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와 예술 그리고 상상력 - 유쾌한 미학자 진중권의 7가지 상상력 프로젝트
진중권 지음 / 휴머니스트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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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책의 핵심은 진중권이 이 책의 서두에서 말한 것에 다 들어있다고 볼 수 있다.

 

'상상은 정신의 놀이다. 상상을 할 때 정신은 노동을 하지 않고 놀이를 한다.' (9쪽 쯤)

 

그러면 정신의 놀이는 뭔가? 그건 예술이다. 예술이 육체노동을 포함하고 있지만, 우리의 정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몸이 따라 행동하는 것이니, 예술은 결국 정신의 놀이이고, 정신의 표현이다.

 

그렇다면 이 책의 제목과 연결지어서 이야기하면 예술은 바로 '상상력의 놀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런 놀이를 누가 가장 잘 즐길 수 있을까? 두말하면 잔소리다. 바로 아이들이다. 아이들에게는 고정된 무엇이 없다. 자신의 눈에 보이는 것, 들리는 것, 손에 잡히는 것 모두가 놀이가 된다.

 

그런 아이의 마음, 아이의 눈을 지니고 지내는 것, 그것이 바로 예술에 가까이 가는 비결이다. 다른 말로 바꾸면 상상력을 늘 지니고 살 수 있는 비결이 된다.

 

이 책에서는 '7가지 상상력 프로젝트'를 제시하고 있다. 7장으로 나누어 예술이라고 할 수 있고, 또 놀이라고 할 수 있는 온갖 상상력들이 발휘된 것들을 이야기해주고 있다.

 

그리고 끝부분에서 이렇게 정리하고 있다.

 

'상상력 혁명으로 도래한 새로운 사유의 특징을 일곱 개의 키워드로 요약 ... 비선형, 순환성, 파편성, 중의성, 동감각, 형성문자, 단자론. 이 특성들이 이 책의 형식 속에 가시적으로 구현되어 있다.' (368쪽)

 

이 책을 읽으면서 이들이 이 책에 어떻게 나와 있는지 찾아보면 좋을 것 같다. 굳이 찾지 않더라도 읽으면서 새로움을 느낄 수 있으니 그냥 읽어가도 좋을 것 같고.

 

읽으면서 왜 각 장을 1장, 2장 또는 대표적인 제목이 있음에도 색깔이 있지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red, orange, yellow, green, blue,navy blue, purple

 

뭐지, 하다가 겉표지를 보고, 또 책을 옆에서 보고 이런 이거 무지개 색깔이잖아 했다. 상상력을 다룬 책답다는 생각.

 

무지개, 지상에서 천상으로 이어주는 다리이기도 하지만, 아무 때나 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평소에는 존재하지 않지만 조건이 갖추어지면 나타나는, 그리고 어른들보다는 아이들에게 더 관심을 받는... 또 빛을 한 색으로 보지만, 7가지 색으로 볼 수도 있음을, 그보다 더하고 덜할 수도 있지만, 여기서는 넘어가고...

 

그러니, 각 장들을 이런 색으로 배분한 것은 이 책 역시 하나로 보지 말라는 이야기로 받아들이고...

 

여러가지 사진들과 또 재미 있는 것들, 우리가 지금 현실에서 사용하고 있는 것들이 옛날에는 상상에만 존재하기도 했음을, 지금 우리가 상상하는 것이 현실이 될 수도 있음을 이 책을 통해서 알 수 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상상하는 힘을 잃지 말아야겠지. 상상력이 합리성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합리성을 바탕으로 그를 넘어서는 것이기에 21세기에는 더더욱 상상력이 필요한 시대라는 사실을 명심하고...

 

그런 재미 있는 상상력의 세계, 예술이 놀이와 하나가 되어 우리 곁에 다가온 과정, 결과물, 그리고 우리 역시 예술을 놀이로 만들 수 있음을, 그 매개를 상상력이 함을 알게 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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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70주년이라고, 오늘이 토요일이라고, 어제를 임시 공휴일로 지정하기도 했다. 그만큼 뜻깊은 날이라는 뜻이겠지.

