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스 푸어 - 비싼 집에 사는 가난한 사람들
김재영 지음 / 더팩트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9년 전부터 알고 지내는 후배가 있다. 서울 소재 4년제 대학을 졸업하여 보험회사에 근무하다가 비지니스 관계로 2002년 겨울에 우연히 알게 되었고 2003년부터 같은 회사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그 회사는 부동산 매매 등의 업종을 주로 영위하던 곳이었는데 그 해 겨울에 결혼을 하여 경기도(도시지역)에 전세로 신혼입을 마련했다. 생활 조건 때문에 경기도에 살았던 관계로 강남 사무실까지 출퇴근 하느라 고생이 많았음에도 결국 2006년 집주인이 전세금을 대폭 인상시키는 바람에 고민 끝에 집 근처에 은행 대출을 받아 아파트를 마련했다. 은행 대출금을 대출한도 가까이 받았기 때문에 매달 대출이자를 납부하는데 곤혹을 치렀고 수도권 다른 지역과 달리 그 지역은 개발 호재나 정부의 도시계획 정책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부동산 가격이 오르지 않았다. 급기야 2009년 부동산 침체기 이후에는 오히려 집값이 내려가기 시작하여 요즘에는 아파트 시세가 대출금 이하로 내려간 경우도 생겼다.
 
그 후배는 아이가 둘이고 각각 양측 집안에 홀어머니가 살아 계신다. 부부 합산 1년 연봉은 5천만원에서 조금 모자라니 제세공과금을 공제한 1년 소득은 약4천만원 가량 된다. 대출이자는 연간 약1,000만원 정도이고 아파트 보유세, 관리비, 공과금을 합한 거주비, 아이 둘에 대한 양육비, 의식비용, 부모임 생활비 보조까지 합하면  결국 부부 합산 1년 소득으로는 가계를 유지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러니 당연하게도 대출이자와 신용카드는 종종 연체될 수 밖에 없다. 현재 상태의 소득과 지출이 유지된다 하더라도 조만간 후배가 소유하고 있는 아파트는 경매로 넘어가는 최악이 상황이 발생할 것이다.
 
이 후배는 결국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전형적인 '하우스 푸어'다. 그 후배 말고도 내 주변에는 대출이자 때문에 정상적인 가정생활이 곤란한 이들이 적지 않아 보인다.
'하우스 푸어'는 말 그대로 '집을 소유하고 있는 가난한 사람'이란 뜻이다. 2010년 말 현재 강남 3구와 양천, 용산, 영등포 등지의 아파트 가격은 도시평균근로자가 월급을 20년 동안 한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살 수 있을 정도다(3인 가족 부양시 389만원/월, 4인 가족 부양시 445만원/월, 2010년 통계청 기준). '하우스 푸어'는 자신의 소득과 지출규모에 맞지 않는 집을 소유함에 따라 집을 보유하고 있지만 기본적인 생활을 유지하기도 벅찬 가구를 말한다. 
 
한국에는 현재 '하우스 푸어'가 얼마나 될까? 저자와 김광수정제연구소가 국토해양부의 온나라부동산포털 자료에 근거하여 분석한 바에 따르면, 수도권에만 대략 95만 가구이고 전국적으로는 198만 가구 정도로 추산한다. 우리나라의 전체 가구수가 대략 1,400~1,500만 가구 정도 되니 가구수로만 계산하면 전체의 14% 정도가, 주택 소유자로만 계산하면 소유 가구수의 20% 이상(2009년 기준 한국의 자가주택 보유율은 약60% 전후..)이  '하우스 푸어'의 범주에 포함되는 것이다.(여기서는 다주택 보유자의 주택대출에 대한 수치는 개략적으로만 계산한 것임)
 
저자는 MBC [PD수첩]에서 프로그램을 제작하면서 재건축의 문제점을 연구하기 위해 직접 은마아파트의 4,424세대의 등기부등본을 모두 떼어 조사한 적이 있다. 저자는 방송 프로그램 제작 과정에서 한국의 부동산에 사회경제적으로 커다란 문제점이 있음을 알았고 이 책은 그러한 경험을 토대로 '하우스 푸어'의 실상과 '하우스 푸어'가 양산된 이유, 한국의 부동산 시장구조에서 풀어야 할 숙제와 대안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 펴낸 것이다.
 
책의 1부 [대한민국의 슬픈 자화상, 하우스 푸어]에서 저자는 한국에서 하우스 푸어가 얼마나 되는지, 하우스 푸어가 된 사람들의 여러가지 실례, 하우스 푸어에 대한 세대론, 하우스 푸어를 원하는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지금 이 순간이야말로 독자들이 현실적으로 냉정하게 계산기를 두드려야 할 시간임을 알려준다. 지난 2007~2008년 미국의 부동산 버블 붕괴 시점부터 미국에는 '하우스 푸어'가 무수히 나타났고 지금까지도 사회 문제화되고 있으며, 한국 역시 현재, 그리고 앞으로 하우스 푸어가 양산될 구조를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부 [내 집을 꿈꾸는 사람들]에서 저자는 '대박의 꿈'이었던 재개발과 재건축이 실제 소유자들에게 어떤 비극과 슬픔을 안겨주고 있는지, 전국의 신규 분양시장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국제도시 송도의 허상, 그리고 기성 언론에서 감추어진 부동산 이야기를 말해준다. 이 글 속에는 멀쩡하게 집을 보유하고 살고 있다가 '하우스 푸어' 단계를 거치지도 않고 곧장 월세와 지하방의 도시빈민으로 전락한 사례들이 들어있다.
 
3부 [하우스 푸어를 낳고 있는 위험한 한국경제]에서는 세종대학교 김수현 교수와 시골의사 출신 경제학자 박경철씨가 애물단지 재건축에 대해, 김광수경제연구소 선대인 부소장이 한국의 위험한 부동산 경제에 대해, 경원대학교 홍종학 교수가 아파트 공화국의 위기를 진단한다.
 
그렇다면 한국에서 어쩌다가 이런 최악의 부동산 구조가 만들어 졌을까? 저자는 "정부 + 금융기관 + 건설업체 + 언론 + 부동산 정보업체들"이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위해 '부동산 덫'을 놓았다고 주장한다.
1. 1997년 IMF 금융위기 이후 한국은 정치,경제,사회,문화 등에 대한 전반적인 구조를 개혁할 수 있는 절회를 기회를 맞았으나 실패를 거듭했다. IT 붐과 신용카드 대란, 부동산 경기부양책을 쏟아부으면서 외형적인 성장에만 치중한 것이다.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는 개혁의 마인드와 의지는 갖고 있었으나 실질적인 정책내용과 실행방법을 가지고 있지 못했으며 재벌과 언론, 건설회사와 부정부패한 관료들의 속임수와 거짓정보에 넘어가 기회를 놓친 것이다. 특히, 국민의 공복으로서 건설업체, 재벌, 언론, 투기자들의 이익을 대변해 온 건설교통부, 국토해양부, 기획재정부, 금융감독원, 지자체 공무원, 국세청, 공정거래위원회, 각종 국책 연구소 등은 정부 책임자에게 거짓 정보를 제공하고 정책을 양산하여 부동산 거품과 서민들의 주택난, 금융기관의 대규모 부실을 가져온 것에 대해 막중한 책임이 있다.
2. 2000년 이후 시중은행들은 부동산 시장에 계속 펌프질을 해댔다. 박정희 정권 이래 계속되어 환란을 겪은 IMF 구제금융 사태 이후 관치금융이 사라졌음에도 금융기관들은 대출과 금융기법을 스스로 개발하지 못하고 외형적인 성장과 담보대출에만 목을 매어 집단대출과 '빌라깡' 등 무분별한 대출을 양산하여 금융기관의 본래 기능을 상실해 왔다.
3. 재벌과 건설업체는 자신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진 이후 정부의 부동산 경기부양책과 은행들의 무분별한 대출에 편승하여 건설업체들은 분양가 상한제 폐지와 선분양제라는 두 가지 무기를 가지고 부동산 가격의 폭등을 유도하고 그 과정에서 엄청난 폭리를 취해왔다. '한탕'을 위해 부동산에 뛰어든
4. 조선,중앙,동아일보를 필두로 하는 언론은 광고수입을 목적으로 부동산 시장의 거품을 조장하고 신문 지면을 건설업체들의 광고지로 도배하면서 올바른 경제정책을 유도하기는 커녕 정부의 적절한 정책과 규제를 방해하고 저지하여 부동산 거품의 폭리를 건설업체들과 나누어 가졌다.
5. 부동산 정보업체
 
