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로 먹고살기 - 경제학자 우석훈의 한국 문화산업 대해부
우석훈 지음, 김태권 그림 / 반비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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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로 먹고 살기"

 

이런 제목이 달린 것을 보면 우리나라에서 문화로 먹고 살기는 힘들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선 문화에 속하는 직업이 무엇인지 정리를 해야 하는데, 이 책에서는 문화에 관련된 직업 중에서 방송, 책, 영화, 음악, 스포츠를 들고 있다.

 

왜 미술은 뺐는가? 이 책에서 그 이유를 이야기하는데, 참 슬프다. 미술은 작가가 죽어서야 비로소 그 진가를 인정받기 때문에 '문화로 먹고 살기'라는 제목과 맞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고, 미술에 대해서 분석을 하면 가슴이 너무 아프기 때문이라고 한다.

 

죽어서야 가치를 인정받는 문화, 그것이 비록 모두에게 해당되지는 않더라도(피카소의 경우가 살아서도 자신의 작품에 굉장한 가치를 인정받았으니), 경제학자가 분석하기엔 적당하지 않아서 제외했다고 한다. 타당한 말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나머지 분야는 우리에게 너무도 친숙한 분야다. 방송은 전국민이 거의 매일 보다시피 하니, 그 종사자들이 엄청날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방송 기반이 얼마나 취약한지를 수치를 통해서 잘 보여주고 있다.

 

방송에 종사하고자 하는 사람은 많지만, 몇몇을 제외하고는 방송으로 먹고 살기가 힘든 세상이 바로 우리 세상임을 보여주고 있으며, 이것은 책에서도 마찬가지다. 책으로 먹고 살기가 얼마나 힘든지, 그럼에도 책을 내려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잘 보여주고 있으니...

 

여기에 영화는 거품이 빠지고 우리나라 영화가 침체기에 접어들었다고 하는데, 천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들이 나오는데 무슨 소리냐고 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장기적인 관점으로 보면 스크린 쿼터제의 축소, 그리고 몇몇 감독과 배우에 의존하는 구조가 우리나라 영화의 전망을 어둡게 한다고 한다.

 

화려한 조명을 받는 몇몇 스타들을 제외하면 이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생계도 걱정하면서 살아야 할 지경이니, 이쯤되면 문화로 먹고 살기가 아니라, 문화에 종사하면서도 살아남을 일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음악 분야도 마찬가지다. 도대체 돈이 안 되는 이런 문화에 얼마나 투자를 할까? 아니, 반대로 우리나라 국민이 음반을 얼마나 살까? 그 통계는 말할 수도 없을 지경으로 적다. 음악 방송들이 있기는 하지만, 연주회에 가는 사람, 음반을 직접 사는 사람, 그리고 국악이나 다른 음악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후원하는 사람이 거의 없는 실정에서, 음악을 하는 사람들도 비정규직으로 몰리고 있는 현실을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스포츠는 더 말할 것도 없고. 엘리트 체육으로 대표되는 우리나라 체육활동이 사회활동의 일환인 체육활동으로 전환되어 국민들의 건강도 살리는 작업을 해야 한다고 하는데... 그것이 요원하기만 한 실정이다.

 

이렇듯 문화에 관한 여러 분야를 분석하고, 그 분야가 제대로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보여주고 있는데, 무엇보다도 하부 기반이 튼튼해야 한다는 주장을 한다.

 

적어도 문화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생계는 걱정하지 않아도 되게 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저자의 주장에 동감한다.

 

문화는 한 눈에 딱 들어오지 않지만, 또 성과가 즉각적으로 나지 않지만 사람들이 사람답게 살아가게 하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이다.

 

그런 문화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생계 걱정에 이 분야에서 떨어져 나간다면 문화는 우리에게서 점점 멀어져 갈 뿐이다.

 

문화가 없는 민족은 제대로 된 생활을 할 수 없는 민족이라고 할 수 있다. 오죽했으면 백범 김구도 우리나라가 문화강국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했겠는가.

