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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의 미스터리 - 조지 윌리엄스가 들려주는 자연 선택의 힘 ㅣ 사이언스 마스터스 17
조지 윌리엄스 지음, 이명희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9년 7월
평점 :
- 부제 : 자연에서의 목적과 계획에 대한 증거들(Clues to Plan and Purpose in Nature)
이 책은 < 섹스의 진화 >, <원소의 왕국>, < 마지막 3분 >, <인류의 기원>, <세포의 반란>, <휴먼 브레인>, <에덴의 강>, <자연의 패턴>, <마음의 진화>, <실험실 지구>, <여섯 개의 수>, <생각의 탄생>, <양자중력의 세 가지 길>, <진화란 무엇인가>에 이어 출판사 ’사이언스북스’가 기획,번역한 [사이언스 마스터스 시리즈]의 열 다섯 번째 도서로, 자연 선택이 인간을 포함한 생명체의 진화에 미치는 힘뿐만 아니라 생물학을 넘어 현대 인류의 삶 전반에 걸쳐 사회적, 의학적, 철학적으로 갖는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지구상에 존재하는 복잡 다양한 생물들의 적응이 목적과 계획을 지닌 이성적인 설계자가 아닌 단순 무식하고 무자비한 자연 선택으로 생겨난다고 말한다. 생물들에게 야기하는 불합리한 구조들의 예를 통해 진화 과정이 지닌 힘과 한계를 모두 보여 진화에 대한 균형 잡힌 시각을 제시한다.
1장. [적응주의적 이야기]에는 일부 생물학과 진화학 분야에서 그동안 인간의 눈과 주둥치의 발광기관을 설명하면서 사용해 온 ’적응주의(adatationism)’에 대해 비판적으로 재검토한다. 적응주의가 결국에는 수 십만 년 동안 어떻게 인간의 눈의 구조가 만들어져 왔는지, 그리고 주둥치가 어떻게 빛을 내게 되었는지를 설명하기 보다 ’왜 앞으로 계속 그렇게 작용하는지’에 관한 설명에 불과하다고 비판한다. 적응주의가 진화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지만, 마찬가지로 ’진화를 해석하지도 못한다’는 것... 한마디로 적응주의는 생물체의 절묘한 기관이 지니는 현재의 유용성만을 다루기 때문에 진화를 정확하게 이야기하지는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적응주의 이야기가 살아있는 생명체에 대한 중요한 사실을 발견하는 막강한 방법으로서 앞으로도 계속 그 힘을 발휘할 것이다".고 인정한다.
2장. [기능적인 설계와 자연 선택]에서는 남아메리카 갈라파고스 제도의 핀치(finch)를 대상으로 새로운 진화론을 펼쳤던 다윈의 개념은 당시 19세기 말~20세기 초에 생물학자들로부터 널리 인정받았으나 자연선택과 성선택이 그 변화를 가져오는 원인이라는 생각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자연선택이 진화의 막강한 원동력으로 작용해 왔지만, 역으로 많은 경우에 진화보다는 진화가 일어나지 않는 경우와 연관되어 인용되기도 함을 설명한다. 또한 오늘날의 생물학적 진화는 과거 화석 기록에 나타난 것보다도 훨씬 빠르게 일어날 수도 있다. "자연선택이 주로 하는 일이 생명체가 지닌, 현재 최적의 상태로 발달되어 있는 형질들에서 이탈하는 것들을 추려내는 것이다."
3장. [무엇을 위한 설계인가?]과 4장. [적응적인 신체]에서 저자는 자연 선택 과정에서 필수적인 요소가 무엇인지, 자연 선택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무엇에 작용하는지, 자연 선택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은 무엇인지를 다룬다.
