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에 윤동주 시 자화상, 별을 헤는 밤 등을 오랜 만에 읽었다. 친척이 윤동주의 시와 어울리는 그림을 그려서 한국의 정서를 담아낸 책을 낸다고 한다. 제목은 아직 가제 상태로 윤동주 싯귀 중에서 골랐다고. 고상한 느낌을 주는 제목을 원해서 골랐다는데 나한테는 첫인상이 밋밋하다. 조언은 조언일 뿐…
잠시 관심을 윤동주 시에 쏟았다. “별 하나에 …” 읊으면서 갑자기 김혼비 산문이 생각났다.
“늦은 밤이라 배차 간격이 길어 다음 지하철을 꽤 오래 기다려야 했다. 의자에 망연히 앉아 가방을 열었다. 사무실로 배송되어 온 책이 에어캡에 싸인 채 그대로 들어 있었다. 에어캡을 벗기고 책을 꺼내 읽…기에는 너무 취해 있었으므로(마침 책도 『우리는 마약을 모른다—교양으로 읽는 마약 세계사』였는데, 눈이 완전히 풀려 있을 게 분명한 사람이 꺼내 읽을 만한 책은 아닌 것 같았다…) 대신에 에어캡을 하나씩 터뜨리기 시작했다. 마지막 한 병이 문제였어, 뽁, 피곤해 죽겠네, 뽁, 충정로를 충청도로 듣다니, 이게 다 사흘 전에 축구 보러 아산에 다녀왔기 때문이야.
뽁뽁이를 터뜨릴 때마다 정처 없는 생각들이 머릿속을 지나갔다. 뽁뽁이 하나에 술과의 추억과 뽁뽁이 하나에 술을 향한 사랑과 뽁뽁이 하나에 숙취의 쓸쓸함과 뽁뽁이 하나에 그럼에도 다음 술에 대한 동경과 뽁뽁이 하나에 에세이와 뽁뽁이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우, 그래, 술책을 쓰자. 술에 관한 이야기라기보다는 술과 얽힌 나만의 이야기를. 술과 함께 익어간 인생의 어느 부분에 관해서. ”
분위기 반전! 이럴 땐 역시 술이야!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