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이코노미스트 세계경제대전망
이코노미스트 편집부 지음, 현대경제연구원 편역 / 한국경제신문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나는 언젠가부터 외형적인 규모의 경제 수치를 선호하지 않게 되었다.
미국이 경제규모로는 세계 1위이지만 세계에서 가장 빈부격차가 심한 나라, 범죄율이 가장 높은 나라, 서구 국가 중에서 행복지수가 가장 낮은 국가인 것에 대해 관심이 많은 것과 동일한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 개인을 비롯하여 가족과 친구, 이웃과 우리 국민들의 삶과 일상에서 경제가 차지하는 비중이 적지 않기 때문에 별다른 분석과 측정대안이 없는 작금의 상황에서는 주류 경제수치에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는 형편이다.
 
1990년대 김영삼정권의 무모한 금융개방에서 시작하여 1997년 경제위기에 따른 IMF 강요로 신자유주의 정책이 강제되고, 최근의 FTA 체결로 이어지면서 한국은 세계경제에 깊숙하게 연결되어 있다.(그것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특히, 한국은 국내총생산(GDP)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43.4%(2009년 기준, 2005년에는 33.7%)로 G20 국가 중 1위이기 때문에 다른 국가들보다 세계경제에 밀접하게 연관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세계경제에 대해 알지 못한 상태에서 국내경제를 따지는 것은 무모할 수 밖에 없다.
 
이 책은 세계적 경제 주간지 ‘The Economist’에서 출간했다.
이번 호는 25주년 특별판으로 세계 각국 유명 지도자들의 기고를 실었지만 솔직이 그 기고들은 내 관심사가 아니다.
(그리고 그 지도자들이 한다는 말이 모두 '아전인수'와 '우물안 개구리'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2007~2008년 미국의 금융위기에서 촉발된 전세계적인 경제위기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고 그런 불확실한 국제경제상황에서 이 책은 2011년 경제를 전체적으로 전망하는 동시에, 대륙 · 국가별 정치, 경제, 사회 등 전반적 사항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있다.
좀 더 넓은 시각으로 급변하는 세계 시장의 흐름을 미리 파악하고 대처하기 위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책이다.
 
난 이코노미스트의 경제전망서를 2009년부터 읽기 시작했다.
이코노미스트의 경제전망서에는 경제전망 뿐 아니라 주요국가들의 정치사회적인 사안도 다루고 있어 흥미롭다.
일국경제나 세계경제가 움직이는데 있어서는 경제 원리 뿐 아니라 정치적인 상황과 변수가 더 작용하기 때문에 다른 경제전망서보다 더 관심있게 읽는다.
그리고, 매년 읽을 때마다 이코노미스트가 세계적인 정보망이 많아서 그런지는 몰라도 세계 정치경제 문제에 있어서 어느정도 예측해낸다고 내가 인정하는 측면도 있다.
사실, 이코노미스트는 2010년 영국 노동당의 총선 패배, 세계 주요국의 경기침체, 그리스와 아일랜드의 재정위기, 태블릿 컴퓨터의 폭발적인 증가 등을 잘 예측했다.
물론, 이코노미스트는 유로존의 위기, 오스트레일리아 총리의 실각 등을 예측하지 못했고 신종 인플루엔자가 창궐할 것이라고 잘못 예측하기도 했다.
 
아무튼, 이코노미스트는 2011년 세계가 2010년에 이어 계속 힘든 한 해를 보낼 것임을 예상한다.
세계 각국이 2008년 금융위기를 극복하고 침체된 경기를 회복시키기 위해 2009~2010년 인위적으로 재정투자와 통화팽창을 일으키면서 재정위기에 봉착했고 이에 따라 유럽을 중심으로 재정수지를 회복하기 위한 긴축정책을 펼칠 것이기 때문이고,
미국은 수십년간의 장기적인 경제구조 왜곡으로 수 년간 경기회복이 지연될 것이고 유로존은 재정수지를 위한 긴축에 나설 것이며, 중국이 본격적인 내수확장에 나서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미국, 유럽, 일본의 저금리가 유지될 것이기에 유가는 널뛰기, 원자재가격의 상승기조는 유지될 것이고...
 

이코노미스트는 2008년이 금융위기의 해, 2009년이 회복의 해, 2010년이 환율전쟁의 해였다면 2011년은' 불확실성의 해'가 될 가능성이 높고
특히 환율 혼란이 시장 혼란을 일으킬 가능성이 큰 것으로 지목하면서 2011년에는 증권시장 또는 국채시장이 중심에 서지 못하고, 환율이 헤드라인을 독차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각 나라들이 자국의 통화가치를 절하하기 위해 언론을 활용하고 심지어 시장에 직접 개입하면서 2011년 무역거래가 심하게 출렁거릴 것이라고...
최악의 경우, 각 나라들이 인위적으로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렸다고 서로를 비난하면서 보호무역주의가 증가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예상한다.
 
이코노미스트가 예상하는 2011년 주요 국가의 GDP, GDP 성장율, 인플레이션, 1인당 GDP는 다음와 같다.
- 세계 경제성장율 : 3.6% (2010년 4.4%) / 국제무역 성장율 5.7% (2010년 11.5%)
- 유로지역 성장율 : 1.0% / EU 27개국 : 1.1% / 동부 및 중앙유럽 3.1% / 러시아 및 CIS : 4.1%
 
- 오스트리아 : 3,760억달러 / 0.9% / 1.8% / 44,520달러
- 덴마크 : 2,920억달러 / 1.6% / 1.8% / 52,320달러
- 핀란드 : 2,290억달러 / 1.6% / 1.5% / 42,720달러
- 프랑스 : 24,900억달러 / 1.1% / 1.3% / 39,370달러
- 독일 : 31,270억달러 / 1.1% / 1.1% / 37,680달러
- 그리스 : 2,900억달러 / -3.5% / 0.9% / 26,350달러
- 아일랜드 : 1,940억달러 / 0.2% / 0.6% / 46,750달러
- 이탈리아 : 18,880억달러 / 0.6% / 1.2% / 31,320달러
- 노르웨이 : 4,310억달러 / 1.3% / 2.1% / 86,740달러
- 네덜란드 : 7,430억달러 / 1.1% / 1.0% / 44,630달러
- 폴란드 : 4,690억달러 / 3.4% / 2.4% / 12,310달러
- 포르투칼 : 2,110억달러 / -1.0% / 0.8% / 19,810달러
- 스페인 : 13,370억달러 / 0.6% / 0.9% / 28,990달러
- 스웨덴 : 4,490억달러 / 2.2% / 2.0% / 47,300달러
- 스위스 : 5,130억달러 / 1.6% / 0.8% / 65,050달러
- 터키 : 7,600억달러 / 3.6% / 6.5% / 10,720달러
- 영국 : 24,030억달러 / 1.3% / 3.1% / 38,360달러
 
