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고 미끈거리는 슬픔
류경희 지음 / 은행나무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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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낯선 작가의 작품.
그러나 낯익은 작가의 작품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색다른 소재와 주제, 그리고 독특한 필치가 돋보이는 '차고 미끈거리는 슬픔'.
이 소설은 2009년 한국문화예술 위원회가 주관한 문학창작지원사업의 장편소설 부문에 선정된 작품이자 류경희 작가의 첫 장편소설인 것이다. 


작가는 이미 1997년에 동아일보 신춘문예 단편소설로 등단한 작가이다.
그런데, '차고 미끈거리는 슬픔'은 장편소설이기는 하지만 옴니버스 형식의 소설같기도 하고, 6편의 단편이 모인 작품같기도 하고, 마치 6조각의 퍼즐을 찾아 나섰다가 그 퍼즐 조각을 찾아서 하나 하나 맞추는 작업같기도 한 그런 소설이다.
그리고, 퍼즐을 맞추어 가는 과정은 미스터리 소설처럼 '메모리'가 누구일까 궁금해지기도 하는 그런 소설이다.


한 마디로 줄이면 "좀 특이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어느날 한 통의 이메일을 받게 되는 남자 3 명과 여자 3명.
미지의 사이트인 '메모리 박스'에 초대를 받게 된다.
초대받은 사람들은 각각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부여받게 된다. 그리고 '메모리 박스'에는 6개의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그 공간은 초대받은 사람들이 자신의 기억들로 채워주어야 하는 곳이다.


6명의 아이디는 '고양이 줄고기', '유리고기', '나비가오리', '등목어', '모래무지', '벚꽃뱅이'.
모두 물고기 이름. '등목어', '모래무지'이외에는 별로 들어보지도 못한 물고기 이름.
누군가 자신의 정체를 밝히지 않은 사람이 만든 미지의 사이트.
누가 만들었을까?
왜 그들은 6명을 선택했을까?
6명은 서로 아는 사이일까?
그들이 비밀공간에 적어 나가는 이야기는 어떤 이야기들이 될까?
그 이야기를 통해서 '메모리'를 찾을 수 있을까?
그런 의문을 갖고 읽어 나가게 된다.
앞에서도 이야기했듯이 책의 내용은 각각 '메모리 박스'에 초대받게 되는 각자의 이야기가 한 장씩 전개되는 것이다.
그런데 6명의 초대받은 사람들은 각자 마음의 상처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서로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지만 '메모리 박스'에 서로의 기억을 적어 나가는 중에 그 기억들을 하나로 모아서 '메모리'를 찾게 되는 것이다.
누구에겐가도 이야기할 수 없었던 내용들을 적어 나간다는 것은 자신의 상처를 보듬어 주는 것이기도 하고, 서로가 소통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 나가게 되는 것이기도 한 것이다.
사람들 속에 섞여 있으면서도 소외된 사람들.
서로의 기억을 메모리 박스에 적어내력는 동안에 그들의 상처는 보듬어질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 소설의 키워드는 '소통'인 것이다.
서로 자신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때에 소통은 가능해 지는 것이다. 그런데, 우린 삶을 살아가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과 소통을 하고 있는 것일까?
얼마나 자신의 비밀스러운 이야기까지 건넬 수 있는 것일까?
이런 의문들이 생기게 된다.
서로의 기억을 들여다 보고 관계를 맺음으로 우리는 비로소 '소통'을 이루게 되는 것임을 이 책은 6조각의 퍼즐을 맞추어 나가는 과정을 통해서 일깨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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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대 52주 행복 연습 - 행복해지기, 자꾸 하면 습관된다!
탈 벤 샤하르 지음, 서윤정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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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란 일곱 빛깔 무지개를 잡으러 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마음속에 존재하고 있는 것이며, 삶을 얼마나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냐에 달려 있다는 것쯤은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러나, 그래도 우리가 행복을 느끼지 못하고 힘겨워하고, 불행하다고 느끼는 것은 머리로는 생각이 되지만, 마음이 받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시중에 나와 있는 각종 자기계발서, 행복론에 관한 책들을 읽어보면 거기에서 거기일 정도로 이젠 좀 식상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너무나 많은 책들이 같은 맥락의 이야기를 하고 있기때문일 것이다.