 

소수만이 즐기는 문화가 아니라 모두가 즐기는 문화가 되어야 하고, 문화에 관계된 사람들이 모두 생계 걱정에서 벗어나 자기가 하고 싶은 일들을 마음껏 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드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가 행복하게 살아가는 길임을 저자는 이 책을 통해서 잘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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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을 비우다 배움을 채우다 - 의정부여중 교육과정 혁신 이야기
의정부여자중학교 지음 / 에듀니티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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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공포가 확산되고, 휴업을 하는 학교가 늘고 있다. 왜 휴업을 할까? 학교가 집단 생활을 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어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비슷한 나이의 사람들이 한 공간에 모여 같은 시간을 함께 하는 곳, 그곳이 바로 학교다.

 

그런 학교를 잘못 생각하면 이런 비유를 하기는 좀 그렇지만 '소품종 다량생산 체제'를 유지하는 곳이 학교라고 할 수 있다. 어떤 이는 반대로 '다품종 소량생산 체제'가 학교가 되어야 한다고도 하

 

산업화에 빗댄 말이기도 하고, 우리나라는 급속한 산업화를 이루는 과정에서 학교가 산업이 요구하는 사람을 양산해내는 첨병 역할을 하기도 했으니 이런 비유가 일견 타당하기도 하다.

 

이런 비유에서 하나를 선택하라면 '다품종 소량생산 체제'를 선택하는 것이 아이들의 특성을 살리는 교육을 하는 쪽에 가깝다고 할 수 있을텐데...

 

교육과정이야, 국가 교육과정이니까 단위 학교에서 수정하기 어렵다고 하더라도, 이 국가교육과정에 기반한 학교내 교육과정은 충분히 계획, 변경이 가능하다.

 

특히 이제는 모든 교과서가 검인정 제도로 바뀌어서 국가교육과정을 실현한 교과서를 학교 내에서 선택할 수 있게 되었으니, 학교 자체 내에서 교육과정을 재구성해서 운영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

 

마찬가지로 교과서는 교육과정을 실현하는 도구라는 생각을 많은 교사들이 지니고 있으니, 이제 교과서 만능주의에 빠진 교사는 별로 없다고 보아도 된다.

 

이 책은 경기도 혁신학교인 의정부여중에서 실시한 교육활동에 대한 보고서라고 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열악한 지역에서 학교 교육을 정상화하고, 아이들이 다니고 싶은 학교로 만들기 위해서 몇 년에 걸쳐 노력한 결과를 잘 담아내고 있다.

 

이들이 우선시 한 것은 바로 수업 덜어내기다. 교사가 하는 수업을 덜어내면 학생들의 배움 활동이 늘어난다.

 

학교 교육은 총량이 정해져 있어서 어느 한 편이 늘면 다른 편은 줄게 되어 있다. 교육의 목적이 학생 스스로 배울 힘을 길러주는 것이라면, 교사의 수업이 줄고, 학생의 배움이 느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다.

 

이 학교 역시 이런 철학을 지니고 혁신학교 활동에 임했다. 그렇다면 교사의 수업을 줄이고, 학생의 배움을 늘리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

 

그것은 바로 교육과정 재구성에 있다. 학생 활동 중심으로 수업을 재편하는 것. 그 재편한 수업을 특정 교과에서만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교과들과 통합하여 수업하는 것.

 

교사의 가르침보다는 학생의 배움이 중심이 되게 하는 것. 여기에 맞춰 평가 방식을 바꾸어 가는 것. 평가가 바뀌어야 수업이 바뀌고, 아이들이 바뀔 수 있다는 것, 아것을 의정부여중의 교육활동이 보여주고 있다.

 

이들은 정리하는 글에서 이렇게 말한다.

 

... 서열화, 점수화되는 평가를 극복하며 진정한 아이의 가치를 찾는 것을 기준으로 삼기 위해 교사는 평가에 대한 고민을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는 것에 서로 동의했다. 이를 위해서 교사는 자기 교과의 전문성을 갖는 데 더욱 노력해야 하고, 자기 교과의 교육과정 교육목표 - 교육 내용 - 교육 평가를 꿰뚫고 있어야 한다. 특히 명심할 것은 전문성만 있고 관점과 철학이 부재한 교사는 결국 아이들을 불행의 길로 이끌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교사는 단단한 교육철학을 내면화해야 하며, 자기 교과의 전문성을 갖추어야 하고,더불에 미래에 대한 안목과 성찰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240쪽.