 

그러나 임시공휴일 지정보다도 더 중요한 일이 친일잔재 청산 아닌가. 아직도 우리말에는 일본말들의 찌꺼기들이 남아 있고, 또 일제에 협력했던 사람들의 후손들이 큰소리를 치고 있기도 한 현실 아니던가.

 

용서와 기억은 다른 차원의 문제인데... 용서란 먼저 잘못을 인정하고 빌어야 상대방이 하든 말든 결정을 하는 요소일텐데...

 

친일행위를 했던 사람들 중에 진정으로 참회하고 용서를 구한 사람이 얼마나 될까? 자신의 행동에 대해서 책임을 지려했던 사람들이 얼마나 되나? 오히려 자신의 행동을 극구 합리화하려 하지 않았던가.

 

후손들도 마찬가지. 조상들의 친일행위를 인정하지 않으려 하는 모습을 지금까지도 보이고 있지 않은가. 일부 힘있는 자손들은 적반하장으로 오히려 더 큰소리를 치고, 떵떵거리며 살고 있기도 한데...

 

반성을 하지 않는데 용서를 하라는 건 말이 안된다. 그러므로 치열하게 기억해야 한다. 기억을 통해서 이런 역사가 반복되지 않게 해야 한다. 그럼에도...

 

오늘 한겨레신문을 보다가 기가막혔던 것 중 하나... 유관순 열사에게는 대통령이 화환 하나 보낸 적이 없는데... 국회의원 장모에게는 화환을 보낸 적이 있다고 하니... 무슨 훈격에서 차이가 난다나...

 

하지만 유관순 열사는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다들 어린 시절에 듣고 보고 배운 사람 아니던가. 3.1 독립운동 하면 빠지지 않는 분 아닌가. 전국민이 유관순 누나라고 칭송하는 사람 아닌가. 그런 분에게 훈격 운운하면서 대통령이 화환 하나 보내지 않았다니...

 

이러니 무슨 기억이 되었겠는가. 부끄러운 역사, 자랑스런 역사를 기억해야만 용서고 뭐고 이루어지지 않겠는가.

 

책을 읽다가 교과서에 채만식 작품이 늘 실렸다는 생각을 했다. 채만식 하면 일제시대 우리나라 풍자소설, 사회소설의 대가라고 알려져 있지 않은가.

 

그의 작품 중에 고등학교까지 나온 사람들은 비록 읽지는 않더라도(이게 문제다. 작가들의 작품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을 시간과 정열이 우리나라 학생들에게는 없다) '태평천하, 탁류, 레디-메이드 인생, 치숙, 논이야기, 미스터 방' 정도는 제목을 알고 있는 사람이 많은데, 그가 친일문학 활동을 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아니 했더라도 먹고 살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했을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거야 본인에게 물어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그가 친일문학 작품을 쓴 것은 확실한데... 여기서 채만식이 다른 작가들과 다른 점이 하나 있다.

 

그는 나름대로 반성을 하고 그것을 작품으로 남겼다는 점이다. 그 작품은 '민족의 죄인'

 

그는 최소한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기억하고, 그것을 작품을 통해 용서를 구했다는 것이다. 이런 사람은 용서할 수 있다. 끝까지 자신을 반성하지도 않고 오히려 큰소리를 치는 사람에 비하면.

 

문학가들 가운데도 친일을 한 사람이 많은데... 다른 분야는 말해 무엇하겠는가. 하지만, 우리는 그들을 용서는 하되(먼저 반성을 해야 한다는 전제가 있다) 기억을 해야만 한다. 그런 작업들이 우리 사회에서도 많이 이루어져서 반갑기는 한데... 좀더 널리 확산될 필요가 있다.

