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 합격, 계급 - 장강명 르포
장강명 지음 / 민음사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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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복음 6장 13절의 구절이 떠올랐다.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마옵시고 다만 악에서 구하시옵소서". 과연 인간이 세상에 태어나 경쟁 사회에서 시험이 없을 수가 있을까? 시험에 들게 하지 말고 악에서 구해달라는 게 가능이나 할까. 시험 자체가 어쩌면  선택의 기준이 되는 사회체제에서 시험 자체가 악과도 같다. 물론 방식은 다르더라도 말이다.

 

현재의 우리는 부단한 시험의 연속이다. 나부터도 작년에 늙어가는 머리를 테스트, 즉 시험하고자 자격증에 도전했었던 적이 있으니 그 과정의 고역이야 나이가 들수록 더 미칠 노릇이었다. 만약 취업에 한시라도 절박하게 해야 하는 사람의 자격증 시험은 더 치열할 것이고 보면 자격증은 생존의 테스트가 되어 버린다. 관문의 통과 여부에 따라 신분은 달라지고 삶의 방편이 나아질 것을 기대하고서 그렇게 공부를 하고 자격증을 따려고 시험을 치른다. 게다가 현대 사회는 모든 사람에게 똑같은 자격을 줄 수가 없다. 선발의 방식은 지독히도 한국적이다. 게다가 한국적인 자격증 제도에 있어서의 수요와 공급에 있어서 더더욱 치열하게 되다 보니 시험 문제는 배배꼬이는 문제가 자꾸 나온다. 지난 9급 모 공무원 시험 한국사 시험에서 어느 강사가 노발대발 욕설까지 해대며 그따위 문제를 내면 안된다라며 카리스마 있게 일갈도 하는 적이 있었다. 하지만 원하는 바대로 모두 인간의 조건에 따른 자격을 모두 부여할 수 없다면 여기에 어떤 선발하기 위한 제도는 계속 있어 왔다. 조선시대에 과거제도에서부터, 오늘날 대입시험과 자격과 등단과 등업에 대한 시스템들을 말한다.

마침 오늘이 지역의 지방자치단체에서 실시하는 9급 공무원 선발 시험이 있는 날이었나 보다. 토요 당직이라 출근하는 길에 수험장 학교를 지나는 길을 거처 왔는데 많은 수험생들이 학교로 들어간다. 긴장한 모습들이 역력하다. 합격과 불합격의 차이에 대해 얼마나 공부한 것인지 그날의 운은 얼마나 따라 주는 것인지 공부해서 아는 문제가 나올 것인지 등등 오늘날은 경쟁률이 치열하다. 예전에 입사시험과 오늘날의 입사시험은 분명 다르고 관문이 더욱 좁게 느껴진다. 물론 관문이 좁고 경쟁률이 높으니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말라는 기도가 반대로 가고 있는 셈이다. 통과할 문은 좁고 선발할 사람도 적고 들어가고자 하는 공급은 넘친다. 마치 난자로 향하는 정자의 경쟁만큼.

 이 책은 어제 주문하고 당일 배송받고 바로 페이지를 넘겼다. 오늘 출근인데도 불구하고 새벽까지 모두 읽었다. 책을 한번 펼치면 도중에 닫는 게 좀 어려워하는 스타일의 독서라서 계속 넘기다 보니 새벽까지 넘겼다. 피곤은 쌓이며 잠도 오고 결국은 마지막 장을 덮으며 짧은 탄식의 주기도문이 터져 나온다. "주여,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마옵시라고." 그러나 우리 사회는 기도문처럼 절대 시험에 들게 하지 않을 방법이 아쉽게도 없다는 점이다. 이 책은 저자가 공모전 출신의 소설가이다 보니 문단에 등단 시스템과 입사시험 채용 시험과 비교 분석하고 다년간 기자로 활동하다 보니 르포 형식의 분석적 다큐 산문이다. 등단과 비등단의 입장과 등단의 시스템에 대한 설문과 인터뷰, 그리고 분석과 저자의 견해까지 두루두루 밝혔다. 아무래도 작가로 소설가나 시인으로 등단을 준비하는 분들이 많이 읽게 될 것처럼 보였던 책이다. 이런 등단 시스템에 비교 분석 대상으로 대기업의 회사 채용 시험이나 입사시험의 문제를 들추었고 나아가 각종 자격시험에 대한 문제, 이를테면 오늘날 핫한 뜨거운 감자 같은 사법시험과 로스쿨제도에 대한 문제도 다루었다. 대학 입학시험의 문제나 각종 입문 자격증 시험에 대한 언급까지. 이 책의 제목처럼 합격에 따른 게급적 신분적인 차이와 합격 후의 공고해지는 합격자들의 카르텔까지 이른바 시험의 합격과 불합격. 합격 이후의 합격자들의 태도에 대한 사회적인 비경쟁 구도의 끼리의 문제까지 파헤쳤다. 하기야 단행본 하나로 모든 문제의 해답을 제시하기보다는 암묵적인 카르텔에 대한 금기를 깨는 사회적인 공론이 이루어졌으면 하는 작가의 견해까지 들어냈다.(책을 요약하자면 그렇다는 이야기다.)

 

개인적으로 하나의 예를 들자면, 작년에 대입 수험생이었던 딸아이를 뒷바라지하면서 나도 수험생 부모의 입장을 겪었다. 수시로 갈 것인지 정시로 갈 것인지 고민부터 수시를 대비하는 과정에서 고등학교 3년 내내 수시 준비에 내 몰렸다. 정시는 한 번의 시험 점수로 지원하는 것과 수시는 3년 내내 꾸준한 준비의 차이였다. 수시도 포기할 수 없었고 정시도 포기할 수 없었는데 결국 정시보다는 3년 동안 준비한 것이 아까워서 수시로 지원을 했었다. 지원하고 나서 이제 협격한 학교를 선정하고 학교는 비교적 잘 다니고 있는 편이긴 하지만 글쎄 수시에 입학 성적이 발표되는 걸 보니 아연 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수시는 한 분야에 꾸준한 활동과 노력 그리고 성적으로 1학년 때부터 준비해야 했었는데 수시도 다 같은 수시가 아니었던 셈이다. 그렇게 좋아할 만한 영문학을 꿈꾸고 준비했던 영어학과는 모두 떨어졌다. 문제는 어떻게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자신의 진로를 명확하게 설정하고 타켓을 삼을 수가 있느냐라는 거였다. 그럼 중학교 때부터 이미 자신의 적성과 내 평생의 과목을 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게 너무 이른 것이 아닌가. 사람의 미래의 진로는 다양성이고 어떤 것을 섭렵해서 진화해 가는 과정이라면 얼마든지 바뀔 수 있는데 한번 정해지면 바꾸기 어렵다는 것도 이상했다. 영문학은 전혀 엉뚱에게도 한 번도 따져 보지도 않았던 경영학으로 합격했으니까 놀라지 않겠는가 말이다. 인생이 어떻게 이렇게 어이없을 수가 있나라는 것에서부터 지금은 차라리 영문학보다 경영학이 잘 된 거라 위안을 삼는 걸 보니 좀처럼 종잡지는 못했다. 입학 성적이 공개되고 나니 가까운 대학에도 충분히 합격할 수 있었는데 눈치작전에 너무 쫄았다. 그러고 보니 인생이란 역시 운빨의 선택이라는 특정할 수 없는 장난 같은 것도 분명히 있긴 한가 보다.