'하버드대 52주 행복 연습'.


이 책 역시 특별히 새로운 이야기가 들어 있는 것은 아니다.
거기에서 거기인 '행복론'의 책속에서 읽었던 내용을 총집결시켜 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비슷비슷한 내용의 글들이다.
그런데, 왜 이 책을 읽으면서 행복을 생각해야 할까.....
그것은 '하버드대 52주 행복연습'은 365일, 52주.
바로 1년이 52주인 것에 착안을 하여 1주~52주에 걸쳐서 주차별로 우리들이 행복연습을 하기 위해서 해야할 일들을 주차별로 제시해주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행복의 실천을 강조하는 책들도 많이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책을 읽는 사람들이 한 번 읽고 책장에 꽂아두는 책으로 책의 역할이 끝나 버렸지, 실천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책도 역시 저자가 강조하는 실천을 하지 않는다면 사장된 행복론이 되고 말 것이다.

 

'하버드대'라고 하면 공부벌레들, 수재들의 집단이라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세계적인 명문대.
그곳의 학생들은 치열한 경쟁력과 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을 것이다. 하버드에서는 2002년부터 행복학 열풍이 불기 시작했는데, 그 중심에 '행복학 강의'로 유명한 '탈 벤 -샤하르'교수가 있는 것이다.
그는 행복학 강의를 통해 하버드생들에게 삶의 새로운 의미를 전달해 주었는데, 그것은 바로 "오늘과 내일 모두 행복해지는 법"을 알려주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 책은 저자에게는 연구의 기록이자, 독자들에게는 행복 가이드 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가 이 책에서 꼭 하고 싶은 이야기들은 단번에 행복해지기를 바라기 보다는 52주차에 걸쳐서 한 항목씩을 실천에 옮기다 보면 자연스럽게 행복이 따라 오게 됨을 일깨워주고 싶었던 것이라고 생각된다.
주차별 실천할 내용을 살펴보면
'감사하는 마음갖기', ' 행복습관 만들기', '30분 운동하기', '즐기면서 일하기'. '베풀기', '단순하게 바라보기', '진실된 관계맺기', '충분한 휴식'......
이런 항목들을 보고 새롭다고 생각하는 독자들은 아마 없을 것이다.
그야말로, 가장 기본적이고, 가장 단순하고, 가장 잘 알고 있는 내용들이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이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바로 실천을 하지 않기때문인 것이다.
이 책에서 저자가 강조하는 것 중의 하나는 또 '글쓰기'이다. 글쓰기가 마음을 치유하는 방법 중의 하나이기에 '살면서 가장 화가 났을 때', '고통스러웠던 순간들', '감사 편지쓰기' '실패한 경험', '행복했던 순간들', ' 내 생애 최고의 순간'.....
글쓰기의 일종인 일기쓰기를 생각해 보아도 일기를 쓴다는 것이 삶에 얼마나 많은 도움을 주었는가를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11주차> 의 '충분히 실패해보기'는 조금은 의아해 할 수도 있지만, 실패를 두려워해서 도전을 하지 못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수긍이 가는 항목일 것이다.
한때 유행처럼 이야기되던 "80대 20법칙"도 있다.

