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죄의 죄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92
하야미 가즈마사 지음, 박승후 옮김 / 비채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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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 이유는 누구를 위한 거지? 처음으로 사형 판결의 이유를 듣는데 그런 생각이 들었다. 곧 죽음을 선고받을 사람에게 그만 수긍하라고 들려주는 걸까. 아니면 분노에 사로잡힌 유족과 시민에게 이제 후련해하라는 뜻일까. 낭독은 십 분 이상 계속됐다. 숨 막히는 긴장감이 한동안 더 이어진 끝에 재판장은 고개를 한 번 살짝 끄덕였다. 침묵의 무게가 견디기 힘들다고 느낀 직후였다.
“주문, 피고인을…….”
한층 높은 목소리가 법정 안에 울렸다.
“사형에 처한다!”       p.31

 

다나카 유키노는 헤어진 옛 연인 게이스케의 집에 불을 질러 그의 아내와 쌍둥이 아이를 죽게 만들었다. 요양원에 근무하는 게이스케는 야간근무 탓에 화를 면했으나, 아내의 배 속에는 여덟 단 된 태아도 있었다. 유키노는 사건이 일어나기 이 년 전에 게이스케의 일방적인 이별 통보로 헤어지게 되었지만, 수긍할 수 없어 끊임없이 그를 스토킹 해왔다. 게이스케는 유키노에게 150만 엔 가까운 빚이 있었지만, 결혼 후 조금씩 갚고 있었고 아내가 알게 되어 장인 어른의 도움으로 나머지 잔액까지 모두 변제하게 되었다. 하지만 유키노의 스토커 행위는 잦아들지 않았고, 경찰서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사건 이후 수사는 매우 빨리 진행되었고, 방화 사건은 신문지면을 화려하게 장식한다. 목격자의 증언과 게이코의 아내에게서 걸려온 마지막 전화, 유키노의 집에서 압수된 일기와 그녀의 과거 이력까지 범행을 뒷받침하기에 충분했던 것이다.

 

유키노는 사생아로 태어났고, 어머니는 열일곱 살의 호스티스였으며, 새아버지에게 학대를 받았다. 중학교 시절 불량서클에 발을 들였고, 강도치사 사건을 일으켜 아동자립지원시설에 입소한 적도 있으며, 방화 사건 몇 주 전에 대대적인 성형수술을 했다는 것도 밝혀졌다. 게다가 그녀는 범행에 대한 반성도, 자신의 인생에 대해 어떤 변명도 하지 않았고, 결국 사형이 구형된다. 그녀는 정말 희대의 괴물인 걸까.

 

 

"네가 장차 어떤 일을 하든 절대로 잊어선 안 되는 게 있다. 상대가 무엇을 바라는지 진지하게 상상하려무나."
"상상요? 그냥 이야기를 들으면 되잖아요."
.... "인간이란 꽤 복잡한 생물이라서 말이다. 생각하는 걸 다 말로 할 수는 없어. 하지만 언젠가 네가 만날 누군가는 네가 뭐라고 해줄지 기대할 거야. 그런데 잘 설명할 수 없어서 생각지도 못한 말을 할 수도 있지. 그러니 그 누군가를 진솔하게 대하고 그가 바라는 게 무엇인지 상상해주어야 한단다."     p.236

 

이 작품은 일본 도서 차트 역주행의 신화를 만들며 입소문 만으로 50만 부를 돌파했다. 쓰마부키 사토시 주연의 드라마 <이노센트 데이즈> 원작 소설이기도 한데, 파격적인 구성과 충격적인 결말로 드라마로도 매우 화제였다고 한다. 우선 구성이 대단히 인상적인 작품이었는데, 초반 프롤로그에 사건의 간략한 개요와 사형 판결까지 모두 담겨 있다. 그리고 재판장이 사형을 판결한 판결 이유들이 각 장의 제목이 되어, 실제 사건이 어떻게 벌어졌고, 판결 이후 현재의 상황들을 보여 주고 있다.

