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조너선 프랜즌 지음, 홍지수 옮김 / 은행나무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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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대의 자유를 선용(善用)하라.'는 이 책을 읽는 내내 머리에서 떠니지 않는 말이었고, 또한 이 책을 관통하는 작가의 메시지(옮긴이의 말733쪽)라고 한다. 가장 미국적인 이 소설 속의 주인공들은 730쪽의 거대한 책 속에서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자유로운 삶을 구가하는 것이란 어떤 것인가를 극명히 드러내고 있다.

  주인공 패티외 월터 부부는 가장 전형적인 미국인 부부이다. 패티는 어린 시절 자신의 농구 경기에 부모가 한 번도 참석하지 않을 정도의 무관심에 깊은 상처를 받았고 그 반동으로 정서가 매우 불안한 친구를 사귄 적이 있다. 그녀는 우연히 친구 앨리자의 남자 친구였던 기타리스트에게 반하고 만다. 그러나 그는 그녀에게 무심하다. 리처드의 가장 친한 친구인 월터가 패티를 좋아했기 때문이다. 리처드의 거절에 상심한 패티는 결국 월터와 결혼을 하지만, 평생을 그 해소하지 못한 갈증으로 괴로워한다. 어린 시절을 엄마에 대한 과도한 책임감으로 아이답지 못하게 고생만 한 월터는 늘 여자에게 상처를 받는다. 그에게 유일한 안식처라면 리처드였다. 리처드에게 패티를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늘 불안한 월터는 패티와의 결혼 생활이 항상 행복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들에게는 완벽한 딸 제시카와 완벽한 아들 조이가 있었다. 너무도 제대로여서 손 하나 갈 것 없는 제시키와 달리 멋지기만한 조이에게 패티는 지나치게 집착하고 조이의 여자 친구를 용납하지 못한다. 결국 조이는 그런 패티와 부딪치고 그들은 불편한 사이가 되고 만다.

 패티와 월터, 제시카와 조이 그리고 패티의 부모인 레이와 조이스, 패티의 자매인 애비게일, 월터의 부모인 도로시와 진, 월터의 형제인 미치, 월터와 패티의 사이에 있는 리처드, 조이의 여자친구인 코니와 캐럴, 조이의 친구 조너선과 그 누나인 제나등 이루 셀 수 없는 다양한 인물들이 서로 만나고 갈등하고 혹은 미워하고 사랑하지만, 그들은 그들에게 주어진 자유의 대가를 혹독하게 치른다. 그들은 미국의 이라크 전쟁과 공화당과 민주당의 대립, 사회 정의 실현에 대한 갈등과 환경 보호등 다양하고 극적인 거대한 사건들이 개인의 삶에 어떻게 얽혀있는 지 보여주고 거창하고 거국적인 사건들의 중심에는 여전히 작고 여리고 상처받기 쉬우며 이기적인 사람들이 있음을 이야기 한다.

 어린 시절부터 미국은 자유의 나라라고 배웠다. 그렇게 본다면 다른 나라는 자유로운 나라가 아니라는 말도 되는 지라 철들고 나서는 조금 못마땅하기도 했다. 영화와 미국드라마에서 흔히 보듯이 그 곳의 젊은이는 자기의 주장대로 사는 것처럼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스무 살이 넘으면 부모의 간섭없이 자기의 앞길을 계획하고 실천한다. 어린 나이에 아이를 낳든, 결혼을 하든, 혹은 이혼을 하든 또는 대학을 가든 어떻든 간에 자기가 알아서 하니 자유의 나라라는 말이 나올 만하다.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잘 안나오지만, 그들은 그 자유의 대가를 지불하고 있다고 한다. '독립'이라는 말에는 무엇을 선택할 자유가 들어있지만, 어떤 일을 꼭 해야만 하는 의무도 함께 들어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대학엘 다니려면 학비를 벌어야하고, 집세를 내야하며, 아이를 나으면 아이를 키우고 먹고 살아야 한다. 요즘엔 조금 변해서 늦은 나이까지 부모에게 손을 벌리는 젊은이들이 많이 생겼다고 하지만, 기본 원칙은 그렇다. 그러니, 자유라는 말은 참말로 무서운 말이 아닐 수 없고 반드시 '선용(善用)'해야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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