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 편지 - 내 마음을 가만히 들여다보게 하는 손거울 같은 책
윤석미 지음 / 포북(for book)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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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달팽이 편지.
우편함에 각종 고지서 대신 손 편지를 받아 본 사람은 알 것이다.
두근두근 설레며 입가는 온통 미소로 가득해지는 것을.
‘누가 보냈을까. 어떤 내용일까. 답장을 써야지. 예쁜 편지지와 편지봉투는 있던가?’
발송인을 확인하는 그 찰나에도 머릿속은 수만 가지 생각으로 빠르게 움직인다.
이 책은 그런 책이다.
추운 날 차 한 모금으로 몸 안 곳곳에 따뜻함이 퍼져가는 것 같은 기분,
혹은 오후 내내 창가 가득 쏟아지는 햇빛에 마음이 포근해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한다.
본 적도 만난 적도 없는 윤석미 작가지만 그녀의 글은 너무나 편안하다.
토닥토닥. 보이지 않는 손이 어깨를 두드린다.
다 알아요. 이해해요. 괜찮아요. 그럴 땐 이렇게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라고 문장이 말을 걸어온다.
아...나 역시도 이런 글들을 쓰고 싶다고 생각 했다.
가까이 두고 몇 번이고 펼쳐보아도 ‘참 좋다.’라고 느껴지는 책.   
그만큼 오랜만에 마음에 쏙 든 산문집을 만났다.
책에선 2천 겁의 세월이 지나야 사람과 사람이 하루 동안 동행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고 말한다. 즉 우리 주변의 사람들은 사실 놀라운 인연들인 것이다.
그러니 좋아하는 사람들의 이름을 불러주자. 얼마나 그립고 고마운지 직접 말로 표현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좋은 사람의 이름을 부릅니다.
기분이 좋아집니다.
그리운 사람의 이름을 불러 봅니다.
그리운 마음이 그에게로 한걸음 다가가게 만듭니다.
누군가의 빛나는 모습이 보이거든
그의 이름을 불러 주며 말해야겠습니다.
'지금의 네가 참 좋다…'라고 말입니다. (p.37)


매일의 일상 속에도 길동무는 있습니다.
나는 아직 보지 못한 것을 먼저보고, 이야기해 주는 사람.
그것도 밝은 것, 따뜻한 것, 행복한 것으로
눈 돌릴 수 있게 해 주는 사람이 바로 좋은 길동무입니다.
함께 있으면 더하기가 되는 사람.
그런 길동무가 곁에 있어서
긴긴 삶의 여행이 한결 다채롭게 채워집니다. (p.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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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진의 헌책 - 느리고 낡고 평범하지만, 세상 가장 아름다운 추적사
이병진 지음 / 영진미디어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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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시절 연기를 참 잘했던 사람.
세편의 영화에 출연했던 사람.
가을을 좋아하고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
편안하면서도 재치 있는 입담으로 미소 짓게 만드는 사람.
그가 바로 코미디언 이병진이다.
『이병진의 헌책』의 책장을 넘기며 책 역시 ‘그분답다’는 생각을 해본다.
마치 ‘나는 가수다’에서 가수 이소라의 곁을 지키던 듬직하고 신뢰감 가득한 매니저 모습처럼 말이다.
가장 아름다운 피사체는 사람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게 책에는 풍경보다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으로 정감이 넘친다. 그리고 사진만큼이나 더욱 멋스러운 것이 있다면 그것은 아마도 그만의 스토리가 있는 글이 아닐까 싶다.
고등학교 2학년 때 담임선생님이셨다는 영어 선생님(English Teacher) 즉, 이티 선생님에 대한 일화를 읽으며 나는 과연 학창시절 어떤 선생님이 기억에 남아있나 잠시 과거를 회상해본다. 편지의 감성을 알기에 빨간 우체통에 대한 이야기도 유독 나의 눈길을 끌었다. 
벌교5일장의 모습은 왠지 시장에서 들려올법한 왁자지껄한 소리마저 함께 묻어나오듯 하다.
그래도 뭐니 뭐니 해도 가장 마음을 포근하게 하는 것은 사람들의 모습인 것 같다.
사랑하는 아내의 모습, 원촌마을에서 따뜻함이 넘치는 사람들의 표정들, 무뚝뚝한 것 같지만 조금은 마음을 여신 양복점 사장님의 뒷모습까지도!!!
사진 대부분이 행동하던 찰나를 찍은 것들이라 자연스러움이 돋보여 좋았다.
그야말로 자연스러운 표정, 자연스러운 웃음들이다.
문득 사진은 어떠한 힘을 가지고 있음을 다시 한 번 느꼈다.
잊고 있던 생각을 떠올리는 것 외에도 때로는 마음에 ‘뭉클!’하고 무언가 샘솟는다.
그리움, 즐거움, 고마움과 감사함 외에도 좋아 하는 것에 대한 열정이나 꿈같은 것 말이다.
인간의 기억은 영원하지 않다. 그러니 지금 이 순간들을 사진으로 남겨보는 건 어떨까 한다.