 

문학자들에 대해서는 임종국의 "친일문학론", 그리고 최근에는 젊은 학자들을 중심으로 여러 편의 책이 나왔는데... 김재용의 "협력과 저항", 한수영의 "친일문학의 재인식", 김재용, 김미란 편역, "식민주의와 협력", 윤대석의 "식민지 국민문학론" 등이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친일인명사전"이 있는데... 이거 가격이 만만치 않아서 일반 가정집에서는 구비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도서관들이나 관공서에서 비치하면 누구나 쉽게 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정운현이 편저한 "친일파 죄상기"나 "친일파는 살아있다"도 읽을 만하다. 여러 자료를 모아둔 책이니 말이다.

 

  광복 70주년... 사람의 나이로 따지만 공자 말대로 '종심'이다. 마음이 가는 대로 해도 괜찮을 나이다. 그런 나이면, 이제 우리나라도 일제의 잔재에서 벗어나 무엇을 해도 좋아야 하지 않을까.

 

  광복 70주년 채만식의 소설을 생각하다가, 친일행위에 대한 생각으로까지 나아갔다.

 

암울했던, 부끄러웠던 역사를 굳이 끄집어내는 것은 기억을 통해서 역사의 반복을 막기 위해서다. 일본 총리 아베가 아직도 제대로 용서를 구하지 않고 있지 않은가. 그럼에도 우리 역시 우리 자신들의 과오를 제대로 바로잡지 않으면,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역사를 반복되지 않게...부끄러운 역사는 청산하고 부끄러운 행위는 용서하되, 철저하게 기억해야 한다. 기억해야만 한다. 광복 70주년을 맞아 임시공휴일 지정보다 그것이 더 우선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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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 여러분 반올림 14
이상운 지음 / 바람의아이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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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요즘은 중학생 시기가 교육하기 가장 어려운 시기가 아닌가 싶다. 농담식으로 북한이 쳐들어오지 못하는 이유도 중2때문이라고도 하니, 사춘기에 접어들어 그 사춘기의 전성기를 누리는 중학생 시기는 여러모로 어른들로서는 다루기 힘든 시기임에는 분명하다.

 

그렇다고 중학생 시기가 그냥 질풍노도의 시기만이냐 하면 그건 아니다. 이때는 초등학교를 벗어나 고등학교를 앞두고 자신의 정체성과 자신의 앞날에 대해서 고민하면서 찾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한발 한발 어른으로 다가가는(요즘에는 이런 말을 하기가 좀 힘들다는 생각이 들지만) 시기인 것이다. 그래서 많은 것들을 경험하고, 많은 고민을 하는 시기여야 하는데... 과연 그럴까 하면 좀 의문이다.

 

중학생 시기에도 이미 대학을 눈 앞에 두고 있는 양, 성적-성적-성적 하는 경우도 많고, 또 좋은 고등학교에 가기 위해서 선행학습을 하는 경우도 많고, 최소한의 성적을 유지해야 한다는 불안감에 학교-학원을 반복하는 생활을 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정부에서 내년부터 자유학기제라고 하여 시험 없는 한 학기를 운영하도록 하겠는가. 그만큼 중학생들의 경험의 폭이 좁았다는 얘기다.

 

실제로 체험을 할 조건이 부족하다면 간접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그 경우가 바로 독서라고 보고, 요즘은 중학생 시기에 어울리는-그들을 주인공으로 삼고, 그들이 겪을 수 있는 일들을 소설로 쓴- 소설이 많이 나와 있으니, 마음만 먹으면 간접 경험은 독서를 통해 충분히 할 수 있다.

 

이 소설도 그런 소설 중의 하나다. 주인공은 중학교 3학년생. 이 소설은 모두 5편의 단편 소설들로 묶여 있는데... 이를 연작소설이라고 해도 좋다. 각 편은 독립적이지만 또 모두 연결되어 있다. 거기다 순서대로 작품이 편성되어 있기에, "중학생 여러분"이라는 장편소설의 각 장 제목이라고 보면 된다.

 

장편소설 그러면 왠지 길어보여서 읽기 싫어지기도 하는데, 이 소설은 그런 면에서는 어느 장을 읽어도 상관이 없기에 읽기에 편하다.

