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use I am a Girl - 가난한 나라에서 여자아이로 산다는 것
플랜 제팬 엮음, 선현우 옮김 / 에이지21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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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여자로서 살아가기가 정말 녹록하지 않다는 것은 예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나이가 드니 조금은 무뎌진 것도 사실이었다. 직장에서도 이젠 여자이기 보다는 나이가 든 선배로서 조금은 대접을 받기도 하고 집에서도 아이들이 많이 자라서 잔손 갈 일도 없으니 더욱 그런가보다.

 그러나 딸을 키우는 엄마로서 여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로서 잠시라도 이 현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많이 좋아졌다고들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좌절하던 그 기억들이 아직도 생생하니 말이다.

 이 책 <Because I am a girl>을 읽으면서 지난 번에 읽은 책 <누가 꽃들의 입을 틀어막는가>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납치를 당해서 성노리개가 되고, 혹은 노예처럼 부림을 당하던 그 많은 우리의 자매들의 고통의 외침이 들리는 듯 했다.

  아프리카에서 남 아시아에서 라틴아메리카에서 소녀들은 가사노동에 시달리고 교육을 받지 못하고 어린 나이에 팔려가다시피 결혼을 한다. 어린 몸은 임신과 출산을 감당하지 못해서 죽기도 하고, 평생을 노예처럼 일만할 그 아이들의 이야기는 정말 슬프다 못해 참혹하다. 남자아이를 교육시켰을 때보다 여자아이를 교육시킬 때 더 많은 사회적 부가가치가 형성이 되고 긍정적인 사회의 변화가 일어나는 것은 여러 연구의 결과로 이미 밝혀져 있다. 가족과 사회를 먼저 생각하는 여성의 모성이 다른 사회로의 변혁에 큰 역할을 할 것임이 분명하지 않은가.

  얇은 소책자와 같은 이 책의 절반은 소녀들의 사진이다. 꿈꾸는 듯한 그 맑고 커다란 눈동자와 자신의 운명따위는 상관없다는 듯 커다랗게 웃고 있는 소녀들의 모습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아름다워서 슬픈 그 미소가 오래도록 나를 따라다닐 것 같다. 그 아이들의 미소가 슬픔으로 바뀌지 않게 하기 위해서 내가 지금 할 일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하는 미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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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조너선 프랜즌 지음, 홍지수 옮김 / 은행나무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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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대의 자유를 선용(善用)하라.'는 이 책을 읽는 내내 머리에서 떠니지 않는 말이었고, 또한 이 책을 관통하는 작가의 메시지(옮긴이의 말733쪽)라고 한다. 가장 미국적인 이 소설 속의 주인공들은 730쪽의 거대한 책 속에서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자유로운 삶을 구가하는 것이란 어떤 것인가를 극명히 드러내고 있다.

  주인공 패티외 월터 부부는 가장 전형적인 미국인 부부이다. 패티는 어린 시절 자신의 농구 경기에 부모가 한 번도 참석하지 않을 정도의 무관심에 깊은 상처를 받았고 그 반동으로 정서가 매우 불안한 친구를 사귄 적이 있다. 그녀는 우연히 친구 앨리자의 남자 친구였던 기타리스트에게 반하고 만다. 그러나 그는 그녀에게 무심하다. 리처드의 가장 친한 친구인 월터가 패티를 좋아했기 때문이다. 리처드의 거절에 상심한 패티는 결국 월터와 결혼을 하지만, 평생을 그 해소하지 못한 갈증으로 괴로워한다. 어린 시절을 엄마에 대한 과도한 책임감으로 아이답지 못하게 고생만 한 월터는 늘 여자에게 상처를 받는다. 그에게 유일한 안식처라면 리처드였다. 리처드에게 패티를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늘 불안한 월터는 패티와의 결혼 생활이 항상 행복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들에게는 완벽한 딸 제시카와 완벽한 아들 조이가 있었다. 너무도 제대로여서 손 하나 갈 것 없는 제시키와 달리 멋지기만한 조이에게 패티는 지나치게 집착하고 조이의 여자 친구를 용납하지 못한다. 결국 조이는 그런 패티와 부딪치고 그들은 불편한 사이가 되고 만다.