그렇다고 하더라도, 부동산 거품이 키워지는 과정에서 주택을 구입한 국민들은 책임이 없을까? 자본주의가 아니라 하더라도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선택과 결정에 책임져야 한다.  
나는 2000년부터 시작된 [부자아빠 신드롬]을 기억하고 있다. 로버트 기요사키의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는 IMF로 인하여 촉발된 중산층과 386세대의 사회적,심리적인 위기감을 자극하여 "가난한 아빠는 죄인"이라는 인식을 전국적으로 확산시켰다. 나 자신 역시 이 책을 통하여 기존에 가지고 있던 '소박한, 검소한, 성실한, 착실한' 가장으로서의 지위와 역할보다 '부자아빠'로서의 역할에 치우치고 말았다. 
 
겉으로는 '내 집 마련의 꿈'이니 '정당한 투자'라는 말로 포장했지만, 우리 세대들은 2000년 돈과 지위에 대한 거대한 욕망의 포로가 되어버린 것이다. 20세기 말까지 이어져 오던 저축과 소비절약은 사라지고 어느새 우리 머리 속에는 "부채도 자산"이라는 관념이 자리잡아 과도한 대출을 받아서라도 주식과 부동산을 사서 자산을 운용하는 것이 '부자아빠'가 되는 길이고 '부자아빠'로서의 적절한 재테크 행위가 되었다. 신문과 인터넷, 옆사람들에게서 주식이나 부동산을 통해 '벼락부자'가 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술자리에서 푸념하면서도 집에 가서 남편과 부인은 자신들의 재테크에 골몰했다. 한마디로 '부동산 불패 신화'의 덫에 빠져버린 당사자들도 스스로 되돌아 보아야 한다는 말이다.
 
물론, 그 많은 중산층과 486세대 중에서 주식과 부동산 투자를 통해 재산을 증식한 경우도 있을 것이다. 가급적 빠른 시점에 시작한 사람들, 적절한 시점에 주식을 사서 적절한 시점에 주식을 팔아 돈을 번 운 좋은 사람들, 가급적 빨리 부동산을 처분하여 시세차익을 남긴 사람들...  하지만 대다수의 중산층과 486세대들은 그렇게 할 수 없었기에 주식과 부동산 투자로 적금을 날리고 빛만 늘어난 경우가 대다수일 뿐이다. 주식과 부동산에서 큰 돈을 벌려면, 엄청난 고급 정보와 십억대 이상의 현금과 자산을 소유해야만이 경쟁력이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의 인사청문회에서 부동산 투기를 한 자들이 바로 그런 경우에 해당한다. 즉, 적법하고 합리적으로 주식과 부동산에서 돈을 버는 사람은 극히 운 좋은 일부 사람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저자에게 아쉬운 점은 안타깝고 절망스러운 '하우스 푸어'의 현 상태를 풀어내기 위한 적절한 방향과 대안을 책 속에 제시하지 못한 것이다. 물론 마지막 3부에 전문가 대담의 형식으로 부분적으로 '하우스 푸어'와 관련한 전체적인 부동산 문제에 대한 몇 가지 방법을 제시하기는 했지만 1부 및 2부와 논리적이고 일관되게 연결된 해법이 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 많은 '하우스 푸어'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ㅠ.ㅠ;;  좀 더 면밀하게 공부해야 할 숙제다.
 
* 책 속의 문장 : 

- 강남 3구와 양천, 용산, 영등포 등지의 아파트 가격은 도시평균근로자가 20년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살 수 있을 정도의 가격이다. 도시평균근로자의 10%의 고소득자들조차 10년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살 수 있을 정도이다. 이 가격이 정상인지 묻지 말자. 이 가격이 정상이라면 정상인 대로 거품이면 거품인 대로 쳐다보지 않고 살다 보면 결국에는 경제적 진실에 부딪힐 것이다. (p.8)

- 내 집 마련의 꿈은 우리 사회에서 가장 강력한 이야기이다. 은행에서, 언론에서 심지어 국가에서도 당신의 이 꿈을 도와준다며 광고하고, 약속하고, 내세운다. (중략) 내 집 마련의 여왕들이 수십 억 원, 수백 억 원을 벌었다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우리를 들뜨게 만들고, 직장, 계모임, 교회를 통해 퍼진다. (p.10)

- 하우스 푸어는 시간이 갈수록 더욱 냉엄한 현실이 되고 있다. 강남 재건축 단지, 1기 신도시와 2기 신도시, 서울 도심의 뉴타운, 경제자유구역, 그리고 숱한 수도권 분양 시장에서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집을 산 덕분에 집을 소유하고 있으나 빚에 짓눌려 삶이 피폐해진 사람들이 신음하고 있었다.(p.14)

- 물가 상승률이 15%라는 이야기는 집값이 액면으로 매매 시점 가격을 그대로 유지한다고 해도 물가 상승률을 감안하면 실질 가치로는 15% 떨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략) 예금 금리를 최소 4% 정도 챙길 수 있었던 기회를 상실하고 금융 이자와 부동산 거래에 들어가는 수수료와 세금 등의 비용을 생각하면 2006년 이후 20~25% 이상 올랐어야 실질적으로 손해를 보지 않은 것이다. (p.33)

- 386세대는 정치적으로 독재의 압제에 시달렸지만, 경제적으로는 축복받은 세대였다. 3저 호황을 통해 국내 기업들이 급성장하는 시기여서 386세대는 취업걱정이 전혀 없었다. (중략) 386세대는 이렇게 대학 시절 열심히 데모하고도 마음 놓고 취업할 수 있었다. 상대적으로 탄탄한 직장에서 경제력을 비축했던 386세대는 2000년대 부동산 투기의 주력이 됐다. 일정한 경제력을 비축해놓았던 이들은 2000년대 초반 부동산 투기 붐에 뛰어들었다.(p.59)

- 하우스 푸어가 양산되는 이유는 일반 가계의 단순한 판단 착오 때문이거나 탐욕 탓으로 돌려버리기에는 매우 구조적인 근원을 갖고 있다. 정부-금융기관-건설업체-언론-부동산 정보업체들이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위해 일반 가계들을 부동산 덫이라는 거대한 매트릭스를 만든 것이다. (p.103)

- 2억 원을 20년 만기, 금리 8%, 거치 기간 없는 원리금균등분할상환 조건으로 대출시 한 달에 갚아야 할 원리금은 167만 2,880원이다. 매월 167만 2,880원씩 무려 20년 동안, 총 4억 원을 은행에 갖다 바쳐야 2억 대출이 종결된다, 반명, 한 달에 167만 원을 6.3% 복리금리, 일반과세로 저축하면 8.3년이면 약 2억 원을 모은다. (p.106)