 

책임감을 갖추지 못한 열일곱 살 어머니 밑에서...
양부의 거친 폭력에 시달렸으며...
중학교 시절에는 강도치사 사건을....
죄 없는 과거의 교제 상대를...

 

... 등으로 사형 판결의 이유가 이어졌는데, 그 각각의 이야기들 속에 있는 진실에 대해서 가족부터 학교 동창, 애인의 친구, 동네 주민, 담당 의사, 교도관 등의 인물들을 등장시켜 그들의 증언과 고백을 통해서 들여다보는 방식이다. 겉에서 보여지는 모습과 문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갔을 때 그 속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완전히 다를 수도 있다는 것을 알지만, 이 작품 속에서 그려지고 있는 이야기는 그야말로 독자들을 함께 분노하게 만든다. 꼭 누군가 악의를 가지고, 의도적으로, 거짓말을 한 것이 아니라 그저 조금씩 사실이 왜곡되었고, 진실을 알고 있는 몇몇이 석연찮은 마음을 지울 수 없었음에도 나서지 않았고, 누군가는 책임을 회피하고 싶었고, 다들 각자의 사정이 있었고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어 버리고 말았다는 식의 이야기라 순식간에 빠져 들어서 홀린 듯이 읽게 만드는 작품이었다. 게다가 작가인 하야미 가즈마사는 예상을 벗어난 결말을 선택함으로써 읽는 내내 간절히 바랬던 독자들의 마음을 보기 좋게 외면한다. 그래서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면서 짧은 한숨을 내쉬게 만들지만, 그만큼 이야기가 가진 힘이 압도적인 몰입감을 안겨주는 작품이라 한 동안 그 여운에 시달려야 했다. 역주행 신화의 이유를 만나보고 싶다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들게 되는 미스터리 작품이 궁금하다면 이 책을 적극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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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찔하게 귀엽고 엉뚱하게 재미있는 공룡 도감 이야기 도감 2
마이크 로워리 지음, 김은영 옮김, 박진영 감수 / 웅진주니어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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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어떤 방송 프로그램에서 정재승 교수가 다들 공룡은 한번쯤 좋아해본 적 있지 않느냐고, 너무도 당연하게 말했는데 당시 출연진들이 아무도 그에 동의하지 않았다는 이야길 들은 적이 있다. 나 역시 어린 시절에 공룡에 푹 빠져 보냈던 시기가 있었던 터라 정재승 교수와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그렇지 않았던 사람들도 많구나 싶어서 새삼 놀랐던 기억이 난다. 어린 시절에 공룡을 너무 좋아해서 꿈이 고생물학자 내지는 고고학자였던 적도 있었던 터라, 공룡을 좋아한 적이 없다는 사람들이 내게는 더 이상하게 느껴지긴 하지만 말이다. 하핫.

 

뭐 어쨌든 그래서 어른이 된 지금도 공룡이 등장하는 관련 책들은 꾸준히 챙겨서 읽는 편이다. 아이 역시 공룡을 너무 좋아해서 지금은 어린이용 책들도 함께 찾아서 읽고 있는데, 그래서 쉽고 재미있게 풀어가지만 정보는 제대로 갖추고 있는 책을 찾던 참에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이 책은 웅진 주니어의 이야기 도감 시리즈로 실패의 모든 것을 담았던 <실패 도감>에 이은 두 번째 책이다. '아찔하게 귀엽고 엉뚱하게 재미있는' 이라는 부제가 붙은 제목과 유쾌한 일러스트의 표지에서부터 느껴지듯이 대단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공룡 도감'이다. 동화책 작가이자 삽화가인 저자 마이크 로워리가 글과 그림을 함께 쓰고 그렸는데, 공룡들에 대한 일러스트들이 마치 만화라도 보는 것처럼 아기자기하고 재미있는 책이었다.

