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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 인코그니타 - 고고학자 강인욱이 들려주는 미지의 역사
강인욱 지음 / 창비 / 2021년 1월
평점 :
이만융적, 사방의 오랑캐. 자신들 말고는 모두 야만이며 괴물이라는 생각은 그 뿌리가 깊다. 중국의 산해경이 그렇고 유럽의 맨더빌 여행기가 그러하다. 그런 생각들은 꼬리를 물고 현재까지 이어져, 이젠 그 모든 나라들이 자신들의 속국이었다 말한다. 숟가락 얹기가 심하다. 중국은 동북아공정으로 역사왜곡을 해대더니, 이젠 일대일로라며 중국중심의 실크로드 역사관으로 그 주변 나라들을 삼키려 하고 있고 진행중이다.
유럽이라고 달라겠는가. 그들은 아메리카의 뛰어난 고대문명을 인정할 수 없었다. 그래서 과거 백인들이 만들어 놓은 문화라는 둥 그래서 이 땅은 지금 현재의 백인들이 되찾은 거란 말도 안되는 소리를 참 정성스럽게도 믿는다. 중국은 진시황의 불로초를 찾으러 간 서복을 내세워,서복이 제주도와 일본뿐만 아니라 신대륙까지 갔다는 주장, 산해경의 부상이란 곳이 바로 신대륙이라며 부지런히 과거의 영역을 넓히고 있다. 거기엔 부여, 읍루, 고구려 발해 등으로 이어지는 우리의 역사도 있다.
일본의 역사왜곡도 치밀하다. 임나일본부설을 통해 대륙을 통해 문화를 교류한 사실을 묻고, 역으로 그들의 지배를 주장, 조선에 대한 식민지는 옛땅을 되찾은 것뿐이라고 말한다. 거기다 갈수록 가관, 그들은 그들이 본받고자 하는 문화속에 편입되고 싶어 한다. 그래서 그들의 기원은 북방민족에서 유대인까지 주장하는바가 다양하다.
그 외에도 신라의 금관에서 찾아볼 수 있는 북방 유목민과의 공통점, 기자조선, 흉노, 온돌등 다양한 고대사를 통해 기원과 의미, 연관성을 이야기한다.
테라 인코그니타. 제목처럼 미지의 땅은 과거에 있다. 우리가 무심했던, 기록에서 소외되어 역사에서도 조금은 경시당한 과거의 역사와 기원은 결국 누구의 어떤 민족이 더 뛰어났고, 누가 더 먼저였는지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런 논리는 결국 현대에 와서 정치와 욕심으로 왜곡되고 이용되어 진다.
임나일본부설, 금석병용기와 북방문화론은 우리나라의 문화재를 파괴하고 왜곡하고 자신들의 침략을 정당화하는데 사용되었다. 그리고 그런 지식들을 대변하는 어용학자들은? 서양에선 철저히 배격당하지만 우린 어떨까.
일본의 혐한은 왜곡되고 잘못된 역사관에 기인한다고 작가는 말한다. 또한 유라시아와 한국의 고대사에서 잊힌 민족들의 몫을 찾아주고 새롭고 제대로 된 역사관에 대한 안목을 키울 것을 부탁한다.
역사수업의 첫 시작은 ˝역사란 무엇인가“로 시작하지만, 실제로 역사가 무엇인지 역사를 왜 배워야 하는지는 모른체, 그저 사실로서의 역사와 기록으로서의 역사의 차이를 배우는 것이 다다. 아이들은 첫 학기 역사수업에선 꽤 만족할 만한 성과를 이룬다. 구석기와 신석기 등 주로 고대사를 배우는 첫 학기엔 외울 것이 별로 없다며 좋아라 한다. 그것이 바로 작가가 말하는 미지의 땅이다. 잊힌 고대사와 제국주의 등에 의해 의도적으로 덮이거나 왜곡된 고대사를 새롭게 제대로 알아나가는 것, 중국에 의해 오랑캐로 폄하된 그들의 문화를 제대로 알아보는 것, 제국주의에 의해 문명의 주인마저 바뀌는 마야와 아즈텍 등의 문명, 흉노와 돌궐, 시베리아의 북방민족 그들의 제대로 된 이야기들을 유물과 유적등을 통해 밝혀내는 것이야말로 중국 등의 역사왜곡에 대항하는 방법이라는 작가의 말에 공감한다. 많은 걸 생각하고 알게 해 준 책이다.
미지의 땅과 그 안의 사람을 알아간다는 것은 그들을 정복하여얻은 전리품을 박물관에 채우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크노로조프는 편견 없이 문화의 보편성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연구 결과로 몸소 증명했다. 지난 1년 사이 전염병으로 인해 세계각국은 다시 고립되고 있다. 이러한 고립의 시대에 냉전이라는 물리적 장벽을 넘어 세계적인 업적을 이룬 크노로조프의 연구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너무나 자명하다.
수천수만년 전 옛날 사람들의 이야기는 지금의 우리와 전혀 관계가 없을까? 고고학은 제국주의 열강이 약소국을 식민지로 만들고 문화재를 강탈하면서 발달한 근대 이후의 학문이다. 서구 각국의 박물관을 가보면 수많은 나라에서 들여온 차고 넘치는 세계적인 유물에 압도되곤 한다. 그들은 부끄러움도 없이 식민지에서 가져온 전리품을 자랑스레 전시함으로써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고자 한다. 반면 식민지였던 나라들에게도 고고학은유용하다. 신생국가들은 독립 이후 자신들이 만든 나라의 정체성을 홍보하기 위해 문화재와 역사를 적극 활용한다. 고대사와 고고학은 19세기에 그랬듯 21세기에도 여전히 각 나라에서 너무나 중요한 주제로 다뤄진다. 그 이유는 바로 미지의 역사, 잘 모르는 지역을 이용해 자국의 정치적 이데올로기를 투영하고 선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동아시아에서도 과거사는 현대 국가들의 분쟁의 씨앗이다. 동북공정과일대일로 정책으로 대표되는 중국의 역사 만들기, 일본이 한국 지배를 합리화하기 위해 만든 임나일본부설 등 고대사는 마치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도적 프로크루스테스가 침대 길이에 맞춰 나그네의 다리를 자르듯 각국의입맛에 맞게 재단되고 있다. 물론 이런 이야기는 과거에 대한 환상을 무너뜨리고, 듣기에 따라 거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미지의 땅을 편견 없이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현대국가들이 씌워놓은 색안경을 벗어야 한다. 미국의 인디애나 존스에서 일본의 임나일본부까지 미지의 고대를 둘러싼 씁쓸한 이면들을 살펴보자.
어용학자를 바라보는 서양의 관점은 상당히 비판적이다. 여름들면 지금까지도 서양에서는 학문 연구에 있어 나치에 부역했던학자들의 이름을 언급하는 것 자체가 금기시되며, 그들의 이름은오로지 비판을 위해서만 인용된다. 이러한 냉정한 평가는 그 사람들의 개인적 능력이나 성품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 제국주의 고고학의 폐해는 그들이 성격 파탄자거나 연구가 부족했기 때문이 아니라, 그들의 관점을 암묵적으로 따라가는 연구 경향이 결국 수천만명을 고통에 빠뜨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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