 

이렇게 교사는 전문성 및 철학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그래서 힘들다. 힘들지만 보람이 있는 직업이다.

 

자신이 교육과정을 재구성해서 아이들과 함께 가는 일, 그 일을 농사에 비유하고 있다. 학생은 씨앗이다. 이 씨앗들이 잘 자랄 수 있도록 씨앗의 힘을 키워주는 존재가 바로 교사다. 그런 활동을 하는 곳이 학교다.

 

이 책은 이렇게 마무리 된다.

 

학교는 우수한 형질을 가진 씨앗으로 다량생산을 해내는 종자 공장이 아니라 소득이나 생산량, 그리고 시장의 수요에 흔들리지 않는 다양한 씨를 보존하고 만들어 내는 곳이어야 한다. 씨를 받아 다시 씨를 뿌리는 것이야말로 인간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입증하는 명백한 증거이다.

 

누구도 특별하지 않고

누구나 소중하다.    259쪽.

 

그래, 아이들을 비롯한 사람들은 누구나 소중하다. 그런 교육활동을 한 학교, 의정부여중의 활동이 반갑고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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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l the World : 힐 더 월드 -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지구행복 프로젝트
국제아동돕기연합 UHIC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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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제외한 모든 것은 지구화가 되었는데, 사람만은 자기의 세계에 갇혀 있다.

 

이것이 이 책을 읽고 난 뒤에 처음 든 생각이다. 세계 어느 곳에서 일어난 일이라도 다른 곳에 영향을 미치는데, 오로지 사람만은 자신의 세계 속에 갇혀 자기만을 위해 살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

 

세계 어느 곳의 문제는 그 곳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구 전체의 문제인데도 사람들은 지구 전체의 문제로 생각하지 않고 그 곳의 문제로 국한시키려는, 또는 반대로 지구 전체의 문제이기 때문에 개인의 노력은 소용이 없다는 생각에 머물러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천릿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우리 말 속담처럼 아무리 커다란 문제라도 해결은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할 수밖에 없다.

 

지구의 문제라고 하더라도 결국 해결은 개인이 할 수밖에 없는데, 우리는 저건 내 문제가 아니야, 저 사람들의 문제야 하고 손을 놓고 있었거나, 나 혼자 어떻게 해결해, 이건 개인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하고 외면하고 있지는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 책이다.

 

'힐 더 월드(HEAL THE WORLD)'

 

세상을 치유하자 정도로 이야기할 수 있는 이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다.

 

'이해할 수 없지만 치유할 수 있는 일들, 돌이킬 수 없지만 회복할 수 있는 일들, 강요할 수 없지만 함께 할 수 있는 일들'

 

먼저 '이해할 수 없지만 치유할 수 있는 일들'에는 아프리카의 종족 분쟁이나 다이아몬드 또 콜탄에 얽힌 착취들, 에이즈 문제, 어린이 노동 착취, 굶주림, 소액대출은행, 국영없는 의사회를 다루고 있다.

 

함께 공존해야 하는 사회에서 힘이 약하다는 이유로 다른 나라의 식민지배를 받아 인위적으로 나이어진 국경선, 그들에 의한 차별로 인한 탄압과 보복, 돈이 없어서 치료를 못하고 먹지를 못하는 현상 등에 대해서 충분히 한 사람, 한 사람의 힘으로도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너무도 작고 미미한 힘이지만, 그 힘들이 모이면 '떨어지는 물이 바위를 뚫듯이' 세상을 조금씩이나마 변화시킬 수 있음을 이 부분에서 보여주고 있고,

 

'돌이킬 수 없지만 회복할 수 있는 일들'에서는 오존층 파괴, 지구온난화, 물부족 현상, 탄소배출권, 모피거부운동, 생물 보호, 석유를 비롯한 에너지 문제를 다루고 있다.