당신의 삶에 80대 20의 법칙을 적용해 보자. 시간을 줄일 수 있는 일은 무엇이고,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p78)

 

또 <스스로 해보기>중의 "발길 닿는 대로 산책하기"도 있는데, 쉬운 것 같으나 그리 쉽지는 않은 일일 것이다.
현대인은 시간에 쫓기고, 일에 얽매이다 보니 산책도 "발길 닿는 대로" 가 아닌 정해진 코스를 돌리 마련이기에.... 
내일이면 촉감이 완전히 마비될 것처럼 모든 물건을 만져보고, 내일이면 다시는 냄새를 맡을 수 없을 것처럼 꽃의 향기를 맡아보세요.
내일이면 다시는 맛을 볼 수 없을 것처럼 음식을 먹을 때마다 한 입 한 입을 음미해 보세요. 세상이 당신에게 선물하는 모든 진실과 기쁨, 그리고 아름다움에 감사하게 될거예요. (p177)

52주에 걸친 실천 항목들은 한 문장, 한 문장 빠뜨릴 수 없는, 한 항목도 헛되이 지나칠 수 없는 값진 주제들이다.
그것은 실천을 필수로 하고 있으며, 실천을 한다고 해서 큰 변화를 가져다 주기보다는 내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작은 변화를 가져다 주는 것이다.

 
 
행복을 원하신다면 이 책을 읽고 꼭 실천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실천!!
그래서 이 책은 한 번 읽고 책장에 꽂아두면 안 되는...

가장 가까운 곳에, 항상 손이 닿는 곳에 두고, 주차별로 읽고 느끼고 실천하여야 하는 그런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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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발의 천사 - 인간의 가장 좋은 친구, 반려견들의 이야기
리처드 데이 고어.줄리안 게리 엮음, 이선미 옮김 / 좋은생각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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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개에 관한 이야기들은 언제나 잔잔한 감동을 준다.
우리나라 설화속의 '오수의 개'의 충성심이나 TV '동물농장'을 통해서 소개되는 주인에 대한 충성심이 가득한 개들의 이야기들.
이런 이야기들은 개가 충성심이 강한 동물임을 말해주기에 인간과 개의 관계는 그 어떠 동물들보다도 끈끈하고 친밀한 것임을 느끼게 해준다.
오늘날에는 개들이 반려견의 의미를 넘어서 청각장애인, 시각 장애인의 안내견이나 우울증을 비롯한 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의 치료견의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영화 '마음이'의 이야기도 잔잔하면서도 큰 감동을 주기도 했다.
이처럼 개는 사람들 곁에서 가장 가까운 동물로 함께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내 기억의 가장 오래된 개는 초등학생때에 아버지 친구가 준 명견이라는 진도개 혈통의 개가 있었고, 그후에 주리(진도개)의 자손들이 여러 마리 대를 이었다.
그러나, 그 개들의 최후는 언제나 슬펐다. 차에 치어 죽기도 하고, 어느날 사라져 버리기도 했고....
그리고 오랜 세월이 지나 우리집에 오게 된 말티즈.
천방지축 말썽이란 말썽은 다 부려서 몇 집을 거쳐서 우리집에 오게된 강아지인데, 이제는 열 살이 되었다.
노령견이 되었지만,아직도 예쁘고 말 잘 듣는 강아지이다.
반려견이라는 말보다는 가족이라고 생각하는 함께 생활하는 강아지.
무지개 다리를 건너는 그 날까지 사랑으로 함께 할 강아지.
그리고 그 다음에도 곱게 보내주기로 마음먹고 있는 강아지.
아마도 강아지를 키우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마음에 와닿지 않는 이야기일 것이다.
'가족같은'이 아닌 '가족'의 구성원이라는 것이.
그것은 강아지와 함께 살아 보면, 동물이라기보다는 마음을 함께하는 좋은 친구이자 자식이라는 생각이 들게 되는 것이다.