자연선택과 진화에서 유전자 보존과 유전적 다양성이 중요함을 설명하면서 꿀벌, 연어 등과 같은 일부 집단을 제외한 대부분의 동물 집단이 기능적으로 조직되어 있지 않다는 사례를 통해 ’설계’의 무의미함을 보여준다. 생물체들은 자신들의 진화과정과 본능 및 지능의 수준에서 ’죄수의 딜레마’ 게임처럼 작동하게 된다.
저자는 세포, 유전자, 미토콘드리아, 신체 기관과 각 생명체와 개체들의 복잡하고도 미묘한 유전적 상호과정을 분석하면서 자연 선택의 작용방식을 이야기한다. 세포 내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최적화 개념이이나 혈연 선택, 손익표 같은 이론으로 무장해야 하며, 독립된 개체들의 활동을 다룰 때에는 이해관계가 대립되는 개체들 사이의 복잡한 상호 작용에 유의해야 한다. 배우자 간, 부모자식 간, 형제 간, 이웃하고 있는 영역 경쟁자 간, 숙주와 기생자 간의 관계들은 협동과 대립, 절충, 승자와 패자, 그리고 안정화된 교착의 복잡한 정렬로 특징지어질 것이다.
그리고 5장. [성은 왜 있을까?]에서는 성의 기원과 유성생식의 배경, 암수한몸(자웅동체)의 이유, 암수 성비에 대한 진화론, 수컷의 크기에 대한 연구 등 성의 기초적인 진화론적 해석을 다루고 있고
6장. [인간의 성과 번식]에서는 임신 - 출산 - 어린시절 - 배우자 찾기와 자식 키우기의 과정에서 자연선택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고찰한다. 여기에는 모체와 태아가 공통의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음과 동시에 자연선택을 위한 개체간의 유전적 대립점이 존재함을 말한다.
7장. [노화와 그 외 결함들]에서는 노화를 ’생명체에서는 물질의 흐름이 정확히 조절되어야 하는데, 그 정확성이 지속적으로 감소되어 가는 것’이라고 정의한 후, 진화에 대한 진화론적 해석을 시도한다.
8장. [적응주의의 의학적 의미]에서는 신체결함, 생물학적 구조 문제 등 적응주의와 관련한 인류의 의학적 문제를 다룬다. 진화론적으로 고찰할 때, 사고로 사망하지 않고 오래 사는 사람들이 겪는 가장 심각한 질병인 퇴행성 증상, 암, 심장 혈관 손상, 관절염, 골다공증, 기능 장애 등은 유년기나 성년기에 각종 사고나 균, 바이러스에 의해 죽음을 당하지 않는 데 대하여 대가를 치르고 있다고 해명한다. 인간의 오랜 진화론적 과정에서 주어진 수명은 40~50년 남짓한 데 과학기술의 발달이 억지로 수명을 연장하여 당사자들에게 여러가지 고통을 가져다주는 셈이다.
9장. [적응주의의 철학적 의미]에서는 미움, 사랑, 죄의식, 공포 등 인간의 의식을 채우고 있는 감정과 이성들을 다루는 뇌 속의 시상 하부와 대뇌변연계 역시 자연선택에 의해 진화되어 왔기에 철학자들의 철저한 탐구가 필요함을 역설한다. 동시에 자연선택은 인간의 도덕이나 감성과는 무관한, 즉 비도덕적이고 무도덕적인 냉엄한 객관적인 현실임을 지적한다.
이 책을 읽고나니 인류 지성의 승리이자 희망이라 불려왔던 자연과학, 또는 과학 일반이 우리가 일반적으로 배웠고 생각하는 만큼 완벽하지도, 희망적이지도 않음을 다시 한 번 알게 되었다. 저자와 같은 대다수의 진화생물학자나 유전학자들은 과학의 한계와 부족함을 인정하되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감추지 않는 대신 과학의 힘과 위력을 과도하게 포장하지 않을 뿐더러 과학의 남용과 인류의 겸허하지 못함에 대해 무척이나 비판적으로 대하고 있다. 대개의 과학자들은 굳굳하게 자신의 연구분야에서 진전을 가져오기 위해 노력할 뿐인 것이다. 과학이 종교와 가장 크게 다른 점은 ’언제든지 과학이론이 부정되어 새로운 과학이론이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 것이다.