따라서 이런 경험을 하고 나서 보니 우리나라의 대학 입학 제도는 얼마나 많은 부침은 거처 왔는지 모두 따져 볼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해져 왔고 실력도 운도 모두 복합적이라는 것이다. 이제는 딸아이가 대학을 입학하고 나니 대학 입학과는 멀어졌다. 앞으로 자기 아이가 대입을 목전에 둔 부모라면 대학 입학 이후에는 거의 무관심하게 된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이는 자격증과도 마찬가지다. 자격증에 도전하기에 대한 입장과 합격 후의 입장은 180도 달라진다. 내가 딸아이의 대학 입학 전과 입학 후의 관심도가 전혀 달라지듯이 자격증의 합격의 이후가 그렇게 달라진다. 자격증을 합격하고 나서는 자격증의 시험은 나의 관심사에서 멀어졌고 합격 후에 그 자격증에 대한 민감도는 낮아졌다.

비슷하게 문단에서도 등단 이후의 등단에 대한 문제점과 관심은 현저히 낮아지는 것 또한 어쩔 수 없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여기서 저자의 관심을 높게 사는 대목이다. 자신이 공모전에 등단한 작가였지만 등단후에 대한 문제를 언급하고 등단이란 본질에 대해 고민한 부분이었다. 선발과 채용. 그리고 그 이후의 대한 합격자들만의 끼리 동류의 의식에 대한 카르텔에 대해 부각시키려 했다는 점이다.저자는 우리나라가 이런 선발 과정이나 채용이나 등단에 대해 좀더 개방적인 정보의 오픈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나로써도 적극 동의한다. 재능 없는 사람이 오픈된 정보를 통해 적극 파악하게 됨으로써 깜깜이 지원을 막고 사회 전체적으로 비용과 시간을 아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입사시험에서도 기업에 대한 정보는 너무나도 제한적이고 알려져 있지 않고 수험생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것이 결국은 폐쇄적인 정보의 부재를 들었다. 그 어렵다는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고서도 사직을 고민하는 사람이 왜 없겠는가. 일단 무조건 들어가야 좋다고 했는데 막상 들어가서 직접 겪어 보니 이 업무가 자신의 생각이 나 취향에 전혀 맞지 않을 때 혹은 기대치에 비해 형편없을 때가 발생하면 그동안 합격하는 과정의 노력들은 모조리 물거품이 되는 경우가 비일 비재하지 않을까라는 점이다. 대기업에 그렇게 어렵게 입사하고 1년도 다니지 않고 사표를 내는 사람들이 그래서 생기는 이유와도 같다. 뭐 빠지게 자격증을 딸려고 공부해서 합격해서 어느 기업에 입사하고 보니 자격증이란 아무런 효과도 발휘되지 못하는 직무가 닥쳤을 때의 시행착오는 도저히 어디서 회복이 불가능하다. 더욱이 합격한 자격을 가진 사람의 입장은 합격하기 전의 입장과 상당히 괴리되어 있고 자격증을 한 번만 따고 합격하면 이게 평생 죽을 때까지 효력이 발생하는 점도 문제로 들었다. 이를테면 변호사나 의사 각종 국가 자격증 등등이 합격 이후의 관리는 전무하고 자격 이후의 새로운 지식은 나태에 빠져든다는 점도 언급하였다. 이처럼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입문의 과정과 입문 이후의 문제를 작가는 심도 있게 다루었고 어떻게 보면 이건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와 맞닿아 있다고 볼 수 있다. 정보부재는 사회적으로도 너무 많은 정력을 낭비하는 것에 대한 저자의 불만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왜 오픈되지 못할까?는 물론 합격하고 난 이후의 사람들의 태도에도 문제가 있지 않을까 싶었다.

 

높다란 성벽 안에 사는 사람과 성문 밖에 사는 사람의 차이. 그리고 성안에 사는 사람들끼리의 차별. 너는 서문 출신 나는 동문 출신으로 나누고 갈려서 서로의 출신에 따라 차별되는 것도 저자가 따져 묻는 질문지와도 같다. 흔히 군대서도 육사 출신이냐 삼사 출신이냐 ROTC이냐 학사 이내로 나누듯이 같은 업에서도 진골과 성골로 나누는 신라시대의 골품제와 뭐가 다른지 우리가 이 시대의 고역에 대해 아프게 생각하게 되는 책이었다. 정말 답을 내기가 어려운 문제인 것만은 틀림없다는 난제에 답을 찾기란 너무 어렵다는 거. 뭐 결론이다.

 

"나를 잘 팔아 먹을려면 일단 간판 부터 내 걸어야 한다. 그것도 근사한 간판이라야 팔린다. "

 

(오늘 조카놈 결혼식과 당직이라 출근도 덩달아 겹치다보니 리뷰는 급조되었습니다. 졸속 리뷰라 두서없음에 양해를!~)

 

추가 : 참고로 사진도 간판이 있다. 사진관련 학교, 각종 사진공모전, 혹은 어느 대가의 문하생 이나 써보터 출신, 공모전 입상횟수, 작품전시회의 횟수에 따라 점수화된 작가협회 등록되면 작가가 되는 길이다. 나의 간판을 걸려는 조건들이다. 그러나, 철저히 간판을 무시하고도 사진은 찍을 수 있다. 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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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8-05-19 12: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특이한 제목의 소설인가보다 했는데 르뽀였군요. 저도 읽어보고 싶어지는 리뷰입니다.
오늘 날씨 정말 좋아요. 당직하시면서 좋은 생각, 좋은 계획 많이 하시기 바랍니다.
전 오늘도 강아지와 둘이서 집 지키고 있을것 같네요 ㅠㅠ

yureka01 2018-05-20 10:15   좋아요 0 | URL
기자출신이라서 취재가 아주 꼼꼼하게 했더군요..
소설도로 충분히 다뤄봐도 좋은 주제라서요..
당직이 좀 그래요..자리 지키는 용도의 시간 때우기용이 대부분이라서....

stella.K 2018-05-19 14: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유레카님처럼! 그럼요!

이 책 맨처음 <릿터>창간호 때부터 실려서 저도 관심있게 읽었어요.
한 5회 정도 실리다 책으로 낼 거라고 해서 저도 읽어 볼 생각이었죠.
등단의 문제는 처음 천명관 작가가 <악스트> 인터뷰에서 얘기해서 알았는데
아무래도 장강명은 기자 출신이기도 하니 좀 더 리얼하겠죠.
공모를 거치지 않고도 작가가 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러러면
어떤 출판사건 좀 내주고, 독자들이 관심있게 봐주고 그래야 할 것 같아요.
근데 독자들조차 검증된 책만 읽으려고하니 악순환의 고리죠.
우리나라만 유독 그러는 건지 알 수가 없네요.
독고다이하는 작가가 되야겠죠. 하루키처럼.ㅋ

대학도 좀 그래요.
정말 중고등학교 때부터 이것저것 다양한 것을 경험하다 대학에서 진로를 결정해
공부하는 시스템이어야 할 텐데. 6년간 내내 틀에 박힌 교과서만 의존하다
대학에 들어오면 여전히 헤메는 거죠.ㅠ

yureka01 2018-05-20 10:18   좋아요 0 | URL
문단의 분위기가 다른 여타 자격증과 비슷한 양상이죠..