- 아프카니스탄 : 170억달러 / 7.9% / 4.5% / 570달러
- 호주 : 11,900억달러 / 2.6% / 2.5% / 52,830달러
- 중국 : 64,600억달러 / 8.4% / 3.5% / 4,800달러
- 인도 : 18,320억달러 / 8.2% / 5.8% / 1,520달러
- 인도네시아 : 8,060억달러 / 6.0% / 7.0% / 3,280달러
- 일본 : 56,210억달러 / 1.3% / 0.3% / 44,440달러
- 카자흐스탄 : 1,510억달러 / 5.5% / 6.6% / 9,250달러
- 말레이지아 : 2,530억달러 / 4.2% / 2.7% / 8,780달러
- 필리핀 : 2,240억달러 / 4.3% / 4.8% / 2,200달러
- 한국 : 10,940억달러 / 3.9% / 3.3% / 22,050달러
- 대만 : 4,660억달러 / 4.2% / 1.4% / 20,040달러
- 태국 : 3,360억달러 / 4.0% / 2.0% / 4,920달러
- 우즈베키스탄 : 440억달러 / 8.5% / 14% / 1,510달러
- 베트남 : 1,100억달러 / 7.0% / 8.0% / 1,240달러
 
- 캐나다 : 16,160억달러 / 2.1% / 1.8% / 47,070달러
- 멕시코 : 11,190억달러 / 3.0% / 4.0% / 9,830달러
- 미국 : 149,960억달러 / 1.% / 1.0% / 48,010달러
- 아르헨티나 : 3,750억달러 / 4.0% / 13.7% / 9,160달러
- 브라질 : 20,520억달러 / 4.5% / 4.4% / 10,530달러
- 칠레 : 2,070억달러 / 5.7% / 2.7% / 12,000달러
- 쿠바 : 610억달러 / 3.7% / 5.4% / 5,400달러
- 베네수엘라 : 2,150억달러 / -2.5% / 40.3% / 7,370달러
 
- 이집트 : 2,530억달러 / 5.5% / 10% / 2,940달러
- 이란 : 4,880억달러 / 3.4% / 15.1% / 6,430달러
- 이라크 : 980억달러 / 6.5% / 4.7% / 3,050달러
- 이스라엘 : 2,270억달러 / 3.4% / 2.4% / 29,410달러
- 모로코 : 990억달러 / 3.8% / 2.6% / 3,020달러
- 나이지리아 : 2,480억달러 / 5.8% / 11.2% / 1,600달러
- 사우디아라비아 : 4,810억달러 / 3.7% / 6.0% / 17,250달러
- 남아프리카공화국 : 3,460억달러 / 2.7% / 5.7% / 7,050달러
 
이코노미스트는 “구 신흥 경제국 중 브라질, 인도, 중국은 마치 학교 무도회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여학생들처럼 지나치게 콧대가 놓은 경향이 있어서 인도와 브라질은 거만한 태도를 보이기도 하며 러시아는 부패되었고 심지어 중국은 자국에 투자하려는 사람들을 괴롭히고 있다”면서 다른 '신‘ 신흥시장으로 경제 번영이라는 측면에서 브릭스 국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한 간과된 국가들과 이제 막 번데기 상태에서 허물을 벗기 시작한 개척 국가들에 주목해야 한다고 진단한다.
‘간과된‘ 국가들이 가장 많이 모여 있는 지역은 아프리카가 있으며 터키, 사우디아라비아, 인도네시아가 뉴브릭스로 주목을 받을 것이라 전망한다.
아울러 중국에서 아웃소싱 일자리를 빼앗아올 만큼 좋은 위상을 확보한 베트남에 열광적인 반응을 보일 것이라 전망했다.
이들 ‘신‘ 신흥시장은 불안정한 정치 상황과 폐쇄적인 사회구조로 본질적으로 예측이 불가능한 반면 사회간접자본 투자와 관련하여 엄청난 기회가 열려있으며, 젊은 노동력과 활기찬 주식시장 등 서구의 기업들이 그냥 지나치기 어려운 여러 가지 매력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다.
무엇보다 기업에게 처음부터 참여할 기회를 주기 때문에 가장 빨리 뛰어드는 기업이 최대의 혜택을 누릴 것이다.

이코노미스트는 2011년에는 인도의 경제성장 속도가 중국을 추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계은행은 2011년 인도의 경제 성장률을 8.7%로 예상한다. 이는 같은 기간 중국의 성장률 예측지인 8.5%를 약간 앞서는 수치다. CISA 홍콩 투자은행도 인도의 성장률이 중국의 성장률을 근소한 차이로 앞설 거라고 예상했으며, 스탠다드 차타드 은행은 두 나라 모두 8.5%의 성장률을 보일 것이라고 추정한다. 이유는 인구통계학을 기초로 한다.
1978년에 도입된 1가구 1자녀 정책 때문에 2011년 중국의 노동인구가 급격히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것과 달리 인도는 현재 10억 명이 넘는 인구에도 불구하고 계속 증가세를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도가 중국보다 잘 살게 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코노미스트는 인도의 1인당 국민소득이 현재의 중국 수준과 맞먹으려면 17년 동안 연간 8%로 계속 성장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코노미스트는 내년도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가장 높은 국가로 중동의 산유국 카타르(15.9%)를 꼽았다.
가나(14.0%)와 에리트레아(10.0%), 에티오피아(10.0%), 우즈베키스탄(8.5%) 등 광물자원 수출국, 그리고 고무 수출국인 라이베리아(7.3%)를 주요 고성장 국가로 꼽았다.
아이티(7.5%)의 경제는 지진 이후의 재건축으로 혜택을 볼 것이고, 르완다(7.5%)는 해외 수요의 감소로 약화되었던 2010년에서 회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11년도 순위 중 가장 주목해야 할 점은 중국(8.4%)과 인도(8.2%) 사이의 줄어드는 격차이다.
이들 아시아 경제 강국의 성장 속도가 비슷한 것은 인도가 2010년보다 성장세가 빨라지는 한편, 중국은 정부가 경기 과열 방지를 시도하면서 성장에 약간의 둔화 현상이 생기기 때문이라고 점쳤다.
 
산업별 2011년 전망은...
- 자동차산업은 흐릴 전망. 6.9% 성장
- 소비재산업과 국방산업은 보통.
- 에너지산업 : 2.9% 증가. 석유수요는 1.7% 증가, 브렌트유 가격은 76달러선... 
- 금융산업 : 대출 증가율 4.4%
- 식품 및 농업 : 2010년 이상기후로 5% 상승, 육류 2% 상승, 설탕 8% 하락, 커피 3% 하락
- 건강관리산업 : 3% 상승
- 정보기술산업 : 7% 상승
- 인프라산업 : 중국, 인도, 브라질 증가
- 광고산업 : 4.5% 상승
- 부동산 : 2% 하락,
- 금속 및 광업 : 구리 7% 인상, 강철 17% 하락, 금 상승
- 통신산업 : 4.4% 증가 (이동통신 7.6% 상승, 유선전화 0.7% 하락)
- 여행/관광 : 5% 증가
 
현대경제연구원은 한국경제를 다음과 같이 2010년 평가 & 2011년 전망한다.
 