 패티와 월터, 제시카와 조이 그리고 패티의 부모인 레이와 조이스, 패티의 자매인 애비게일, 월터의 부모인 도로시와 진, 월터의 형제인 미치, 월터와 패티의 사이에 있는 리처드, 조이의 여자친구인 코니와 캐럴, 조이의 친구 조너선과 그 누나인 제나등 이루 셀 수 없는 다양한 인물들이 서로 만나고 갈등하고 혹은 미워하고 사랑하지만, 그들은 그들에게 주어진 자유의 대가를 혹독하게 치른다. 그들은 미국의 이라크 전쟁과 공화당과 민주당의 대립, 사회 정의 실현에 대한 갈등과 환경 보호등 다양하고 극적인 거대한 사건들이 개인의 삶에 어떻게 얽혀있는 지 보여주고 거창하고 거국적인 사건들의 중심에는 여전히 작고 여리고 상처받기 쉬우며 이기적인 사람들이 있음을 이야기 한다.

 어린 시절부터 미국은 자유의 나라라고 배웠다. 그렇게 본다면 다른 나라는 자유로운 나라가 아니라는 말도 되는 지라 철들고 나서는 조금 못마땅하기도 했다. 영화와 미국드라마에서 흔히 보듯이 그 곳의 젊은이는 자기의 주장대로 사는 것처럼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스무 살이 넘으면 부모의 간섭없이 자기의 앞길을 계획하고 실천한다. 어린 나이에 아이를 낳든, 결혼을 하든, 혹은 이혼을 하든 또는 대학을 가든 어떻든 간에 자기가 알아서 하니 자유의 나라라는 말이 나올 만하다.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잘 안나오지만, 그들은 그 자유의 대가를 지불하고 있다고 한다. '독립'이라는 말에는 무엇을 선택할 자유가 들어있지만, 어떤 일을 꼭 해야만 하는 의무도 함께 들어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대학엘 다니려면 학비를 벌어야하고, 집세를 내야하며, 아이를 나으면 아이를 키우고 먹고 살아야 한다. 요즘엔 조금 변해서 늦은 나이까지 부모에게 손을 벌리는 젊은이들이 많이 생겼다고 하지만, 기본 원칙은 그렇다. 그러니, 자유라는 말은 참말로 무서운 말이 아닐 수 없고 반드시 '선용(善用)'해야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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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지기 때문에 놀러 왔지 (양장) - 조선의 문장가 이옥과 김려 이야기
설흔 지음 / 창비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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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스킨이 양서론에서 말하기를 "인생은 참으로 짧으므로 좋은 책을 읽어야한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저 책은 읽을 수 없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서점엘 가면 오늘도 새로 나온 책들이 있고, 다들 현란한 수식어와 화려한 수상 경력으로 저를 사가라고 강요한다. 좋은 건지 어떤 건지 모르겠지만, 굳이 서점까지 가지 않더라도 클릭 몇 번으로 저렴하고 편안하게 책을 받아볼 수도 있는 그런 세상이 되었다.

 책이 홍수를 이루는 요즘 세상에서는 좋은 책 한 권 골라 읽기가 더욱 힘이 든다. 예전에는 '책도둑은 도둑이 아니'라는 말까지 있을 정도로 '책'이라는 단어에 무한한 신뢰가 가능했지만, 이젠 꼭 그렇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책을 고르는 독자의 능력이 중요하다는 것은 어쩌면 가끔씩은 덜 준비된 글을 세상에 보이는 사람도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사상과 철학에 대한 고민이 없거나 내용에 대한 확신이 덜 하거나 혹은 문체에 대한 고민이 없는 그런 막 쓴 글을 화려한 장정으로 묶은 책을 볼 때는 불현듯 화가 나기도 한다.

