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난 금요일 밤에 나한테 한쪽 눈을 다치는 일이 생겼다. 안과 검사 결과로 큰 이상이 없었다. 천만다행. 약물 치료 덕분에 지금은 정상적인 시력을 거의 회복했다. 그럼에도, 큰 이상이 없다고 했지만, 양쪽 눈의 시력 차이가 줄어들고 거의 정상에 가까운 상태로 회복하는 데 이 주일이나 걸렸다.
TV 시청을 일절 아니 하였고, 아이폰을 보면 눈이 따끔거려서 하루종일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전화기로만 사용했는데 이름값을 한 건지 못 한 건지… 그러다보니 너무 심심했다. 가끔 눈에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전자책보다 종이책을 펼치기도 하였다. 이상하게도 눈이 아프니까 책을 평소보다 더 읽고 싶어지더라. 지난 이 주일 동안은 여느 때보다도 책을 가까이 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였었다.
양눈이 예전처럼 멀쩡해졌으니까 이달에 나온 신간을 구경하러 나섰다가 마침 몇달 전에 나온 <아프지만 책을 읽었습니다>를 보았다. 건강을 회복한 직후라서 책 제목을 보고서 모른 척 하지 못하겠다.
저자 김은섭은 대장암 3기로 판정이 나서 암환자가 되었고 투병하면서도 책읽기를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생존을 위한 몸부림처럼 자신의 투병기를 책으로 써냈다.
“발병 사실을 안 오늘, 지금 이 글을 쓰는 동안 입이 무척 쓰다고 느껴졌다. 생각해 보니 금식하느라, 그리고 발병에 놀라서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한데다 위내시경 검사를 위해 마신 쓴 약 때문인지도 모른다. 물 한 컵을 가득 담아 마시다가 문득 ‘이제는 물도 마음대로 마시지 못하는 신세가 되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새로 얻은 닉네임이 불청객처럼 언짢기만 하다. ‘나는, 암환자다.’
”
저자의 암 투병에 결코 미치지 못하지만 나도 일시적인 장애를 겪음으로써 독자의 일상과 경험이 저자와 동조하는 울림으로 변조되는 것 같다. 아무튼 책을 읽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