 
'네 발의 천사'에는 나와같은 생각을 하게 된 29 명의 29 마리의 개에 관한 이야기가 실려 있다.
이들이 키운 강아지는 대부분 유기견이거나 동물보호센터를 통해서 입양한 아이들이었다.
그것부터 우리나라 사람들의 사고와 미국인의 사고의 차이가 느껴진다.
버림받은 개를 키우게 된 경우가 대부분인 이들은 개를 키운다는 개념보다는 개로 부터 위로를 받았음을 이야기한다.
23살 젊은 교사가 우연히 동네의 어떤 개를 잠깐 맡게 되었다가 아주 그 개를 키우게 되는데, 그 개의 전 주인은 그 개(제크)를 "못된 개"라고 꾸짖으면서 말을 안 듣는다고 때리기까지 했다.
그러나 그는 "너는 좋은 개란다. 너는 내게 최고의 개야"(P20)라고 이야기하게 되고, 제크의 행동을 보고서 자신의 학급의 문제아를 선도하는 방법을 깨우치게 된다.
주인에게 매를 맞던 "못된 개"는 새로운 주인에게는 "최고의 개"였고, 그것은 아무리 개라고 하지만 개의 존재감을 인정해 주고 잘했다고 칭찬을 하여 준 결과가 낳은 성과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소피'와 '키쉬'는 동물 보호소에서 데려온 10살, 8살 개인데, 잠시 부모를 만나러 가야해서 맡긴 친구의 부주의로 차에 치이게 된다.
그들의 주인에겐 가족이었던 개의 죽음이 가져온 상실감.
마약에 빠져 있던 여학생이 마약을 끊기 위해서 떠난 무전여행에서 만난 '키즈멧'.
1년동안의 길을 헤메며 함께 다니던 중에 '키즈멧'을 통해서 자신의 모습을 새롭게 자각하게 되고, 새 삶을 찾게 되는 이야기.
그외에도 몸이 불편한 사람에게 치료견, 안내견으로 사람들과 함께 한 이야기 등 마음에 잔잔한 감동을 주는 이야기들이 실려 있다.

 

흔히 사람들은 자신들이 개를 키운다고 생각하지만, 이 책의 이야기들을 읽어보면 개가 사람들에게 신체적, 정신적으로 생긴 상처들을 치유하여 주고 있는가를 알게 해준다.

★교통사고를 당해서 비장을 제거했던 유기견을 잠시 돌보았던 사람의 이야기중에서 ★
실키가 생각이 났다. 그 아이가 내 인생에 들어오기 전에 한 번도 발견하지 못했던 작은 기적들이 생각났다. 가련할 정도로 작고 약해 입양하기에 알맞지 않았던 그 아이는 순간을 어떻게 살아가는지, 어떻게 진정으로 살아 있을 수 있는지를 가르쳐 주었다. 실키 덕분에 매일 내 삶에서 일어나는 작은 기적들을 알아 볼 수 있게 됐고, 그것이 환희의 이유가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P83)

그래서 이 책은 이런 개의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개를 '네 발의 천사'라고 말한다.또한, "하늘이 주신 천사, 하늘이 주신 선물"이라는 극찬을 하게 되는 것이다.