 그러니 이 책 <멋지지 때문에 놀러왔지>를 보면서 참 행복할 수 밖에 없었다. 이옥선생처럼 버릴 수 없는 자신의 문체를 가진 이가 세상에 얼마나 될까 싶기도 하고, 요즘 세상엔 어떤 이를 이 분에게 비길까 싶어 혼자 고민해 보기도 했다.

 사람 사이의 사귐이라는 것이 어떤 것일까? 한 학교를 다니기 때문에 혹은 같은 사무실을 쓰기 때문에 가까워지기도 하고, 옆집에 살아서 친해지기도 한다. 그들과 한 공간을 점유하면서 날마다 얼굴울 마주 대할 때는 가족과 친척보다도 더욱 깊은 사이가 되기도 한다. 오죽하면 '이웃사촌'이라는 말까지 있을까. 다만, 그 공간에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때 우리의 사귐이 어떻게 되는 지도 우리는 안다. 처음엔 헤어짐에 아쉽고 날마다 연락을 주고 받기도 하면서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지만, 또 우리는 새롭게 만난 새로운 사람들로 그들을 대신하곤 한다.

 그러나 이옥 선생과 김려 선생처럼 어떠한 가치를 서로 공유하고 있을 때 그 사귐은 결코 'OUT OF SIGHT, OUT OF MIND'는 아닌 것이다.

 우리에겐 현명하고 개혁적인 군주로 비친 정조대왕께서 어찌 그리 문체 만큼은 보수적이었을까 싶은 게 참으로 안타까웠다. 이옥 선생은 뛰어난 문재로 성균관에서 치르는 시험에 늘 최고의 성적을 냈지만, 임금은 그의 문체를 달갑지 않게 여겼다. 김려 선생은 이옥 선생과 가장 가까운 친구로 그들은 함께 북한산을 유람하면서 술 한 잔에 글 한 수를 지으면서 행복한 시절을 보냈다. 그들은 서로의 글을 함께 읽었고 서로의 글을 사랑했다. 그러나 임금에게 이옥 선생이 벌을 받으면서 그들의 사이는 조금씩 틈이 생겼다. 김려 선생이 이옥 선생을 잊고자 하면서 스스로 몸을 낮추고자 했을때도 이옥 선생은 친구에게 다가가지 못하면서도 그의 뒤를 따르고 여전이 그를 그리워했다.

 진정한 사귐이란 바로 이런 것일까? 언제 어느 자리에서도 생각나는 벗, 내가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것을 함께 이해하는 벗이 있다면 더 이상 함께 하는 공간이 없더라도 그 사귐은 영원한 것임을 그들은 보여준다.

 오늘 읽은 이 책은 저 책을 읽을 시간을 빼앗았어도 전혀 아깝지 않은 그런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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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로 세상을 건너는 법 - 메콩강 따라 2,850km 여자 혼자 떠난 자전거 여행
이민영 글.사진 / 이랑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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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나간 시절, 한비야의 세계여행기는 얼마나 나의 마음을 뒤흔들었던가 기억이 생생하다. 지리 수업시간에나 언급하던 그런 이름의 나라들에 직접 가서 그것도 누구의 안내없이 구경을 하고 사진을 찍고 밥을 먹고 심지어 그들의 집에서 넙죽넙죽 잠을 자면서 세상을 온통 다 돌아다닌 그 기록은 이 땅의 수많은 아줌마들의 가슴에 질투와 자괴감과 부러움과 가진 것들에 대한 허망함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혹시 그 때의 감동이 그립다면 이 책을 보면 될 일이다.