 

게다가 학창시절에 고민할 만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는데, 그 이야기들이 무겁지 않고 경쾌하게 진행이 된다.

 

서술자가 주인공은 나(정현서)로 직접 자신의 이야기를 바로 읽는 중학생(너)에게 해주는 식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중학생 독자들에게는 더욱 친근하게 다가가리라.

 

여름 방학숙제로 부터 이야기가 시작되어 중3을 마치는 시기까지 시간별-사건별로 구성이 되어 있는데...

 

마치 70년대 얄개전을 보는 듯하게 읽으면서 웃음을 지을 수가 있다. 무거운 이야기를 결코 무겁지 않게 이끌어가 감정의 과잉에 빠지지 않게 한다.

 

학생들이 하는 봉사활동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과 머리에 관한 일 등은 재미있게 웃으며 읽을 수 있는 것이고, 가정불화로 인한 이혼 때문에 고민하는 여자 주인공 이야기도 서술자의 진술에 따라 칙칙하지 않게, 이들이 그것을 상큼하게 극복하고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하여 재미있게 맞아, 이럴 수도 있지, 우리도 그랬지 하면서 읽을 수 있는 작품이다. 마치 요즘 '개그콘서트'의 한 분야인 'YES OR NO' 꼭지를 보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맞아,나도 그래, 아냐, 난 안 그랬어, 하면서 읽을 수 있는 소설.

 

가끔 공부하다 머리가 아픈 중학생들, 이런 소설을 읽고 머리를 식혔으면 좋겠다. 무겁게 표현할 수 있는 주제를 경쾌하게 이끌어가고 있으니, 중학생들이 읽으면서 아픈 머리를 식힐 수 있는 좋은 소설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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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이 뒤숭숭하다.

 

롯데그룹 후계자 문제로 형제간에 싸움이 일어난 것을 비롯하여, 교사들의 성추행 사건으로 인한 교육계에 대한 불신.

 

학원에서 선행학습을 금지한다고 하더니, 이제는 학교에서 방과후 교육에서는 선행학습을 실시해도 된다고 하니...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하는지... 대학을 가고자 하는 모든 청소년들이 자기가 어느 것을 하고 싶어하는지와는 상관없이 수학을 잘해야 하는 그런 현실도 좀 어지럽고...

 

물론 수학이 단순한 문제풀이가 아니라, 살아가면서 익혀야 하는 가장 기초적인 논리, 합리성을 획득할 수 있는 좋은 교과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지만, 우리나라 학생들이 생각하는 수학은 대학을 가기 위한 사다리에 불과하다.

 

대학에 들어가면 수학과 관련된 전공이 아니면, 바로 걷어차 버리는... 수학이 자신이 몸과 마음에 배어 있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도 못한 채.

 

여러가지로 어지러운데..,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도 없는 일이고.

 

배창환이 시집을 빼들었다. 그가 교사라는 사실, 전교조 활동으로 해직도 당했다는 사실, 다시 복직하여 학교에서 학생들이 어려워하는 '시교육'이 아닌, 학생들의 마음에 다가가는 '시교육'을 하려고 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교사들의 성추행으로 뒤숭숭해진 교육계에 이런 교사도, 이렇게 시를 쓰면서 아이들과 함께 하려는 교사도 있음을 확인하고 싶었다고나 할까...

 

이 시집에 실린 시 중에... 이것이 지금 우리가 처한 현실이 아닐까... 우리는 그동안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우리가 뒤집어야 할 현실은 이토록 뿌리깊게, 견고하게 버티고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하게 한 시다.

 

       풀, 전쟁

 

배추밭 만들려고 햇살 따가운 날

바랭이풀 자욱한 풀밭에 호미를 들이댄다.

깡마른 땅을 찍어나가면

어떤 놈은 허리가 잘려 나오고

뿌리 근처까지 걸려 나오는 일이 있지만

실뿌리까지 온전히 딸려나오는 법은 없다.