 

가장 작은 공룡부터 가장 거대한 공룡까지 공룡의 모든 정보를 담고 있지만, 그 속에 기발한 이야기와 농담과 수수께끼도 함께 있어 아이와 함께 읽기에도 딱 좋은 책이었다.

 

 

특히나 공룡에 관해서 많은 사람들이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사실들에 대한 충격적인 정보가 흥미로웠다. 예를 들어 익룡은 공룡이 아니다, 게다가 익룡은 새의 조상이 아니다, 라는 사실은 대부분 의아해할 만한 정보일 것이다. 익룡은 하늘을 나는 파충류라는 의미로, 날아다녔기 때문에 새의 조상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새는 땅에서 사는 공룡에서 진화했다고 한다. 그러니 공룡이 세상에서 모두 사라진 건 아니라는 거다. 지금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새는 약 1억 5000만 년 전 쥐라기의 공룡이 진화한 생물이다. 대부분 공룡이 멸종할 때 함께 사라졌지만, 몇몇 종류는 살아남아 지금도 우리와 함께 같은 공기를 마시고, 하늘을 날고 있다니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새가 공룡에서 진화했다니 말이다.

 

공룡 외 선사 시대에 만나볼 수 있는 다양한 생명체들에 대한 이야기도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 외에도 고생물학자는 어떤 일을 하는 과학자인지 설명이 되어 있어 유익했고, 가장 목이 긴 공룡, 가장 똑똑한 공룡, 가장 희한하게 생긴 공룡, 가장 이름이 긴 공룡 등 각 분야에서 우수 공룡을 선발해 상을 주는 공룡 시상식도 기발하고 재미있었다.

 

 

다양한 공룡을 쉽게 그려볼 수 있도록 구성한 그리기 도안도 수록되어 있다. 매우 간단한 단계로 몇 가지 공룡들을 그려볼 수 있는 방법들이라 누구라도 따라 해보기 좋을 것 같았다. 남은 화석으로 멸종된 공룡을 추리해 보거나 퀴즈를 통해서 공룡에 대한 잡다한 상식들을 얻어 보는 것도 이 책을 즐기기 위한 방법이 될 것이다.

 

공룡은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는 호기심거리나 어린 시절에만 열광하는 흥미거리 내지는 화석으로만 존재하는 존재라고 생각했다면 이 책을 통해 공룡을 조금 더 친근하게 느낄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싶다. 공룡이 실제로 존재했던 약 2억 4800만 년 전부터 약 6500만 년 전까지 이어진 중생대는 전혀 체감되지 않는 아득한 옛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마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동물을 꼽는다면 공룡이 될 것이다. 공룡을 좋아하는 아이들에게, 흥미진진한 공룡들의 세계를 만나게 해주고 싶다면 이 책이 도움이 될 것 같다. 귀여우면서도 우스꽝스러운 공룡들과 소소하지만 기발한 농담들이 가득하지만, 공룡에 대한 정보만큼은 최신 버전으로 탄탄하게 담고 있는 책이니 말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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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양품의 생각과 말
양품계획 지음, 민경욱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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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양품은 물과 같았으면 좋겠습니다. 물은 평온하고 불가결하며 언제나 사람들 옆에 있어 휴식과 윤택함을 제공합니다. 술처럼 화려하지 않고 향수처럼 사람들을 매료시키지도 않지만, 늘 순수함으로 모든 사람의 보편적인 건강함을 보증합니다. 조용한 물은 세월이 흐름에 따라 산을 깎고 때로는 거대한 자연의 힘을 나타내기라도 하듯 바위도 깨는 힘을 발휘합니다. 무인양품 또한 그런 힘을 감추고 있으면서도 어디까지나 유유하게, 세상 구석구석까지, 사람들이 원하는 곳으로 퍼져 갔으면 좋겠습니다."     p.107

 

'디자인하지 않는 디자인', '무작위의 작위', '아무것도 없지만 모든 게 있다', '평범한 비범함', '어디에나 있지만 어디에도 없는 것'.. 이 말들은 모두 무인양품을 설명하는 카피들이다. 이 책은 '심플, 내추럴, 베이식'으로 대표되는 이미지를 가진 무인양품의 40년 경영 철학을 담고 있다. 기업의 탄생부터 브랜드의 철학을 이루는 핵심 키워드, 기획과 발상, 조직문화를 아우르며 구성원들에게만 공유해온 내용들과 앞으로의 일과 비전,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까지 브랜드의 과거와 현재, 미래가 오롯이 담겨 있는 책이다.

