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책방 어느 지하생활자의 행복한 책일기 2
윤성근 지음 / 이매진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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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지하생활자의 행복한 책읽기 심야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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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부인 김정숙 여사가 출판계 응원차 2017 COEX 국제도서전을 찾았다는 기사에 독특한 얼굴이 등장했다. 바로 "이상한 나라의 헌 책방" 주인장인 윤성근. '이야, 운 정말 좋은 분이네!'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지만 그 '운' 이란, 윤성근이 남들 잘 때 자지 않고 책 읽고 써온 야행성 세월 보상이란 생각도 들었다. 최근 제목에 끌려 『책이 좀 많습니다』를 읽고,  저자에 호기심이 생겨 내친김에 『심야책방』까지 찾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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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좀 많습니다』는 윤성근이 자신의 헌책방 단골손님이자 책덕후들의 집집을 방문해, 그 책장을 소개하는 글이다. 반면『심야책방』은 윤성근 본인의 독서편력기라는 인상을 준다. 글자가 빼곡하고 설명이 길어서인지 후자는 전자의 책보다 덜 대중적일 듯 하다. 윤성근은 초등학교 방학 때 이미 200자 원고지 40매 분량의 소설을 쓰며 자신의 천재라 생각했을 정도로 활자중독자이다. 헌책장 주인인데도 헌책 팔려나갈 때 마냥 기뻐하지많은 못할 만큼 책 욕심 많은 애서가이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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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책방』은 315페이지짜리 2003년도 출판된 책인데, 2017년에 유행하는 식의 시원시원한 편집이라면 족히 500페이지로 늘릴 수 있을 만큼 활자폭포가 쏟아진다. 솔직히 처음엔 눈이 아팠다. 윤성근씨는 생각도, 아는 것도 많은 만큼 실제 만난다면 엄청 수다스러우리라는 상상이 절로 될 정도로. 그런데 그가 얼마나 책을 좋아하는지, 또 책 좋아하는 사람을 좋아하는지를 느끼면서 『심야책방』를 점점 더 진지한 자세로 끝까지 다 읽게 되었다. 읽은 보람도 컸다. 20~30년 전 헌책방 거리 풍경, 헌책방 경영 노하우는 물론, 출판계 뒷 이야기, 유명 작가에 얽힌 일화 등 새로 알게 되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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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자중독자로서의 윤성근과 나 사이에는 공통점이 많다. "땡전 뉴스" 나오기 직전 밤 9시 "새나라의 어린이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납니다"라는 공영방송 멘트에 심리적 압박감을 느꼈다거나, 초등학교 때 동화(윤성근의 경우 소설) 쓴답시고 끄적거렸으며, 무엇보다 애거서 크리스티 책을 사 모았다는 점이 비슷하다. 나 역시 셜록 홈즈 전집을 마스터한 후, 한권 한권 매달 용돈을 받을 때마다 그 빨간 표지의 책들을 사모았데, 어찌나 몰입하여 읽었던지 밤에 그 빨간 표지만 보아도 무서워 잠이 안 올 지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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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편력으로는 윤성근에 비하면 '새발의 피' 수준인지라,  『심야책방』에서 소개하는 작품 중 1/3이나 읽어보았으려나. 다행히 적어도 서점에서 표지는 보았다거나 작가 이름 정도는 알고 있는 편이어서 끝까지 흥미를 놓지 않고 읽을 수 있었다. 윤성근에게서 많은 책을 소개받아 빚은 진 셈이 되었는데, 소개받은 책 중에서 가장 읽어보고 싶어진 책은 바로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의 『상상 동물 이야기』이다. "인문학 공부하려는데 어찌 하루 12시간씩 책상 앞에 앉아 있지 못하느냐?"고 점잖게 학생들의 가벼운 엉덩이를 꾸짖으셨던 은사님께서 "어찌 보르헤스를 여태 읽어보지 않았냐?"며 권하셨으나, 놀러 다니기 바쁘던 시절인지라 재미가 없었다. 이제 좀 엉덩이가 묵직해졌으니, 다시 읽으면 참재미를 느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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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책방』을 읽으며, 나도 밤을 알차게 활용해서 윤성근 작가처럼 뭔가를 써야겠다는 오랜 결심도 다시 다져본다. 다음에는 윤성근의 『나는 이렇게 읽습니다』와 『내가 사랑한 첫문장』을 읽어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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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짜 심리학 - 엉뚱한 호기심에서 특별한 통찰을 발견하는 기상천외 심리 연구실
리처드 와이즈먼 지음, 한창호 옮김 / 와이즈베리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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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Quirkology 괴짜 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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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년간 심리학이라는 한 우물을 파온 저자, 리처드 와이즈먼이 제시하는 비주류의 심리학으로서 "괴짜 심리학 (Quirkology)는 "일상생활의 색다른 측면을 심리학의 연구방법으로 들여다보기"를 말한다. 그는 상대가 거짓말을 하는지 여부를 알아내는 방법, 사람이 태어난 달과 성격과의 상관관계 (한국에서 사주팔자라고 하는) 등등 독특한 주제를 탐색했는데 놀랍게도 그의 실험에는 전 세계 많은 이들이 호응해주었다.