 


이런 생각이 든다.

 

아주 힘이 들 때,
내가 갈 곳을 잃었을 때,
정체의 혼돈 속에 빠져 있을 때,
지난 사진을 들춰 보면 어떨까 하고 말이다.

 

아주 갑자기 받게 된 사진 속에서 난 그것을 발견한다.
내가 가장 뜨거웠을 때를 말이다.(p.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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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 진화 과학동아 스페셜
과학동아 편집부 외 지음 / 동아엠앤비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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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나사(NASA)에서는 지구와 비슷한 환경을 가져 생명체 존재 가능성이 높은 새로운 행성을 발견했다고 발표 했다. 지구에서 600광년 떨어져 있는 이 행성은 제 2의 지구로 불리며 ‘케플러-22b’로 명명되었다. 이 슈퍼지구에 대한 최고 관심사는 생명체의 존재뿐만 아니라 살 수 있는지에 대한 여부가 아닐까 한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는 어땠을까. 처음부터 생명이 있었을까? 공룡이 살았다던 수억 년 전 그 모습이 분명 지구의 처음은 아닐 것이다.
생명의 탄생과 과거에서 현재까지 이어진 진화의 흐름들에 대해 알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과학 잡지, 《과학동아 스페셜 - 생명과 진화》를 추천해본다. 생명은 어떻게 만들어졌나부터 시작해 인류의 진화, 21세기의 진화론까지 전체적으로 아우르며 궁금증과 호기심에 답을 해줄 것이다.

오파린의 생명기원설이나 밀러의 실험장치 이야기 뒤에는 귀에 너무나도 익숙한 찰스 다윈의 진화론이 등장한다. 그의 아버지는 다윈을 의사나 목사로 만들 생각이었지만 그는 해양 측량을 하기 위해 남아메리카로 떠나는 영국 해군 함정 비글호에 자연을 연구하는 박물학자 자격으로 승선해 5년 동안 항해를 했다. 찰스 다윈이 쓴 비글호 항해기는 생물, 화석, 지질, 사람들의 생활 등 방대한 분야를 세심하게 관찰해 기록한 책으로, 그의 대표작 『종의 기원』이 나올 수 있도록 토대가 된 책이라고도 볼 수 있다.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이라는 말이 있듯 과학 동아 스페셜의 장점 중 하나는 교과서에서는 볼 수 없었던 깊이 있는 탐구와 함께 그 설명들과 수반되는 시각적 자료가 풍부하다는 점이다.
새들의 다양한 부리모양이 해당 종에게는 생존에 유리한 구조라든가 랴오둥성에서 온몸이 깃털로 덮인 공룡 화석이 발견되었다는 등의 글은 문장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롭다. 그러나 사진이나 일러스트가 더해짐으로써 더욱 쉽게 이해되며 재미를 더해준다는 것도 사실이다. 아마도 글만 가득한 책이었더라면 차분히 하나하나 읽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그것은 어려운 학명(學名)이 가득했던 <인류의 진화> 부분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그리고 몰랐던 것들을 알게 되고 잘못 알고 있던 것들을 수정해본다.


