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고 미끈거리는 슬픔
류경희 지음 / 은행나무 / 2010년 12월
평점 :
품절


 낯선 작가의 작품.
그러나 낯익은 작가의 작품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색다른 소재와 주제, 그리고 독특한 필치가 돋보이는 '차고 미끈거리는 슬픔'.
이 소설은 2009년 한국문화예술 위원회가 주관한 문학창작지원사업의 장편소설 부문에 선정된 작품이자 류경희 작가의 첫 장편소설인 것이다. 


작가는 이미 1997년에 동아일보 신춘문예 단편소설로 등단한 작가이다.
그런데, '차고 미끈거리는 슬픔'은 장편소설이기는 하지만 옴니버스 형식의 소설같기도 하고, 6편의 단편이 모인 작품같기도 하고, 마치 6조각의 퍼즐을 찾아 나섰다가 그 퍼즐 조각을 찾아서 하나 하나 맞추는 작업같기도 한 그런 소설이다.
그리고, 퍼즐을 맞추어 가는 과정은 미스터리 소설처럼 '메모리'가 누구일까 궁금해지기도 하는 그런 소설이다.


한 마디로 줄이면 "좀 특이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어느날 한 통의 이메일을 받게 되는 남자 3 명과 여자 3명.
미지의 사이트인 '메모리 박스'에 초대를 받게 된다.
초대받은 사람들은 각각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부여받게 된다. 그리고 '메모리 박스'에는 6개의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그 공간은 초대받은 사람들이 자신의 기억들로 채워주어야 하는 곳이다.


6명의 아이디는 '고양이 줄고기', '유리고기', '나비가오리', '등목어', '모래무지', '벚꽃뱅이'.
모두 물고기 이름. '등목어', '모래무지'이외에는 별로 들어보지도 못한 물고기 이름.
누군가 자신의 정체를 밝히지 않은 사람이 만든 미지의 사이트.
누가 만들었을까?
왜 그들은 6명을 선택했을까?
6명은 서로 아는 사이일까?
그들이 비밀공간에 적어 나가는 이야기는 어떤 이야기들이 될까?
그 이야기를 통해서 '메모리'를 찾을 수 있을까?
그런 의문을 갖고 읽어 나가게 된다.
앞에서도 이야기했듯이 책의 내용은 각각 '메모리 박스'에 초대받게 되는 각자의 이야기가 한 장씩 전개되는 것이다.
그런데 6명의 초대받은 사람들은 각자 마음의 상처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서로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지만 '메모리 박스'에 서로의 기억을 적어 나가는 중에 그 기억들을 하나로 모아서 '메모리'를 찾게 되는 것이다.
누구에겐가도 이야기할 수 없었던 내용들을 적어 나간다는 것은 자신의 상처를 보듬어 주는 것이기도 하고, 서로가 소통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 나가게 되는 것이기도 한 것이다.
사람들 속에 섞여 있으면서도 소외된 사람들.
서로의 기억을 메모리 박스에 적어내력는 동안에 그들의 상처는 보듬어질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 소설의 키워드는 '소통'인 것이다.
서로 자신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때에 소통은 가능해 지는 것이다. 그런데, 우린 삶을 살아가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과 소통을 하고 있는 것일까?
얼마나 자신의 비밀스러운 이야기까지 건넬 수 있는 것일까?
이런 의문들이 생기게 된다.
서로의 기억을 들여다 보고 관계를 맺음으로 우리는 비로소 '소통'을 이루게 되는 것임을 이 책은 6조각의 퍼즐을 맞추어 나가는 과정을 통해서 일깨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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