1. 2010년 평가
1) 빠른 경제회복, 내외수 동반 경기상승, 확장형 경상수지 흑자 전환
- 빠른 경제회복 : 경제성장율 5.9%
- 내외수 동반 상승 : 수출 증가율 30.5%, 민간소비 4.2%, 설비투자 18.0%
- 경상수지 흑자 : 무역수지 293억달러 흑자, 경상수지 237억달러 흑자
2) 구조적인 문제점
- 체감경기 회복 미흡 : 국민총소득(GNI) 증가율이 GDP보다 낮아짐
- 서비스 수지 적자 지속 : 154억달러 적자
- 고용의 질적 개선 부진 : 실업률이 3.5%로 하향 안정되었으나 청년실업(7.6%) 등 상존
- 금융시장 불안정성 심화 : 환율과 주가가 급등락
 
2. 2011년 전망
1) 대외 여건 변화
- 세계 주요국 경기 회복세의 둔화
- 세계 교역 증가속도 둔화
-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세 지속 : 두바이유 가격은 88~111 달러 상승
- 달러 약세 기조 점진적 약화 :
2) 국내 부문별 전망
- 민간소비 증가율 2010년보다 소폭 하락한 3.8%
- 고용 : 당분간 성장세 지속(3.5% 전망), 고용증가+임금증가로 가계의 가처분 소득 증가 전망
- 설비투자 : 9%로 2010년보다 대폭 하락
- 건설투자는 침체 계속 : 1.5%
- 경상수지 흑자 축소 : 수출 증가율 10.8%, 무역수지 297억달러 흑자, 경상수지 197억달러 흑자
- 환율 : 국내 경제의 견고한 성장으로 원/달러 환율 하락세 지속 전망
- 금리 : 물가상승 압력 고조로 기준금리 인상 전망
- 물가는 상승세 : 원자재 상승 등 물가 상승 요인에도 불구하고 내수 약화, 원화 절상 추세 등의 요인으로 완만한 상승세 전망
3) 종합 전망 : 2011년 GDP 성장율은 4.3% 전망
4) 성장잠재력 확충을 위한 정책 과제
- 기업투자 활성화 : 설비투자 증가에 필요한 규제 개선
- 신중한 금리 인상
- 재정정책의 경기 활성화 기능 유지 : 고용 확대, 저소득계층 보호, 건설경기 활성화(단, 재정수지 악화 방지)
- 원화환율의 안정성 제고 : 개입정책
- 수출 다변화 지속 : 성장세가 높은 아시아, 중동, 아프리카에 대한 경제협력 등 강화
- 남북관계 안정 : 남북 경제협력관계 복원과 증진을 통한 한반도의 지정학적 불안정 해소
 
이코노미스트의 세계경제전망과 현대경제연구원의 국내경제전망은 공통적으로 '잘 될 것이다'라는 말이다.
미국과 한국을 비롯하여 세계 각국에서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부유층의 소득 증가와 중산층 이하의 소득 감소와 빈부격차 확대, 빈곤층 이하계층의 확대, 기상이변과 자연파괴, 삶의 질 저하 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
긍정적인 시나리오와 예상은 빈번하지만, 최악의 시나리오와 부정적인 가능성도 꺼내지 않는다.
물론, 가진 자들에게서 후원과 광고를 유치하는 연구소들의 한계이기는 하지만...
 
* 흥미로운 2011년 세계
- 지구 인구는 드디어 70억명에 육박하게 된다.
- 중국이 미국을 앞지르고 세계 최대 제조국가로 부상할 것이다.
- 위키디피아가 10주년, 트위터가 5주년, 911테러 10주년이 된다.
- 미국과 중국의 환율 갈등은 계속될 것이다.
- '합리적 기대 가설에 의한 거시경제 이론'이 무너지고 있다. 
  
[ 2011년 2월 3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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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의 미스터리 - 조지 윌리엄스가 들려주는 자연 선택의 힘 사이언스 마스터스 17
조지 윌리엄스 지음, 이명희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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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제 : 자연에서의 목적과 계획에 대한 증거들(Clues to Plan and Purpose in Nature)
 
이 책은 < 섹스의 진화 >, <원소의 왕국>, < 마지막 3분 >, <인류의 기원>, <세포의 반란>, <휴먼 브레인>, <에덴의 강>, <자연의 패턴>, <마음의 진화>, <실험실 지구>, <여섯 개의 수>, <생각의 탄생>, <양자중력의 세 가지 길>, <진화란 무엇인가>에 이어 출판사 ’사이언스북스’가 기획,번역한 [사이언스 마스터스 시리즈]의 열 다섯 번째 도서로, 자연 선택이 인간을 포함한 생명체의 진화에 미치는 힘뿐만 아니라 생물학을 넘어 현대 인류의 삶 전반에 걸쳐 사회적, 의학적, 철학적으로 갖는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지구상에 존재하는 복잡 다양한 생물들의 적응이 목적과 계획을 지닌 이성적인 설계자가 아닌 단순 무식하고 무자비한 자연 선택으로 생겨난다고 말한다. 생물들에게 야기하는 불합리한 구조들의 예를 통해 진화 과정이 지닌 힘과 한계를 모두 보여 진화에 대한 균형 잡힌 시각을 제시한다.
 
1장. [적응주의적 이야기]에는 일부 생물학과 진화학 분야에서 그동안 인간의 눈과 주둥치의 발광기관을 설명하면서 사용해 온 ’적응주의(adatationism)’에 대해 비판적으로 재검토한다. 적응주의가 결국에는 수 십만 년 동안 어떻게 인간의 눈의 구조가 만들어져 왔는지, 그리고 주둥치가 어떻게 빛을 내게 되었는지를 설명하기 보다 ’왜 앞으로 계속 그렇게 작용하는지’에 관한 설명에 불과하다고 비판한다. 적응주의가 진화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지만, 마찬가지로 ’진화를 해석하지도 못한다’는 것... 한마디로 적응주의는 생물체의 절묘한 기관이 지니는 현재의 유용성만을 다루기 때문에 진화를 정확하게 이야기하지는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적응주의 이야기가 살아있는 생명체에 대한 중요한 사실을 발견하는 막강한 방법으로서 앞으로도 계속 그 힘을 발휘할 것이다".고 인정한다.
 
2장. [기능적인 설계와 자연 선택]에서는 남아메리카 갈라파고스 제도의 핀치(finch)를 대상으로 새로운 진화론을 펼쳤던 다윈의 개념은 당시 19세기 말~20세기 초에 생물학자들로부터 널리 인정받았으나 자연선택과 성선택이 그 변화를 가져오는 원인이라는 생각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자연선택이 진화의 막강한 원동력으로 작용해 왔지만, 역으로 많은 경우에 진화보다는 진화가 일어나지 않는 경우와 연관되어 인용되기도 함을 설명한다. 또한 오늘날의 생물학적 진화는 과거 화석 기록에 나타난 것보다도 훨씬 빠르게 일어날 수도 있다. "자연선택이 주로 하는 일이 생명체가 지닌, 현재 최적의 상태로 발달되어 있는 형질들에서 이탈하는 것들을 추려내는 것이다."
 
3장. [무엇을 위한 설계인가?]과  4장. [적응적인 신체]에서 저자는 자연 선택 과정에서 필수적인 요소가 무엇인지, 자연 선택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무엇에 작용하는지, 자연 선택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은 무엇인지를 다룬다.
자연선택과 진화에서 유전자 보존과 유전적 다양성이 중요함을 설명하면서 꿀벌, 연어 등과 같은 일부 집단을 제외한 대부분의 동물 집단이 기능적으로 조직되어 있지 않다는 사례를 통해 ’설계’의 무의미함을 보여준다. 생물체들은 자신들의 진화과정과 본능 및 지능의 수준에서 ’죄수의 딜레마’ 게임처럼 작동하게 된다.
저자는 세포, 유전자, 미토콘드리아, 신체 기관과 각 생명체와 개체들의 복잡하고도 미묘한 유전적 상호과정을 분석하면서 자연 선택의 작용방식을 이야기한다. 세포 내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최적화 개념이이나 혈연 선택, 손익표 같은 이론으로 무장해야 하며, 독립된 개체들의 활동을 다룰 때에는 이해관계가 대립되는 개체들 사이의 복잡한 상호 작용에 유의해야 한다. 배우자 간, 부모자식 간, 형제 간, 이웃하고 있는 영역 경쟁자 간, 숙주와 기생자 간의 관계들은 협동과 대립, 절충, 승자와 패자, 그리고 안정화된 교착의 복잡한 정렬로 특징지어질 것이다.
 