나는 10년이란 세월을 강아지와 함께 살면서 마음의 위안을 얻기도 하고, 행복을 느끼기도 하면서 살아가기에 이 책의 내용을 너무도 잘 이해할 수 있지만, 강아지를 키우지 않는 사람들도 이 책을 읽어본다면 강아지가 단순히 애완동물의 의미를 넘는다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개들의 죽음에 관한 이야기들은 너무도 슬프게 느껴졌다.
사람도 마찬가지이지만 개의 죽음도 그들과 함께 한 사람들에게는 커다란 상실감을 가져온다는 것이 새삼스레 크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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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일의 세상을 바꾼 여인들
이덕일 지음 / 옥당(북커스베르겐)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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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적에 아버지가 사다주신 책들을 읽으면서 지금까지 습관처럼 삶의 한 부분이 되어온 독서.
좋은 책을 만났을 때의 뿌듯함은 어릴적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 마음인 것이다.
오래전 '재미있는 역사이야기'(아동 도서) 시리즈를 읽으면서 역사 속의 이야기들에 흥미를 느껴서 한때는 사학을 전공하려던 꿈도 있었지만 대학입시에서 실패하면서, 지리학을 전공하는 것으로 학문의 길을 바꾸기도 하였다.
그렇지만, 언제나 마음 한구석에는 이루지 못한 꿈이 있기에 역사서나 역사소설에 관심을 가지고 그런 장르의 책들에 흥미를 느끼게 된다.
우리 역사 속에서 두드러진 활동을 한 여인들.
그들의 이야기는 영화, 드라마, 소설 등의 소재로 많은 사람들에게 이미 잘 알려져 있는 것이다. 
특히, '이덕일의 세상을 바꾼 여인들'에 나오는 25명의 여인들은 단골메뉴처럼 각종 매스미디어를 통해서 소개되고 있다.
드라마로 인기를 끌었던 '천추태후', '선덕여왕'의 선덕여왕과 미실, 장희빈, 정난정, '인수대비 한씨', '헤경궁 홍씨' '어우동' 등의 이야기는 너무도 잘 알려진 이야기들이다.
그런데, 나는 드라마를 잘 보지 않기에 이들의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되고 있는 것인지는 확실하게 알지를 못한다.
그러나, 이런 드라마가 전개될 때마다 떠도는 이야기에는 역사적 사실과의 거리감을 이야기하고 있다.
물론, 그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드라마는 역사적 사실과 허구라는 두 가지를 모두 충족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내가 얼마전에 읽었던 소설 중에 '소설 이사부(정재민, 고즈윈/2010)' '소현(김인숙, 자음과 모음/2010) 등도 역사적 사실에 작가의 상상력이 가미된 작품들이었다.
또한, 역사적 사실이 왜곡되는 이유 중의 하나는 역사서는 승리한 자들을 기로이기에 정확한 사실보다는 정권유지를 위한, 정권을 탈취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비리들은 은연중에 숨겨진다는 것이다.
또 한가지 요인은 그 역사서가 쓰여진 시점이 아닌, 현세에 들어와서 정권을 잡은 사람들에 의해서 의도적으로 부풀려지고 미화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도 거론되는 인물 중의 '신사임당'.
신사임당이 5만원권 지폐의 모델인데, 모델이 되기까지의 우여곡절이 많았다.
'왜 지폐의 모델이 남성중심적이냐?" 란 반발에 선택된 인물이 신사임당이지만, 그녀가 정말 '양처'였을까 하는 관점. 그리고 현대 여성들의 롤모델이 '현모양처'를 지향하는가 하는 물음에도 "그렇다"라고 말 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런 생각들과 함께, 나 자신이 역사속의 인물을 바라보는 관점은 소설적 허구보다는 좀더 사실에 입각한 인물을 만날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이다.
시대가 오래되면 오래될 수록 역사속 인물을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는 문헌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최소한 독자들이 역사속의 인물을 바로 알고나서 그다음에 소설적 허구가 가미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확한 역사속 인물의 모습도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드라마, 영화, 소설을 통해서 알고 있는 사실들이 진실인 것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기때문이다.


 

'이덕일의 세상을  바꾼 여인들'은 이런 나의 생각을 너무도 잘 반영한 작품이라는 생각을 이 책을 읽는내내 하게 해 주었다.
너무도 낯익은 역사속의 25명의 여인들.
그들은 남성중심의 사회에서 태어났기에 여러가지 제약들이 있었고, 자신이 타고난 운명이 비천하기에 더 높은 곳으로 향할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자신의 운명을 바꾸려는 노력을 하였으며, 그 결과 드디어 자신의 운명을 바꾸기도 하였고, 그중의 몇 명은 더 큰 것을 얻으려는 욕망에 스스로 자신의 운명을 불태워 버려야만 했던 여인들도 있는 것이다.
책 속의 인물중의 여인인 '신사임당'.
그녀는 시와 그림에 뛰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그녀가 과연 현모양처였을까?
그녀의 행적에 관한 이야기의 많은 부분이 신사임당의 아들인 이이가 쓴 '나의 어머니 일대기'에 의존하기에 객관적이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아들이 쓴 어머니의 일대기는 "쓸 것"과 '못 쓸 것"을 충분히 구분해서 썼을테니까.
신라의 3명의 여왕들. '선덕', '진덕'.'진성'. 그녀들은 통일신라의 주축을 이룬 업적을 세웠지만, 그녀들이 여인이었기에 과소 평가되는 점도 있는 것이다.


