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케네디 오바마의 리더십 10계명(양장본)
김종현 지음 / 일송북 / 2008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버락 오바마.
힐러리를 제치고 민주당 대선후보가 된 흑인.

 

사실 오바마가 어떤 인물인지 잘 알지 못했었다.
힐러리의 경우 예전엔 대통령의 아내, 그 다음은 상원의원으로 자주 매스컴을 통해
모습을 보아왔지만 오바마는 내게 있어 너무나 생소한 인물이었다.
아마도 힐러리가 민주당 대선후보가 되었다면 제대로 그에 대해 알아볼 생각조차 안했을 것이다.
그런데 민주당 대선후보로 오바마가 되자
그의 어떤 점이 사람들을 열광시키는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우리 나라도 올해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가 있었지만
아직까지는 정치인하면 부정적인 느낌부터 떠오른다.
표를 얻기 위해 시민을 찾아 선거 유세를 펼치지만 나중엔 귀 기울여 주지 않는 점이라든가
화합하는 모습보다는 서로 비방하는 모습이 많은 사람들.
그것이 내가 가진 느낌들이다.


그러나 오바마는 사람들로부터 믿음을 불러일으킨다.
우리와 다르지 않은 인간적이고 평범한 모습 속에 흔들리지 않는 자신만의 신념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권위적이고 일방적인 느낌이 아니라 부드럽고 편안함 속에 강인함을 갖추고 있는 사람이다.


책에서는

신뢰의 리더십, 변혁적 리더십, 다원주의적 리더십, 통합의 리더십, 긍정의 리더십,
서민적 리더십, 여성적 리더십, 창조적 리더십, 공감의 리더십, 대중 연설가로서의 리더십으로

오바마가 어떤 인물인지 설명하고 있다.


그 중 인상 깊은 것들 중에는 신뢰의 리더십이다.
그느 한순간의 인기와 표를 얻기 위해 실현가능성이 없거나 실현 가능성이 희박한
공약을 남발하지 않는다.
사람 관계에서 말은 내뱉고 다시 주워 담을 수 없으므로 신중하지 않으면 안된다.
공약을 믿고 그 사람을 뽑았는데 전혀 지켜지지 않는다면 사람들은 일종의 배신감을 느끼며
신뢰감이 흔들릴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오바마는 말과 행동을 일치시키려는 인물이었다.

 

그런 오바마를 있게끔 하는 인물로 그의 어머니 앤을 빼놓으면 안된다.
앤은 정해진 공부 외에 바람직한 품성 교육도 함께 했다.
일상생활에서 보고 듣는 것들은 교육의 바탕이 되었다. 그녀는 옳고 그름이 무엇인지
정확히 아는 사람이었다. 공정하지 못하거나 비겁한 일은 참지 못했고 그래서 사회적
약자의 문제에도 관심이 많았다.

 

품성 교육. 몸소 실천하여 보여주는 역할 모델로 앤은 어머니이자, 훌륭한 교육자였던 것이다.
요즘은 맞벌이인 부부가 많아서 품성 교육에 신경쓰는 부모는 예전에 비해 크게 줄었다.
그래도 자녀들이 어린이 집, 유치원, 학교에서 단체 생활을 통해 배운다지만
이것은 엄연히 가정에서 직접 배우는 것과는 또다른 차이가 있는 것이다.
학교에서 제대로 이루어지면 좋겠지만 배워야 할 지식을 가르치는 것만으로도 빠듯한 시간표다.
더군다나 학부모들은 교사에게 아이가 공부를 잘하기를 원하지 품성을 최우선으로
하지는 않는다. 교사 한명에 많은 아이들의 수는 역시 제대로 된 품성 교육을 기대하기 힘들다.

 

'진정한 어른'으로 성장하고 싶으면 배워야 할 덕목은 어렸을 때부터 배워야 한다.
세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도 있지 않은가.

 

그 밖에도 다양성을 인정하는 다원주의적 리더십도 오바마에게 특히 두드러지는 특징이다.
상대방이 자신과 대립되는 의견을 말한다 할지라도 서로의 가치관을 인정하고
배척하지 않고 포용하는 점은 배워야 할 점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다른 의견 가운데 함께 할 합일점을 찾아내어 의견을 좁혀가고 통합하는 것은
어느 분야에서나 필요한 자세이다.