등단 전과 등단 후의 차이....

누구라도 등단이라는 성벽이 높든 낮든 성벽 자체가 장벽의 일종이라서요..

등단하지 못한 작가와 등단한 작가의 차이는 사실 크게 없죠.

대학의 수시 제도는 미국의 대입제도를 뽄딴 건데
좋은 취지의 제도가 한국적 상황이 이 되면 이상하게 본말이 변질되는 경우...여기도 예외가 없어서요..

suegraphic 2018-05-19 17: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 생각에는 특히 한국은 산업화시스템이 아직도 교육안에 작동을하고 있는것같습니다. 그결과 공부는 배움의 즐거움보단 직위와 부를 갖는 매개체로 전환된것같습니다. 다시전환하면 과정의 즐거움보단 눈에 보이는 결과물이 더 중요해짐으로써 점수나 공모처럼결과에 집중을 하는것같습니다.
그렇잖아도 가끔 공부는 인간에 어떻게 효율적으로 진화해왔는지 각 문화가 다른 사회에서는 교육의 발상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생각을 하고있었는데 마침 비슷한 주제를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시한번 생각하게 되네요.

yureka01 2018-05-20 10:21   좋아요 0 | URL
요즘 공부를 배움의 즐거움이라고 운운하면 다들 웃어버리죠..
배움보다는 간판 때문에 공부가 필요한 거지 공부 자체의 즐거움은 잊은지 오래되었나 봐요..
성공이라는 돈벌이에 매몰되면 진정 공부의 행복을 못찾는 거라서요..

전 사진을 찍어도 작가소리는 듣기 싫더군요..
작가 아니더라도 글을 쓸 수 있어야 하고 작품활동이 가능해야 하거든요..

우리나라에서 예술계의 카르텔도 심각하죠..그들만의 끼리 문화도 많거든요..

2018-05-19 19: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5-20 10: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강옥 2018-05-20 10: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화려한 수상 경력에다 기자 출신이라 글빨 좋던데요 ㅎ
제도권에 진입하는 과정은 병목구간 같은데
일단 진입해도 사실 별볼일 없는 경우가 많은데요.
한국인의 의식구조에 줄세우기는 뿌리가 꽤 깊은 것 같고요

yureka01 2018-05-20 11:13   좋아요 0 | URL
진입 진출이 자유로워야 하는데..막혀 있죠..
누군 뚫으려 하고 누군 막으려 하고..
뚫은 사람들도 또 벽을 만들고 끼리 라는 벽을 또 만들거든요..
진골과 성골의 출신 성분에 따른 차별들...

아무리 인터넷의 정보가 열린 사회라고는 하지만
정작 핵심적인 정보는 다 막혀 있죠...

이걸 오픈 시켜야 하는데 과연~~가능이나 할찌..
오픈 되면 반드시 누군가의 저항에 부딪히고
오픔 됨으로써 위협받는 경우가 생기거든요...

2018-05-20 11: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5-20 11: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5-20 11: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5-20 22: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내가 사는 동네 아파트 길 건너 맞은편에 OO 문화센터가 하나 있다. 동네 문화센터라는 곳은 그렇게 유심하게 처다보지도 않았고 간혹 집으로 배달되는 광고홍보 전단지 또한 상세하게 본 것도 아니었다. 특별히 동네 문화센터에서 내가 관심을 가지고 배울 것은 고사하고 사진 찍기도 바쁘고 더욱이 다른 것에 눈 돌릴 시간도 없으니 무심코 그러려니 했었다. 와이프가 광고 전단지를 보더니," 여기는 사진 강좌가 없네?"라고 한마디 건넸다. "뭐 없을 수도 있지. 문화센터라고 다 있을 이유도 없잖아," 사진은 일반적으로 관심을 많이 가질 정도로 수요가 있는 것도 아닌 것을 익히 경험해온 터라 시큰둥 했었다.

 

여기도 사진 강좌 하나 개설했으면 좋겠네. 요즘 그래도 모두 스마트폰으로 사진도 찍고 하잖아.라며 와이프가 언급을 했다."물론 나쁠 것도 없지만 수강생이 있을까?" "당신 여기에 사진 강좌 하나 개설 요청을 하면 어떻까?"

 

아. 물론 근사한 제안이고 문화센터에서 사진 강좌라도 있으면 그동안의 사진에 대한 썰을 풀어 내는데 좋은 역할을 할 자신도 있고, 따지고 보면 내가 처음 사진을 접하고 시작했을 때의 시행착오를 떠올렸다. 아무래도 동네에 그런 강좌가 있었더라면 얼마나 헤매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초보가 배울 수 있는 곳은 접근성을 높여주고 실수를 줄여 준다는 의미를 새삼 의미 있게 받아들여졌다. 사진을 좋아해서 했던 활동을 가지고 강좌 개설 요청을 해보라는 권유가 있었고 그래서 이력서를 적게 되었다.

 

사진 때문에 이력서를 쓰게 될 줄은 몰랐다. 하물며 이력서라는 게 어디 입사 지원용도 아니었던 터라서 사진으로 살아온 시간의 경력을 표시한 대차대조표와도 같은 것은 아닐까 싶었다. 물론 경제적 수익적 측면에서 나의 사진 이력은 늘 마이너스였던 것만은 분명하다. 하기야 사진으로 나는 돈을 벌어 본 적도 없고 찍은 사진을 팔아 본 적도 없는, 그야말로 대차대조표의 순이익은 사진에 있어서  시작하고부터 늘 마이너스였다. 돈벌이만 생각했더라면 차라리 주식 투자가 하는 게 나았을지도 모른다.

 

취업용 이력서가 아니라 그동안의 사진 생활에 경력과 추억의 복기용 이력서가 된 셈이다. 가슴 한편에 늘 사진은 자리 잡고서 십수 년 동안 카메라를 들고 나돌아 다니며 살았던 그동안의 시간이 주마간산처럼 돌아간다. 처음 카메라를 사고 두근거렸던 날의 밤. 처음 사진 동호회에 가입하고 출사 갔던 날. 몇 번인지는 따져 보지는 않았으나, 아침에 일출 사진을 찍으려 새벽길을 달리고 밤길에 라면을 먹으며 바다로 향하던 그런 시간들. 일요일 아침이면 배낭을 메고 국립공원의 산을 걷고 땀을 흘리고 산꾼처럼 카메라를 맸던 날들. 사진 블로그에서 포스팅했던 무수한 사진들과 사진 글. 이 글과 사진이 재료가 되어 책을 냈고 전시회에 사진을 출품시키고 각종 행사에 무급으로 사진을 찍었던 그 시간이 떠올렸다. 이력서를 쓰면서 경력 하나하나에 근거가 되는 책과 팸플릿, 그리고 사이트 주소를 적었다. 누가 보더라도 객관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사진 경력 이력서를 적었고 자료를 첨부시켰다. 그리고 강좌가 개설되면 진행할 강의계획서를 수립하고 정리를 했다. 사진 초보에서 알아야 할 사진의 기초를 떠올리며 내가 사진을 처음 시작했을 때의 오류와 시행착오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유도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뜻이었다.