물론 원숭이가 침팬지가 인간의 조상이라는 생각은 틀렸다. 약 500~800만 년 전에 인류와 침팬지는 그들의 공통 조상으로부터 갈라져 나온 이후 각각 독자적인 방향으로 진화해 왔기 때문이다. (p.104)


유인원과 인간은 같은 관목(공통조상)에서 갈라져 나와 각각 침팬지, 고릴라, 사람으로 발전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따라서 오늘날의 인류와 유인원들은 각자 다른 길을 따라 진화해 온 마지막 산물이기 때문에 어떤 유인원도 인류로 진화해 갈 수는 없다. (p.108)


우리가 살고 있는 21세기는 IT산업과 우주 과학 산업이 발전해나가는 세상이다. 그러나 생명이 자리하고 있는 곳엔 끊임없이 진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인간이 살고 있는 이 사회 역시 마찬가지다. 과학동아 스페셜에서 재밌게 구성한 남녀 탐구생활에서도 나왔듯 쇼핑이나 싸움 속에도 진화 심리학이 자리 잡고 있었다. 진화는 경제학에도 사회과학에도 영향을 끼친다. 그러므로 단순히 과학자들만의 이야기, 어려운 분야라며 미리 겁내며 어려워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과학동아 스페셜 - 생명과 진화》는 옆에 두고 언제든 펼쳐 보며 참고하면 딱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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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고 똑똑한 세상을 만드는 미래 아이디어 80
지니 그레이엄 스콧 지음, 신동숙 옮김 / 미래의창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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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나 책의 장르 중 공상과학·판타지는 매력적인 분야가 아닐 수 없다.
화면 안에서 보여주는 세계는 왠지 미래에는 정말 그러할 것만 같은 신기한 것들로 가득
하다. 때로는 미처 상상하지도 못했던 물건들과 상황설정들이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혼을 쏙 빼놓기도 한다. 과연 다가오는 세상은 지금과 달리 어떤 라이프스타일을 가지게 될까?
『미래 아이디어 80』은 최근의 과학적 성과들과 트렌드를 분석해 그 결과 개인과 사회에
 어떤 삶의 변화가 생길지 예측해보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저자가 뽑은 80가지의 아이디어는 짧은 문장이지만 누구든 토론하고 창의력을 펼쳐 이야기
를 나눠볼 수 있는 강력한 화두라 생각한다. 또한 세계 곳곳에서 현재 진행 중에 있는 연구
들이 그 근거가 되어주고 있다는 점 역시 흥미진진하게 느껴진다.
특히 호기심과 상상력을 자극한 몇몇 아이디어들이 있었는데 그 중 <DNA로 문학하기>는
독특하면서도 재미있는 아이디어였다. 
 

문학이 유전자의 일부가 될 수 있을까? 바로 그것이 캐나다 시인 크리스천 복이
시도한 일이다. IT전문지 <와이어트>에 따르면 크리스천 복은 자신이 쓴 시
한 편을 기호화하여 디이노코쿠스 라디오두란스 박테리아의 DNA에 주입하는
과정을 계획하고 있다. (p.62)


DNA로 문학을 한다는 것은 DNA로 저장 매체의 수단인 종이나 기계부품을 뛰어넘을 수도
있다는 말도 될 것이다. 식물이나 동물이 살아 움직이는 문학작품이 될 수 있으며, 동·식물
에 관한 유전자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는 만큼 그 이후엔 새로운 문학작품이 창조될 지도 모르는 일이다.
한편 <외과 의사가 사라진다>의 아이디어에서 저자는 3D CT와 로봇수술을 이야기한다.
물론 사람보다는 정확한 진단을 할 것이고 수술 과정에서도 사람이 할 법한 흔한 실수는
없을 것이라 말하는 장점에는 동의한다. 그러나 외과 의사가 사라져서는 안 된다는 게
내 의견이다. 해커에 의한 기계적 오류를 대비해 대응책을 마련하면 된다고 저자 역시
문제점을 꼽고 있지만 굳이 그 뿐만은 아니다.
사람의 몸은 기계가 아니다. 아픈 부분이 동시 다발적이 될 수도 있는 것이며 수술 중
응급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할지 판단하는 것은 사고(思考) 가능한 노련한 실력의 외과의가
더 나을 것이다. 그리고 사건 사고(事故)는 어디에서든 발생한다. 로봇이 현장으로 갈 수
없을지도 모르며 반대로 환자를 다른 곳으로 이송할 수 있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그리고 아직도 섭렵하지 못한 많은 질병들, 희귀병에 대한 연구는 사람에 의해서만 가능하
다고 생각한다. 실험은 정확하게 조건을 통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과는 새로운 가능성에
대한 생각의 전환, 우연에 의해서도 발현되기 때문이다.