 

인간이 지구에 존재한 이후에 급속도로 자신의 과거를 잃고, 자신의 욕망을 위해 무분별하게 지구의 자원 및 생명체들을 착취한 결과가 결국 부메랑이 되어 인간들 자신에게 되돌아오고 있음을 통계지표들을 통해 보여주고 있어 설득력이 있다.

 

그리고 이런 문제들이 남의 문제가 아닌 바로 내 문제임을, 이것을 치유하지 않고는 나도 제대로 살아갈 수 없음을 보여주고 있어서, 내가 내 주변에서 할 수 있는 또 해야만 하는 일을 해야 함을 잘 보여주고 있다.

 

'강요할 수 없지만 함께할 수 있는 일들'에서는 지구를 살리는 일에 참여하는 유명인들을 소개하고, 공정무역과 그 지역에 맞는 원조, 기업의 사회적 책임, 우리가 먹는 음식들을 다루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에 친환경적으로 일주일을 지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무엇을 우리가 할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제시해 주고 있다.

 

지구 전체의 문제라고 너무 커다랗게만 생각해서는 안됨을, 그 커다란 문제의 해결책은 바로 우리 인간에게 있음을, 아니 인간이 너무 큰 개념이니 바로 나 자신에게 있음을 깨우쳐 주고 있는 책이다.

 

마치 EBS에서 하는 '지식채널e' 방송의 멘트를 읽는 듯한 느낌을 주는 간결한 문체로 호소력 짙게 주장을 이끌어가고 있다.

 

글을 읽으면서 머리 속으로는 영상을 떠올릴 수 있으니, 여러모로 읽는 효과를 주는 편집을 한 책인데...그보다도 더 바로 이 책을 읽은 개인이 지구를 치유할 수 있음을 깨닫도록 해주어서 더 좋은 책이다.

 

그래 미루지 말자. 지구 전체가 지금 위기에 처해 있는데, 그건 내 일이 아니라고, 사회 전체의 문제라고 또 능력있는 사람들의 일이라고 생각하지 말자.

 

지금, 이 자리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 그 일을 하자. 그것이 바로 지구를 치유하는 일에 동참하는 것이다.

 

이게 바로 지구촌 시대를 살아가는 개인의 자세다. 지구적으로 생각하고, 지역적으로 행동하자는 구호는 이럴 때 필요하다.

 

나도 충분히 지구를 치유할 수 있다.

 

"HEAL THE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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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해도 괜찮아 - 꿈을 찾는 진로의 심리학 사계절 지식소설 8
이남석 지음 / 사계절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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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해도 괜찮아"

 

정말 어린이들에게, 청소년들에게,, 청년들에게, 장년들에게, 노년들에게 이런 말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물론 이 책의 표지에 나와 있는 '나쁜 짓은 빼고'라는 고양이의 말을 명심하고.

 

진로에 대해서 교육 당국이 관심을 가지고 전국적으로 '자유학기제'라는 것을 실시하고 있다. 중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적어도 한 학기는 시험이 없는 학기로 정하고, 그 기간에 자유로운 체험들을 중심으로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제도이다.

 

시험에서 아이들을 해방시킨다는 의미도 있지만, 그 기간에 다양한 경험을 해봄으로써 자신의 진로를 탐색해 나가는 시간을 가지라는 의미가 더 강하다.

 

그래서 학교에서는 다양한 경험을 하게 하는 프로그램을 계획하느라 고민이 많다고 들었는데, 내년에는 전국적으로 모든 중학교에서 실시된다고 하니, 과연 사회적 기반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이것이 가능할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이 책에 나와 있듯이 이렇게 우려를 하는 것은 해보지도 않고 머리 속으로 이미 결과를 예측하고, 자신을 가두는 행위일지도 모른다.

 

머리 속에서 문제점을 생각하는 것은 좋다. 문제점을 생각했으면 그러면 여기서 어떻게 해야 하나 하는 생각으로 나아가야 하고, 이를 바탕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부터 해결해 나가려고 해야 한다.