 

마침 최근에 읽고 있는 사진 책 두 권은 사진 강좌에 있어서 좋은 교재가 되어 줄 것으로 보였다. "부르스 반비움"의 "사진의 본질", "사진 예술". 카메라 들고 다니며 작가 행세하는 사람은 많아도 이런 책을 보는 사진가는 적다. 두권 합쳐서 6만 원이나 넘는다. 마찬가지로 나는 사진학을 전공하지 못한 아쉬움을 이 책으로 대신할 수 있을 것이고 사진을 찍는 것 이상으로 다른 작가의 사진에 대해 보고 읽어야 사진을 더 좋아할 수 있을 것만 같았기 때문이었다. 내가 찍는 사진이 단순히 기분 풀이용의 사진이 될 수는 있으나 의도에 대해 인식의 고리를 가지고 찍느냐는 큰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혹시나 사진 강좌가 개설되지 않을 수 있다. 문화센터도 어차피 하나의 사업인데 돈벌이가 되지 않을 거 같으면 강좌를 개설하지 않을 수 있는 까닭이다. 그러나 나는 실망하지 않는다. 아무나 사진을 찍을 수는 있지만 누구나 사진을 찍을 수는 없다. 아무나와 누구나의 차이는 분명 있다. 평생을 살면서 돈벌이를 제외하고 자신이 좋아할 만한 분야가 꼭 한가지 있으면 되는 것이고 그게 사진이라면 그런 누구에게 알기 쉬운 사진 썰을 풀고 사진으로 즐기는 모티브를 제공할 수 있다면 된다는 생각이 있다. 그러나 이런 문화와 예술의 황무지 같은 동네에서 이게 과연 가능이나 할까라는 회의적인 생각도 있다.

 

내가 사는 지역 동네의 인구가 일개 지방자치단체 지역구 기준으로 60만이 넘는다. 지방의 중소도시보다 더 많은 인구이다. 그러나 60만이나 되는 지역구에서 사진 갤러리가 하나도 없다. 화랑도 없고 무슨 전시공간조차 몇개 되지 않는다. 전시공간은 그저 지역의 지방자치단체에서 설립한 곳 한두 군데를 제외하면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누군 그럴지도 모른다. 먹고살기도 버거운 마당에 예술 따위가 뭐라고 할 것이다. 그래 상당히 자조적으로, 먹고살기도 어려운 마당에 밥 먹고 술 먹고 오줌 싸고 똥만 싸고 숨 쉬면 그게 사는 건지 묻고 싶다. 살기야 다 산다만은, 살아가는 게 일하고 먹고 자고 싸는 게 전부인가. 이건 생물학적으로 "살아지는" 거지 어떻게 "살아간다"고 말할 수 없는 거 아닌가. 살아지는 삶보다 살아가는 삶이라야 한다. 우리는 99개의 불행을 겪으면서도 딱 한개의 행복 때문에 살아가야 한다. 살아지는 것은 지렁이도 개구리도 다 살아지는 거다.

 

좀비처럼 살고 싶지는 않다. 인간이 존재의 이유없이 살아가는 것은 불행이고 비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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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17 11: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5-17 12: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5-17 12: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5-17 13: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세실 2018-05-17 12: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99개의 불행보다 1개의 행복...
지인이 죽을만큼 힘들었을때 사진 배우면서 새삶을 살았다고 하네요.
꼭 개설되면 좋겠어요^^

yureka01 2018-05-17 13:02   좋아요 0 | URL
네..아직 사진을 전부 모릅니다만 ..사진에서 배우는 삶의 이미지에 대한 힘..
믿고 있습니다.^^..

hnine 2018-05-17 12: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에게도 그렇지만 요즘엔 사진이 그냥 사진이 아닌 것 같아요. 언젠가 말씀하셨지만 일종의 존재 증명이고 삶의 증명이잖아요. 강좌 개설 꼭 될거같은 이 자신감! (제가 뭐라고 ㅋㅋ) 개설만 되는게 아니라 무척 잘 될거라는 또 자신감!!! 응원해드립니다.

yureka01 2018-05-17 13:01   좋아요 0 | URL
네 삶의 존재증명같은 자존감..반드시 필요하거든요..^^..
아 응원 감사합니다~~~힘 불끈~

2018-05-17 12: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5-17 13: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연 2018-05-17 12: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사진에 관심이 많고 배워보기도 했고.. 요즘엔 나가서 찍지 못하고 있는데..
유레카님 강좌에 가고 싶네요!^^

yureka01 2018-05-17 13:01   좋아요 0 | URL
흐..시간 바쁘지만 꼭 사진은 기록하시길 바랍니다.^^

살다보면 언젠가 추억이 새록새록할 때 사진은 선명하게 만들어주죠..

stella.K 2018-05-17 13: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좋은 일이 있을 것 같군요.
뭐 사진과 시로 책도 내시고 사진 찍으시는 솜씨가
예술의 경지시니 잘될 겁니다.
유레카님의 재능은 혼자만 갖고 계시기엔 넘 아깝죠.
귀한 재능 함께 나눌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응원하여 드립니다. 홧팅!!^^

yureka01 2018-05-17 13:06   좋아요 0 | URL
흐 감사합니다..
얼마든지 공짜로도 강의할 수 있는데 말이죠.
동네에 작은 사진 강좌..꼭 해보고 싶었어요~

서니데이 2018-05-17 14: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휴대전화로 사진 잘 찍는 법을 배우고 싶은 분들도 계실 것 같은데요.
유레카님, 문화센터에서 사진 강의 하시면 좋겠어요.
오늘도 비가 많이 옵니다. 바람도 불고요.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yureka01 2018-05-17 15:47   좋아요 0 | URL
강좌가 개설 되었으면 좋겠습니다..ㅎㅎㅎ
좋아하는 사진이라서 썰 풀기가 신날거 같아서요.ㅋ

겨울호랑이 2018-05-17 14: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생각보다 사진을 취미로 가진 분들이 제 주위에도 많이 있기에, 사진 강좌를 원하는 ‘샤이 포터그래퍼‘가 유레카님 주위에도 많이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yureka01 2018-05-17 15:48   좋아요 1 | URL
그러게요..
강좌가 개설되어 신나게 사진 이야기 해봤음 좋겠습니다.~~ㅎㅎㅎㅎ

지금행복하자 2018-05-17 16: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유레카님이 우리 동네에 계셔야 했어요~ 그 동네 정말 부러워요^^

yureka01 2018-05-17 16:08   좋아요 0 | URL
사진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강의한다고 해서 좋은 사진 찍을 수 있는 보장은 없지만,
한번쯤 생각해보는 것들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cyrus 2018-05-17 16: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문화센터 사진 강좌가 개설된다면 책방에 갈 때 적극 홍보하겠습니다! 참고로 ‘서재를 탐하다’와 ‘읽다 익다’ 책방에 사진 강좌가 없습니다. 이번 달 우주지감 모임 있는 날에 책방지기님들에게 건의해보겠습니다. ^^

yureka01 2018-05-17 17:03   좋아요 0 | URL
사진 책이 구독책으로 선정되면 사진으로 이야기 할 수 있는 좋은 시간 되었으면 좋겠습니다..ㅎㅎㅎㅎ
언제 기회되면 자리 한번 마련해 주세요.