 

 

이 책은 옷과 신발, 침구를 비롯하여 식기와 문구 심지어 레토르트 식품까지 생활에 쓰이는 거의 모든 물건들을 만날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무인양품MUJI’의 모든 것을 알려 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게다가 ㈜양품계획 가나이 마사아키 회장이 직접 구성하고 서문을 썼으며, 무인양품의 아트 디렉터이자 세계적인 산업 디자이너 후카사와 나오토가 기획에 참여하고 한국어판 디자인 감수까지 마쳤다.

 

무인양품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무인양품의 제품들이 지금과 같은 형태가 된 이유가 무엇인지, 그리고 앞으로 그들은 어떤 생각을 하면서 일을 대할 것인지 등등.. 에 대해서 모두 들려주고 있으니 말이다. 과도한 소비 지향 사회에서 줄이고 간소화함으로써 매력을 창출시킨다는 발상도 신선했을 것이다. 지금이야 미니멀리즘을 비롯해서 비우고, 심플한 삶을 지향하는 것이 너무 익숙해졌지만, 무인양품이 처음 출발한 것은 무려 40년 전이니 말이다.

 

 

명료하고 자신감에 넘치는, ‘이것으로 충분하다’를 실현하는 것이 무인양품의 비전입니다. 지구 차원에서 소비시대의 미래를 관통하는 시점을 갖고 최적의 소재와 제조 방법, 그리고 태도를 모색하면서 지혜를 삶의 형태로 드러내고자 합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그렇구나!’라고 공감, 납득하고 이성적인 만족감을 얻을 수 있는 상품을 통해 무인양품은 생활의 ‘기본’과 ‘보편’을 계속 제시하고자 합니다.     p.193

 

무인양품은 단 40가지의 상품을 다루는 마트 내 PB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7,000여 가지 품목을 취급하며 미국, 유럽, 중국 등 30개국·지역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무인양품의 모든 물건에는 ‘마이너스의 미학’이라는 공통된 무(無)의 철학이 스며들어 있다. 특별하지 않기에 그 어떤 것과도 자연스레 어우러질 수 있고, 비어 있기에 모든 것을 담는 포용력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포장을 간략화시키고, 규격에서 좀 벗어나더라도 본래 가치에 영향이 없는 것은 상품으로 삼아 선별 공정을 줄였다. 포장된 바깥 상자를 없애고 내용물을 그대로 드러낸 채 판매하고, 꼭 필요한 기능 외의 부속품은 별도 판매로 돌려 선택을 고객에게 맡기기도 했다. 라벨이든 상품이든, 재생지를 사용했고 상품 이름에도 강요를 없앴으며, 매장 역시 조용한 음악이 흐르고 갈색에 거칠고 딱딱한 표정의 상품이 놓여 있는 낯선 방식이었다. 이러한 모든 것은 무인양품이 상품을 개발할 때 가장 먼저 생각하는 기본 중의 기본이 바로 '자신에게 마케팅'이기 때문이다. 무인양품에서 발상의 기본이 '만들기'보다 먼저 '찾아내는' 것이라는 점 또한 이들을 다른 브랜드와는 다르게 만들어 주는 요인일 것이다.

