 중학교 2학년 무렵, 자기만의 '문자 만들기'에 열중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세계의 문자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대학에서 러시아어를 전공하고 졸업 후에도 중동이나 인도의 문자를 공부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이 책은 그동안 저자가 공부해온 세계의 문자들을 소개하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티베트 문자, 벵골 문자, 타이 문자, 몽골 문자 등 알파벳이나 한자 등에 비해 덜 알려진 세계의 문자들이 실려 있고, 캐나다 원주민 문자, 롱고롱고 문자, 돌궐 문자 등 지금은 사라졌거나 사라지는 추세인 문자들을 알려준다. 


이 책을 읽는다고 이 책에 소개된 문자들을 전부 읽을 수 있게 되는 건 물론 아니다. 그보다는 전 세계에 얼마나 다양한 문자들이 있는지, 각각의 문자들은 어떤 특징을 지녔고 왜 그런 특징을 지니게 되었는지를 소개하는 데 이 책의 목적이 있다. 가령 동남아시아 문자들은 대체로 동글동글한 모양을 지녔는데, 이는 이 지역의 문자들이 주로 야자수 잎에 쓰였기 때문이다. (야자수 잎은 줄을 쭉 그으면 잎이 찢어진다.) 반대로 북유럽 문자들은 직선 모양이 많은데, 이는 숲이 많은 북유럽에서는 나무에 문자를 새기려면 직선 모양이 편했기 때문이다. 


자랑스러운 우리 문자, 한글에 대한 설명도 나온다. 학창 시절 자기만의 문자 만들기에 열중했던 사람으로서, 저자는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에 대해 '대단히 머리가 뛰어난 사람이다', '안경 선배다!'라며 찬사를 보낸다. (ㅋㅋㅋ) 한편 일본에서 '한국어' 강좌 대신 '한글' 강좌라고 쓰는 것은 맞지 않다고 지적하는 대목도 있다. 이는 한글을 사용하는 나라가 한국과 북한, 둘이라서 그런 것 같다고 하는데, 같은 논리라면 영어도 영국뿐 아니라 미국, 호주 등등에서 사용하니 '영어' 강좌가 아니라 '알파벳' 강좌라고 써야 하는 것 아닐까. 어렵구나, 문자란. 복잡하구나, 정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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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이 내게 가르쳐준 것 - 톨레도, 엘 그레코 미술관 미술관에서의 하룻밤
레오노르 드 레콩도 지음, 최정수 옮김 / 뮤진트리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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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을 대표하는 3대 화가로 흔히 엘 그레코, 벨라스케스, 고야를 든다. 이 중에 벨라스케스와 고야는 친숙한데, 엘 그레코는 왠지 모르게 친숙해지기가 어려웠다. 다른 두 화가에 비해 작품의 주제나 분위기가 무겁고 엄숙하고, 인체를 묘사하는 방식이나 색채를 사용하는 방법이 기이하고 어딘가 뒤틀려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엘 그레코를 사랑하고, 스페인에서는 3대 화가로 추앙받을 정도면 내가 알지 못하거나 미처 깨닫지 못한 매력이 있을 터. 그래서 읽은 책이 이 책 <어둠이 내게 가르쳐준 것 - 톨레도, 엘 그레코 미술관>이다. 

이 책은 특별한 기획으로부터 탄생했다. 프랑스 스톡 출판사는 <미술관에서의 하룻밤>이라는 제목으로 작가 또는 예술가가 미술관에서 하룻밤을 지내며 화가 또는 작품들을 모티브로 한 에세이를 쓰게 하는 행사를 기획했다. 이 책의 저자 레오노르 드 레콩도는 프랑스의 유명한 바이올리니스트이자 소설가로, 자신의 부모님이 태어난 스페인에 방문해 스페인을 대표하는 화가 엘 그레코에 관한 글을 쓰기로 했다. 세상을 떠난 저자의 아버지가 엘 그레코와 마찬가지로 화가였기 때문에, 저자에게는 의미가 깊은 여행이었다. 

이 책은 저자가 스페인 톨레도에 있는 엘 그레코 미술관에서 하룻밤을 보내며 그곳에서 경험한 일과 떠올린 생각들을 서술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현대의 예술가가 과거의 예술가를 만나러 가는 여행기이자 엘 그레코에 관한 짧은 전기이기도 한 셈이다. 덕분에 엘 그레코에 관해 몰랐던 사실들을 많이 알게 되었다. 엘 그레코는 스페인을 대표하는 화가이지만, 스페인 출신이 아니라 그리스 출신이다. 그의 이름에서 '엘'은 스페인을 뜻하고 '그레코'는 그리스를 뜻한다. 엘 그레코는 그리스를 떠날 수밖에 없었고 결국 스페인에 정착했지만 평생 그리스를 잊지 않았다. 

엘 그레코의 생애에는 두 명의 여인이 있었다. 그리스에서 이콘화 화가로 지낼 때 만났던 아리아나라는 여인과, 스페인에 정착한 그에게 호르헤 마누엘이라는 아들을 낳아준 헤로니마라는 여인이다. 이들은 모두 어린 나이에 비극적인 죽음을 맞았다. 아리아나는 유산을 한 후 엘 그레코가 그리스를 떠나버리자 충격을 받고 죽었다. 헤로니마는 어린 나이에 아들을 낳다가 죽었다. 이들의 죽음은 엘 그레코의 생애에 긴 그림자를 드리웠다. 엘 그레코의 작품 중에 죽음을 묘사한 것이 많은 건 어쩌면 사랑했던 여인들의 죽음이 남긴 아픔과 회한 때문일지 모른다. 

여자가 늦은 밤 낯선 곳에 혼자 있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하고 공포스러운 일인지를 보여주는 일화도 나온다. 기획에 따라 미술관에서 하룻밤을 보내게 된 저자는 엘 그레코의 작품들이 전시된 방에 가만히 앉아서 그림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전부터 남자 경비원들이 감시 카메라로 자신을 지켜보고 있을 거라는 생각에 행동을 조심하고 있었는데, 새벽 1시가 넘어간 시각에 남자 경비원 중 한 명이 정숙하지 못한 차림으로 저자에게 다가와 수작을 걸었다(물론 저자는 받아주지 않았다). 저자가 남자였다면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일어났을 거야...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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