그리고 5장. [성은 왜 있을까?]에서는 성의 기원과 유성생식의 배경, 암수한몸(자웅동체)의 이유, 암수 성비에 대한 진화론, 수컷의 크기에 대한 연구 등 성의 기초적인 진화론적 해석을 다루고 있고
6장. [인간의 성과 번식]에서는 임신 - 출산 - 어린시절 - 배우자 찾기와 자식 키우기의 과정에서 자연선택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고찰한다. 여기에는 모체와 태아가 공통의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음과 동시에 자연선택을 위한 개체간의 유전적 대립점이 존재함을 말한다.
7장. [노화와 그 외 결함들]에서는 노화를 ’생명체에서는 물질의 흐름이 정확히 조절되어야 하는데, 그 정확성이 지속적으로 감소되어 가는 것’이라고 정의한 후, 진화에 대한 진화론적 해석을 시도한다.
8장. [적응주의의 의학적 의미]에서는 신체결함, 생물학적 구조 문제 등 적응주의와 관련한 인류의 의학적 문제를 다룬다. 진화론적으로 고찰할 때, 사고로 사망하지 않고 오래 사는 사람들이 겪는 가장 심각한 질병인 퇴행성 증상, 암, 심장 혈관 손상, 관절염, 골다공증, 기능 장애 등은 유년기나 성년기에 각종 사고나 균, 바이러스에 의해 죽음을 당하지 않는 데 대하여 대가를 치르고 있다고 해명한다. 인간의 오랜 진화론적 과정에서 주어진 수명은 40~50년 남짓한 데 과학기술의 발달이 억지로 수명을 연장하여 당사자들에게 여러가지 고통을 가져다주는 셈이다.
9장. [적응주의의 철학적 의미]에서는 미움, 사랑, 죄의식, 공포 등 인간의 의식을 채우고 있는 감정과 이성들을 다루는 뇌 속의 시상 하부와 대뇌변연계 역시 자연선택에 의해 진화되어 왔기에 철학자들의 철저한 탐구가 필요함을 역설한다. 동시에 자연선택은 인간의 도덕이나 감성과는 무관한, 즉 비도덕적이고 무도덕적인 냉엄한 객관적인 현실임을 지적한다.
 
이 책을 읽고나니 인류 지성의 승리이자 희망이라 불려왔던 자연과학, 또는 과학 일반이 우리가 일반적으로 배웠고 생각하는 만큼 완벽하지도, 희망적이지도 않음을 다시 한 번 알게 되었다. 저자와 같은 대다수의 진화생물학자나 유전학자들은 과학의 한계와 부족함을 인정하되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감추지 않는 대신 과학의 힘과 위력을 과도하게 포장하지 않을 뿐더러 과학의 남용과 인류의 겸허하지 못함에 대해 무척이나 비판적으로 대하고 있다. 대개의 과학자들은 굳굳하게 자신의 연구분야에서 진전을 가져오기 위해 노력할 뿐인 것이다. 과학이 종교와 가장 크게 다른 점은 ’언제든지 과학이론이 부정되어 새로운 과학이론이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 것이다.
 
과학의 성과와 과학의 미래를 과도하게 포장하는 사람들은 정치가나 경제인, 언론인이나 정치성향의 일부 과학자라 할 수 있다. 즉, 과학을 제대로 알지 못한 사람들이 과학을 이용하여 자신들의 특정한 이해관계에 영향을 미치려고 하고 현대 과학계의 구조와 연구자금을 이용하여 정책담당자들이 과학계의 노력을 편향적으로 이끌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한국의 과학계는 이중, 삼중의 문제를 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세계적인 과학분야에서 제대로 인정받고 있는 과학자가 드물 뿐더러 얄팍한 과학지식과 직책으로 정책담당자들이나 일반 국민들을 호도하려 하거나 공직이나 연구자금에 눈이 멀어 자신들의 지식을 팔고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일 것이다.
 
최근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태 이후 방사능 오염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과 우려에 대해 일부 과학자들과 교수들이 언론을 통해 정치적으로 무마하려는 모습을 보면서 한국 과학계와 학계의 미래에 대해 우울함을 감출 수 없다.
 
[ 2011년 4월 23일 ]
 
* 책 속의 문장
- 새로운 돌연변이는 우연히 사라져 버릴 수 있다. 어떠한 새로운 대립 유전자도, 심지어 상당한 이득을 주는 돌연변이라도 그리 될 수 있다. 그러나 돌연변이는 한정된 빈도로 일어난다. 만약 C-A-G가 C-C-G로 변할 확률이 하나의 생식 세포(난자 혹은 정자)에서 100만분의 1이고 한 세대릐 개체 수가 1,000이라면 돌연변이는 1,000세대에 한 번씩 나타날 것이고, 개체 수가 1만이라면 10배 더 자주 나타날 것이다. 많은 생물에서 이 정도는 진화적으로 무의미하다. 머지않아 이로운 돌연변이가 나타나 원래 자리에 있는 조상 대립 유전자를 대체할 것이다.(p.79)
 
- 신체의 각 기관이 형성되고 조직이 분화되는 임신 초기 3개월 동안에 태아는 성인에게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미량의 독에도 쉽게 손상될 수 있다. 임신 초기의 입덧은 정상 발생을 저해할 수 있는 독소로부터 태아를 보호하기 위한 하나의 적응현상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중략) 따라서 메스꺼움이나 특정 음식을 멀리하는 것 같은 입덧 증상을 억제하기 위해 약을 쓰는 일은 (태아에게 비정상적인 영향을 주게 되고) 기형아 출산 확률을 높일 수 있게 된다.(p.193)
 
- 인간의 출산과 관련하여 현재 가장 확실한 진화적 통찰은 모체와 태아 사이의 대립보다는 인간이 먼 과거로부터 물려받은 불행한 유산과 관련이 있다. 초기 육상 거주 척추동물에서 골반이 처음 진화했을 때 소화기나 생식기, 배설기와 같이 체외로 통하는 모든 기관들이 골반환(pelvic ring)을 지나가게 되었다. 근본적으로 같은 기하학적 구조가 오늘날의 후손들에게까지 그대로 보존되었다. 그 옆에 있는 골격 한 부분을 자세히 관찰해보자. 앞쪽의 좌우 치골과 뒤쪽의 척추와 연결된 좌우 좌골이 이루는 뼈의 고리를 주목해보자. 아기는 그 고리보다도 더 좁은 공간을 밀고 나와야 한다. 왜냐하면 질벽과 직장, 그리고 그외 구조들이 그 안에 들어차 있기 때문이다. 좁은 통로로 아기를 밀어내야 하는 인간의 분만은 다른 어느 포유류의 출산보다도 힘든 과정이다.(p.195)  
 
[ 2011년 4월 2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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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RI 전망 2011
권순우.신창목 외 지음 / 삼성경제연구소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2008년부터 SERI 전망서도 매년 구독하고 있다.
아무래도 국내 경제연구소 중 활동성이 높고 정부, 정치권, 학계 및 기업체와 음양으로 교류가 많다는 세간의 평가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SERI의 전망서 차례는 이코노미스트와 조금 다르다.
먼저 한국경제의 2010년 평가와 2011년 전망을 제시한 후, 이어서 세계경제의 여러 부문에 대한 2011년 전망, 국내경제의 주요 사안에 대한 전망과 산업별 2011년 전망, 2011년에 필요한 기업경영 요인들, 공공정책 전망과 제안, 2011년 사회문화적인 전망으로 구성된다.
 