 

'기분 좋은 생활'을 목표로, 어떻게 하면 사람과 사회에 '도움'이 될지를 고민하는 브랜드, 그들이 사상을 팔아 세계인의 공감을 얻기까지의 과정을 만나 보자. '감성'을 판매하고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변화시키는 독보적인 브랜드의 비밀이 여기 모두 담겨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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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장자의 아주 작은 성공 습관
딘 그라지오시 지음, 권은현 옮김 / 갤리온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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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고 나쁨의 가치 판단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핸들에서 손을 떼고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가만히 있어도 늘 하던 일을 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른 결과를 바라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결과는 똑같을 수밖에 없다. 농부가 항상 가던 길을 바꾸거나 가려는 목적지를 바꾸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내일 아침에 일어나 완전히 새로운 일상을 시작할 필요는 없다. 핸들을 아주 살짝만 돌리면 된다. 당신도 마찬가지다. 갑자기 자신의 삶을 급격히 바꾸지 않아도 된다.    p.29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 자신이 꿈꾸는 인생을 완벽하게 살지 못한다. 그저 자신 혹은 타인에게 아무런 문제가 없는 척, '다 괜찮아'라는 가면을 쓸 뿐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지금 인생에서 어디를 향해 가고 있을까. 많은 사람들이 이 질문에 선뜻 답하지 못할 것이다. 저자는 말한다. 시간이 부족해서, 주의가 산만해서, 일을 미루고 있어서 매일 쩔쩔맨다는 생각이 든다면, 당신이 인생의 목표를 정확히 모르고 있는 거라고 말이다. 저자인 딘 그라지오시는 지독한 가난과 불우한 가정환경 때문에 노숙자 생활을 했으며 학업조차 제대로 마칠 수 없었지만, 현재는 자수성가한 백만장자이자 미국 최고의 비즈니스 코치가 되었다. 이 책은 부자로 태어나지 않은 사람들이 스스로의 힘으로 성공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조언을 담고 있다.

 

저자는 억만장자, 최고의 운동선수, 기업 CEO, 세계적으로 유명한 연설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최고의 위치에 오른 이들의 습관과 변화를 분석해 그들의 성공 비법을 알아냈다. 누구나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생각의 프레임을 바꿔라, 등등의 말은 이 책뿐만 아니라 수많은 자기계발서에서 부르짓는 말이다. 하지만 그 말들을 현실로 만들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까지 제시하는 책은 많지 않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누구나 머리로는 알고 있는 뜬구름 잡는 얘기가 아니라 직접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이니 말이다. 저자는 매년 달에 한 번 꼴로 강연을 해왔는데, 무대에 설 때마다 거의 빼놓지 않고 하는 것이 바로 7단계 질문법을 가르치는 것이었다고 한다. 무작위로 청중 중 한 명을 선택해 무대 위로 불러 올려 이 훈련에 참여시켰는데, 지금까지도 이렇게 참여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모두 기억한다고 한다. 7단계 질문법을 통해 이유를 찾아가는 훈련을 독자들도 해볼 수 있도록, 단계별 연습이 수록되어 있으니 책을 읽으면서 참여해봐도 좋을 것 같다. 

 

 

적당히 괜찮은 것을 경계하자. 그 말 자체를 인생에서 없애자. 겉으로는 자신을 질책하지 않고 저평가하지 않음으로써 내면의 악인을 물리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그럭저럭 괜찮다는 말에는 '나는 훌륭하지 않아. 더 좋아질 수 없어. 다른 사람들은 행복하고 풍요로운 삶을 살지만 나는 아냐. 지금 그 수준에 만족해.'라는 의미가 숨어 있다. 무슨 말인가! 자신에게 적당하다는 말을 그만하자. 당신은 지금 앞에 놓인 행복과 즐거움을 얻고 성취할 기회를 무의식적으로 차단하고 있다.    p.287

 