*

괴짜 심리학을 21세기의 주류 심리학의 반열에 올리고 싶어하는 저자는 신문 광고란의 애인구함 문구를 분석하고, 수백만 장의 사망신고서를 살펴보는 등 특이한 실험을 무려 21년간 계속해왔다. 그의 독특한 연구가 초석이 되어, 앞으로 "괴짜스러운" 심리학 연구가 활성화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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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기욤 뒤셴의 실험: 거짓 웃음 VS 진짜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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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berley Wade의 가짜 기억 실험
cf) <트루먼 쇼> (1998)
 

 
바넘효과(Barnum Effect: 일반적인 점괘를 자신의 점괘로 받아들이는 현상)
아첨 효과 (flattery effect): 자신에게 긍정적 진술을 무조건 믿으려는 경향
 

미신, 비함리성에의 실험

*MIT대 발명가 조지 이스트먼의 청동상 코

* 말리놉스키, 트로브리안드 섬에서의 의식 Cf) 1920S 독일 점성술 유행, 1991 걸프전 당시 텔아비브 대학 심리학자들의 연구도 유사한 결과

 

*프레이저의 "감염의 법칙" Paul Rozin의 실험: '에이즈 환자가 30분 입었다는 새 스웨터, 혹은 대량학살자나 광신적 지도자가 입었던 스웨터라면 사람들이 입을까? 사람들의 반응은 차라리 개똥 묻은 스웨터를 입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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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에서 50사이의 홀수를 떠올려보라: 37

50에서 100사이의 짝수를 떠올려보라: 68

 

트린코스의 논문 "사라지는 장갑: 비공식적 관찰" : 10년동안 잃어버린 장갑 역추적, 왼쪽 장갑이 오른쪽 장갑보다 3배이상 많이 분실됨.

Joseph Forgas 경적 실험: 유럽 각국 운전자들이 자동차 경적을 어떻게 상용하는지 조사 - 이탈리아인들은 평균 5초, 스페인 평균 6초, 독일인 평균 7.5초만에 경적 누름.