suegraphic 2018-05-17 16: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스캇 캘비 책 Scott kelby 한번 찾아서 보시거나 영상한번찾아서 보세요. 책은 영문으로된거밖에 몰라서 한글판은 잘모르겠네요. 저도 사진에 열정이 있어서 취미로 계속하다 사진으로 돈도 버네요. 한번 가르쳐보기도 했구요. 여러기회가 있으면 좋은 경험이될것 같아요. 수고하세요

yureka01 2018-05-17 17:04   좋아요 0 | URL
아고 좋은 사진 정보 주셔서 감사합니다..꼭 한번 찾아 보겠습니다...~~^^..

suegraphic 2018-05-17 17: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나중에 멋진작품도 보고싶네요

yureka01 2018-05-17 17:19   좋아요 0 | URL
아고..책으로 나왔어요^^..

suegraphic 2018-05-17 17: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제목이 무엇인가요

yureka01 2018-05-17 17:26   좋아요 0 | URL
유레카의 포토에세이 소리없는 빛의 노래 입니다...출간한지도 2년이 다되가네요..ㅎㅎㅎㅎ
한권 보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재고는 몇권 남아있거든요..
서재 이웃분들 사진 블로그 이웃분들에게 나눴으니 부담가지지 마시고요..

suegraphic 2018-05-18 03: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Yureka01님 인터넷으로 찾아서 조금의 사진봤는데 너무너무 멋있어요.

yureka01 2018-05-18 08:54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사진이 대부분 작고 소소한 것들이라서요...

강옥 2018-05-18 11: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간만에 반가운 소식이네요
저도 동사무소에서 사진 배웠어요~~~
혼자 멋 모르고 찍다가 강사가 체계적으로 갈켜주니까 좋던데요.
3개월 과정으로 기초, 그 다음 3개월 중급... 이렇게 단계적으로 나가던데요
대학교 부설 평생교육원에서도 사진 강좌가 있던데 제법 호응이 좋아요.
유레카님 우리 동네 출장 오셔서 사진 강좌 함 하세요ㅎㅎ 특강!

yureka01 2018-05-18 11:26   좋아요 0 | URL
제가 처음 사진 시작할때는 사진 강좌는 눈씻고 봐도 없었습니다.
그저 동호회에 모여서 끼리끼리 사진 속닥이는 수준이었거든요.
아마 그때 사진 강좌가 있었더라면 아무래도 체계적이었지 않았겠나 싶어요..
얼마나 시행착오와 착각과 오류가 넘쳤었는지..길도 너무 돌아가면 지치는 거라서요..
무턱대고 봤던 사진 책들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아직도 사진 하지도 못했을 겁니다.

언제 기회 한번 마련해서 불러 주세요..달려 가겠습니다!
사진 썰만 풀어도 신나는 사진 이야기입니다~

보슬비 2018-05-19 00: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꼭 꼭 사진강좌 개설되면 좋겠어요. 유레카님께 배우시는 분들은 복 받으시는거네요~ 좋은 소식 함께 기다리며 응원하겠습니다~~*^^*

yureka01 2018-05-19 09:12   좋아요 0 | URL
관건은 문화센터에서 돈벌이가 되는지가 관건일텐데요..ㅎㅎㅎㅎ
아고 ...사진 배울려는 동네 주민들이 있을지도 문제라서요..흐..
꼭 개설되었으면 좋겠으나..개설되지 않아도 실망하지는 않습니다..
이때까지 그렇게 사진 찍어 왔으니까요..
흥원 감사감사!~

리들 2018-05-19 14: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살아감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게 되네요. 좋은 말씀 잘 읽고 갑니다.

yureka01 2018-05-20 10:13   좋아요 0 | URL
네 살아지는 거보다 살아가야 할텐데 말입니다..
감사합니다!~
 


오월의 장미가 장미꽃을 튀우기 위해

힘껏 모든 힘을 몽우리에 집중했다.


겨우내내 추위를 견디며 잠들었던 몸을 깨우고

채웠던 에너지를 끌어 올려

색의 꽃잎을 꼭 쥐고 하늘을 향해

펼지는 순간이다.


끌어다 모은 그 힘을 한번 확 터트리려고

그렇게 숨도 겨우 쉬며 웅크렸던가.


준비 없는 꽃이 없고

과정 없는 결과도 없다는 것을

꽃 몽우리 보고 깨우친다.


수고했어. 조금만 더 힘을 짜내는구나..


그 뜨거웠던 오월의 숭고한 영령들에게

한 송이 받혀지는 감격을 위해

잊지 않고 피워내려는 것은,

꽃이 피기까지 숨 가쁘게 오월의 영광이

그대 장미에게서 전이되는 까닭이다.



PS : 518이 돌아오는 날에

장미꽃 한송이 헌화하는 마음으로

찍었습니다....


네, 사진은 은유의 의미면 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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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8-05-12 21: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사진은 은유의 이미지라... 참 멋진 표현입니다. 예술이 현실의 미메시스라는 표현과도 통하는 표현 같습니다^^:)

yureka01 2018-05-12 22:11   좋아요 2 | URL
사진은 이미지의 언어..^^..
언어가 전혀 통하지 않아도 이미지를 보면 꽃인지 아는 보편성이라서요~~^^..
특수성은 우리들이 가진 공유된 마음일테구요..
오월이잖아요.....^^.

2018-05-12 22: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5-13 00: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5-12 23: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5-13 00: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니데이 2018-05-13 00: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5월은 장미인데, 여긴 아직은 철쭉과 철쭉 비슷한 꽃이 더 많아요.
오늘은 비가 와서 조용한 하루였는데, 편안한 토요일 보내셨나요.
유레카님, 주말 즐겁게 보내세요.^^

yureka01 2018-05-13 00:39   좋아요 1 | URL
비올 때는 부추전에 막걸리 한 사발 넘기고..후아후아 해보는 거~~ㅎㅎㅎ
행복한 꿈 꾸시길.!~

2018-05-13 11: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5-13 22: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나와같다면 2018-05-13 15: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가시에서도 장미가 피는 이 아름다운 계절..
마음아 무엇을 머뭇거리느냐..

yureka01 2018-05-13 22:07   좋아요 0 | URL
오월은 계절의 여왕이라는 생각에서
꽃이라도 뜨거웠던 오월을 잊지 앉는 것....
그 마음이었지요..

세실 2018-05-13 17: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장미색이 참 오묘합니다.
처연한 아름다움...

yureka01 2018-05-13 22:07   좋아요 0 | URL
아름다운 장미..오월에는 잊혀지지 않는 과거를 생각하게 되더군요..