자신감이 필요할 때 언제든지 자신감이 생길 수 있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말한다. 자신감을 타고나는 사람은 없다고. 그리고 언제든지 자신감을 만들어내는 '4C 전략'에 대해서 알려 준다. 첫 번째는 용기(Courage)이다. 처음 번지점프를 할 때 발판에서 뛰어내리게 만드는 힘은 자신감 이전에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그러니 모든 새로운 것들의 시작은 용기로부터 비롯된다. 두 번 째 C는 헌신(Commitment)이다. 체중을 감량하고 싶다면 혹독한 식단 조절과 운동에 노력을 쏟아야 하는 것처럼, 모든 큰 변화에는 헌신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세 번째 C는 능력(Capabilities)이다. 대개의 경우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특정한 능력이 요구되기 마련이다. 그러니 언제든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도움이 될 사람이나 지식으로부터 로드맵을 얻어야 한다. 이렇게 세 가지 C를 바탕으로 행동하면 비로소 네 번째 C인 자신감(Confidence)이 자연스럽게 생긴다.

 

각각의 장이 끝나면 직접 자신의 모습을 대입해 저자가 들려주는 부자들의 습관을 연습해볼 수 있는 페이지가 있다. 일상 속 작은 습관의 변화가 쌓여서 인생 전체를 바꿀 수 있도록 해주는 그 첫걸음인 셈이다. 오늘 당장 어떤 일부터 시작할 수 있을까. 주변의 부정적인 사람들을 인생에서 내보내기, 도움이 되는 사람들과 관계 맺기 등등.. 부터 다 적어보자. 그리고 하고 싶은 일, 잘하는 일, 목표를 향해 해야 하는 행동을 적는다. 성공하기 위해서는 하지 말아야 할 일이 해야 할 일보다 더 중요하다. 이 책에 따르면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를 명확하게 알게 될 때 시간적 여유가 생기고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으니 말이다. 저자가 알려 주는 '지금 당장 써먹을 수 있는 성공 습관'만 잘 체크해도 꽤 도움이 될 것이다. 자, 더 이상 기약 없는 기적을 마냥 기다리는 수동적인 삶에서 벗어나 스스로 행운을 만들어내고 싶다면 이 책을 만나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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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스 더 원더 킬러
하야사카 야부사카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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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가만히 서 잇는 나를 향해 지금까지 잠자코 있던 흰토끼가 입을 열었다.
"왜 그래? 네가 가장 좋아하는 추리소설의 꽃, 살인사건인데 기운이 없네. 설마 겁먹은 거야?"
확실히 흰토끼의 말대로 가상현실 속의 처참한 현장에 압도당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탐정이 되면 이런 현장과 수도 없이 마주하게 된다. 계속 위축되어 있을 수는 없다. 나는 마음을 다잡았다.     p.163

 

열 살 소녀 앨리스의 장래희망은 아버지 같은 명탐정이 되는 것이다. 생일을 맞이한 앨리스에게 아버지는 '수수께끼'를 선물한다. 사건 조사 때문에 생일을 함께 보내지 못하는 것을 사과하며, 두 사람이 늘 가던 오두막으로 가면 최고의 수수께끼가 기다리고 있을 거라는 편지를 남긴 것이다. 수익이 불안정하고 위험한 직업인 탐정보다는 공부를 열심히 해서 안정적인 직업을 얻길 바라는 어머니를 피해, 아버지와 앨리스는 종종 그 오두막에서 탐정 수업을 하곤 했다. 과연 오두막에서 앨리스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오두막에 도착한 앨리스는 새하얀 머리와 피부에 빨간 눈을 하고 토끼 귀 머리띠를 한 잘생긴 청년과 마주한다. 자신을 아버지의 친구라 소개한 그는 아버지의 부탁으로 생일 선물을 가져왔다고 말한다. 발명가라는 그는 자신이 '화이트 래빗'이라는 기계를 발명했는데, 그걸 통해서 가상현실을 체험할 수 있다고 말한다. 토끼 귀 모양 헤드기어를 장착하고 전원을 켠 뒤 전용 알약을 먹으면, 잠을 자는 동안 진짜와 똑같은 세계를 체험하게 된다는 거였다. 평소에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좋아하는 앨리스를 위해, <앨리스> 시리즈를 변형한 수수께끼 게임을 준비했다고 한다. <앨리스>도 좋아하고, 수수께끼 놀이도 정말 좋아하는 앨리스는 설레이는 마음으로 게임에 참여한다.