 

오바마에게서 빼놓을 수 없는 리더십 중 하나가 바로 긍정의 리더십이다.
그는 혼혈아였고, 성장하면서 인종차별을 겪게 되며 방황도 한다. 911테러가 터졌을 때 이름으로
인한 구설수로 힘든 시기를 경험하기도 하지만 오바마는 그런 것들을 뛰어넘는다.
오히려 더 당당하게 이름을 사용하고 자기 자신에 대한 신뢰를 확립해 피하지 않고 맞부딪치자
사람들의 선입견은 하나 둘 깨어져갔다.
그런 오바마에게 자신을 존중하고 거기서 비롯한 자신감을 배우고 싶다.


우리는 할 수 있고, 우리는 변할 수 있다.
오바마는 사람들에게 그렇게 외치며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힘을 불어넣는다.
나 역시 어느덧 오바마의 말과 행동에 귀를 기울이며 공감을 하고 있었다.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오바마는 그 꿈을 실현시켜 줄 수 있는
인물로 성큼 다가왔다.
그런 만큼 앞으로의 미국 대선 진행 상황에 귀추가 주목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후비 - 중국사 열전, 황제를 지배한 여인들
샹관핑 지음, 한정민 옮김 / 달과소 / 200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일반 사람들의 눈에 후비가 된다는 것은 그저 평민의 아내가 되는 것 보다 훨씬 특별하게만 보인다. 황제는 아무나 될 수 없고 모두가 지키려하는 하나뿐인 존재며 더불어 부귀와 권력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후비가 되면 동시에 그 특별함 속으로 편승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러나 과연 우리의 생각대로 후비들의 삶이 특별하기만 했을까?

중국에도 많은 황제들이 있었던 만큼 수많은 후비들이 있었다.
하나의 황제에 여러 후비들이 있으니 그 성향에 따라 다양한 일화들이 존재하는데 책에서는 크게 4장으로 나누어 왕조시대를 보여준다.

만약 후비를 이분법적으로 구분하라면 '진짜' 후비와 그렇지 않은 후비로 나누고 싶다.
진짜의 반대로 가짜 후비라고는 할 수 없지만 그저 이름뿐인 후비가 대부분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후비 중에는 빼어난 미모로 후비가 되는 여인들이 많았으며 이들은 질투심에 눈이 멀어 혹은
자신의 지위를 지키기 위해 갖은 방법으로 다른 후비들을 모략하고 그 주변 사람들을 제거하는 등의 잔인함을 보여주었다.
다른 후비가 낳은 황자들을 박해하는 것으로 모자라 아예 자결하게끔 핍박하기도 한다.
사람들이 부러워하던 후비의 생활은 오히려 정신을 차리고 있어야 하는 보이지 않는 전쟁터였던 것이다. 그러나 다행히 역사 속에는 이런 후비들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마황후, 등태후, 유아같은 인물들은 찬사를 받는 여인들이다.
주원장이 제위에 오른 후 마황후의 친척에게 관직을 주겠다고 하자 마황후는 친족을 위해
관직을 이용해서는 안된다며 거절했다. 관직에는 그 자리에 적당한 자가 맡아야 한다는 그녀의 말은 현 시대에도 들려줘야 할 일침이 아닌가 싶다.
아무리 무능해도 먼 친척의 부탁이라면 회사의 자리가 만들어지고, 높은 위치일수록 친족경영을 통해 부의 세습이 이루어지는 모습은 시대가 변했어도 전혀 달라지지 않고 있는 고질병이다.

마황후의 경우 진심으로 왕조를 걱정하며 거리낌 없이 직언을 하였는데 오랜 신뢰감에서 비롯한
관계가 견고해 보이고 후비로서 황제의 곁에서 함께한다는 느낌을 주는 인물이었다.