강옥 2018-05-13 21: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당신에게선 꽃 내음이 나네요.
잠 자는 나를 깨우고 가네요..... 그 노래가 생각나네요.
기억 속의 5.18을 끄집어내주는 장미. 그 5월이군요.
어젯밤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5.18의 또 다른 피해자를 밝혀냈더군요.
왜 우리 역사는 짐승같은 그들을 처단하지 못하는 걸까요?

yureka01 2018-05-13 22:09   좋아요 0 | URL
네.여전히 그들은 이 시대의 권력은 곳곳에서 건재하거든요..
매듭짖지 못한 역사는 언제든 되풀이 될 수 있음의 경고를
꽃 한 송이 보고 사유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되풀이되지 않는 고통을 위하여!~
 

 

 

기억을 복기해보면, 애플에서 획기적으로 스마트폰이 나온 후, 일대 선풍을 일으키며 폴더형 폰을 금방 사라져버리게 만들었다. 이른바 스마트폰이라는 게 따지고 보면 전화가 가능한 손바닥형 컴퓨터인 셈인데, 손바닥만 한 컴퓨터의 세상은 그야말로 부처님 손바닥 안에서 노는 것처럼 노트북보다 공간의 제약에서 더 자유로웠다. 기능은 맥 PC와 비슷했었지만 애플의 디자인이라는 게 한마디로 단순함, 간단 간편함, 기능의 압축형 고농축, 그리고 화이트. 여기에는 스티브 잡스라는 it의 혁명가가 애플의 뒤를 바티고 있었다. 잡스가 주장했던 인문학이 애플 디자인의 철학으로 나타났다. 그래서인가. 그때부터 it기업은 폴더를 접고 너도나도 스마트폰으로 따라가기 바빴다. 기술이야 비슷하게 구현하고 베낀 듯이 따라 했는데 디자인은 그 정체성이 들쑥날쑥하며 비슷하게 수렴되는 현상이 일어났다. 그 이면의 디자인이란 것의 배경을 쫓다가 잡스가 인문학에서 디자인이 나왔다고 주장하니 그때부터 인문학 강의가 붐을 이루었다. 인문학이 어디 따라 한다고 해서 인문학을 통해 구현되는 감각적인 디자인을 만들어 내고 싶었던, 그 얄팍함은 한편으로는 전혀 인문학적이지 못했다. 그래서 한때의 광풍이 이내 잠잠해지고 말 것이라고 예측은 왜 빗나가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오래전부터 인문학은 있었는데 바람이 일든 잠잠하든 여전히 인간의 사회에 있는데 결국 인문학적 마인드를 크리에이티브화 시켜서 애플의 스마트폰처럼 잘 팔리는 물건에 관심 있었을 뿐이다. 그러니 다시 잠잠할 수밖에 없었다. 인문학은 결코 유행가 가사처럼 바람이 불었다 수그러드는 것도 아닐 텐데 여기저기서 인문학 강의가 이루어지고 인문학적 소양이 늘어나서 획기적인 제품이 나올 거라는 착각에 빠졌다. 아무리 인문학 강의를 많이 하고 유명한 인문학 강사를 초빙해서 강연을 했는데도 획기적이기는커녕 수강자는 졸기만 바쁘다. 물론 인문학 강의로 유명해진 분들인 메뚜기도 한철이 된 듯이 온통 불러냈으니 즐겁게 바쁜 비명이 높았다. 게다가 일 년에 몇 권의 시집을 사고 읽었으므로 나도 인문학적인 활동을 다했다는 착각과 강의 수강 경력에서 자위만 할 뿐 이것이 크리에이티브로 연결될 리가 없다. 다 알잖는가. 평소에 찾아다니는 그 휴머니티에 대한 갈구의 인문학이 없는데 어떻게 하루아침에 갈증이 일어나서 물을 벌컥벌컥 마시듯이 인문학을 마실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인문학이 무슨 코카콜라의 이산화탄소의 자극처럼 짜릿한 음료는 아니었던 이유이다. 철학자가 급히 달리는 걸 보았는가. 느리게 천천히 뒷짐지고 곰곰이 걸어야 사유가 나온다. 헐레벌떡 달리며 인문학으로 빨리 새로운 획기적인 제품이 튀어나와서 기업의 매출을 빨리 팍팍 올리고자 하는 조급한 기업가들의 탐욕에 인문학은 절대로 반응할 수 없는 비반응형 속성임을 알 턱이야 없었을 것이다. 인문학은 무수한 사유를 통한 실패와 연구의 반복과 사상의 탐구로 긴 시간을 요구하는 것들일 텐데 이걸 조루형 자위로 사정을 빨리 하라니 내킬 리가 없다. 쫀다고 화투장 쪼듯이 될 리가 없는 게 인문학이다. 인간의 탐구는 로마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듯이 쫀다고 되는 게 아니다.

 

책은 인간의 전체적인 지식을 탐하는데 여전히 유용한 인문학의 도구이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지역에서도 대형 서점이 문을 닫은지 한참 오래되었다. 비단 지역뿐만 아니라 이는 전국적인 현상이었다. 한차례의 열풍이 잦아들 무렵, 이제 아름아름 천천히 인문학의 바람이 불고 있다. 뚝배기처럼 서서히 끓어오르는 작은 그릇 같은 진국이 나오는 곳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무슨 성과 따위의 냄비처럼 끓어대는 것이 아니라 동네 골목길에서 만나는 인문학이 늘어난다. 작은 책방이 한두 군대씩 골목길 동네에서 자리 잡는 걸 느낄 수 있다. 같은 지역에 있는 알라딘 유저 한 분의 소개로 한번 방문하게 된 책방. "서재를 탐하다"에 들리게 되었다. 동네 골목길 사랑방처럼 서점이다. 동네 주민들, 또는 지역에서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들려서 책을 통해서 소통하고 교류하는 공간이었다. 어쩌면 개별적인 서재와도 같고 혹은 공동의 서재의 책장에 책이 빼곡히 정렬되어 있고,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인문학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왠지 여기에 있으면 책 읽기의 진도가 무척 빠르게 몰두할 수 있을 것도 같다. 때로는 동네 주민들의 지식의 작은 네트워크의 거점이 되기도 하고 각자의 책 읽기 경험을 공유하고 나눌 수 있는 책방이 하나 둘씩 문을 연다는 소식은 척박한 도시의 부분별한 소음으로부터 차분한 클래식의 선율이 몸과 마음을 휘감는듯하다. 대형 프랜차이즈의 넓은 매장은 돈 냄새가 진동을 하지만 작은 책방은 완연한 소박함이 핵심이다. 저예산 저 비용으로 가꾸었지만 단아한 새댁의 모습을 하고 있다.



 

그럴지도 모른다. 온통 물질문명의 틈바구니 속에서 좌충우돌하는 황무지를 달리다 지친 사람들이 발견해 내고야 마는 오아시스인 것처럼 책방은 자본의 대로 뒷 한편에서 발견되는 골목길의 정서를 닮았다. 현대의 개별적 파편화된 우리네 일상에서 잃어버린 골목의 정서는 곧 사람과 사람의 단절된 네트워크이다. 아무리 온라인으로 만나는 사이라 할지라도 그 숨소리와 목소리는 늘 그리운 법이다. 무미건조한 온라인이 아니라 공동의 시간을 함깨 부비는 동시간대의 만남이 책방의 공간에서 이루어질 수 있지 않을까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동네 뒤 골목길에서 만나게 되는 작은 책방이 인문학의 거점이 되었으면 좋겠다. 우리의 삶 속에 파고 들어서 항상 학문과 지식과 사유에 목이 마른 사람들에게 우물가의 물 한 바가지 같은 책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역할이 동네 책방에서 추구해야 할 소명이 아닐까 한다. 어디 가서 책에 대해 토론하고 이런 토론을 통해서 서로가 교감하고 함께 연대로 나눌 수 있는 작은 거점의 역할. 세상이 온통 타락의 돈맛에 찌들려서 오늘도 갈피조차 잡지 못할 때 지나가다 만나는 책방이야말로 망망대해에서 만날 수 있는 작은 등대가 아닐까 한다. 등대가 인생이란 고해의 바다를 건널 때 암초에 걸리지 않게 우리를 이끌도록 신호의 역할이다. 난파당하지 않는 삶이란 무엇인지를 그래서 끝없이 우리의 인간성에 대해 따져 묻는 휴머니즘에 대한 인문학의 거점 포인트가 동네 책방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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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05 23: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5-05 23: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5-06 00: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5-06 00: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5-06 10: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5-06 14: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5-06 15: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5-08 11: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5-06 00: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5-06 00: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겨울호랑이 2018-05-06 15:1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동네마다 서점, 빵집, 레코드 가게, 슈퍼가 있었던 예전이 기억나네요... 동네마다 자신만의 색깔있는 삶의 공간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yureka01 2018-05-08 09:30   좋아요 2 | URL
동네 골목길이 자신만의 색깔을 가지고 사람들이 모여들면..
당장 건물주가 임대료 부터 인상하게 됩니다.