 

그렇게 가상공간에 구현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세계에 떨어진 앨리스는 흰토끼의 가이드에 따라 수수께끼 게임을 시작한다. 첫 번째 수수께끼는 '방을 나가서 게임을 계속해야 하지만, 밖으로 나갈 수 있는 유일한 문은 잠겨 있을 때 어떻게 하면 좋을까', 두 번째 수수께끼는 '쌍둥이 유괴 실종 사건에서 사라진 아이의 행방을 찾는 것' 이었고, 세 번째 수수께끼는 티타임 시간에 모자 장수와 잠쥐를 살해한 범인을 찾는 것'이었다. 앨리스는 그렇게 이어지는 다섯 가지 수수께끼를 제한시간 24시간 이내에 풀어야 한다. 평소에 수수께끼와 정정당당하게 맞서 해결했던 앨리스는 스스로를 '수수께끼를 죽이는 앨리스'라 칭하며 "내 사전에 수수께끼란 없어!"를 외치곤 했다. 그만큼 수수께끼를 사랑했고, 수수께끼 풀이에 자신이 있었던 앨리스는 과연 각각의 수수께끼를 풀고 무사히 현실 세계로 돌아올 수 있을까.

 

 

여왕이 전지전능하기 위해서 이 세계에 그녀가 풀지 못하는 수수께끼(wonder)가 없어야 한다. 여왕이 독재를 펼치기 위해서는 백성들이 의심(wonder)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그래서 그녀는 wonder를 모조리 죽이기로 결심했다. 그 시작으로 추리소설과 퍼즐책을 불태워 버리는 것이다. 수수께끼를 죽인다. 나와 똑같은 말을 하지만 그 의미는 정반대다. ‘수수께끼를 죽이는 앨리스’인 나는 정정당당하게 수수께끼와 맞서서 없앤다. 그러나 여왕은 수수께끼를 풀려고 하지 않고 자신의 지위를 지키기 위해 그것을 말살한다.나와 여왕은 극과 극의 존재인 것이다.      p.250~251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작가 하야사카 야부사카는 범인이나 트릭, 동기가 아닌 제목을 맞힌다는 전대미문의 추리소설 《○○○○○○○○ 살인사건》으로 메피스토상을수상하며 등장했다. 메피스토상은 특별한 수상 기준 없이 철저하게 재미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독특한데, 모리 히로시가 <모든 것이 F가 된다>로 메피스토상 제1회 수상자로 선정되며 데뷔했다. 나오키 상을 수상한 츠지무라 미즈키 역시 메피스토상 출신이다.

 

이 작품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가상공간을 접목한 신감각 본격 미스터리 소설이다. 앨리스가 풀어야 하는 다섯 개의 수수께끼들은 모두 루이스 캐럴의 원작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에피소드들을 변형해 재구성한 것이라, 익숙하면서도 색다른 지점에서 오는 재미가 있다. 그리고 앨리스의 모험 여정이 끝난 뒤 마주하게 되는 기상천외한 대반전 역시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수수께끼를 죽이는 앨리스' 라는 뜻의 명탐정 '앨리스 더 원더 킬러'라는 제목도 신선했고, 각각의 수수께끼를 풀어 나가는 과정에서의 트릭 들도 재미있었다. 고바야시 야스미의 <앨리스 죽이기>가 잔혹하고 그로테스크했다면, 하야사카 야부사카의 <앨리스 더 원더 킬러>는 순수하게 논리와 트릭에 집중하는 분위기라 완전히 다른 색깔의 작품이 되었다. 물론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원작으로 하는 추리 소설들이 그 동안 많이 있어 왔지만, 최근 작 중에서는 이 두 작가의 작품이 매우 인상적이었던 것 같다. 루이스 캐럴의 원작을 좋아하는 이들에게도, 본격 미스터리를 즐기는 이들에게도 추천하고 싶은 작품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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