등태후의 경우는 섭정을 하였는데 섭정을 한다고 하여 권력을 마음대로 좌지우지 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모든 부분을 두루 살피어 모범적인 본보기가 되는 인물이었다.
지방정부의 부담을 덜어주려는 노력은 물론 주변 아랫사람들의 일을 처리하고 조사하는데도
세심한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직접 사건을 조사하여 모함을 받은 자의 누명을 풀어주기도 한다.
또한 일부 황실의 자제들이 제멋대로 말썽을 일으키는 것을 경계하기 위해서 종실 자제들의
교육을 매우 중시하였다. 

유아 그녀 역시 일을 처리하는데 있어 공정하고 엄격했다. 어린 조정의 황제교육에 대해서도
사부에게 엄하게 교육시킬 것을 요구하며, 그녀 스스로도 숭전문 곁채에 신하들을 불러놓고
날마다 학문을 닦았다. 사생활에서도 그녀는 항상 명주치마를 입는 등 소박했고 주변 비빈들의 사치도 허락하지 않았다. 

이들이 '진짜' 후비가 아닐까.
여성들이 어떤 모습으로 지내야 한다고 말하는게 아니다.
남성, 여성을 떠나서 사람에겐 그 위치에 해당하는 역할과 의무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녀들은 후비라는 위치에서 몸소 보여준 것이다.  

당연히 공과 사를 구분해야 겠지만 한편으로는 가족을 위해 더 좋은 것을 해주고 싶은 마음을
접기란 쉽지 않을 듯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격하고 공정하게 친족을 대하고, 높은 위치에서도 늘 자신을 수양하는 모습은 시대를 뛰어넘어 지금의 우리가 본받아야 할 모습 중 하나이다.
이런 찬사를 받는 후비들이 있기에 그 모습을 잇는 후비들도 계속해서 현명하게 좋은 본보기가 되었다.


이름뿐인 후비든 아니든 분명 그 인물이 한 행동들은 옳다 할 수 없지만
그것만으로 그 인물을 평가할 수는 없다고 본다.
다른 후비들에게 잔인하게 대한 이유가 바로 황제의 총애를 잃고 싶지 않아서이며 항상 새로운 여인을 탐하는 황제의 무정함으로 인해 그렇게밖에 될 수 없었던 것은 아닐런지.
아무리 봉건시대에 태어난 여성으로 남자에 의해 지위가 바뀐다지만 후비는 황제의 장난감이 아니고, 즐기고 나서 방치해도 되는 물건도 아니다.
사람에 대한 존귀함. 시대를 막론하고 늘 가슴에 담아둬야 할 마음가짐을 되새겨 보아야 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앞쪽형 인간 - 잠자는 CEO 당신의 앞쪽뇌를 깨워라
나덕렬 지음 / 허원미디어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앞쪽형 인간은 뇌를 크게 앞쪽뇌와 뒤쪽뇌로 나누어 생각해본 책이다.
그 중에서도 앞쪽뇌를 중점으로 그 부분이 어떤 일들을 하는지, 그리고 어떻게하면 앞쪽뇌를 발달시킬 수 있는지 알려주는 과학적인 자기개발서다.
 

앞쪽뇌는 의학용어로 전두엽 또는 이마엽이라고 부른다.
사실 대뇌, 소뇌, 간뇌 등 뇌의 명칭은 중,고등학교 생물 시간에 이미 배운 적이 있다.
그러나 그보다 더 쉽게 다가왔던 것은 좌뇌와 우뇌로 나누어 구분하는 방법이다.
논리적이냐 혹은 감각적이냐를 따지며 양쪽뇌를 골고루 발달시키기 위해서는 양손을 다 사용하라는 것이 일반적인 내용이다.
그런데 이제는 좌뇌와 우뇌를 넘어서서 앞쪽뇌가 새로운 화두가 될 것 같다.
 