당기는 힘에 저항 못하고 올라올 경우에도

마지막 순간에는 후생(後生)을 위해

한올의 잔뿌리라도 남겨두고 와서

죽은 체하는

저 풀,

 

끝까지 드러내지 않는 이 풀들의 실체.

우리는 이 풀뿌리와의 전쟁을 치러온 셈인가

젊은날 우리는 이 풀뿌리를 비유하여

한줌밖에 안되는 권력이라 했다

한줌,

아니었다.

그건 거대한 뿌리였다.

아무리 파뒤집고 찍어대도 또 자욱해질 이 풀밭

저 거대한 뿌리를 향하여

때로는 호미를 던져버리고 싶은

나를 향하여

꼭꼭 찍어가야 할

끝이 보이지 않는 이 전쟁.

 

배창환, 흔들림에 대한 작은 생각, 창작과비평사. 2000년 초판 3쇄. 52-53쪽.

 

재벌가들이 벌이는 그들만의 진흙탕 싸움도, 수학으로 인한 머리 아픔도, 교사들의 성추행 사건도, 모두 이 풀과의 전쟁같지 않은가.

 

다 뽑았다 하는 순간에도 잔뿌리를 남겨 다시 자라나는 풀. 우리가 아직 해결하지 못한 그 숱한 일들에 '호미를 던져버리고 싶은' 마음이 들겠지만... 그래도 자신을 추스리면서 '꼭꼭 찍어가야' 하지 않겠는가. 

 

그런 생각이 든 시다.

 

이 시에 이어서 시 한 편 더... 아무리 교사들이 성추행 사건으로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지만, 그럼에도 좋은 교사들이 많다는 사실.

 

노력하는 교사들이 많다는 사실... 지금은 국회의원이 된 도종환 시인이 '어릴 적 내 꿈은'이라는 시에서 말했던 그런 교사들이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겠다. 그래야 우리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더 행복해지지 않을까.

 

배창환 시인은 도종환 시인의 시에 붙여 이런 시를 썼다. 이런 교사들... 찾아보자.

 

  내 꿈은

     - 도종환 선생 시풍으로

 

어릴 적 내 꿈은

선생님이 되는 게 아니었지.

조그만 산골 밭뙈기 갈아

아름다운 사람과 오순도순

나눠먹는 것이었지.

호박이 열리고 감자 굵어지면

뒷집에도 한 소쿠리 나눠주면서

 

젊을 적 내 꿈은

싸움으로 밤낮을 바꾸는

교육운동가가 되는 게 아니었지.

깊디깊은 산골에 이름없는 교사가 되어

아이들과 양지녘에 꽃을 가꾸며

가슴 적셔줄 사랑의 시를 노래하는 것이었지.

 

문제교사가 되고 요주의 인물이 되어

학교서 쫓겨나고 복직도 못하고

이름 석자 앞에 예전엔 상상도 못한

겁나는 직책을 주렁주렁 달고 있는

지금도 내 꿈은 그런 것이지

흙을 하늘로 아는 농군이 되고

아이들 앞에 부끄럽다는 국어선생님 되어

마지막날까지 시를 가르치다 가는 것이지.

 

배창환, 흔들림에 대한 작은 생각, 창작과비평사. 2000년 초판 3쇄. 48-49쪽.

 

안 좋은 일로 언론에 오르내리는 교사들보다, 묵묵히 자신의 자리에서 아이들과 함께 최선을 다하는 교사들이 많이 있음을 잊어서는 안되겠다.

 

이런 마음으로 교사를 하는 선생님들이 있음을...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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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바바라 오코너 지음, 신선해 옮김 / 놀(다산북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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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책이 있다는 사실도 몰랐다. 아마도 아이들이 사서 읽은 듯. 헌책 정리를 하다가 발견했다. 이 책이 있었구나... 비록 흥행은 잘 되지 않았지만, 영화로도 만들어졌는데...

 

헌책 정리를 하기 전에 꼭 읽어봐야지 하다가 읽은 책.

 

한 번 가정을 해보자.