<이코노미스트 2011 서계경제대전망>을 읽으면서도 기존 연구소들의 입장과 실력에 대해 느낀 바이지만, 삼성경제연구소 역시 재계와 정부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상황과 흐름에 대한 내부적인 평가분석력이 부족한 것 같다.

먼저, 자료의 출처와 분석을 고려해볼 때 출처의 입장과 의견을 여과 없이, 면밀한 평가 없이 그대로 베끼는 듯한 느낌이다.
이런 느낌이 들었던 가장 큰 이유는, 317쪽의 ’창조적 조직문화 구축을 위한 소통활성화’, 340쪽의 ’국정운영의 핵심코드, 친서민정책의 구체와’ 단락과 346쪽의 ’건전성, 성장동력, 복지확충의 세 마리 토끼를 쫓는 재정운영’, 그리고 386쪽의 ’본격화하는 대,중소기업의 동반성장의 흐름’ 때문이다.
둘째, 객관적으로 한국사회에서 큰 이슈로 나타나고 있는 4대강 사업이나 빈부격차 확대 등에 대해 전혀 거론하지 않는다.
한국정부의 1년 예산규모가 300조원 정도 되는데 그 중 7~8조원(지자체 예산까지 합하면 10조원쯤 되려나...)이 쓸모없이 투입되는데...
셋째, 거대한 연구소 치고는 제대로된 분석이나 해법, 예측이나 예상이 없다.
그 많은 협찬과 후원, 수익금으로 수 많은 연구원들을 거느리는 국내 최대의 연구소임에도 이미 언론과 인터넷, 서점가에서 충분히 나온 이야기들 - 글로벌 저성장, 적응력, 기업의 사회적 책임, 소셜미디어, 소통활성화, 사회보험, 교육개혁, 녹색규제, 식량위기 등 - 재탕하는 셈이다.
넷째, 한국사회와 경제에 가장 큰 연관이 될 수 밖에 없는 ’북한 및 북핵’에 대해 이렇다할 내용이나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성장’을 중심으로 경제를 바라보는 주류 경제론자의 범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당연히 그렇기 때문에 삶의 질이나 행복지수 등에는 관심이 없다.
 
아무튼, 그래도 뭐라 하는지는 알아야 하기에 내용을 정리해본다...
 
1. 2010년 한국경제 평가 
SERI는 2010년 한국경제가 세계 어느 국가보다도 모범적인 위기 탈출의 모습을 보였다고 자부한다.
세계 주요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빠른 회복세를 보였을 뿐만 아니라 그 내용에서도 정부의 경기부양력이 약화되는 대신 수출과 설비투자를 중심으로 한 민간부문의 자생적 회복력이 성장을 주도하는 매우 양호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향후 대외여건의 불확실성 증대로 인해 이러한 자생적 회복력이 지속될 것인지의 여부는 불투명하다.
비록 한국경제가 양호한 성장세를 보여왔다고는 하나, 여전히 위기를 완전히 극복한 것은 아니며 위기 이전의 성장궤도로 복귀할 만한 복원력과 탄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2011년은 모든 경제주체들이 자신감을 가지고 역량을 결집해 위기의 상흔을 말끔히 털어내고 다시금 안정성장의 궤도로 돌아갈 것인지, 아니면 위기의 상흔을 떠안은 채 저성장궤도로 함몰될 것인지를 가늠하는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이다.
 
- 2010년 소비자물가는 전년 대비 2.9% 상승
2010년 소비자물가는 공업제품(석유류 제외) 및 서비스 가격 안정의 영향으로 전년 대비 2.9% 상승하면서, 3% 미만의 안정적 흐름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기상이변의 영향으로 농산물 가격이 급등하면서 소비자들이 실제로 체감하는 물가는 지표물가보다 훨씬 크게 악화되었다.
- 2010년은 농축수산물 및 석유류 가격 등 공급충격요인이 물가불안을 주도한 한 해였다.
일반적으로 농산물의 가격급등 등 계절적 요인이 일시적으로 나타난 후 제거되었던 것과 달리, 기상이변 현상이 한 해 동안 지속되면서 물가 오름세를 주도했다.
- 경기가 회복세를 이어가고 시중유동성이 풍부한 상태가 지속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금융위기의 충격으로부터 회복되는 과정에서 물가와 여타 경제지표의 관계가 이전과 달리 괴리현상을 나타내면서 수요확대에 의한 물가상승압력이 가시화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2. 2011년 한국경제 전망
SERI측은 세계경제 성장세가 둔화되고 원화가치 강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국제유가는 상승세를 보이는 가운데 2011년 세계경제 성장율을 3.8%로 예상한다.
미국의 경우 더블딥 논란의 진원지인 주택시장에서 추가적으로 가격이 크게 떨어질 가능성은 적어 보이는데다 미국 정부의 경기부양 의지가 여전히 강해서 더블딥은 피할 수 있을 것이고 세계경제 회복의 견인차 역할을 했던 신층국들도 경제정책의 긴축기조 전환과 선진국 경기둔화 등의 영향으로 성장율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하며,
2011년에도 글로벌 환율갈등은 여전히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그렇지만 환율조작국 지정이나 무역전쟁 등과 같은 파국으로 전개되지는 않을 것이다.
두바이유 기준으로 국제유가는 82달러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

국내에서는 부동산 시장의 향방이 중요한 변수라며, 2011년에도 여전히 부동산 시장은 부진을 면치 못할 것으로 예상한다.
10만호에 달하는 미분양주택 적체가 여전히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고 LTV, DTI 등 대출규제에 의해 주택수요가 억제되는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고...
 
- 2011년 한국경제 성장율 : 3.8% 예상
- 수출증가율은 9.0% 예상
- 원/달러 환율은 1,080원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
- 설비투자 증가세가 크게 둔화될 전망
- 소비자물가상승율 2.8%
 
3. 세계경제 전망 
- 세계경제 성장율 전망 : 3.8%
  미국 1.8% / 유로 1.3% / 독일 2.1% / 영국 1.4% / 일본 1.0%
  BRICs 5.8% / 중국 8.7% / 인도 8.0% / 브라질 5.0% / 러시아 3.8% / 아세안 5.3% 
- 글로벌 불균형 해결의 실마리, 동아시아 역내교역 확대..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과 유럽의 경기침체로 소비가 크게 둔화되면서 경기회복 속도가 늦어지고 있으므로 이들 국가로의 수출을 통해 성장해온 한국, 중국, 일본 그리고 ASEAN 국가들의 향후 성장가도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이에 따라 중국은 최근 내륙개발 및 내수시장 확대를 통해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소비시장으로 탈바꿈하면서, 미래산업에 대한 과감한 투자로 도약형 성장을 추구하고 있다. 이와 함께 대만과의 경제협력기본협정(ECFA) 체결 등을 통한 중화지역 경제권의 확대 및 위안화의 국제화를 통해 아시아지역 내에서 영향력을 크게 확대하고 있다.
 