이 책의 가장 큰 강점은 중요하지만 잘 접할 수 없는 생소한 장기 '뇌'에 대해서
환자들의 사례를 들어 쉽게 이해를 돕는다는 점이다.
누군가 내게 '어느 쪽의 뇌가 논리적이고, 이성적이며 다른 부분의 뇌는 창조적이고 예술적인 면을 담당한다'라고 했다면 그건 금방 머리에서 빠져나가는 소리와 별반 다르지 않다.
정말 독자로 하여금 정보가 되게 하고 마음에 남게 하고 싶다면 눈높이를 그에 맞춰서
실제로 우리 생활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열거해주면 훨씬 더 연상하기가 편할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말하고자 하는 바에 대해서 훨씬 더 공감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앞쪽뇌가 손상된 환자들의 행동들을 예로 들자면
눈앞의 충동에 매달리고, 조급증을 보이며, 남의 기분이나 남의 입장을 헤아리지 못한다.
또한 남을 배려하는 능력이 떨어지고 예절이 없어지며 고집이 세고 융통성이 없다.
한 가지 생각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등의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앞쪽뇌가 손상된 환자라고 모두 똑같은 행동을 보이지는 않는다.

행동의 특성들을 읽다 보면 문득 우리는 앞쪽뇌가 손상되지 않았음에도 일부 비슷한 행동을 하고 있음을 발견했다.
물론 정도의 차이가 다르겠지만 말이다.
일과 미래에 대한 계획이 없고, 일관성이 없고 산만하다는 점, 희망과 꿈이 없으며 주위에 흥미가 없고 무관심한 점은 앞쪽뇌가 손상되지 않은 주변 사람들에게서도 가끔 찾아 볼 수 있는 모습들이다. 내가 보기엔 이런 사람들은 정말 꿈이 없는게 아니라 무엇을 하고 싶은지 아직 못찾은 것이라 생각한다.
옆에서 목표를 세우라고만 말을 했지 어떻게 해야하는지 아무도 과정을 알려주지 않았다.
또한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을 잘하는지를 알려면 자신이 누구인지부터 알아야 하는데 이 사회는 내면을 돌아보는 시간, 내면을 돌아보는 방법을 제공하지 않는다. 

나 자신을 만들어가는 것은 기계와 달리 단시간에 끝나는 일이 아니다. 시간과 노력이 더해지는 오랜 과정의 산물이다.
그러나 늦었다고 생각하지 않아도 좋다.
이 책에선 앞쪽뇌를 쓰는 방법을 차근차근 설명해주고 있으니 우리는 매일 조금씩 시도하고 실천하면 된다.  

그 중 한가지를 말하자면 독서를  예로 들 수 있다. 단순한 읽기 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느낀 점을 써보고 발표를 해보며, 새로운 글들을 쓰는 행동들이 앞쪽뇌를 발달시켜 준다고 한다.
부모라면 아이들에게 무조건 책읽기를 강요하기 보다는 읽고 난 후 줄거리를 말해보고 느낌을 얘기해보는 시간을 갖는다면 보다 효과적인 독서가 됨은 물론 가족간의 대화시간도 길어질 수 있다. 그리고 이미 정해진 결론이라고해도  다른 결론은 나올 수 없는지 생각을 전환시켜보는 것은 사고의 유연함과 창조성을 가져올 것이다. 

앞쪽 뇌를 발달시키기 위해서는 내 안에서 먼저 답을 찾는 것도 중요하다. 
충분히 생각할 시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급한 성격 탓에 답부터 요구하는 것은 앞쪽뇌 향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 나에게 떠오르는 모든 생각이나 주장들이 진짜 나의 생각일까?
교육 받은 바에 따라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닐까?
...(중략)...나의 답이 맞지 않더라도 먼저 나에게 물어보는 것, 나의 체험과 느낌을 중요시하는 것 자체가 앞쪽뇌를 활성화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야 우리는 각자 설 수 있다. 그래야 나를 찾을 수 있다. 116p -


책에서는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생각을 하고, 자신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을 강조한다.
외부의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만 한다면 그것은 그래도 '나'이지만 동시에 '나'는 없는게 아닐까?
결국 수동적인 것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이끌려 다니면서 계획도 없고 무관심해지면서 꼭두각시에 불과한 존재가 되어버릴 것이다. 나는 누구인지, 앞으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늘 꿈꿔야 한다.
 

책에서는 뛰어난 사람이 되고 싶으면 무엇을 하면 좋을지 앞쪽형 인간이 될 수 있는 열가지 노하우를 다시 정리해준다.