 

어느 날 아빠는 집을 나가 버리고, 엄마와 동생과만 남겨진 나에게 그나마 있던 집에서조차도 집세를 제 때 내지 못해 쫓겨난다. 쫓겨나서 생활하는 공간은 자동차 안. 자동차가 집이다.

 

그러니 숙제는커녕 제대로 씻을 수조차 없다. 게다가 한 곳에 오래 주차되어 있으면 쫓겨날지도 모르니 엄마는 자동차를 이틀 이상 한 곳에 주차시키지 않는다.

 

이런 상태에서 제대로 학교에 다닐 수 있겠는가. 아니 제대로 생활할 수 있겠는가. 이 때 눈에 띈 광고. 잃어버린 개를 찾아주면 사례금을 준다는.

 

자 초등학생에 불과한 아이가 생각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겠는가. 바로 개를 찾아주고 사례금을 받는 것. 그런데, 사례금을 어떻게 받는담... 간단하다. 개를 훔치면 된다. 훔친 다음 개를 찾는 공고문이 붙으면 그 때 개를 가져다 주고 사례금을 받으면 된다.

 

얼마 정도? 돈에 대한 정확한 개념이 없는 아이에게는 첫 광고에서 받던 500달러가 된다.

 

이때부터 개를 훔치기 위한 노력과 훔친 다음에 사례금을 받기 위한 과정이 펼쳐진다. 어떻게 될까?

 

읽으면 참 지지리도 궁상맞은 집안이다. 자기 집조차 없는데, 아이들은 꼬박꼬박 학교에 보낸다. 아이들이 제대로 씻지도 못해서 구질구질한 상태인데... 초등학교에서 이런 모습이면 친구들 다 떨어져 나가고, 따돌림을 당하기 쉽다.

 

이 책은 그런 구질구질한 모습에 집중하지 않는다. 아이가 돈을 마련하려고 개를 훔치는 과정과 돌려주는 과정에 집중한다.

 

여기서 가난은 뒤로 물러선다. 그 가난에 치를 떠는 것이 아니라, 가난 때문에 일어나는 일을 거리를 두고 바라볼 수 있게 해준다.

 

천진난만하다고 할 수밖에 없는 남매의 행동에 웃음을 머금게 된다. 그런 웃음 때문에 가난은 잠시 잊혀진다. 그렇다고 가난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지쳐 나가떨어질 것만 같은 엄마도 신경질 내고 화도 내고 하지만, 아이들을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그러니, 아이들 역시 포기하지 않는다. 여기에 개를 훔치고 사례금을 받는다면 소설이 좀 문제가 있겠지.

 

개를 훔치긴 했는데, 작전에 차질이 생겼다. 훔친 개 주인 역시 지지리도 가난한 사람, 사례금을 도저히 마련하기 힘든 사람, 그에겐 개가 전부라고 할 수 있다. 이걸 가까이서 지켜보게 된 주인공...

 

여기에 숨겨둔 개가 있는 곳에 우연히 머물게 되는 무키란 이름을 가진 남자. 그 남자의 등장으로 이 소설은 극단으로 치닫지 않는다.

 

그는 직설적으로 이야기하지 않지만, 주인공으로 하여금 서서히 깨닫게 한다. 앞날보다는 지나온 날들의 자취가 중요하다는 말과 함께... 자꾸 휘저으면 더 엉킨다는 말도.

 

이들의 가난이 한 번에 해결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이렇게 지내는 그들에게는 희망이 있을 것이다. 자기 나름대로 판단을 하고, 생활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가난으로 인해서 일어나는 개를 훔친 다음 사례금을 받으려는 아이다운 발상, 그러나 아이답게 사랑이 넘치는 감정으로 결국 모든 것을 제자리로 돌리는 행동.

 

과연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이 있을까? 없다. 가장 완벽한 방법은 안 훔치는 거다. 주인공은 그걸 깨닫는다.

 

그런 행동을 가볍게 전개해서 읽는 이로 하여금 웃음을 짓게 한다. 재미있게 읽은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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