 태국과 베트남, 라오스와 캄보디아를 흐르는 메콩강을 따라 그녀는 자전거의 페달을 밟는다. 양쪽에 짐을 싣고 언덕을 올라갈 때는 헐떡거리면서 내려올 때는 세상을 다 얻은 듯한 기분으로 달린다. 아름다운 경치를 만나면 앉아서 쉬고 마을 사람들을 만나면 손짓과 발짓으로 인사를 한다. 가끔씩은 그들에게 밥을 얻어 먹기도 하고, 아이들과 친구가 되어 놀기도 한다. 세계 각국에서 온 자전거 여행자들을 만나 나이와 국적을 떠나 이상을 공유하는 친구를 맺기도 하고, 한국에서는 도저히 만나기 어려운 멋지지만 낯선 삶을 사는 우리나라 사람들을 만나 밤새 맥주잔을 기울이기도 한다.

 때로는 버스를 타기도 하고 또 가끔은 배에 자전거를 싣기도 하면서 느린 속도로 그들의 삶 속으로 들어간 그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혹시 물이 이상하지는 않을까? 혹시 그 음식은 맛이 이상하지 않을까? 의심이 많은 나는 엄두도 못 낼 일이다. 그는 동네 음식도 맛나게 먹고, 내겐 좀 맛이 불편한 그 나라의 맥주도 잘도 마신다. 온몸과 자전거가 황토로 뒤덮이도록 몸을 움직여도 오히려 행복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의 그런 힘은 삶과 사람 그리고 세상에 대한 진지한 관심과 고민의 시기를 거쳤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좀 더 제대로 살기 위해서 젊은 시절 치열한 고민을 하고 삶의 방향을 찾기 위해서 세상을 떠돌아 본 경험이 있는 그가 참 많이 부러웠다. 젊은 시절 삶에 대한 진지한 관심을 가질 시간도 정신적 여유도 없었던 내 자신이 순간 남루해 보이기까지 했다. 그의 삶과 나의 삶의 접점은 과연 있을까?

 읽는 내내 오래 전에 갔던 태국의 여러 풍경을 떠올렸다. 후텁지근한 날씨, 소금기 머금었던 바람과 어딘지 살짝 거북하던 음식 냄새가 그대로 살아왔다. 늘 웃는 얼굴이던 사람들과 인형같던 아이들의 얼굴, 달콤하던 과일과 아름다운 사원들이 있던 그 곳이 그리워진다. 나도 자전거 잘 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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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게임
아다치 모토이치 지음, 성지선 옮김 / 바다봄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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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소설을 읽고 나서 한동안 리뷰를 쓰기 어려웠다.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주인공의 심리도 그를 사랑하는 여인의 심리도 말이다. 또한 그들의 게임의 대상이 되었던 사람들 역시도 정상(정상의 범주만큼 주관적이고 작위적인 것이 또 있을까?)이라고 보기에 어려움이 있어 보였다.

 사랑의 완성의 순간 그녀가 자살해 버려서 사랑을 믿을 수 없는 백만장자 구로미야는 이 세상에 진정 사랑이라는 것이 존재하기는 하는지 실험을 하기로 한다. 진실한 사랑을 보여주는 게임의 위너에게 1억엔을 주겠다는 그 게임에서 단 한 사람도 승리하지 못한다. 아름다운 사치에는 그 어떤 남자와도 결혼을 할 수 없었다. 도리어 그녀는 그녀의 그 황폐한 삶의 원인이 옛사랑으로부터 받은 상처때문이라는 것을 알게되고 눈물을 흘린다. 훌륭한 가정의 가장인 고이치는 아름답고 완벽한 아내 유우코와 이혼을 하라는 미션을 받는다. 아내와의 완벽한 결혼 생활에 자신이 있었으므로 고타로는 그 게임에 자신을 한다. 그러나 밝혀진 진실은 너무도 무시무시했고, 고타로는 아내와 세상에 대한 믿음을 잃어버리고 만다.

 이 소설을 읽고 나니, 사랑이라니 그 얼마나 실체가 없이 허황한 말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 누가 사랑을 확신하고 나 자신에 대한 믿음도 확실치 않은데 그를 믿고 사랑의 맹세를 기약할까 싶다. 어쩐지 가슴이 따뜻해지는 그런 책을 읽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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