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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한 것들의 아름다움 - 우리 시대 일상 속 시각 문화 읽기
강홍구 지음 / 황금가지 / 2001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시시한 것들의 아름다움"
제목이 마음에 들어서 도서관에서 빌려 온 책.
시시한 것들이란, 작은 것, 또는 남들에게 중요하다고 인정받지 못하는 것, 중심에 있지 못하고 주변에 위치한 것들일텐데, 이들에게서도 아름다움을 느낀다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고,
스티브 잡스가 보이지 않는 곳까지도 아름다움을 추구했다면, 그에게는 시시한 것이란 없는 셈이고, 마찬가지로 우리가 살아가는데 존재하는 모든 것은 다 나름대로의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으니, 우리가 쉽게 지나쳤던 것들에서 어떻게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서문을 읽는데, 어, 좀 이상하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의 말이 내 기대와는 조금 빗나가고 있단 생각이 들었기 때문인데...
"...책의 제목과는 달리 <시시한 것이 아름답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사실은 대부분이 추악한 것임일 밝히는 글이 되고 말았다. 그러나 그 추악함이란 결국 우리가 생산해 낸 것이고 보면 특정인에게 그 책임을 물을 수 없고 누구나 책임을 져야 하는 일이다." (5쪽)
그렇다면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보는 것들이 우리의 문화적, 예술적 수준을 알려준다는 말로 해석을 하고, 그 수준을 높이는 것이 우리의 생활에서 필요하다는 쪽으로 이 책을 읽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심에 있지 않고 주변에 있는 것들이 아름답게 우리 곁에 존재할 때 우리들의 문화적, 예술적 수준은 자연스레 높아져 있을테니 말이다.
그래서 이 책은 전신주에 다닥다닥 붙어 있는 광고에서부터 시작한다. 요즘은 광고를 붙이지 못하게 뾰족한 플라스틱 비슷한 것으로 전신주를 둘러싸고 있지만, 그렇다고 광고를 하지 않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니...
넘쳐나는 광고 속에서 예전에는 손글씨라는 자신만의 향기를 맡을 수 있었으나... 이제는 컴퓨터의 발달로 이나마도 획일적으로 변했으니... 이 책이 나온 지가 14년이 넘었는데... 이런 시시한 것들은 아름다움 쪽으로 가지 못하고, 오히려 획일화로 갔으니... 그 점이 안타깝다.
간판도 마찬가지다. 이 책에는 간판의 변천사가 나오지만, 어느 순간 간판은 도시의 미관을 해치는 대상이 되었고, 지자체에 따라 거의 같은 유형의 간판이 정비라는 이름으로 걸리게 되었다.
그냥 미적인 것과는 거리가 먼, 정보 제공으로서의 간판만으로 존재해야 한다는 듯이, 획일적인 디자인이 오히려 미적 감수성을 떨어뜨리고 있다.
그나마 이 책에서 이야기한 것보다 미적으로 진일보한 것이 인도에 나와 있는 의자들이 아닐까 싶다.
공공장소나 길거리에 나와 있는 의자들, 앉을 수 있게 만든 의자들은 이제는 실용성과 더불어 예술성도 확보하고 있는 것들이 생겨나고 있으니...
하지만 반대로 의자(벤치라고 하는 긴 의자) 가운데에 칸 막이 비슷한 것을 설치했는데, 이것이 서로 다닥다닥 붙지 말라는, 좀 거리를 두고 앉으라는 배려 같기도 하지만, 취객이나 노숙자들이 그 의자에 눕지 못하게 하는 기능도 하니, 그다지 좋아보이지 않는 의자들도 아직 많다.
여기에 이제는 사라져 가는 이발소가 많은데, 이발소 그림에 대한 이야기는 향수를 자극한다. 이발소에서 한 번쯤 보았음 직한 그림들에 대한 이야기... 하지만 이제는 사라져간 그런 그림들.
여기에 우리가 늘 접하지만 그것에서 권력을 발견하지는 못하는 대상들에 대해서 이야기해주고 있다. 이 대상들은 아름다움이라기 보다는 경외의 대상이고, 그것이 바로 권력이 추구하는 바라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는데...
돈, 담, 묘지, 길거리 신호들, 운동장, 표어, 만국기, 사무실에 대해서 마지막 부분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이제는 고쳐가야 할 그런 대상으로, 이런 것들에서 아름다움을 추구할 때 우리의 문화적, 예술적 수준이 높아질 수 있음을 다시 생각하게 했는데...
책은 품절이 되었다고 한다. 아마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서 과거의 이야기가 된 것들이 있어서 일지도 모르지만... 그래서 이런 것들에 대해서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게 하는 이 책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단 생각이 든다.
현대에 맞는 시시한 것들의 아름다움으로 다시 우리들 곁으로 돌아오기를 기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