- 강남 3구 재건축 아파트를 보유한 전현직 고위공직자는 모두 317명이었다. 그리고 그들이 보유하거나 보유했던 아파트의 숫자는 358채였다. 조사 대상인 1급 이상 고위공직자들의 약 10%는 강남3구 재건축 아파트와 직접 관련을 맺고 있다는 이야기다. 여기에 재산신고를 누락한 직계존비속을 포함한다면 그 비율은 휠씬 높아질 것이다.(p.145)

- GS건설은 미래가치, 브랜드, 그리고 완벽한 조망과 최고급 시설을 광고했다. 조망권에 대한 가격을 따로 매겨 2,000만 원에서 6,000만 원까지 지급됐다. 하지만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황량한 민둥산과 무덤이 시야에 들어왔다.건설사에서는 사업부지 이외의 땅이기 때문에 훼손된 상황에 대해서는 회사의 책임이 아니라고 해명했다.(p.157)

- (판교에) 분양받은 사람들 가운데 얼마나 그 아파트에 살고 있을까? 10세대 가운데 3세대 정도만이 실제 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 입주조차 하지 않는 세대가 4분의 1이 넘는 상황. 판교 분양자 가운데 얼마나 부채를 안고 있을까? 조사 가구의 약 70% 이상이 부채를 안고 있었다. 그렇다면 부채 규모는 얼마나 될까. 평균 3억 원가량의 금융 대출을 받고 있다.(p.161)
 

[ 2011년 4월 13일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린 왕자 비룡소 걸작선
생 텍쥐페리 지음, 박성창 옮김 / 비룡소 / 2000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법정스님의 저서 <무소유>를 읽다가 이 책에 대한 스님의 설명이 들어있어 책꽂이에 있던 것을 꺼내 오랜만에 다시 읽었다. 이 책을 읽은 기억이 아주 어렸을 때와 대학 다닐 때로 기억하니 이번이 세 번째다. 책 표지에 [초등학생을 위한 세계명작]이라 써있는 걸 보니 아마 딸아이가 읽게 하려고 마련한 것이리라...
 
이 책은 1943년에 발표된 프랑스의 작가 생떽쥐베리의 작품이다. 작가는 자신의 비행기 조종사 경험을 바탕으로 하여 이 작품을 썼다.
 
세계적인 명작으로 평가받은 책이고 전세계 수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으며, 많은 이들의 글이나 말 속에서 거론되었기 때문에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책을 직접 읽었거나, 이 책의 이름에 대해서는 들었을 것이다. 작가는 이 책 <어린왕자>를 통해 어린아이처럼 순수하게 산다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가를 보여주고 있다.
 
비행기 고장으로 끝없는 사막에 추락한 조종사가 사막 한 가운데에서 한 소년을 만나게 된다. 그 소년은 자신이 살던 작은 별에 장미꽃 한 송이를 남겨둔 채, 여러 별을 여행하다 지구에 오게 된 어린왕자였다. 어린왕자가 지구에 오기까지 거쳐온 별들은 위엄을 지키는 일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임금님이 혼자 사는 별, 허영심이 가득한 모자 쓴 사람이 사는 별, 부끄러움을 잊기 위해 술만 마시는 사람이 사는 별, ’난 바쁘다’를 계속 외치면서 부자가 되기 위해 별의 수를 세는 사업가가 사는 별, 해가 뜨고 질 때마다 가로등을 켜고 끄는 일을 하는 사람이 사는 별, 탐험가의 이야기만을 듣고 지리책을 쓰는 지리학자가 사는 별이다. 어린왕자는 여섯 명의 어른들을 통해 휴식도, 사랃도, 꿈도 없이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무지와 헛된 욕망을 꼬집고 삶의 의미가 돈, 권력, 지식, 명예 등에 있는 것이 아니라 책임있는 사랑에 있음을 이야기한다.
 
어린왕자는 여우를 만나 "어떤 것을 잘 보기 위해서는 마음으로 보아야 해. 가장 소중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거든."이라는 가르침을 받고는 자기가 책임을 져야하는 한 송이의 장미꽃을 떠올린다. 그리고 자신의 별로 돌아가기 위해 안타깝고 신비로운 죽음을 맞이한다.
 
이 책은 어른을 위한 어린이 동화책이다. 작가 스스로가 서문에서 "나는 이 책을 어떤 어른에게 바쳤는데, 그 점에 대해 어린이들에게는 정말 미안하게 생각합니다."라고 한다. 하지만, 이 책은 어린이들 보다 청소년, 대학생, 어른들이 더 읽어야 한다. 나이가 들수록 더 자주 읽어야 할 책인 것 같다. 나이가 들면 더 생활에 찌들고 관성에서 벗어나기 어렵고 사랑에서 멀어지기 때문이다.
 
* 책 속의 문장
- "네가 친구를 원한다면, 나를 길들여야 해"
- "네가 언제나 오후 4시에 와 준다면, 나는 3시부터 마음이 설레기 시작할 거야"
 
[ 2011년 2월 25일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는 반대한다 - 4대강 토건공사에 대한 진실 보고서
김정욱 지음 / 느린걸음 / 2010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선생님! 왜 사람을 죽이면 안되는 겁니까?"
1996년 일본에서 폭력에 대한 공청회를 진행하던 중에 고등학교 학생이 던진 질문이다.
학생이 이렇게 질문하거나 아들, 딸이 우리에게 물어보면 우리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까? 잠시만 생각해보자. 당시 일본 문부성은 사람을 죽이면 안되는 논리적인 이유를 팜플렛으로 작성한다고 언론에 해명했다고 한다. 아마 한국의 교육과학기술부도 마찬가지로 대응할 것이다.
왜 사람을 죽여서는 안되는가? 사람의 목숨은 본래 소중한 것이니까, 하늘이 내려준 것이니까,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하여, 사람을 죽이는 것이 허용되면 세상이 무지막지한 지옥이 되니까... 등등 철학적, 도덕적, 논리적인 이유는 얼마든지 댈 수 있다.
하지만, 이 질문에 일본의 한 지성인이 말한 것이 아마 적절한 대답일 것이다. "사람을 죽여서는 안되는 논리적인 이유 따위는 아무것도 없다. 사람을 죽여서는 안되는 이유는 '그래서는 안되니까 안된다"라고 하는 것 이외에는..."
 
"왜 사람을 죽여서는 안되는가?"와 마찬가지의 질문이 '왜 약자를 못 살게 굴어서는 안되는가?', 왜 쓰레기를 버리면 안되는가?'일 것이다. "왜 자연을 파괴하면 안되는가?" 역시 마찬가지다. 더 중요한 것은 "이런 주제를 논리적으로 설득해야 하는 나라는 이미 사람이 살 수 없는 나라"라고 저자는 말한다.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논리 설명할 수 없다고. 이런 문제는 논리의 문제가 아니라 직감의 문제고 도덕의 문제다.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4대강 토건공사는 멀쩡한 강을 죽일 뿐 아니라 무수한 자연의 생명과 지구를 파괴하고 결국에는 사람을 살 수 없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와 같은 양심적인 지성인들과 많은 국민들이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다. 저자는 단순하게 말한다. '왜 강을 파괴하면 안되냐고?' 그것은 '안 되니까 안된다'
 