 

이런 모습을 보이는 것이 어쩌면 학생들에게 가장 좋은 진로교육일지도 모른다.

 

학생들이 살아가면서 숱한 어려움에 처할텐데, 그 때마다 "나는 안 돼."라고 좌절하고, 더 이상 나아가려 하지 않게 학교 교육을 통해 그런 어려움에 어떻게 대처하는지를 직접 보여주는 교육. 그것만한 진로 교육이 어디 있겠는가.

 

이 책은 학생들의 진로 교육에 관한 책이다. 진로 교육에 관한 책인데 딱딱한 이론서가 아니라, 소설 형식으로 썼다. 그래서 한 편의 이야기를 읽듯이 잘 읽힌다.

 

주인공인 태섭이의 변화 과정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벌어지는 일들을 통해서 자연스레 따라가게 된다. 따라가면서 그렇구나, 이렇게 생각하면 더 좋구나, 이렇게 진로 교육을 하면 좋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진로 교육이 단지 진학 교육이나 직업 교육이 아닌, 자신의 삶을 능동적이고 주체적으로 살아가게 하는 교육이며, 그때 그때 자신의 삶에서 행복을 느낄 수 있게 하는 교육이어야 함을 이 책을 통해서 더 잘 알 수 있어서 좋았는데...

 

진로는 아스팔트가 딸린 평탄한 직선으로 이루어진 고속도로와 같지 않다. 진로는 산 속으로 난 꼬불꼬불한 작고 앞이 잘 보이지 않아 걸어가면서 옆도 보고 뒤도 보면서 가야 하는 오솔길이다.

 

그 오솔길은 목표보다는 가는 과정에서 즐거움을 느낀다. 길을 가는 순간, 멈춰 선 순간, 가로막고 있는 장애물을 치우는 순간, 개울을 건너는 순간, 또 모퉁이를 돌아서 새로운 풍경이 보이는 순간 순간들이 모두 즐거움이다.

 

그 길이 바로 진로이고, 진로는 결과가 아니라, 목표가 아니라 과정이다. 성공이라는 목표를 지워버리고 그 자리의 즐거움을 알게 하는 교육, 그것이 진로 교육이다.

 

공부 스트레스를 받던, 친구들과의 경쟁을 생각하던 태섭이 자신의 진로를 찾아가는 과정, 일종의 성장소설이라고 할 수 있지만, 성장소설의 형식을 빌린 진로 탐색에 관한 책이다.

 

그래서 이 책은 읽는 자체가 재미있다. 책의 형식이 곧 지은이가 말하고자 하는 진로 교육과 일치한다.

 

구체적이고 단계적인 계획을 말해주지 않는다. 그것은 이 책에서 바람직한 진로 교육이 아니라고 이미 나와 있으니, 그냥 자신이 할 수 있는 일, 좋아하는 일을 무작정 해보라는 것으로 정리하고 싶어지게 진로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다.

 

'성공은 실패의 어머니' 라는 말... 자신이 원하지 않은, 또는 자신이 의도하지 않은 성공은 실패를 부른다는, 반대로 자신이 하고자 했으나 실패한 일들은 곧 성공의 어머니가 된다는... 자신의 인생을 능동적으로 사는 사람에게는 실패가 당연한 일인데, 그 실패는 실패가 아니라 성공이라고 말하고 있는 이 책.

 

다른 한 편으로 생각해보면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또 그 뻔한 소리야? 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이 책을 끝까지 읽게 하는 힘은 고등학교 1학년 생을 주인공으로 삼아, 그들이 하고 있는 고민, 그들이 할 수 있는 고민이 생생하게 표현되어 있다는데 있다.

 

그냥 주인공을 따라 읽어가면 아마도 청소년들은 자신의 진로에 대해 자연스럽게 생각하는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진로에 대해서 한 번쯤 고민해 본 학생들이라면 이 책을 읽으면서 한 발 더 나아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진로, 진로 하는 이 시대... 이런 진로에 관한 책, 읽고 이야기해보면 참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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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와 빈곤 - 땅은 누구의 것인가 e시대의 절대사상 24
헨리 조지 지음, 김윤상 외 옮김 / 살림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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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의 기적. 우리나라의 경제성장을 이야기할 때 흔히 하는 말이다. 한강의 기적인데 빈부격차가 줄어들었는가?