<<앞쪽형 인간>>은 나 자신에게 동기부여를 하고 부분이 아닌 전체를 그릴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해 주었다. 앞으로는 끈기와 인내를 가지고 목표를 향해 끝까지 완주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또 노력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골든 슬럼버 - 영화 <골든슬럼버> 원작 소설 Isaka Kotaro Collection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소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6월
평점 :
절판


영화에는 여러 장르가 있다.
로맨스, 공포, 판타지, 액션 등등.
그 중에서도 난 액션 영화를 가장 좋아한다.
대부분의 영화가 비슷하겠지만 일단 주인공은 무언가 특별하다.
그리고 시각적인 볼거리가 쉼 없이 제공되면서 긴박한 상황에서의 적절한 배경음은
관객으로 하여금 눈과 귀를 즐겁게 해준다.

골든 슬럼버는 한편의 액션영화다.
그런데 찬찬히 소설을 뜯어보면 액션이라고 할만한 요소는 전혀 없다.
굳이 찾아보자면 주인공 아오야기 마사하루가 경찰을 만났을 때 밭다리 후리기를 써먹는 장면 정도가 액션이라면 액션이다. 그가 어떤 특별한 능력을 지닌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이 책은 액션영화를 보고 난 후의 경쾌함, 통쾌함을 선물로 준다.
빠르고 화려한 영상이 없어도, 그에 맞게 템포가 빠른 음악이 깔리지 않아도 충분히 흥미 진진하고 긴박한 느낌을 담고 있다.

센다이 지역에 가네다 총리의 퍼레이드가 있는 날, 총리는 무선모형헬기 폭발로 인해 암살을 당한다. 그 범인으로는 택배 기사를 한 적이 있는 아오야기 마사하루가 지목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라
범인으로 몰리도록 조작된 상황이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대중매체와 경찰청 발표에 의해 아오야기 마사하루를 총리살해범으로 여기게 된다. 시큐리티 포드가 정비된 센다이에서 아오야기 마사하루는 잡히지 않기 위해 열심히 도망친다.

21세기는 이미 감시 사회이다.
건물 어디를 가나 CCTV가 설치되어 있고 휴대폰 전파를 추적해 사람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
소설 속의 센다이시큐리티 포드를 통해 건물 바깥에 설치된 카메라로 사람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 한다.
이런 상황 속에서 내 자신이 억울한 누명을 쓴 아오야기 마사하루였다면 어떻게 대처할 수 있었을지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소설을 읽는 내내 여러 영화가 머리에 떠올랐지만 그 중 하나는 '짐 캐리'가 주연했던 <트루먼 쇼>였다. 태어났을 때부터 하나의 가상 도시에 살면서 그의 모든 모습이 TV로 방송되었는데
아침에 일어나서 다시 잠자리에 들 때까지 감시된다는 것, 그리고 그 사람이 누군지 모두가 알고 있다는 점에서 아오야기 마사하루와 겹쳐져 보였다.

그를 범인으로 지목한 식당 아주머니의 증언, 그가 모형헬기를 사는 것처럼 보이는 CCTV의 화면 등은 조작된 증거인데도 사람들은 믿어버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사건을 나중에 보여주는 독특한 구성이 아니었더라면 나 역시 그대로 믿어버렸을 것이다.

아무리 소설이라지만 실제 현실에서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는게 씁쓸하다.
언론은 자세한 과정보다는 당장 눈앞에 보여진 것만 보도하기에 바쁘다. 어느 한쪽의 말만 주로 보도할 뿐 양쪽의 말을 공평하게 내보내는 경우는 드물다. 그리고 사건이 터지면 전문가와 패널을 모시고 얘기한다면서 오히려 한 사람의 인생을 멋대로 저울질하고 섣부른 판단을 내려버리는 것이다. 그런 대화에서는 6하원칙 중 "왜"가 빠져있다. 

삼인성시호 [三人成市虎]
세 명이 시장에 호랑이가 나타났다고 하면 곧이 믿게 된다는 뜻으로, 
거짓말이라도 여러 사람이 똑같이 하면 믿게 된다는 말이다.