4. 2011년 국내경제의 특징
- 경제성장을 견인하기엔 소비가 너무 미약 : 고용개선세 둔화와 가계의 채무상환 부담 확대
- 투자의 모멘텀이 부재 : 국내외 경기둔화와 건설경기 침체
- 수출의 성장견인력이 약화 :
- 인플레이션 리스크 완화 : 공급충격 약화, 경기둔화, 원달러 환율 약세로 물강상승 압력 둔화
- 서서히 취업문턱이 높아진다 : 일자리 창출폭이 20만개로 둔화. 실업율은 3.5%로 2010년 대비 0.3% 하락 예상
- 상승세로 전환하는 시장금리 : 기준금리 인상, 국고채 순발행 증가, 외국인 자금 유출입 역제 조치에 따라 시장금리 인상. 단, 국내외 경기둔화, 출구전략 지연, 외국인 투자자금 유입 지속에 따라 금리 상승폭은 제한
- 우려되는 원화의 두드러진 강세
- 부동산 시장의 위축세 지속
- 좁아지는 수출시장, 유력한 대안은 FTA : 시장확대, 외국인 직접투자 증가, 기업경쟁력 강화, 규제와 관행의 합리화, 한국의 국제위상 상승, 한반도 평화체제 정착라는 순기능  

하지만, SERI는 FTA의 역기능, 즉 경쟁력이 약한 산업부분(특히 농축산업) 붕괴, 실질적인 외국인 직접투자 미약, 시장 차원의 규제의 필요성 악화, 노동자 등 사회적 약자 배려의 실종 등에 대해서는 모르거나 함구하고 있다.

5. 국내 산업별 전망
- 전략품목 위주로 성장하는 정보통신기기산업
- 수급균형이 예상되는 반도체산업
- 디스플레이산업, 공급과잉 국면 지속
- 성장둔화가 예산되는 가전산업
- 친환경차와 소형차가 부상하는 자동차산업
- 한국과 중국의 전면대결이 본격 전개될 조선산업
- 석유화학산업의 새로운 강자로 부상하는 한국
- 유통산업, 모바일과 중국을 주목하라
 
6. 2011년 기업경영 특징
- 글로벌 저성장에 따른 기업 간 경쟁 격화
- 경영환경 불안정성 확대에 대한 적응력 강화
- 기업에 대한 사회의 요구 증가
- 소셜미디어의 영향력 확대
- IT 빅뱅에 따른 인사관리 재정립
- 창조적 조직문화 구축을 위한 소통활성화
 
7. 2011년 공공정책 : SERI는 공공정책 부분에 있어 대부분 정부부처에서 제공하는 자료를 베끼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 부분만 보면 여지없이 ’정권의 나팔수’다.
- 국정운영의 핵심코드, 친서민 정책의 구체화
- 건선성, 성장동력, 복지확충의 세 마리 토끼를 쫓는 재정운용
- 기로에 선 사회보험, 개편 논의 재점화
- 변화를 모색하는 저출산,고령화 정책
- 다양한 해법이 모색되고 있는 중고령 인력의 고용문제
- 본격화하는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의 흐름
- 노사관계의 화약고, 복수노조의 허용과 교섭창구 단일화
- 민선 5기 지방자치, 내생적 발전의 모색
- 그린빌딩으로 가시화되는 녹색규제
- 구조적 해법을 모색하는 식량위기 관리
- 격랑으로 빠져드는 한반도
 
8. 2011년 사회문화 특징
- 격차심화에 따른 사회갈등의 증가와 해결 노력의 제약
- 공정사회 구현을 위한 ’법 앞의 평등’ 강조
- 수면 위로 부상하는 다문화사회의 갈등과 비용
- 생산성과 창의성 증대를 위한 ’워크스마트’ 활용 본격화
- 여가시장의 주 소비계층으로 등장하는 ’뉴시니어’
- 새로운 소통시대를 열어가는 소셜네트워크 서비스
- 저출산 추세 고착화에 따라 주목받게 될 ’워킹맘’ 
 
[ 2011년 2월 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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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글로벌 리포트
김광수경제연구소 지음 / 더팩트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올해 처음으로 김광수경제연구소의 책을 읽었다.
그 전에는 연구소의 부소장인 선대인씨의 <대한민국은 부동산 공화국이다>와 <부동산 대폭락 시대가 온다>를 읽은 적이 있다.
선대인씨의 책을 읽으면서 김광수경제연구소에 대해 잠깐 관심을 가지고 인터넷 홈페이지에도 들어가 보았으나 그 뒤로 다른 일과 책에 집중하느라 잠시 뒷전으로 미루었다.
이번에 2011년 경제전망에 대한 다양한 예측과 입장이 궁금하여 미네르바, The Economists와 SERI(삼성경제연구소)의 경제전망서에 김광수경제연구소의 경제전망서를 추가하여 비교 검토해보았다.
 
김광수연구소의 경제전망서는 Economists나 SERI와는 크게 달랐다.
 
먼저, Economists나 SERI와 달리 전반적인 성장율이나 제반 경제적, 경제외적인 부분에 대한 내용은 생략하고 2011년에 세계경제와 한국경제에  중요한 국가와 분야를 중심으로 내용을 집중했다. 이것은 목차만 보아도 바로 알 수 있다.

1장. 침체된 미국 : 달러의 한계와 재정 건전화의 딜레마
2장. 숨고르는 중국 : 안정을 선택한 슈퍼 차이나의 고민
3장. 재정위기의 유럽 : 유럽의 양극화
4장. 저성장의 러시아 : 시급한 산업 구조의 다변화
5장. 디플레이션의 일본 : 저성장의 늪에 빠진 No.3
6장. 2011년의 한국 : 부동산, 과다 채무, 인구 감소 트리플 충격

 
둘째, Economists와 SERI는 책 곳곳에서 독자들에게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2010년부터 세계경제와 한국경제가 위기에서 벗어나서 안정적인 경제성장을 유지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인식을 심어주려고 애쓴 흔적이 보인다.
하지만, 이 책은 수박 겉핥기 식으로 "위기를 모면했다"고 슬쩍 넘어가기 보다 금융위기가 현재도 "진행형"임을 과감하게 인정하고 구조적인 위기의 핵심을 거론하며 위기가 장기화될 것임을 주장한다.
 
셋째, (이 부분이 가장 마음에 들었는데) 현재의 경제/금융위기의 역학관계에서 누가 가장 크게 고통을 받고 있는지, 그리고 세계 각국의 정부와 한국정부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누구를 희생양으로 삼게 될지에 대해 분명한 태도를 보여준다.
 
이 책을 발간하게 된 동기에 대한 서문의 내용도 흥미롭다.
"전세계의 경제는 이제 하나의 끈으로 연결되어 우리의 삶과 깊은 관계를 이루고 있다. 중국 경제의 문제가 더 이상 중국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기에 정확한 사실과 경제 정보가 더욱 절실해졌다.
잘못된 정보 하나가 우리에게 엄청난 위협이 될 수도 있다.
최근 들어 오류가 있거나 어떤 목적으로 만들어진 정보들이 언론사를 통해, 또는 전문가들을 통해 아무런 여과 없이 서민들에게 들어가고 있다.
이러한 잘못을 바로 잡고 독자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주기 위해 최신의 정보를 담은 [2011 글로벌 리포트]를 출간하게 되었다."