저자는 40년 넘게 환경공학의 모든 성과를 검토해 보았지만 정부의 4대강 토건공사에 대한 환경공학적, 수문학적, 생태학적 측면에서 하나의 타당성도 발견할 수 없었다고 토로한다. 타당성이 없을 뿐 만 아니라 우리 강산을 회복 불가능하게 망가뜨릴 큰 재앙을 예고하고 있다. 한 가지만이라도 장점이 있다면 '일리一理가 있다'고 하고 싶지만 저자가 그런 긍정적인 마음으로 정부의 논리를 살펴봐도 정말 하나도 없으니 국립대에 근무하는 저자로서도 '난감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그렇지만 저자가 생각할 때, 강의 파괴보다도 더 끔찍한 것은 이 잘못된 토건공사를 정부가 '4대강 살리기'라는 이름으로 포장하여 자연을 살리고 국민을 행복하게 하는 유익한 정책인 것처럼 국민을 속이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저자는 이 책에서 4대강 토건공사가 어떤 내용으로 되어 있으며 어떻게 강과 자연을 죽이는지, 그러면 왜 사람들이 살 수 없는지를 말하고 있다. 정부가 논리로 그 타당성을 주장한다고 하고 있기에, 저자 역시 논리로 타당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한다. 즉 4대강 토건공사의진실에 대해 누구나 납득할 수 있도록 국민들에게 제공하는 보고서라 할 수 있다.(1부) 그리고 2부에서는 우리가 어디로 가야할지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에 대한 길을 제시한다. 저자는 [나눔문화]의 오래된 회원이기에 책의 중간에 박노해 시인의 시가 실려 있다.
 
1부 [4대강 토건공사의 변신]에서 저자는 정부가 주장하는 '4대강 살리기'는 '한반도 대운하'에 다름 아니며, 이명박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직접 한 약속을 스스로 뒤집은 것임을, 정부가 주장하는 일곱 가지가 모두 이론적, 논린적, 상식적으로 허구임을 밝힌다. 정부의 일곱 가지 주장이란, 1. 강바닥의 더러운 퇴적물을 준설해야 한다., 2. 4대강 토건공사는 물을 깨끗하게 만든다., 3. 4대강 토건공사는 물 부족을 해결한다., 4. 4대강 토건공사는 홍수를 예방한다., 5. 4대강 토건공사로 34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한다., 6. 4대강 토건공사는 하천 생택계를 살린다., 7. 4대강 토건공사는 강을 더 아름답게 한다.를 말한다. 저자는 각 항목에 대하여 학문적, 전문적, 논리적인 헛점과 거짓말 등을 지적하며, 모든 항목이 정반대의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고 말한다. 결국 4대강 토건공사는 전국의 토건과 투기를 장악하고 있는 '강부자'와 지역의 '토호세력'의 이득을 위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진정한 강 살리기를 위한 대안을 제시한다.
 
2부. [이 땅에 살기 위하여]에서 저자는 몇 가지 원칙과 대안을 제시한다. 그것은 한국과 인류의 미래에 드리우는 암울한 먹구름을 제거하기 위하여 현재 지구상에 존재하는 에너지를 아껴 써야 하고 근본적으로 재생 가능한 에너지를 개발해야 하며, 자원 재활용율을 높여야 하고 지구가 받아들일 수 있는 환경용량 이상의 환경훼손 행위를 정당해해서는 안되다는 점이다.
 
서구와 달리 한국의 대학 교수들은 1980년대 민주화 운동 이후 지성인이자, 스승으로서 사회 문제에 대해 제대로 목소리를 내지 못해왔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 4대강 토목공사에 대해 많은 교수와 전문가들이 적극적으로 반대운동에 나서는 것을 옆에서 바라보면서 많은 위안을 얻었다. 아직 한국의 지성이 죽지 않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한국의 대학과 학문에도 실낱같은 희망이 보이는 듯 하다. 특히, 저자는 한국의 최고 대학으로 인정받는 서울대학교의 전공 교수로서, 정년을 앞둔 노년의 전문가로서 앞장서서 후배들에게 모범을 보였다는 점에서 무한한 존경심이 들었다.
 
지금껏 '4대강 살리기'라는 허울만 남은 이명박 정부의 토건공사에 대해 나는 제대로된 이해도 하지 못했고 피상적인 수준에서 심정적으로 반대만 해왔다. 나의 대학 전공이 직접적으로 '토건'에 해당함에도 성실하게 문제에 다가가지도 못했고 동기들, 선후배들과도 심도 깊은 이야기를 나누지도 못했다. 물론 그 반대 역시 사무실, 식사자리, 술자리에서 주변 사람 몇몇에게 주장하고 동조하는 수준에 불과했고... 그 속임수 정책과 진행과정을 내 시간과 노력을 통해 알려고 노력하지 않았고 적극적으로 반대하고 막아내려고 노력하지도 못했다. 그런 점에서 나는 저자에게 부끄러웠고 그동안 반대 운동에 나선 모든 분들에게 감사하고 미안할 따름이다. 이제부터라도 내가 직접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노력을 다해야겠다고 마음먹게 된 것이 이 책이 나에게 주는 교훈이 될 것이다.
 
며칠 전 언론에 보도된 범종교계의 4대강 반대집회 기사를 아래에 옮겨본다.
--------------------------------------------------------------------------------------------------------------

“4대강은 자유롭게 생명은 평화롭게”


 
4대강 사업 저지를 위한 범종단 성직자 생명평화 기도회가 열렸다. <사진> 
범종단연대회의는 오늘(4월8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4대강 사업 중단을 위한 기도회를 거행했다.

연대회의는 이날 발표한 선언문을 통해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는 현 정부를 비판하고 저지 운동을 강력하게 펼칠 것을 결의했다. 이날 기도회에는 조계종 환경위원회, 불교환경연대, 생명의 강 지키기 기독교 행동, 원불교 환경연대, 4대강 사업 저지를 위한 천주교 연대, 천도교 한울 연대 등 200여 명의 종교인이 참석했다.

연대회의는 “지난해 1만 여 명의 각 종단 성직자들이 모여 4대강 토건 공사의 즉각 중단을 요구했지만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는 토건 공사를 강행했다”며 “지금 이 순간까지 자연을 죽이고 사람 목숨까지 죽이고 있기에 종교인들은 시청 광장에 다시 모였다”고 밝혔다. 이어 “종교인들이 지향하는 세상은 물질적 욕망에서 벗어나 생명과 평화의 가치가 우선되는 생태복지국가를 만들기 위해 각자의 자리에서 앞장서 노력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4대강 복원 운동과 물이용 부담금 폐지운동을 추진할 것을 밝혔다. 또 생명평화를 거스르는 정치인에 대한 퇴출 운동을 벌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대회의는 “4대강 토건 사업은 지금 중단해도 결코 늦지 않다”며 “수 천 년 이 땅을 보듬고 흘러왔고, 수 만년 계속 흘러갈 생명의 강을 끝까지 지켜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대회의는 이날 죽어가는 강을 위한 평화의 절 40배로 행사의 문을 열었다. 스님들과 목사, 신부, 수녀 등 각 종교인들은 생명을 파괴하는 4대강 사업 중단을 염원하며 절을 했다. 이어 천주교, 불교, 개신교, 원불교 순으로 생명의 강을 되찾기 위한 선언문을 낭독하고 종교별 의식을 치렀다.

전 조계종 환경위원회 위원장 주경스님은 이날 선언문에서 “4대강 사업으로 수천 수억의 생명을 죽이고 소멸시켰다”며 “이번 종교인 모임으로 진실을 드러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스님은 “수 천 년 수 만 년 흘러온 자연은 영원히 함께 가야한다”고 강조했다.

이밖에도 생명의 강을 위한 노래 및 종교인들이 함께 부르는 노래, 피리연주 등의 공연도 펼쳐졌다. 
 