이타성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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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와이 - 4차 산업혁명 시대, 개인과 조직의 운명을 바꾸는 힘
허일무 지음 / 나비의활주로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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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와이 WNOW W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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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하우"는 많이 들어보았는데 "노와이 know-why"는 생소한 표현이다. 『노와이』의 저자 허일무는 "왜를 상실한 채 '무엇'과 '어떻게'의 노하우만으로는 탁월성과 지속성 그리고 의미를 만들 수 없다. 비록 조금 시간이 걸리고 돌아가더라도 보이지 않는 무엇, 즉 노와이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80)라는 문장에 집필 목적을 집약한다. 정진홍 서울대학교 명예교수의 인터뷰를 인용하면서 그는,  우리 사회는 "왜 why?"라는 근원적인 질문을 평가절하해왔다고 안타까워한다. 그가 추구한다는 노와이는 "행동과 일뿐만 아니라 업에 대해 개인적 조직이 가진 특별한 목적과 동기(81)"인데, 그는 운 좋게도 이 '노와이' 정신의 화신을 직접 만날 기회를 갖는다.  집근처 시립도서관에 설치된 음료 자판기가 중매가 되어준 만남이었다.  이 여느 자판기와 달리 주인이 직접 쓴 안내문과 글귀들이 자판기 여기저기에 붙어 있었다고 한다. 직업정신(변화디자이너)과 호기심이 발동한 저자는 그 자리에서 바로 그 자판기 주인에게 전화를 건다. 그렇게 만난 자판기 주인 故유계승 씨는 겸손하면서도 그릇이 참으로 큰 사람이었다. 저자는 그에게서 4차 산업혁명의 시대 개인과 조직의 운명을 바꾸는 "노와이"의 정신을 보고 탄복한다. 비록 그 첫 만남 이후,『노와이』가 출간되기까지 2년 사이에 유계승 씨는 유명을 달리하였지만, 허일무 저자 덕분에 일반 독자들도 유계승 씨가 추구했던 목적성 뚜렷한 삶과 공감의 정신을 배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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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故유계승 씨가 관리하던 커피 자판기
"품질 관리 + 최저 가격"의 약속을 지켰던 자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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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노와이』 출간을 준비하며 자료를 수집하고 글을 써온 지난 몇 년 간 중단과 포기의 유혹을 많이 느꼈다고 한다. 그 때마다 "'노와이'의 키워드를 세상에 전파하여 개인과 조직이 일에서 더 많은 행복과 몰입을 경험하며 성과를 내고 인본주의적 가치 실현에 참여시켜야 한다는 강한 목적 의식 (95)"이 고개를 들며 글 쓰는 의미와 동기를 제공해주었다고 한다. 즉, 목적이 의미와 행복의 원천이라는 그의 주장을 그는 삶에서 경험한 것이다. 자기 경험 안에 함몰하지 않고 주장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그는 천재과학소년 송유근, 『르네상스 소사이어티』의 저자이자 미래학자이자 롤프 옌센, 마찬가지로 미래학자인 다니엘 핑크, 신경언어프로그램의 대가 로버츠 딜츠, 알랭드 보통뿐 아니라 세계적 바리스타 폴 바셋, 미슐렝 가이드 별 셋을 받은 피에로 가니에르, 탤랜드 고두심, 야구선수 백인천 등 다양한 인사의 말들을 인용해온다. 이들의 고견에서 공통점을 뽑아 한 단어로 압축하자면, "소명 calling" 인데, 이는 아들러가 주장하는 '공동체 의식'과도 맞닿아 있는 듯 하다. 단순이 자신에게뿐 아니라 더 큰 사회, 인류라는 공동체에 보탬이 되고자 하는 의식이니까.
 
노와이 3.0의 동기와 목적을 가진 개인은 자신들이 만들어 낸 결과물로 타인과 사회에 기여하고 긍정적인 영향력을 미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일은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이며 정체성이다. 이 수준의 욕구와 동기는 자신의 일이 타인에게 어떻게 인식되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자기 스스로 그것을 가치 있고 의미 있게 만들기 때문이다. (121)