 

실질적으로 빈부격차가 줄어들었는가, 아니면 늘어났는가. 혹 상대적 박탈감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하지만, 통계 수치가 우리나라 빈부격차가 더 벌어졌다는 것을 증명해주고 있다.

 

지니계수가 결코 줄어들지 않았으니 말이다. 그런데 왜 이렇게 경제성장이 일어났는데, 소위 사회가 진보되었는데 빈곤이 줄어들지 않고 더 늘어났는가 질문을 해야 한다.

 

이런 질문이 지금 우리나라에서만 일어난 것이 아니라는 것은, 경제 진보가 빈부격차를 해소하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진보가 빈곤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거기에 대한 해답을 제시한 책이 바로 헨리 조지의 '진보와 빈곤'이다.

 

그는 그 해결책을 토지에 부과하는 조세에서 찾는다. 토지는 우리 인류가 공통으로 지녀야 할 공유재라는 사실, 개인이 사적으로 소유하면 안되는 공공재라는 사실.

 

현재를 살고 있는 인간뿐만이 아니라 미래의 인간들도 함께 공유해야할 존재가 바로 토지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그 토지를 소유한 사람이 토지로 인해서 얻는 이익을 세금으로 걷어 공공 사업에 쓰이도록 하자고 헨리 조지는 주장한다.

 

우리나라 역시 토지 공개념이 보편적으로 퍼져 있는 나라이기는 하지만, 지금 현재의 실상은 소수의 사람들에게 대부분의 토지가 속해 있다. 그러므로 명목상 토지 공개념인데, 실질적인 토지 공개념이 되게 하기 위해서는 토지로 인해 얻는 이익을 조세로 걷어 공공사업에 투자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어쩌면 이는 토지를 국유화하지도 않고, 몰수하지도 않고, 토지에 대한 소유를 인정하되, 사회를 위해 쓰일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토지에서 얻는 이익을 보편적인 세금으로 걷음으로써 다른 항목의 세금을 걷지 않을 수 있어서 대다수의 사람들이 지니고 있는 세금 부담을 줄여줄 수 있으며, 토지를 많이 소유한 사람에게도 그다지 손해를 보지 않도록 하는, 사회 전반적으로 진보를 이루고, 그 진보가 빈곤을 타파하는 쪽으로 가게 하자는 주장이다.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가 한창인 지금, 헨리 조지의 토지 조세에 관한 논의는 참조할 점이 많다. 기본소득 재원을 어디서 확보할 것인가에 대한 하나의 해결책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구체적인 실천방안은 시대에 따라, 사회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니, 우리가 그의 주장에서 받아들여야 할 것은 바로 그의 철학이다.

 

진보가 빈부격차를 양산하는 것이 아니라, 진보가 빈부격차를 줄이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는 일, 모두의 소유가 되어야 할 토지를 소수가 독점하는 사회를 만들면 안된다는 사실, 이미 소유권이 확고하게 지배하고 있는 사회에서는 소유권을 인정하게 공유재에서 얻는 이익을 사적인 이익이 아닌, 공적인 이익으로 전환할 수 있게 하는 일, 그런 주장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게 후대 사람들인 우리들이 할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에 작은 제목으로 쓰인 '땅은 누구의 것인가'에 대한 답은 이렇다. 땅은 누구의 것도 아니다. 땅은 우리 모두의 것이다. 그러므로 땅에서 나온 이익은 우리 모두에게 고루 분배되어야 한다. 이럴 때만이 진보는 빈곤을 타파할 수 있다.

 

덧글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진보와 빈곤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어서 헨리 조지의 그 글을 실었다고 생각했는데, 헨리 조지의 여러 글에서 내용을 뽑아 책을 만들었다.

 

앞부분의 해설은 좋았지만, 이렇게 여러 글에서 발췌하기보다는 그냥 '진보와 빈곤' 전문을 실었으면 더 좋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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