불교신문 홍다영 기자 
(
http://www.ibulgyo.com/archive2007/201104/201104081302287393.asp)  

[ 2011년 4월 12일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정치의 발견 - 정치에서 가능성을 찾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한 정치학 강의
박상훈 지음 / 폴리테이아 / 2011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정치란 무엇일까?
정치인은 왜 언론과 유권자들에게 욕을 먹을까?
왜 정치인이라는 직업이 청소년들의 희망 순위에서 최하위에 속하는 것일까?
기업가들은 전면에서는 정치인들에게 있는 욕, 없는 욕을 퍼붓다가도 왜 뒷문에서는 그런 정치인과 연줄을 갖기 위해 그 많은 시간과 돈을 탕진하는가?
사람들은 과연 2~5년에 한 번 정도 투표하는 것으로 민주주의가, 정치가, 정부가 제대로 운영될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1980년 이후 현재까지 시민들이 정부와 정치권, 재벌의 부정과 부패를 규탄하여 수 많은 이들이 감옥에 가고 자리에서 물러나고 집권당과 대통령, 시장과 군수가 바뀌었음에도 왜 빈부격차와 재벌편중은 심해지고, 민주주의는 후퇴, 중소기업은 몰락, 고물가와 고실업, 사교육과 학력과잉, 자살자와 비정규직은 갈수록 늘어나는가?
.....
 
위 질문들은 최근들어 내가 사회와 정치에 대해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이고 이 책은 그 질문들에 대한 답을 내가 스스로 찾기 위해 읽고 있는 책 중의 하나다. 우연히도 저자로부터 직접 책에 대한 짧은 강연도 듣게 되어 질문도 할 수 있는 기회도 있었고 책을 읽으면서 몇 사람과 같이 토론도 했다. 이 책에서 연결된 여러가지 고민거리 중에서 유럽의 사회민주주의 형성과정을 공부하기 위해 <정치가 우선한다>를 다음에 읽고 싶다. 
 
저자는 자신의 궁극적인 질문은 현실 속에서 바람직한 정치 공동체에 대한 희망을 상실하지 않을 방법이 무엇일지, 떼레야 뗄 수 없는 정치의 세계와 대면하는 것을 회피하지 않고 또 정치가 제공하는 긍정적 가능성에 주목하면서, 정치에 참여하고 누구에게 기대를 걸까를 즐겁게 상상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 책은 저자가 그 질문들에 대한 단초를 구하기 위해 한국의 현실에서 "보다 나은 사회를 꿈꾸며 좋은 정치를 실현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꼭 알아야할 것들이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발간한 것이다. 저자는 진보신당 전대표인 심상정씨가 원장으로 있는 [정치바로 아카데미]에서 2010년 11월에 진행된 저자의 5회 강의를 이 책을 정리했다.
 
"민주주의를 싫어하는 사람들조차 민주주의를 직접 공격하지는 못한다. 대신 그들은 정치와 정당, 정치가를 욕하고 비난함으로써 민주주의의 위력을 무력화하고자 한다." 
이 말은 저자가 자신의 선생이었던 최장집 교수로부터 들었던 말이다. 정치, 정당, 정치가에 대한 도덕적 비난이나 대책없는 야유가 사실은 민주주의를 향한 공격일 때가 많다는 것을 잘 표현한 것이다. 그리고 우리 역시 별다른 깊은 생각없이 답답하고 짜증나는 정치분야의 현실에 대한 생각을 드러낼 때 줄곧 사용해온 것이다. 지구상에서 민주주의가 어떻게 태동했고 어떤 과정을 겪어 왔는지 돌아보면 독재자, 기득권자, 엘리트, 자본가, 권력자들이 태생적으로 민주주의를 싫어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970~80년대에 대학가 주변 술집에서 심각한 표정으로 내뱉던 말,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란다'를 연상하면 된다. 이제는 어느 누구도 대놓고 민주주의를 부정할 수 없다. 그 대신에 그들은 언론을 조작하고 민주주의를 희화화시키고 구조적으로 민주주의가 기능하지 못하게 만들고 그 책임을 특정세력에게 떠넘기는 것이 민주주의를 무력화시키는 방식이 된 것이다.
 
1장 [정치는 누가 어떻게 하는가]에서는 정치란 무엇인가를 다룬다. 인간의 사회 활동 가운데 정치가 갖고 있는 특징은 어떤 것인지, 누군가 정치를 한다고 할 때 그가 감당해야 할 윤리적 문제들은 무엇이고, 이를 감당하기 위해 정치가가 갖춰야 할 자질은 어떤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20세기 후반 한국의 대학가와 지식인 집단에서, 노동계와 사회 각층에서 태풍처럼 몰아치던 '혁명'의 열풍은 구공산주의 체계가 무너짐과 동시에 사그라졌다. 하지만 그 태풍과 같던 '혁명'이 필요하던 근원적인 상황과 '혁명'이 원하던 궁극적인 목적은 여전히 이 땅에 남겨져 있다. '혁명'이 사그라졌다면, '혁명'의 모델이 사라졌다면 그 자리에 무엇이 남아있을까?

2장 [정치의 기술, 실천의 기술]에서는 정치적 실천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다룬다. 민주주의가 열어 놓고 있는 가능의 공간을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정치의 방법’을 익히는 것이 중요한데, 이를 위해 인간에 대한 이해에서부터 시작해 권력에 대한 태도, 소통의 방법과 말의 힘을 깊이 자각해야 함을 말한다. 지난 번에 읽은 사울 알린스키의 [급진주의자를 위한 규칙]와 마키아밸리의 [군주론]도 도움이 된다. 결국 이 장에서는 "정치와 운동은 별개다"를 말하고 있다.

3강 [민주주의를 이해하기 위한 싸움]에서는 민주주의에 대한 기존의 잘못된 관점과 시각을 비판적으로 다룬다. 우리의 민주정치가 여러 측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그 원인 가운데 하나는 민주주의를 잘못 이해한 것에도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게 될 것이다. 즉 현대 민주주의에서 고민해야 할 지점을 말한다. 그 출발은 보통 시민이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구분하는 것. 그리고 민주주의 정치의 핵심은 갈등, 경쟁, 리더십, 그리고 조직이다. 문제는 대중권력의 한계를 감안하면서도 그것을 잘 활용할 수 있도록 정치체제를 조직하는 방법이다.

4장 [과거의 경험으로부터 배울 것들]에서는 민주주의 초기 단계에서 진보파들이 했던 정치적 경험을 다룬다. 먼저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서유럽의 좌파 정치가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원인을 살펴보고, 우리의 경우에는 어땠는지를 이야기할 것이다. 그러면서 좀 더 현실적이고 실천 가능한 정치론을 이야기한다. 민주화 운동에서 민주주의 정치로 변해야 한다. 국가, 정당, 당파성, 이념에 대해 현실적으로 이해해야 한다. "민주주의든 진보든 민중을 위한 것이며, 거꾸로 민중이 그러한 이념적 가치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2004년 원내 진입과 함께 어렵게 만들어진 진보의 정치적 자원이 탕진된 것은, 정파 때문이 아니라 강력한 지도부의 부재로 인해 정파의 폐해가 무제한으로 허용되었기 때문이라고 봐야 한다." "강한 정당의 부재는 가난하고 교육받지 못한 시민들의 정치 참여를 축소하고 선거를 중간계급 위주의 것으로 만든다."

5장 [이런 정치를 원한다] 에서는 민주주의를 발전시키기 위해 정치가들이 가져야 할 문제 인식은 어떠해야 하는지를 다룬다. 진보적이기만 해서는 충분하지 않으며, 정치적으로나 인간적으로 좀 더 깊고 넓은 인식을 갖는 것의 중요성을 살펴본다. 권력을 이해하고 선용해야 한다. 좋은 정당을 만들어야 한다. 리더십 있는 민주주의여야 한다.
 