언론의 힘은 그만큼 대단하다. 사람 세 명만 모여도 없는 사실을 있는 것으로 만들어 버리는데
수십만명이 같은 방송을 본다면 몇 마디만 나눠도 이미 무고한 사람을 범죄자로 만들어 버리는 건 일도 아니다.
단순히 오보였다며 사과 방송 한번으로 끝내기엔 무게가 다른 것이다.
정확한 출처에서 진실만을 말해주지 않는다고 언론매체를 탓하기엔 아무런 여과없이 정보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우리들에게도 문제는 있다. 

아오야기 마사하루는 결국 자신의 무죄를 입증하지 못한다.
당연하다. 배후가 누군지도 모르고 그저 하루하루 벌면서 살아가야 하는 평범한 시민이니 권력이 있을리도 없다.
그러나 그렇다고 쉽게 잡혀주지도 않는다.
이 점이 통쾌하다.
몇번이나 잡힐듯 말듯 하다가 최후의 수단이라고 생각한 때에도 잡히지 않고 도망칠 수 있었다.
비록 얼굴을 바꿔야했지만 어쨌든 그렇게 허무하게 잡혀주지는 않았다. 

내가 꼽은 소설의 가장 멋진 장면은 바로 히구치가 휴대폰으로 "달려, 아오야기 박사!"라고 외치는 순간 거리 이곳 저곳에서 불꽃놀이가 펼쳐지면서 그것을 신호삼아 아오야기 마사하루가 도망치는 장면이다.
보통 이야기 같으면 주인공과 몇몇 사람을 빼놓고는 인물의 중요도가 그렇게 크지 않지만
골든 슬럼버에서는 나오는 인물들은 저마다 제 역할을 가지고 있다.
무심히 흘렸던 소재들도 나중에 다시 등장하며 치밀한 복선 역할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기에 어떤 화려한 액션이나 자극적인 단어들이 없어도 충분히 긴장감과 흥미를 불러 일으킨다.

때로는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기억과 대화 속에서
이사카 코타로의 사건 전개는 갈수록 가속도가 붙어 손에서 책을 놓기가 어렵다.
<<골든 슬럼버>>. 책을 통해서도 얼마든지 추격에 관한 느낌을 살릴 수 있는지 알게된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생물과 무생물 사이
후쿠오카 신이치 지음, 김소연 옮김 / 은행나무 / 2008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생물이란 무엇일까?'

뭔가 답을 요구하는 교사, 그것도 바로 반박할 태세를 지니고 있는 교사 앞에서
학생이 무언가 자연스레 말해보기란 쉽지 않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렴풋하게나마 알고 있지만 그걸 언어로 표현하는 사고의 한계도 있었다.
무엇보다도 생물이란 것이 단정적으로 말로 정의할 만큼 간단한 것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분명 누구나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
생물은 정교하고 복잡한 체계로 기본 단위는 세포이다.
물질대사를 하고 에너지 대사를 하며, 항상성을 유지한다.
그리고 환경에 적응하며 진화하기도 한다.

 생물과 무생물의 차이.
그리고 생명이 무엇인가에 대한 답.
이것은 명확한 정의보다도 그것들이 가지고 있는 특성들을 통해 생물과 생명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후쿠오카 신이치는 DNA 이야기를 통해 생명이란 무엇인지 잘 전달해주는
과학자이자 이야기꾼이었다.
 
요즘엔 생활 상식에 맞춰 쉽게 구성된 과학책들이 많다.
그렇지만 어느 특정 분야를 다룬 책들은 대부분이 연구내용 중심으로 알아야 할 이론들과
일반인이라면 처음 듣는 명칭들이 한가득이라 무겁고 딱딱한 느낌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후쿠오카 신이치의 과학 이야기는 참 말랑말랑하다.
록펠러대학 이야기나 자신의 연구 내용과 함께 중간중간 끊기지 않고 유전자니 단백질 얘기를
하는 구성 방식은 물론 무엇보다도 쉽고 재미있게 설명해주는 방식이 마음에 들었다.
 