연구소는 2011년 세계경제에서 가장 문제시되는 부분은 정부의 과다차입과 과대채무 등 재정위기라고 예상한다.
- 2010년 미국 국채 발행잔고 14조달러로 GDP의 94% (명목GDP 14.7조달러)
- 일본의 공적 채무는 904조엔으로 GDP 대비 188.7%
- 한국의 국공채 발행잔고 852조원으로 GDP의 85%, 정부/공기업의 금융기관 차입금 포함 1,000조원(10%)
  * 이중 이명박정권이 들어선 이후 550조원이 증가
    공적 채무 증가의 대부분은 부동산 버블 붕괴를 막기 위한 것.
 
세계경제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2008년 금융위기, 2009년 실물 경제위기, 2010년 환율전쟁, 2011년 재정위기 등이 실제로는 거의 해결이 안 된 채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금융규제 강화 개혁안들이 논의만 무성한 채 최종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고
각국의 실업, 교역 불균형, 재정위기도 해결되지 않은채 미루어지고 있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김광수연구소측은 "작금의 경제위기가 쉽사리 해결되기 어려우며 장기화되리라고 예상"한다.
 
김광수연구소측은 작금의 경제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누군가의 큰 희생을 치르지 않으면 안되는데", 그 누군가는 아마도 "각국의 힘없는 일반 국민들이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지금까지 각 경제전망서에서 살펴본 한국경제의 성장율 예측치는 다음과 같다.
올해 말에 누구의 분석과 예상이 적중했는지 평가하는 것도 작은 재미가 될 듯하다.
- Economists : 3.9%
- 현대경제연구원 : 4.3% 
- 삼성경제연구소 : 3.8%
- 김광수경제연구소 : 3% 내외
- 기획재정부 : 5% 내외
 
연구소측은 한국경제의 구조적인 현실 속에서 현재와 미래의 경제에 가장 크게 문제가 되는 것을 과다 채무와 부동산, 인구 감소로 꼽고 있다.
- 과대 채무 : 연구소측의 내부 분석 결과, 한국 경제 전체로 총채무는 6,000조원에 달하며 특히 정부와 공기업 채무가 2008년부터 폭증하는 것이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이것은 한국 경제가 2009년부터 공적부문의 부채 증가에 의존하여 성장하고 있음을 의미하며, 특히 2009년부터 민간부문의 부동산 거품 붕괴가 시작됨에 따라 공적 부문이 채무증가를 통해 거품 붕괴를 막고 있다고 분석한다.

 

- 국민소득(NI)에서 노동 임소득과 기업의 영업소득을 비교하면 한국의 왜곡되고 부당한 경제구조를 파악할 수 있다.
2009년 기준 노동소득 분배율의 경우 미국 63.4%, 일본 70%, 한국 53%이며,
영업소득 분배율의 경우 미국 19.1%, 일본 24%, 한국 33.8%이다.
즉, 노동자의 소득율은 미국,일본보다 15% 이상 낮고 기업의 소득율은 10% 이상 높다.
 
- 인구 감소 : 2019년을 기준으로 감소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0년부터는 사망자수가 출생아수를 초과하기 시작.
2014년부터 경제활동 가능세대(20~59세)의 인구수가 감소하기 시작.
0~9세 인구가 1990년에 680만명에서 2010년 470만명으로 감소, 2020년에는 390만명으로 예상.
*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인구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자발적으로 아이를 낳고 기를 수 있도록 경제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 뿐이다."


- 부동산 : 2010년 외형적인 수치는 미분양 주택수가 감소하는 것으로 보이나 실상은 건설사들이 분양을 취소하고 정부가 5만호 가량의 미분양 주택을 매입했기 때문이다. 
준공 후 미분양주택은 2008년에 급증한 후에도 계속 증가하여 2010년 8월 현재 5만호인데, 2007년 말 분양가 상한제 시행을 앞두고 수도권 중심의 밀어내기 분양 물량의 입주가 본격화되는 2010년 하반기부터 더욱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
* 2010년 하반기부터 전세가가 갑자기 상승한 것은 수급 문제가 아니라 투기자들의 일시적인 은행 이자 부담 전가 행위와 언론 등을 이용한 사기적 선동에 의한 것이다.

 
[ 김광수경제연구소의 결론 ]
- 지난 10년간 한국의 경제 성장은 정부와 공기업 등의 공적 채무 폭증에 의존한 것으로 민간 자력에 의한 성장은 거의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 빚이 폭증하면 자연적으로 물가 상승과 금리 상승이 불가피해진다.
- 생산 경제발전을 떠받치는 건전한 자산경제를 구축하기 보다는 오히려 생산경제를 망가뜨리고 투기적 자산 경제 위주로 도망가게 되면 그 경제는 조만간 큰 충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 
 
* 책 속의 문장
- 미국의 경제를 알기 위해서는 먼저 가계 부분의 소비를 봐야 한다. 왜냐하면 미국 전체 GDP의 70%가 가계 부분의 소비에서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소비 부분의 대부분이 차입, 즉 빚으로 이루어져 있다면 이건 문제가 심각하다.
- 중국의 경우는 내수를 촉진시키기 위해서 대규모 부양책을 쓰고 있다.
덕분에 내수는 살아났지만 집값과 물가가 상승하면서 부작용에 시달리고 있다.
 
[ 2011년 2월 6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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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인가? 정부인가?
김승욱 외 지음 / 부키 / 2004년 3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세종 공부모임]의 두 번째 세미나 교재로 선택된 것이다. 경제학의 두 가지 흐름 '보수'와 '진보' 각각의 세력이 우리 사회에서 논란이 거듭되고 있는 경제 문제에 대해 각각 어떻게 진단하고, 어떻게 처방하는지를 보여주는 책이다. 양자를 비교하면서 저자들은 우리 경제의 모습에 대해 일반인을 위한 총체적 전망을 제시하고자 한다.

두 가지 흐름 중에서 과연 누가 옳은 것인가? 이 책에서 저자들은 '직접적으로는 답하지 않는다'고 이야기한다. 다만 시장 기능을 중시하는 시장주의자의 '보수적' 시각과 정부 기능을 중시하는 정부 개입주의자의 '진보적' 시각이 우리 사회에서 논란이 거듭되고 있는 경제 문제에 대해 각각 어떻게 진단하고, 어떻게 처방하는지를 보여 줄 뿐이라고...
 
1부 [이론적 논의]에서는 시장을 왜 '보이지 않는 손'이라고 하는지, 정부를 왜 '보이는 손'이라고 하는지, 그리고 양자의 패러다임의 역사적 변천과정은 어떠했는지에 대해 다룬다. 지난 역사적 과정은 시장의 손과 정부의 손 중에서 어느 손을 중시할 것인지에 대한 관점에서 돌아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두 가지 견해 차이의 뿌리에는 세계관의 차이가 존재하며 그에 따라 이념과 정당이 갈리고 각각은 안정과 변화, 자유, 집단과 계층, 인간성, 경쟁, 경제학의 강조점에서 대립적인 시각과 정책을 가져온다고 분석한다. 결과적으로 시장의 손은 경제 논리를 내세우고 정부의 손은 정치 논리를 내세우는 것이며 상충하는 두 논리의 조화가 중요하다는 것이 1부의 결론이라 할 수 있다.
 