저자의 이야기처럼 우리 모두 '정치적 이성'을 지녀야 한다. 그것은 우리 스스로가 "기본적으로 불활실성에 대한 존중, 무지의 가능성에 대한 자각, 진보만이 지배하는 세상이 아닌 이념과 가치의 다원주의, 누구든 의견을 가질 권리가 있다는 것의 존중, 타인에 대한 인간적 정중함과 관용" 등을 내용으로 한다. 그 기초위에서 진보를 고민해야 한다. 진보가 진보임을 내세워 민주주의와 정치를 부정해서는 안된다.
 
이 책을 통해 얼핏 추상적이고 관념적으로 생각하고 있던 정치와 정당, 대의제 등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그리고 이 책이 주는 교훈은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말만으로 내뱉는 정치로는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다는 것.. 몸으로 부딪혀서 정치와 정당 속에서 한계와 가능성을 알아내고 변화시켜야 할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이 현재 상황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느냐이고 하고 있느냐이다.
 
* 책 속의 책 : 막스 베버 <직업으로서의 정치>, 사울 알린스키 <급진주의자를 위한 규칙>, 버락 오바마 <내 아버지로부터의 꿈>, 샤츠 슈나이더 <절반의 인민주권>, 마키아밸리 <군주론>, 셰리 버먼 <정치가 우선한다>, 데이비드 헬드 <민주주의의 모델들>
 
* 책 속의 문장

- 이 책에서도 필자는, 정치를 하게 되어 있고 또 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기꺼이 정치를 하라’고 말하고 있다. 정치란 놀라운 분야이고, 소명 의식이 있는 사람들이 정치가가 되는 것은 도전할 만한 아름다운 선택이라고 보기 때문이다.(p.15)

- 권력의 부패는 권력 자체에 있지 않고, 우리 자신에게 있다. (중략) 권력은 삶의 진정한 본질이며 원동력이다. 그것은 몸에서 피를 순환시키고 생명을 유지하는 심장의 힘이다. 그것은 공동의 목적을 위해 위로 솟아올라 단결된 힘을 제공하는 적극적 시민 참여의 힘이다. (중략) 권력이 존재하지 않는 세상이란 생각할 수도 없다. (중략) 성 이그나티우스는 ‘일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권력과 권한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p.59)
- 조직가에게 타협은 핵심적이고 아름다운 단어이다. 타협은 실질적으로 활동할 때 언제나 그 안에 존재한다. 타협은 거래를 하는 것인데, 거래는 절대적으로 필요한 숨고르기, 크지는 않지만 보통 정도의 승리를 의미하며, 결국 타협은 획득하는 것이다. (중략) 자유롭고 개방적인 사회는 끊이지 않는 갈등 그 자체이며 갈등은 간헐적으로 타협에 의해서만 멈추게 된다. (중략) 타협이 없는 사회는 전체주의 사회이다. 자유롭고 개방적인 사회를 한 단어로 정의해야 한다면 그 단어는 ‘타협’일 것이다.(p.60)

- 요컨대 갈등 없이는 그 누구도 인간들의 사회 속에서 존재할 수 없다. 민주주의는 이런 갈등 때문에 불러 들여진 정치체제이고 또 갈등 때문에 존재한다. 갈등이 없다면 민주주의는 존재해야 할 이유가 없다. 이렇듯 민주주의는 갈등에 기반을 둔 정치체제다.(p.99)
- 샤츠 슈나이더에 따르면 "기존의 직접 민주주의 이론은 ‘인민’이라고 불리는 보통의 시민을 민주주의의 보루로 이상화해 놓고는 정작 현실에서 민주주의가 생각대로 되지 않으면 그 책임을 모두 이들에게 떠넘기는 일을 반복하게 만든다." 그래서 그는 지식인들이 정치적 사안에 따라 위대한 시민을 칭송하는 일과 욕망에 빠진 시민을 탓하는 일로 자신의 일을 다 했다는 식으로 행동하는 것을 못 참아 했다.(p.106) - 이처럼 마르크스주의가 갖고 있는 이른바 정치 부재론 내지 정치 종언론은 정치를 부정적인 것으로 만들기 쉽다. 오로지 혁명이 중요하고 혁명 이후에는 하나의 진정한 정치형태만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인데, 사실 그것만큼 위험한 생각은 없다. 정치는 인간이 천사가 되지 않는 한 언제나 꼭 있어야 하는 불가피한 것이며, 우리가 할 수 있는 길은 정치를 선용하는 방법을 찾는 데 있지 정치 없는 세상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다.(p.139)

- 혁명은 예술적 상상력과 같은 물리적 강권력의 위험성이 약한 곳에서는 좋은 자극이 될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혁명론을 갖고 정치적 실천을 하는 것은 곤란하다. 혁명론은 무엇보다도 종말론적 사고를 강화하기 쉽고, 실제 혁명에 성공한다 해도 그것이 갖는 반정치적인 사고 경향 때문에 혁명 이후를 전체주의 사회로 이끌기 쉽다.
이상 사회를 위한 혁명적 단절론을 앞세워 모든 것을 희생하고 삶의 모든 것을 걸라고 인간을 미혹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인간의 평균적 한계 위에서 서로 협력하고 나날이 진보하는 것의 가치와 보람을 더 중시해야 한다.(p.140)

- 정치의 방법을 탐구의 대상으로 삼는 정치학의 기본 전제는, 정치란 개인의 차원 나아가 운동성 내지 도덕성의 차원으로 환원될 수 없는 독자적인 세계를 갖는다는 데 있다. 그러므로 ‘초심’, ‘도덕성’, ‘운동성’과 같은 도덕률이 진보의 영역에서 정치의 세계를 지배하는 언어로 기능하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이러한 접근은 무엇보다도 정치를 현실적으로 이해하지 못하게 한다. 정치의 현실이 포착되지 않는 조건에서 정치의 방법으로 힘을 조직한다는 것은 애초부터 가능하지 않은 일이다. 도덕성은 개인의 자율적인 판단의 영역에 있는 것이지 강제될 수 없는 것이다. 도덕성이 정치적 행위를 규제하는 기준이 될수록 정치가 도덕적일 수 있는 기반은 파괴된다. 우리 사회처럼 도덕성이 강조되는 정치도 없지만 한국 정치가 도덕적인 것과는 거리가 먼 것은, 한국의 정치가가 부도덕하기 때문이 아니라 도덕성을 따지는 동안 실제 개선해야 할 정치의 현실을 놓쳐 버리고 결과적으로 부도덕한 정치 현실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p.143)

- 내가 운동권 내지 진보라 자처하는 사람들에게 갖는 가장 큰 불만은, 분명 그들 역시 정치를 하고 권력을 이용하고 개인과 집단의 이해관계를 위해 다투고 있는데도 늘 언어의 구사에 있어서는 그런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스스로를 권력과 이해관계에 초연한 역사적 역할자로 정의하거나, 자신은 안 그런데 상대가 권력과 이해관계를 다툰다고 도덕적으로 비난하거나, 또 자신은 원치 않지만 상황이 어쩔 수 없어서 권력과 이해를 다투게 되었다는 식의 자기 위선과 변명의 문법이 일상화되었다.(p.144)