이 책은 오랜만에 책과 소통하는 기분이 들게 해주었다.
주는 내용에만 만족하지 않고 공감과 이의를 제기하며 나름대로 끊임없이 여러 가지를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던 것이다.
80가지나 되는 아이디어 중에는 이미 자신이 떠올려봤던 것들도 있을 것이고 의외의
독특한 것들도 있을지도 모른다. 분명한 것은 그 무엇이든 재미있으며 어렵지 않게
다가온다는 점이다. 누군가와 자유롭게 의견을 나눌 소재가 필요하다면 『미래 아이디어
80』의 소제목들을 떠올려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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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왕자 두 번째 이야기 - 마음이 외로운 당신을 위한 따뜻한 위로
A.G 로엠메르스 지음, 김경집 옮김 / 지식의숲(넥서스)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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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는 어렸을 적 읽은 이후로 지금까지도 몇 번이고 펼쳐든 책이다.
소행성 b612, 바오밥 나무, 장미꽃, 사막과 사막여우, 그리고 비행기 조종사와 어린왕자의
대화 등등. 하나같이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다.
그래서 읽고 있으면서도 그리웠다. 어린왕자가 자신의 별로 돌아가 더 이상 만날 수 없다는
것은 왠지 쓸쓸하게만 느껴졌다.
하지만 그는 다시 한 번 지구로 여행을 왔다.
생텍쥐페리재단에서 극찬한 A.G. 로엠메르스의『어린왕자 두 번째 이야기』.
이번엔 사막이 아니라 파타고니아의 허허벌판에서 그 만남이 시작된다.


파타고니아의 고속도로에서 차를 운전하던 어른은 길가에 쓰러져있던 소년을 발견한다.
파란 망토에 금발머리를 지닌 소년은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사람을 찾으러
지구에 왔다고 했다. 어른은 소년과의 대화를 통해 그가 어린왕자임을 알게 된다.
어린왕자는 슬펐다.
자신의 별에 뿌리내린 잡초가 양이 있는 상자 그림에 사실 양은 없다고 말했던 것이다.
잡초는 어린왕자에게 꽃들의 못된 속임수, 사람들의 거짓된 행동 같은,
예전에는 미처 몰랐던 것들을 설명해주었다. 그래서 결국 친구를 찾아 설명을 듣기 위해
여행을 떠나오게 된 것이다.
그런 어린왕자에게 남자는 슬픔과 어려움, 자기 자신을 이겨내며 앞으로 나아가는 법을
알려준다.      
대부분 남자의 말에 어린왕자가 의문을 던지고 되물으면 남자는 이해할 수 있게 열심히
설명해주는 방식이었지만 어쨌든 이 둘은 사흘간 함께 여행을 하며 끊임없이 말을
주고받는다. 문제에 맞는 열쇠를 찾는 방법, 어른이 된다는 것, 소유, 심각해 지지 않는 법
등 그것들은 비단 어린왕자만이 답을 찾는 물음표는 아닐 것이다.


"가끔은 관점을 바꾸면 장애물이 사라진다는 것을 알게 될 거야.
왜냐하면 유일한 문제는 사실 우리 안에 있는 법이니까.
세상을 보는 우리의 편협하고 고집스러운 방식이 바로 문제거든." (p.51)


“...중요한 것은 과거나 미래의 덫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것이 아니라
바로 지금 여기에서 감각을 활짝 열고 최선을 다해서 사랑하고,
존재하고, 누리고, 창조해야 한다는 거야. 그리고 진심으로
살아 있어야 해." (p.117)


어린왕자가 많은 도움을 받았다며 고맙다는 인사를 했지만 그건 남자도 마찬가지다.
자신 역시 어린왕자로 인해 자신의 내면에서 최고의 것을 찾았다.
행복은 소유에서 오는 게 아니라 존재에서 온다는 문장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어린왕자』만큼이나 마음에 담고 싶은 글귀들이 가득한 책.
잊고 있었던 많은 것들을 가슴에 품어 보는 시간을 가지게 된 것 같아 너무나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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