2부. [부문별 비교]에서는 각 부문에 대한 두 가지 입장이 어떻게 대립되는지 살펴본다.
- 소득분배와 빈부격차의 원인에 대해서는 개인의 잘못인지 제도의 모순인지를,
- 복지에 대해서는 누가 책임질 것인지를,
- 경제 안정에 대해서는 시장의 자기 치유 능력이 믿을 만한지를,
- 경제 성장에 대해서는 정부가 주도해야 하는지를,
- 구조 조정에 대해서는 정부가 나서야 하는지를,
- 금융 시장에 대해서는 이자율에 맡겨야 만하는지를,
- 노사 관계에 대해서는 정부가 개입해야 하는지를,
- 공기업 민영화를 해야 하는지를,
- 환경 오염에 대해서는 규제만이 해결책인지를,
- 농업에 대해서는 포기할 것인지, 보호할 것인지를,
- 주택 문제에 대해서는 투자로 볼 것인지, 투기로 볼 것인지를 논의한다.
 
시장 논리와 정부 개입에 대한 이론적인 논의를 하는 것은 크게 문제삼을 필요는 없지만, 책 속에서 이미 전세계적으로 경제학자들과 정책담당자들, 그리고 시민들에게 자명하게 결론이 나버린 문제들에 대해서 논의를 이끌어내려는 것이 조금 무모해 보이기도 한다. 예를 들어 경제 성장이나 구조조정, 노사관계나 복지문제 등에서는 미국을 비롯한 신자유주의 정책을 신봉했던 국가들마저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선지 오래된 상황이다. '시장의 자기 치유 능력'이 없음에 대해서는 이미 1930년대 세계적인 대공황에서 입증된 바이고 2007년 이후 미국발 금융위기를 계기로 금융 시장마저 정부가 깊숙하게 개입해야 함이 드러난 바 있다. 그 밖의 부문에 대해서도 자본주의 시장체제는 정부의 개입 없이 어느 하나라도 기업가들과 시장에만 맡겨놓았다가는 멀쩡하게 돌아갈 수 있는 것이 없다고 생각할 정도에 이르렀다.
 
특히, 한국의 경우 나는 '시장경제체제'라는 것이 도대체 존재하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점을 가질 수 밖에 없다. 한국의 경제계와 기업은 정부의 개입과 육성 없이, 폭력적인 농촌 해체와 노동자들의 임금 동결과 착취, 대기업에 대한 불공정한 정책 집행, 세금과 재정의 일방적인 기업 편향, 법과 제도의 반민중적 적용이 없었더라면 현재의 한국 기업들은 존재할 수 없었다. 그나마 자유주의와 자력에 의한 기업이 존재하는 서구가 아닌 한국에서 '시장의 손'과 '정부의 손'을 운운하는 것 자체가 허구적일 수 밖에 없다는 말이다.
 
저자들이 '시장의 손'이 조금이라도 한국에 적용되도록 하려면, 이명박정부의 4대강 죽이기 사업과 무분별한 토건 국책사업, 동남권 신공항 건설, 친재벌적인 저금리-고환율-고물가 정책에 대해 벌떼같이 나서서 반대해야 하는데 전혀 그런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한국의 어떤 정책 담당자도 정치인도, 재벌이나 기업가도, 경제학자도 한국에 '시장 중심주의'에 대한 주창자가 있거나 한국이 한번이라도 '시장 중심주의'적으로 경제가 운영되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나마 '시장 중심주의'가 한국에서 거론되는 것은 한미FTA나 한EU FTA가 한국에 강제되면서 외국으로부터 거론되는 이야기일 뿐이고 독재자나 재벌, 기업들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정책이나 제도를 도입하기 위해 필요할 때 외칠 뿐이지 않은가?
 
이 책은 한국 경제학계와 경제계 전반에서 나타나는  '시장 중심주의'와 '정부 개입주의'의 갈등을 객관적이고 논리적으로 비교 검토하겠다는 당초 취지와는 달리 한국 경제의 현실과 구조를 왜곡하고 결과적으로 '시장 중심주의'를 옹호하고 말았다. 당초 책을 발간한 취지를 달성하지 못한 것이고 그것은 저자들이 실력이 부족해서 그럴 수도 있고 표면적인 이유와는 달리 애초 의도가 달랐기 때문일 수도 있을 것이다.
 
저자들의 학문 배경을 들여다보면 저자들의 한계와 실력 부재라는 측면을 발견하는데 단초가 엿보이기도 하다. 저자들 중 다수가 '시장 중심주의'와 신자유주의의 산실은 미국과 영국에서 공부하고 돌아온 '미국 유학파'들로 보인다. 시장 중심주의와 신자유주의가 물결치는 토양에서 배운 학자들이 중심이 되어 정부 개입주의와 비교하여 장단점을 분석하는 글을 쓴다는 것이 다소 아이러니할 뿐이다.
 
그리고 책 머리말 중의 '2. 목적'을 보면 저자들의 생각이 편협되어 있다는 것을 스스로 드러낸다.
"한국 사회에서는 자본주의의 기초가 되는 기본 개념에 대해서조차 아지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것 같다. 예를 들면 자본주의 경제의 제1원리는 '인간은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존재'라고 하는 것이다. 그런데 많은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것마저도 속물적이라고 생각하고 거부감을 보이기도 한다. (중략) 또 다른 예를 들어보자. 자본주의 사회에서 생산의 기초는 기업이고, 기업의 경쟁력은 경제 성장의 가장 중요한 원동력이다. 그런데 기업의 존립 목적에 대해서는 우리나라의 경우 매우 전자본주의적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p.13)
 
이 문단을 읽어보면 저자들의 식견이 얼마나 구태의연하게 편협되어 있고 기업에 편중되어 있는지 알 수 있다. 우리나라 경제의 문제점은 '이익을 추구하는 존재'로서의 인간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너무 과도해서 문제임을 저자들은 모르고 있다. 한국 경제는 시장의 원리와 신용, 공정거래, 기회균등 등 자본주의의 토대가 너무 취약하기 때문에 너무 많은 문제점과 모순을 보이고 있다는 것을 저자들이 모르는 것인지 무시하는 것인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또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초는 국가, 기업, 가계임은 모든 학자들이 인정함에도 저자들은 '생산의 기초는 기업이고 기업의 경쟁력이 성장의 원동력'이라는 식으로 교묘하게 이론을 바꾸어 자신들의 생각을 내보인다. 생산의 기초가 기업이면, 소비의 기초인 국가와 가계, 그리고 개인은 어디로 갔는가? 저자들의 이론을 십분 인정한다손 치더라도 저자들은 기업의 경쟁력 뿐 아니라 국가의 경쟁력과 가계의 경쟁력은 왜 중요시하지 않는가? 왜 공정하게 다루지 않는가 말이다. 문단을 보면 결국 저자들이 목적이 자본주의 전체와 국가, 가정, 개인은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기업만을 대변하고 있다는 것을 백일하에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을 뿐이다. 이 책을 통해 저자들은 기업들의, 그것도 재벌들의 하수인임을 자백하고 말았다.
 
이런 학자들이 각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정부와 기업에게 자문을 하고 학계를 구성하고 있으니 한국의 경제학계에 공정하고 공평하고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논의와 학문이 불가능하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든다. 다행하게도 공부모임 참석자들이 논의를 진행하면서 책을 발간한 본심과 저의를 알아챘다.
  
[ 2011년 4월 2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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