가난하지만 자기 정체성 지키는 것도 위험한일입니다.
임대료 인상에 임대료 올려주지 못하면 쫒겨 나거든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생기게 됩니다..아휴.....

cyrus 2018-05-08 13:1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주지감 공식 카페에 이 글을 공유하겠습니다. ^^ - 두 번째 사진에 나온 손의 주인 왈-

yureka01 2018-05-08 14:09   좋아요 1 | URL
흐..물론이죠..공유가 좋지요..^^..ㅋ

강옥 2018-05-08 22: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어버이날을 앞둔 연휴라 아마도 따님이 다녀가셨지 싶네요.
여대생 따님은 서울살이에 잘 적응하고 있는지?
아빠 닮아서 인문학적 사색도 많이 하고, 독서도 많이 하는지?
우리 동네 책방 없어진 지 꽤 됐어요.... 지금은 빵집으로 변했어요 ㅠ.ㅠ
책과 빵, 참 미묘한 대비죠? ㅋㅋ
빨간 날 사흘동안 정끝별, 나희덕, 김선우, 복효근 시인을 만났어요.
머리맡에 늘어놓고 이 책 저 책 뒤적뒤적-그래도 저분들 암 소리도 안하던데요 ㅎㅎ

yureka01 2018-05-08 23:05   좋아요 1 | URL
내려 왔습니다만,,흐 ..돈이 많이 들어가더군요..
머리한다고 몇만원. 친구만난다고 또 밥값..사촌 동생 만난다고 또 얼마..
입을 옷없다고 해서 얼마..ㅎㅎㅎㅎㅎ
요즘 멋부리는 이유가 다 있더군요..한창 좋을 때라고 했습니다..

책 대신에 빵이라...하기야..빵은 너무 직접적인 양식이니 말입니다....
네 차라리 암소리 안듣는게 나을지도 몰라요..^^.

2018-05-11 13: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5-12 11: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가난한 것이 자랑은 아니다. 그러나 가난을 자랑하듯 알릴 때는 대부분 이 가난이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가난함에 대한 질문을 던질 때 가능하다. 왜 가난할까를 파헤쳐 봐야 할 이유가 고작 가난한 것을 자랑으로 내세우려 함은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반대로 가난을 이유로 누군가로부터 적극적인 부조나 동정을 받고자 하는 것도 아닐 것이다. 현시대의 자본은 돈이 전부처럼 여길지는 모르겠지만 인간의 조건이 결코 돈이 전부는 아님을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여기서 인간의 조건이라? 인간이란 조건이 무엇인가 묻는 질문처럼 느껴지는 제목이다. 혹은 다르게 해석하자면, 인간의 (살아가야 하는데 필요한) 조건으로 보이기도 했다. 본질적인 조건이란 인간으로 태어난 생물학적 조건일 것이고 또 하나는 사회환경적인 조건일 것이다. 따라서 이 책은 저자의 소위 밑바닥 인생을 전전한 다양한 이야기를 실 체험적 경험으로 서술한다. 즉 먹고사는 일에 대부분의 삶을 이야기한다. 치열하게 산 작가의 인생사가 고스란히 묻어 있는 글이기도 하다. 즉 가난함의 대항이든 적응이든 일종의 개별적 분투기였던 셈이다. 왜 열심히 일해도 가난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 것인지에 대한 질문은 없다. 그동안 우리가 사는 사회는 인간의 조건을 변화시켜 왔다. 그렇다면 오늘날의 조건은 무엇인가 따져 묻지 않을 수 없다. 제대로 물어봐야 할 이유가 인간이 한 세상을 살아가야 할 조건의 부합과 탈락에 따라 삶의 건강도가 달라질 것이 확실한다. 질문은 없고 가난한 상황만 있다.

 

 

금수저로 혹은 무슨 돈벌이 재능이 좋은 사람이 아닌 다음에야 다 가난할 수밖에 없다. 혹은 가난하다고 말할 수는 없어라도 일상의 생활에 급급한 쪼들림은 늘 있어 왔다. 자본은 자본적 조건이 형성되지 못하면 쉽게 가난을 물리칠 수가 없다. 사극 드라마에서도 곧잘 나오지 않는가. 가난한 나라님도 구제를 못한다는 말. 어느 정치 체재에 상관없이 자본은 늘 불공평하고 어딘가 정점으로 집중된다. 권력으로 집중되든 세력으로 집중되든 여하튼 모이고, 모이는 곳에 내가 열외 되어 있으면 가난할 뿐이다.

 

선사시대에 누구나 자기 손으로 먹이를 잡고 식물을 채집하며 동굴에서 먹고 자던 시대야 공평했다. 가난이 공평했던 거다. 굶주림이 공평했고 먹이를 찾으로 다니는 활동 반경이 공평했다. 누군 더 먹고 덜먹고 가 아니라 전체적인 허기조차 평등했을 것이다. 하기야 똑같이 먹이를 찾고 똑같이 나눠 먹던 시대에 얼마나 절대적인 평등이었을까. 그렇다고 그때가 인류가 이상사회였다는 것도 아닐 테다. 모든 걸 똑같이 공산하는 사회가 왜 바뀌게 되었을까 따져 볼 수 밖에 없다. 오늘날은 저마다의 조건과 여건, 가진 재능과 부여받은 책임과 권리로써 선사시대와는 다른 체제를 살고 있다. 따지고 보면 무조건 가난할 일도 아니고 무조건 모두 떼부자일리도 없다. 모르긴 몰라도 여기가 동남아시아에 위치한 부르나이처럼 조상님들의 은덕으로 지하자원이 풍부해서 일년에 국민들 호주머니를 자동으로 채워주는 곳이 아니라면 말이다.