후쿠오카 신이치는 뜬금없이 질문을 던지기 보다는 실험 결과가 예상과 다르면 합리적인
의심을 해야 하고, 그에 맞는 대조 실험을 해야 한다고 알려주며 과거의 과학자들의 에피소들를
바탕으로 점차 생명이란 무엇인지에 다가가는 방식을 취한다.
그는 범인 X가 누구인지 찾아내는 탐정이다.
때로는 숨겨진 보물을 찾기 위해 함정이 숨겨진 동굴을 탐험하는 사람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가장 어울리는 것은 풍부한 이야기를 많이 알고 있는 이야기꾼이다.
어떤 물질이나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먼저 이해를 도울 수 있는 다른 예들을 제시해주니
독자는 생소한 용어라도 겁내할 필요가 없다. 자연스레 이야기와 연결시켜
단어를 연결해보면 이해하는데 전혀 무리가 없으니 말이다.
 
책에 제시된 내용들 중 몇 가지를 들자면

해변의 모래사장은 동적평형으로,
그림없는 지그소 퍼즐은 단백질의 유연한 상보성에 대해,
빛나는 날개를 가진 버드윙나비 채집에 관한 얘기는 단백질 '채집'하는 방법으로 이어진다.

후쿠오카 신이치는 표현 방식 역시 위트와 재치가 넘친다.

- DNA를 강한 산에 넣고 열을 가하면 목걸이의 연결고리가 끊어지면서 진주가 뿔뿔이 흩어진다. 그 상태에서 진주의 종류를 조사해 보았다. 그러자 놀랍게도 진주의 종류는 겨우 네 가지였다. 44p -
 
가장 기본적인 내용으로 DNA의 4가지 염기에 대해 설명하는 구절이다.
여태껏 학교에서는 책에 쓰인 말을 그대로 말하듯
/ DNA에는 4가지 염기가 있고 그것은 A(아데닌), T(티민), C(시토신), G(구아닌)이다./
라고 가르칠 뿐이었다.
그의 설명과 비교해보면 딱딱하고 재미없다.
후쿠오카 신이치가 더욱 유쾌하게 느껴지는 것은

염기들의 나열을 신음 소리나 이 가는 소리 정도라고 비유했을 때 였다.
생명을 연구하는 과학자가 이렇게 얘기하다니 마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느낌과도 같았다.
내 경우 DNA에 대해 배우면서 그저 중요하다니까 그런가하고 넘겼지만 사실 어렵고 재미도 없었다.
그냥 일반 사람이 이 가는 소리라고 했다면 과학을 모르니까 수준 낮은 소리한다는 소리를
들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GP2 녹아웃 마우스에 관한 실험 얘기는 구체적이라 흥미진진 했다. 더불어 아무런 변화도
없어서 안타까웠지만 오히려 그 사실을 놀라워해야 한다는 후쿠오카 신이치의 말에
생각의 전환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는 한 개의 유전자를 잃은 마우스에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사실에 낙담할
것이 아니라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사실에 놀라워해야 한다. 동적 평형이 갖는
유현한 적응력과 자연스러운 복원력에 감탄해야 한다. 결국 우리가 밝혀낼 수 있었던
것은 생명을 기계적으로 조작할 수는 없다는 사실이었다. 236p-

후쿠오카 신이치의 <생물과 무생물 사이>는 생물과 무생물의 경계인 바이러스로 시작해서 DNA, 세포, 단백질들을 아우른다.
물론 신체를 구성하고 있는 것의 극히 일부분이자 그 크기도 너무 작아 눈에는 안보이지만
생명을 얘기하기엔 충분하다.

생명은 복잡하고 역동적이다.
생명은 세포로부터 오고 정보를 토대로 하고 있다.
그리고 적응하고 끊임없이 진화한다.

생명은 무엇일까?
이런 질문을 받는다면 이제 걱정 할 필요 없다.
우리가 할 일은 그저 탐험가인 후쿠오카 신이치의 뒤를 잘 따르면 된다.
생명에 관한 일련의 특징들은 그의 이야기에 고스란히 담겨있으니  다시는 어려움을 느끼지 않아도 좋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