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비 - 중국사 열전, 황제를 지배한 여인들
샹관핑 지음, 한정민 옮김 / 달과소 / 200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일반 사람들의 눈에 후비가 된다는 것은 그저 평민의 아내가 되는 것 보다 훨씬 특별하게만 보인다. 황제는 아무나 될 수 없고 모두가 지키려하는 하나뿐인 존재며 더불어 부귀와 권력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후비가 되면 동시에 그 특별함 속으로 편승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러나 과연 우리의 생각대로 후비들의 삶이 특별하기만 했을까?

중국에도 많은 황제들이 있었던 만큼 수많은 후비들이 있었다.
하나의 황제에 여러 후비들이 있으니 그 성향에 따라 다양한 일화들이 존재하는데 책에서는 크게 4장으로 나누어 왕조시대를 보여준다.

만약 후비를 이분법적으로 구분하라면 '진짜' 후비와 그렇지 않은 후비로 나누고 싶다.
진짜의 반대로 가짜 후비라고는 할 수 없지만 그저 이름뿐인 후비가 대부분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후비 중에는 빼어난 미모로 후비가 되는 여인들이 많았으며 이들은 질투심에 눈이 멀어 혹은
자신의 지위를 지키기 위해 갖은 방법으로 다른 후비들을 모략하고 그 주변 사람들을 제거하는 등의 잔인함을 보여주었다.
다른 후비가 낳은 황자들을 박해하는 것으로 모자라 아예 자결하게끔 핍박하기도 한다.
사람들이 부러워하던 후비의 생활은 오히려 정신을 차리고 있어야 하는 보이지 않는 전쟁터였던 것이다. 그러나 다행히 역사 속에는 이런 후비들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마황후, 등태후, 유아같은 인물들은 찬사를 받는 여인들이다.
주원장이 제위에 오른 후 마황후의 친척에게 관직을 주겠다고 하자 마황후는 친족을 위해
관직을 이용해서는 안된다며 거절했다. 관직에는 그 자리에 적당한 자가 맡아야 한다는 그녀의 말은 현 시대에도 들려줘야 할 일침이 아닌가 싶다.
아무리 무능해도 먼 친척의 부탁이라면 회사의 자리가 만들어지고, 높은 위치일수록 친족경영을 통해 부의 세습이 이루어지는 모습은 시대가 변했어도 전혀 달라지지 않고 있는 고질병이다.

마황후의 경우 진심으로 왕조를 걱정하며 거리낌 없이 직언을 하였는데 오랜 신뢰감에서 비롯한
관계가 견고해 보이고 후비로서 황제의 곁에서 함께한다는 느낌을 주는 인물이었다.

등태후의 경우는 섭정을 하였는데 섭정을 한다고 하여 권력을 마음대로 좌지우지 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모든 부분을 두루 살피어 모범적인 본보기가 되는 인물이었다.
지방정부의 부담을 덜어주려는 노력은 물론 주변 아랫사람들의 일을 처리하고 조사하는데도
세심한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직접 사건을 조사하여 모함을 받은 자의 누명을 풀어주기도 한다.
또한 일부 황실의 자제들이 제멋대로 말썽을 일으키는 것을 경계하기 위해서 종실 자제들의
교육을 매우 중시하였다. 

유아 그녀 역시 일을 처리하는데 있어 공정하고 엄격했다. 어린 조정의 황제교육에 대해서도
사부에게 엄하게 교육시킬 것을 요구하며, 그녀 스스로도 숭전문 곁채에 신하들을 불러놓고
날마다 학문을 닦았다. 사생활에서도 그녀는 항상 명주치마를 입는 등 소박했고 주변 비빈들의 사치도 허락하지 않았다. 

이들이 '진짜' 후비가 아닐까.
여성들이 어떤 모습으로 지내야 한다고 말하는게 아니다.
남성, 여성을 떠나서 사람에겐 그 위치에 해당하는 역할과 의무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녀들은 후비라는 위치에서 몸소 보여준 것이다.  

당연히 공과 사를 구분해야 겠지만 한편으로는 가족을 위해 더 좋은 것을 해주고 싶은 마음을
접기란 쉽지 않을 듯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격하고 공정하게 친족을 대하고, 높은 위치에서도 늘 자신을 수양하는 모습은 시대를 뛰어넘어 지금의 우리가 본받아야 할 모습 중 하나이다.
이런 찬사를 받는 후비들이 있기에 그 모습을 잇는 후비들도 계속해서 현명하게 좋은 본보기가 되었다.


이름뿐인 후비든 아니든 분명 그 인물이 한 행동들은 옳다 할 수 없지만
그것만으로 그 인물을 평가할 수는 없다고 본다.
다른 후비들에게 잔인하게 대한 이유가 바로 황제의 총애를 잃고 싶지 않아서이며 항상 새로운 여인을 탐하는 황제의 무정함으로 인해 그렇게밖에 될 수 없었던 것은 아닐런지.
아무리 봉건시대에 태어난 여성으로 남자에 의해 지위가 바뀐다지만 후비는 황제의 장난감이 아니고, 즐기고 나서 방치해도 되는 물건도 아니다.
사람에 대한 존귀함. 시대를 막론하고 늘 가슴에 담아둬야 할 마음가짐을 되새겨 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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