 

가난을 너무 강조하지 말자. 무슨 자랑도 아니라면 말이다. 어제가 근로자의 날이라서 통계가 하나 나왔다. 직업군 중에서 최저 소득 1등이 시인이라고 했다. 1년 소득이 평균 600만 원도 되지 못하는 직업. 1년 12달로 따지면 그야말로 최저 생계비조차도 되지 못한 직업이다. 그런데 시인은 시를 쓰고 시를 쓰기 위해 돈을 벌고 먹고산다. 무엇을 위해 한 인생을 받치겠는가를 따져보면 뭐 빠지게 돈만 찾는 길이 아니라 문학에 자신의 모가지를 거는 직업이라는 소리다. 다시 앞으로 돌아가서 인간의 조건이란 결코 돈이 전부가 아니란 것을 말하고 싶었다. 가난해서 밑바닥 인생을 살아가면서 이런저런 일들이야 나름대로 다 처절하기 마련이다. 나만이 특별한 더 처절함도 아니고 가난하면 닥쳐야 할 저소득 저임금의 굴레는 개별적이기도 하고 공통적이기도 하다. 자본적 신분사회에서 나타나는 가난의 현상은 직업의 귀천이 없다고는 하나 직장의 귀천은 엄연히 존재한다. 직업으로써의 시인과 직장으로써의 시는 가능하지도 않다. 시업의 직장은 결코 아닌 까닭이다. 그래서 시인은 최저 소득에 대해 스스로가 자존심은 상할지언정 자존감은 하늘을 찌른다. 그 자존감이 자신들의 직업을 고귀하게 만들고 숭고하게 엮어 나간다. 누구나 다 특별한 공부할 재능이나 물려받은 재산이 없으면 다 고만고만하게 분투에 임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시인은 단순히 먹고사는 일에 시를 더한다. 물론 시인도 시인 나름이라서 전업 시인은 극히 소수이다. 다 아는 바 아닌가?

 

여기서 그런데 말이다. 시인의 최저 소득이란 통계가 있긴 해도 전업 사진가는 최저 소득이란 통계조차 아예 없다. 시인이라도 등단하면 적어도 원고료 푼돈이라도 벌 수 있는 기회라도 잡지만 사진가는 전혀 그런 게 없다. 그런데 사진가는 오늘도 사진을 찍으러 카메라를 메고 세상을 주유하려 한다. 필름 한 롤 때문에 오늘의 밥을 사 먹을 돈으로 대신 필름으로 바꾼다. 그런 사람이 제주도에서 일찍 세상을 등진 김영갑 작가였다. 기초소득조차 없었던 작가는 왜 죽을 만큼 사진을 처절하게 찍었을까? 단순히 먹고살기 위해서는 결코 아니란 결과가 그는 자신의 온몸으로 보여주었던 것이다. 가난에 저항하는 방식. 가난에 대항하는 자신의 저항 방식. 이것도 곧 그의 사진을 위대하고 숭고하게 만들기 때문이라고 나는 믿는다.

 

더 이상 잃을 것이 없이 가난해도, 가끔 자본이란 돈이 삶의 자존심을 팍팍 꺾더라도, 스스로의 자존감과 예술에 대해 자존감은 죽지 말자. 이 우주에서 인류가 멸절하더라도 인간의 순수와 고귀한 영혼은 돈 많은 부자가 결코 가질 수 없는 것들이다. 편리함에 길들여진 삶이 늘 가난으로 비굴하게 여길지는 모르나 차라리 불편하고 고달파도 오늘의 내가 인류의 최고의 가치를 만들어 낸다고 스스로를 착각하자. 어차피 착각이고 오해의 시대에 이왕이면 가치로운 착각이 덜 슬프지 않을까 해서이다. 아니 이렇게라도 착각하지 못하면 너무 억울하고 우울증으로 졸도하고 말거 같아서이다.

 

또한, 체재가 불공정으로 가난하다면 대의 민주주의적 관점에서 일말의 어떤 후보가 나의 입장을 대변할 작은 티끌이라도 찾아내자. 아니 이것도 못하겠다면 같은 처지의 사람들과 연대도 하고 토론도 하고 열변도 하자. 수전 손택의 저서 타인의 고통에서 피력했듯이 나의 고통이 비슷한 처지의 고통에 대해 외면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그의 고통을 덜어내는 것이 곧 나의 고통도 덜어낼 가능성을 더 증폭시킬 수만 있다면 해야하는 활동이다. 누구나 그렇듯이 결코 누군가 내 삶을 대신 살아주지 않는다. 그러나 대신은 못하지만 연대와 공감은 가능하다. 이런 공감과 교류와 연대가 인간의 사회를 구성하는 인간의 조건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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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8-05-02 14: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래도 착각, 저래도 착각 소리 듣느니 제가 원하는 착각 속에서 열심히 살아 볼랍니다!

yureka01 2018-05-02 14:52   좋아요 2 | URL

길바닥에서 동냥하며 구걸로 연명하는 한이 있어도 평생을 한량으로 풍월을 벗삼는 사람이 있더라구요.

가끔 부럽더라는....ㅎㅎㅎㅎ
이래도 한세상 저래도 한세상 까이꺼 뭐 있나..오늘 소주나 한잔 하자..뭐 이렇게요 ㅎㅋ

2018-05-02 15:0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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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02 15:1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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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8-05-02 15:1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더라도 생계걱정을 하지 않을 수는 없을까요... 무조건 놀겠다는 이들이야 어쩔 수 없겠지만요... 그런 사회를 꿈꿔봅니다

yureka01 2018-05-02 15:14   좋아요 3 | URL
그럼요..생계걱정없이 사는 사람 몇이나 되겠습니까요,,,

생계의 책임도 지면서,,,이와 더불어서 자신의 삶을 가꾸는 뭐라도 한가지 있어야 하겠지요..

흡사 오늘도 일하는 와중에 저녁이면 책이라도 펼치고..지식과 지혜를 탐하는 여기 알라딘의 모든 분들처럼 말입니다..~~^^..

cyrus 2018-05-02 17:5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독서모임 활동, 외부 강연 참석하는 일이 잦아지게 된 이후로 교통비를 아끼고 있습니다. 동성로에서 독서모임이나 외부 강연이 진행되는데 종종 버스 운행이 종료되는 시간에 집으로 돌아가곤 해요. 그래서 택시를 타는 대신에 걸어 다닙니다. 요즘 날씨가 괜찮아서 운동 삼아 걸을 만해요. 책을 사고, 문화생활을 누릴 수만 있다면 이 정도는 감수할 수 있어요. ^^

yureka01 2018-05-03 11:36   좋아요 2 | URL
그러게요 ..요즘 더 바빠지신듯합니다..ㅎㅎㅎㅎ 각종 모임도 책과 관련된 것들이니 모쪼록 부지런 한 모습 보기 좋네요..많이 걷게 되면 별도로 운동 안해도 되는 효과도 생기고요...ㅎ

강옥 2018-05-02 18:4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직업란에 ‘시인‘이라고 쓸 사람 몇이나 있을까요?
직업이란 말 그대로 뭘 해서 먹고 사느냐인데, 시로 먹고 사는 사람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 아닌가요?
사진가도 마찬가지지 싶은데요. 취미 혹은 취향이 대부분. 자기만족으로 땡~
그런데 정말 아이러니한 건, 우리나라 출판물 1위가 시집이라는데 가장 안 팔리는 책 1위도 시집이래요.
너나없이 자기 시집은 내면서 남의 시집은 안 사 읽는다는 이 슬픈 현실 ㅠ.ㅠ

yureka01 2018-05-03 11:38   좋아요 2 | URL
네 아시다시피 없죠..ㅎㅎㅎ
사진가도 마찬가지 겠구요..맞습니다..

시인은 많은데 시집이 안팔리는 모순...참 이해가 안되긴 해요...

2018-05-03 16:2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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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03 16:4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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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03 16:5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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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03 17:0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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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03 20:0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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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04 00:4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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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04 10:2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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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05 14:5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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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05 15:1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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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08 11:0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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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11 13:2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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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12 11:2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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