 말이야 옳고 쉽지 "소명 calling"의식을 현식에서 실천하는 이들이 얼마나 되겠냐고? 알려진 이들만도 꽤 된다. 기부 문화를 정착시킨 TOMS, 업사이클링으로 환경을 보호하는 프라이스탁, 유기농업의 새로운 장을 개척하는 장안농장 류근모 대표 등. 그러니 고 유계승 씨처럼 숨어 있는 '노와이'의 화신은 얼마나 더 많겠는가? 이제 여러분이 그 "목적의식과 소명"으로 변화를 이끄는 주인공이 되면 어떻겠는가? 이것이 『노와이』의 저자 허일무가 독자에게 강력히 권고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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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머릿속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 카이스트 김대식 교수의 말랑말랑 뇌과학
김대식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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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머릿속에선 무슨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카이스트 김대식 교수의 말랑말랑 뇌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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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적 과학 고등학교 시험까지 봤으나, "E = 1/2 * mv2" 공식도 간신히 기억해낼 정도로 "과학 까막눈"인 나로서는 주기적으로 "말랑말랑한" 과학책을 찾아 읽는다. 여기서 "말랑말랑"이란, 일반인인 나의 과학언어에 비하자면 절대우위에 있는 저자들의 과학지식의 정도를 감히 평가하려는 의도의 형용사가 아니다. 독자의 가독력, 즉 이해가능성을 의미한다. 나는 카이스트 정재승 교수나 필명 '하리하라'의 책처럼 읽으면서 이해할 수 있는 교양과학도서를 좋아한다. 『내 머릿속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의 부제가 "카이스트 김대식 교수의 말랑말랑 뇌과학"인지라 지나칠 수가 없었다. '말랑말랑'하다는데!
김대식 교수는 독일에서 뇌과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이후, MIT에서 박사후과정을 밟고 현재는 KAIST 전기및전자과 교수로 재직한다. 학자로서뿐 아니라, 대중적 과학 저술가로서 신문에 뇌과학 칼럼을 연재하거나 TV 토크쇼도 진행하고, <김대식의 빅퀘스천> 등의 책도 부지런히 펴내고 있다. 20170809_173917_resized.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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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머리가 나쁘면 고생할까," "우리는 좀 우울해질 필요가 있다?" "왜 '우리'는 '그들'을 싫어하는가?" "팔은 안으로 굽고, 생각도 안으로 굽는다?" 이런 물음에 호기심이 발동하지 않는 무딘 예비독자가 있을까? 김대식 교수는 지식인으로서 고도로 정제된 학문 어휘를 구사할 수 있음에도, 일반 대중에게 가깝게 다가가고자 도발적이고도 흥미로운 질문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내 머릿속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에는 이처럼 도발적인 질문 25개와 그 답의 실마리인 뇌과학 지식을 김대식 교수의 철학으로 잘 숙성시켜놓았다. '아, 쉽고 재밌네!'하며 술술 읽다가도 행간이 느껴질 때면 김대식 교수의 사고의 깊이가 인품까지 느끼게 되어 다시 앞 페이지로 돌아가 앞의 내용을 복습하게 되는 쉽지 않은 책이다. 그만큼 읽고나면, 단순히 뇌과학의 지식 외에도 사람과 사회를 보는 눈, 특히 세계화 시대에 한국 사회를 보는 눈이 날카롭게 다져짐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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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대학 신입생이나 사회 문제에 관심이 남다른 어른들에게 일순위로 권하고 싶은데, 이유는 다음과 같다. 『내 머릿속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는 뇌과학 교양 도서를 표방하지만, 그 기저에는 인간 본성에 대한 뇌과학자로서의 김대식 교수의 생각, 유럽 특히 전쟁을 도발했던 독일과 나치즘, 열강 사이에서 자칫 화를 입을 수 있는 대한민국의 미래에 대한 애국적 관심 등을 담고 있기에 사회적 이슈에 눈뜨게 해주기 때문이다. 특히 김대식 교수는 유난히 독일인의 이중성 (괴테를 배출한 국가라는 국민적 자부심을 가진 국가인 동시에 홀로코스트의 만행을 저지른), 1,2차 세계대전을 자주 언급한다. 또한 글로벌 시티즌으로서 해외 많은 나라를 다녀본 경험에서 우러나온 '세계 속 대한민국'을 무척 싸늘하게 비판한다. 미워서 욕하는 것이 아니라 애국심 때문에 '너희들, 직시해라! 정신차려라'의 따끔한 충고로서.