 

특히 '진성여왕'에 대한 남성편력같은 것은, 신라시대에 있을 수 있는 근친혼에 대한 시각을 여왕을 깎아 내리기 위한 수단으로 썼을 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시대의 풍습은 그 시대의 시각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화랑세기>뿐만 아니라 <삼국사기>와 <삼국유사>를 살펴보아도 신라 지배계급에게 족내혼은 자연스런 풍습이었다. 후대인의 시각과 관습으로 과거인을 비판하는 것은 역사에 대한 무지이자 횡포일 뿐이다. (p235)

'소현세자빈 강씨'는 청나라 볼모로 끌려가서까지 인질생활에 좌절하기보다 대규모 영농과 국제무역을 주도하는 경영가로 변신을 하였지만, 인조의 과민한 정권유지의 수단으로 희생당한 여인이다.

 
 

이처럼 정권유지를 위해서, 당파의 정권 장악을 위하여, 희생된 여인들은 연산군의 어머니인 성종의 비인 윤비, 장희빈 등이 있는 것이다.
그런데, 역사서는 많은 부분을 의도적으로 가리고 있기도 한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인 이덕일은 역사속 25명의 삶을 문헌을 통해서 추적해 나간다. 독자들이 쉽게 접할 수 없는 역사서들의 내용을 들추어서, 그것도 한 권의 역사서로는 많은 오류를 범할 수 있기에 '실록'을 비롯하여 각종 문헌들을 살펴보면서 이들의 삶을 재조명해 나간다.
기존에 가지고 있었던 생각들을 다시 한 번 되짚어 볼 수 있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이 책의 마지막 인물인 '최용신'을 읽으면서 오래전 흑백 영화로 보았던 '상록수'의 한 장면과 심훈의 '상록수'을 읽을  때 감동적이었던 장면이 떠올랐다.


일본인들에 의해서 학당에 들어올 수 없는 학생들이 제한되자, 창문 너머에 다닥다닥 붙어서 수업을 들으려는 시골 어린이들의 모습이 떠오르는 것이다.
식민지 시절에 가난한 농촌의 어린이들을 가르치고 주민들을 계몽하기 위해서 일생을 받쳤던 '최용신'의 모습이 이 책의 그 어느 여왕보다, 권세를 누리던 어떤 여인들보다, 자신의 삶을 바꾸기 위해서 갖은 야망을 충족시켰던 그 어느 여인의 이야기보다 값지고 값지게 느껴졌다.

 
언제나 역사소설을 읽으면서, 역사서를 읽으면서 몇 % 부족하게만 생각되었던 이야기들이 '이덕일의 세상을 바꾼 여인들'을 읽으면서 많이 충족 된 느낌을 가지게 해준다.
제법 두꺼운 책인데도 책읽는 재미에 빠져서 언제 읽었는지 모를 정도로 빠르게 읽혀 나가던 책이다.
청소년을 비롯한 우리의 역사의 진실된  이야기를 읽기를 원한다면 이 책은 그런 마음을 충분히 만족시켜 줄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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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어주는 책 북멘토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 지음 / 더블유북(W-Book)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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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좋사 카페와의 인연이 즐겁기만 했는데, 제 서평이 책에 실리게 되었으니 기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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