- 요컨대 정치적 이성이란 기본적으로 불확실성에 대한 존중, 무지의 가능성에 대한 자각, 진보만이 지배하는 세상이 아닌 이념과 가치의 다원주의, 누구든 의견을 가질 권리가 있다는 것의 존중, 타인에 대한 인간적 정중함과 관용 등을 내용으로 한다. 그 기초 위에서 진보가 진보다워야 할 것이다. 진보적인 것을 위해 정치를 부정하면 안 된다. 진보는 지금보다 더 그리고 제대로 정치적이어야 할 것이다. 정치에 주목해야 한다. 민주주의가 허용하고 있는 정치라는 가능의 공간을 지금보다 더 활짝 열어야 한다. 진보의 열정이 정치적 이성과 만나고 그것이 좀 더 넓고 풍부한 인간적인 기초 위에서 성장해 갈 때 진보 정치는 매력을 키울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매력을 갖게 될 때 진보는 한국 정치의 주변을 박차고 나와 민주주의의 발전에 중심적 기여자가 될 것이다. 그렇게 되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p.173) 

[ 2011. 4. 10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프리라이더 - 대한민국 세금의 비밀 편 프리라이더 1
선대인 지음 / 더팩트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대한민국 국민 모두는 제세공과금의 징수와 정부 예산의 편성 및 집행에 대해 기본적인 것들을 알아야 한다. 모든 국민은 근로소득세와 4대보험 등 직접세를 납부함과 동시에 수익에 대한 세금보다 취득, 등록, 소비, 부가세등 간접세금를 더 많이 납부하기에 ’납세자’이자 정부와 세금의 주인이다. 지금부터 왜 대한민국 납세자가 잘 알아야 하는지에 대해 명확하게 정리한 책을 한 권 읽고 소개한다. 


 
<대한민국은 부동산공화국이다?>와 <부동산 대폭락 시대가 온다>에 이어 세 번째로 저자의 저서를 읽었다. 내가 지금까지 살펴본 바로는 저자와 그 연구소는 야말로 한국 내 경제연구소 소속 전문가 중에서 정권이나 재벌의 ’나팔수’가 아닌 몇 안되는 사람 중의 하나이다. 이는 저자가 속해있는 [김광수경제연구소] 또한 마찬가지이다. 이들은 데이터를 조작하지 않고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사실을 토대로 특정 개인이나 정파, 집단이익을 떠나 국가적인 관점에서, 국민적 이익을 토대로 경제현황을 분석하고 있다.

 
언젠가부터 정치계와 교육계, 언론 등에서 ’복지논쟁’이 한참이다. 복지를 이야기할 때 가끔 ’무임승차’라는 표현도 나온다. 복지 논쟁의 경우, 이 표현은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황식 총리, 이명박정권의 청와대와 한나라당 내에서, 그리고 보수언론에서 자주 언급되는 것 같다. 그렇다면 ’무임승차’가 무엇일까? 이 책의 제목인 프리 라이더(Free Rider, 무임승차자)란 말 그대로 요금을 내지 않고 버스나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하지만 경제학이나 정치학에서는 이 같은 무임승차자의 뜻을 확대해 공공재에 대한 정당한 비용을 지불하지 않거나, 정당한 몫 이상의 공공재를 소비하는 경우를 지칭한다. 

예를 들어, 세금이나 건강보험료를 내지 않은 사람이 각종 국방과 교육, 건강보험 등 공공 서비스 혜택을 누리는 게 무임승차라고 할 수 있다. 만약 이 같은 무임승차 문제가 만연하게 되면 그 국가는 재원 부족 등으로 적절한 수준의 공공재를 제공할 수 없게 되고, 종국에는 붕괴될 수밖에 없게 된다. 따라서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 국가는 납세의 의무를 규정하고 징병제를 실시하거나 자원의 남용 또는 훼손을 방지하는 규제를 만들어 시행하게 된다. 그런 점에서 무임승차자 문제는 정부의 역할을 정당화해주는 기본 논리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국내에서 ’무임승차자’ 문제는 매우 심각하다. 김황식 국무총리가 취임 직후 노인들의 지하철 무임승차 문제를 언급한 것은 현실을 호도하는 것에 가깝다. 대한민국의 진짜 악성 무임승차자는 그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가장 악성인 무임승차자들은 따로 있다. 그들 대부분은 우리의 노부모님들이나 가난한 이웃들이 아니라 이 땅에서 가장 돈이 많고, 힘이 센 사람들이다.

 
이 책은 바로 그들의 숨겨진 정체와 행태, 그리고 그들 간 내밀한 이해관계의 연결고리를 고발한다. 또한 지금의 대한민국 정부가 얼마나 불공평하게 이 돈을 우리 호주머니에서 거둬 가는지, 국회는 왜 그것을 방치하는지, 그리고 그렇게 거둔 돈을 이들 악성 무임승차자들을 위해 얼마나 흥청망청 쓰는지, 그 과정에서 부패와 뇌물의 사슬구조가 어떻게 이어지는지 그 비밀을 누설한다. 





 
책 속에서 미국과 한국의 세금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을 비교하는 대목이 있다.
"1998년, 미국에서 있었던 일이다. 당시 민주당은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르윈스키 스캔들’로 한참 궁지에 몰려 있었지만, 결국 그 해 열린 중간선거에서 승리했다. 여러 요인이 있었지만, 그 중 하나가 ‘아메리카와의 맹약’이라는 이름 아래 보수 정책 의제들을 이슈화해 당시 공화당의 스타로 떠올랐던 뉴트 깅그리치(Newt Gingrich) 하원의장의 탈세 사실 때문이었다. 그가 국세청으로부터 탈세 혐의로 조사를 받자 미국하원윤리위원회는 그에 대한 징계 권고안을 결의했다. 국세청으로부터 조사를 받았다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그는 의원직을 사퇴해야 했고 사실상 정치권에서 추방됐다."


그렇다면 세금의 잣대로 본 한국의 정치권은 어떨까? 뇌물수수와 군형법상 반란 등의 혐의로 2,205억 원의 추징금을 선고 받은 전두환 전 대통령은 미납한 추징금 1,672억 원을 안 내면 곱게 안 낼 것이지, 추징시효 만료를 몇 달 앞두고 300만 원을 납부해 지켜보는 국민들을 우롱했다. 1원이라도 납부하면 3년씩 강제집행이 면제되는 것을 노린 것이다. 전씨는 29만 원밖에 없다고 하지만 그의 3남 1녀는 수백 억 원대의 자산가다. 손자, 손녀까지도 거액의 부동산 소유자다. 그런데 이렇게 추징금을 안 내고도 그는 우리가 낸 세금으로 전직 대통령의 예우를 너무나도 훌륭히 받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그의 자택 주변을 가보라. 경찰 1개 중대가 주변에 좍 깔려 경호를 서고 출입을 엄중히 단속한다. 그가 일찌감치 외출이라도 할라치면 주변 주차 구역에 대놓은 차를 빼달라는 경찰의 재촉이 여간 성가시지 않다. 소위 지도층이라는 사람들의 의식과 도덕, 정의와 공동체감에 대한 뼈아픈 실례이자 관련법을 개정해야 하는 사례다.