과학의 성과와 과학의 미래를 과도하게 포장하는 사람들은 정치가나 경제인, 언론인이나 정치성향의 일부 과학자라 할 수 있다. 즉, 과학을 제대로 알지 못한 사람들이 과학을 이용하여 자신들의 특정한 이해관계에 영향을 미치려고 하고 현대 과학계의 구조와 연구자금을 이용하여 정책담당자들이 과학계의 노력을 편향적으로 이끌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한국의 과학계는 이중, 삼중의 문제를 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세계적인 과학분야에서 제대로 인정받고 있는 과학자가 드물 뿐더러 얄팍한 과학지식과 직책으로 정책담당자들이나 일반 국민들을 호도하려 하거나 공직이나 연구자금에 눈이 멀어 자신들의 지식을 팔고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일 것이다.
최근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태 이후 방사능 오염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과 우려에 대해 일부 과학자들과 교수들이 언론을 통해 정치적으로 무마하려는 모습을 보면서 한국 과학계와 학계의 미래에 대해 우울함을 감출 수 없다.
[ 2011년 4월 23일 ]
* 책 속의 문장
- 새로운 돌연변이는 우연히 사라져 버릴 수 있다. 어떠한 새로운 대립 유전자도, 심지어 상당한 이득을 주는 돌연변이라도 그리 될 수 있다. 그러나 돌연변이는 한정된 빈도로 일어난다. 만약 C-A-G가 C-C-G로 변할 확률이 하나의 생식 세포(난자 혹은 정자)에서 100만분의 1이고 한 세대릐 개체 수가 1,000이라면 돌연변이는 1,000세대에 한 번씩 나타날 것이고, 개체 수가 1만이라면 10배 더 자주 나타날 것이다. 많은 생물에서 이 정도는 진화적으로 무의미하다. 머지않아 이로운 돌연변이가 나타나 원래 자리에 있는 조상 대립 유전자를 대체할 것이다.(p.79)
- 신체의 각 기관이 형성되고 조직이 분화되는 임신 초기 3개월 동안에 태아는 성인에게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미량의 독에도 쉽게 손상될 수 있다. 임신 초기의 입덧은 정상 발생을 저해할 수 있는 독소로부터 태아를 보호하기 위한 하나의 적응현상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중략) 따라서 메스꺼움이나 특정 음식을 멀리하는 것 같은 입덧 증상을 억제하기 위해 약을 쓰는 일은 (태아에게 비정상적인 영향을 주게 되고) 기형아 출산 확률을 높일 수 있게 된다.(p.193)
- 인간의 출산과 관련하여 현재 가장 확실한 진화적 통찰은 모체와 태아 사이의 대립보다는 인간이 먼 과거로부터 물려받은 불행한 유산과 관련이 있다. 초기 육상 거주 척추동물에서 골반이 처음 진화했을 때 소화기나 생식기, 배설기와 같이 체외로 통하는 모든 기관들이 골반환(pelvic ring)을 지나가게 되었다. 근본적으로 같은 기하학적 구조가 오늘날의 후손들에게까지 그대로 보존되었다. 그 옆에 있는 골격 한 부분을 자세히 관찰해보자. 앞쪽의 좌우 치골과 뒤쪽의 척추와 연결된 좌우 좌골이 이루는 뼈의 고리를 주목해보자. 아기는 그 고리보다도 더 좁은 공간을 밀고 나와야 한다. 왜냐하면 질벽과 직장, 그리고 그외 구조들이 그 안에 들어차 있기 때문이다. 좁은 통로로 아기를 밀어내야 하는 인간의 분만은 다른 어느 포유류의 출산보다도 힘든 과정이다.(p.195)
[ 2011년 4월 25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