전직 대통령까지 갈 필요도 없다. 현 이명박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부터 자신들의 자녀들과 자신 및 부인인 김윤옥 씨의 운전기사까지 위장취업시켜 경비를 부풀리는 방식으로 탈세한 사실이 드러났다. 또한 서울 강남권에 여러 채의 빌딩 등을 포함해 모두 수백 억 원대의 재산을 소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2000∼2002년 동안 사실상 세금이라고 할 수 있는 건강보험료를 월 1만 5000∼2만 3000원씩만 내기도 했다. 한 달 수입 100만~200만 원인 직장인이나 자영업자도 이 대통령보다는 더 많은 건강보험료를 낸다. 그 밖에 그는 지방세를 체납해 여섯 차례나 재산을 압류당했으며, 고용산재보험료를 미납해 강제추징당한 전력도 있다. 미국이라면 이 가운데 단 한 가지 사실만 드러나도 대통령은커녕 정치권에서 사실상 추방당할 텐데, 이런 사람이 대통령까지 되는 게 대한민국의 기막힌 현실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대통령뿐이면 다행이라는 것이다. ‘대통령의 사람들’ 가운데 한 사람인 신재민 전 문화관광부 차관은 장관 임명 인사청문회에서 10억 원대의 부동산을 3년 이내에 팔고도 등기날짜를 맞춰 양도소득세를 포탈한 혐의가 드러나 낙마했다. 진수희 보건복지부 장관은 미국시민권자인 딸이 건강보험료를 납부하지 않았는데도 국내에서 건강보험 혜택을 받도록 했다. 이들뿐만 아니라 전현직 정부의 장관들이나 정치인들이 부동산 투기 과정에서 벌어진 탈세나 건강보험료 등을 체납, 미납한 경우는 부지기수다. 하지만 그들 대부분은 엄정한 처벌을 비켜갔다. 당장 진수희 장관만 해도 국민건강보험공단을 관할하는 보건복지부 장관으로서 업무를 수행하고 있지 않은가?


세계 최대의 부자로 손꼽히는 워렌 버핏(Warren Buffett)은 2006년 기부 약정식 행사에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부부와 함께 참석한 가운에, 부시 행정부가 실시하려던 기업의 법인세와 상속세 감세에 대해서 반대 입장을 밝히며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다. “세금 안 내려고 추잡한 짓 하지 말고 정당하게 돈 많이 벌어서 세금 많이 내세요. 그것이 ‘우리나라’ 미국을 사랑하는 것이고, 우리 기업인, 부자들이 해야 할 일입니다.” (2006년 6월 27일 한겨레 기사 참조)

하지만 세금의 잣대에 대한민국의 재계도 정치인들과 마찬가지로 자유롭지 못하다. 예를 들어, 2008년 특검 과정에서 4조5000억 원에 이르는 차명재산 보유 사실이 드러난 삼성그룹의 이건희 회장은 단 한 푼의 상속세도 내지 않았다. 정상적으로 냈다면 최소 2조 원의 상속세를 내야 했지만, 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단 한 푼도 내지 않았다. 돈이 넘쳐나서 주체도 못할 국내 최고 재벌이 뭐가 세금 안 내려고 얼마나 파렴치한 짓을 한 것인가. 그런가 하면 이 회장이 막대한 재산을 세금 한 푼 안 내고 이리 빼돌리고 저리 빼돌릴 동안 도대체 이 땅의 국세청과 금융감독원과 검찰은 무엇을 했단 말인가. 이건희 회장에 그치지 않는다. 삼성그룹의 후계자로 인식되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이 수조 원대의 재산을 형성하는 과정에서 낸 세금은 달랑 증여세 16억 원이 전부다.
 
2010년 가을 잇따라 불거져 나오는 각종 차명계좌를 통한 비자금과 탈세 의혹에서 알 수 있듯이 이런 일은 비단 삼성그룹만의 문제가 아니다. 수천 억 원대 비자금 조성 의혹을 사고 있는 태광그룹 이호진 회장은 선친이 남긴 재산 가운데 태광산업 차명주식 18%를 공식 재산 목록에서 누락했다가 800억원 가량의 세금을 추징당했다. 2009년 12월 CJ그룹 이재현 회장의 차명재산을 관리하다 살인미수교사 등의 혐의로 기소된 전 재무2팀장은 공판과정에서 “본인이 관리하던 차명재산이 수천 억원에 이른다”고 진술한 바 있다. 그 일이 있은 뒤 CJ그룹은 1,700억 원이 넘는 차명재산 관련 세금을 납부했다.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 일가도 임원들의 차명계좌 형태로 수백 억 원대의 비자금을 관리해온 것으로 이미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또 신한금융그룹 경영층의 내분사태 와중에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차명계좌로 50억원을 보유해온 사실도 드러났다. 2009년 이후 굵직굵직한 사건만 언급해도 이 정도다. 그렇다고 비자금 규모가 모두 드러난 것도 아니니 비자금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 짐작하기 어렵다. 





 
저자의 분석과 해법에 따르면, 매년 300조원이 넘는 정부예산 중 상당수가 생산적인 분야와 복지분야에 사용할 수 있게 된다.(OECD 국가 중에서 한국정부가 사회의 불평등 구조를 가장 방치, 조장하고 있다.) 현재 지극히 비생산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무상급식이나 사회복지 확대, 실업문제, 출산율 저하문제 등에 충분한 예산을 배정하여 집행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이제 왜 우리가 세금과 예산, 집행에 대해 두 눈을 부라리고 감시하고 조사하고 항의하고 분노해야 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가끔씩 언론 기사와 인터넷 등을 통해 알려진 세금을 둘러싼 복마전과 ’무임승차자’의 전체적인 그림과 이야기를 알게 된다. 19세기 중반 정의롭지 못한 정부의 행태를 비판하며 세금납부를 거부하고 유치장에 갇힌(단 하루지만) 소로우처럼 우리도 주인으로서 당당하게 거부하고 비판할 수 있어야 한다.
 
대한민국의 세수구조에서 바꾸어야 할 문제와 집행에서 바꾸어야 할 문제는 산적하다.
1. 세금징수 구조 혁신
  - ’생산경제 세금 > 자산경제 세금’을 비슷하거나 자산경제 세금이 더 많도록 변경
  - 금융실명제 강화, 주식거래 차익 과세, 개인사업자 과세 현실화 등
  - 징수 체계 간소화 및 미납세금 처벌 강화
  - 제세공과금 미납자에 대한 기본권 제한 강화
2. 정부/지자체 예산 집행 혁신
  - 예산 수립 및 국책사업에 대한 시민사회단체 역할 증대 제도화
  - 예산낭비에 대한 제도적, 사회적 처벌 강화
  - 건설경제에서 생산경제로의 대전환
  - 국책사업 집행에 대한 제도 변경 및 구조조정



 
복지논쟁에 관심이 있는 사람, 세금이나 정부예산에 관심있는 사람, 부도덕한 무임승차자에 대해 관심있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프리라이더> 후속으로 나올 두 번째 저서가 벌써 기다려진다.
 
* 책 속의 문장
- 중앙 정부는 국민들의 반대 여론이 높은 4대강 사업에 수십조 원을 투입하고, 고양시는 지금도 가동률이 50%에 불과한 킨텍스 옆에 제2 전시장을 짓는다며 3,500억원을 씁니다. 이는 고양시 전체 사회 복지 예산의 1.5배에 이르는 돈입니다.(
P.17)

- 2008년 특검 과정에서 4조 5,000억 원에 이르는 차명 재산 보유 사실이 드러난 삼성그룹의 이건희 회장은 단 한 푼의 상속세도 내지도 않았다. 정상적으로 냈다면 최소 2조 원의 상속세를 내야 했다.(P.21)

- 뇌물 수수와 군형법상 반란 등의 혐의로 2,205억 원의 추징금을 선고받은 전두환 전 대통령은...미납한 추징금 1,627억 원을 안내면 곱게 안 낼 것이지, 추징 시효 몇 달 앞두고 300만 원을 납부해 지켜보는 국민을 우롱했다. 1원이라도 납부하면 3년씩 강제집행이 면제되는 것을 노린 것이다. 전 씨는 29만 원 밖에 없다고... 하지만 그의 3남 1녀는 수백 억 원대의 자산가다. 손자, 손녀까지도 거액의 부동산 소유자다.(P.22)
 
[ 2011년 3월 3일]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이조부 2011-04-09 2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대인 이라는 이름에 신뢰가 가요~

저도 읽어보고 싶은데 게을러서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