예를 들어, 핵미사일 도발에도 평화로울 수 있는 대한민국 사람들의 심리를 "긍정적 편향 optimal bias"의 예로 설명하면서 "호랑이에게 물려간 뒤에 정신 차려봤자 소용 없다!"는 경고도 잊지 않는다. 또한 대한 민국에서는 스티브 잡스 집단 숭배 현상이 일어나고 있지만, '가상 영웅'을 숭배해서는 진정 문제의 근본해결이 되지 않으며 여전히 대한민국은 '초보자'는 있을지언정 '달인'을 배출하지 못하는, 스티브 잡스를 김대리 최대리로 만들 나라라며 교육시스템과 사회제도의 근본적 개혁을 촉구한다. 한 번만 읽게 될 책이라 생각하고 집어 들었는데, 『내 머릿속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를 두 번 꼼꼼히 다시 읽어야겠다는 자극을 받는 이유이다. 이토록 뛰어난 지성이 간절한 호소로서 "호랑이에게 물려가지 전, 정신차리라"는데 내가 놓친 행간의 암호가 없나를 어찌 살펴보지 않으리. 부제와는 달리 결코 말랑말랑하지 않은 중요한 메시지를 전하는 책이니 놓치지 않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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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머릿속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에는 출판사 문학 동네 편집인들의 탁월한 미적 감각을 감탄하게 만드는 사진 자료가 가득하다. 사진을 오래 응시하기만 해도 놀라운 영감이나 창의적 질문이 튀어나올 것만 같은. 예비독자로서 상상해보시라. 눈동자 사진이나 자색양파 단면도는 무슨 메시지를 전하려 선택한 이미지인지? 『내 머릿속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는 결코 가볍지 않는 주제의 이야기를 상당한 양의 정보까지 담아 전하는 밀도 높은 책이지만 상큼한 편집과 독창적인 사진 덕분에 눈의 호강을 선사하며 친근하게 다가오는 뇌과학 교양도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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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인간 - 제155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무라타 사야카 지음, 김석희 옮김 / 살림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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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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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까지만 해도 "무라타 사야카"라는 이름을 알지도 못했다. 『소멸세계 消滅世界』란 신작 소설을 읽으며, 작가를 더 알고 싶다는 생각에 오늘은 급기야 『편의점 인간』까지 구해 읽었다. 일본 3대 문학상 중 하나라는  "아쿠타가와상" 155회 수상작이다.  짐작은 했지만, 작가는 '평범함을 추구하지만 평범하지 않다. 평범함을 연기하려 하지만, 속에 송곳을 숨겼는지 화로를 숨겼는지 알기 어려운' 유형의 사람 같다. 1998년부터 주욱 18년간 편의점 아르바이트만 하는 소설 속 주인공처럼 실제로 (소설출간 당시) 18년째 편의점에서 일해온 저자를 주인공과 동일시하여 평가한다면 독자로서의 예의와 상식을 저버리는 셈이겠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편의점 인간』의 주인공 '후루쿠라'는 "소시오패스"처럼 느껴졌다. 인간 종(種)으로서 공통분모로 지녔으리라고 상상되는 번식에의 욕구, 자존감, 타인과 타 생명체에 대한 공감 능력이 결여된 소시오패스. 단정하게 깎은 손톱, 적당하게 거리를 두나 예의 바르기에 명랑하게 들리는 목소리, 예정된 출근 시간에서 어김없이 미리 나타나는 성실함 등으로 가리려해도, 주인공 '후루쿠라'는 '사람되기'를 배워야만 흉내낼 수 있는 제 3의 종처럼 느껴진다. 당최 호감이 안 간다.

*

일본인 작가가  일개 독자가 한국어로 쓴 리뷰를 읽을 리가 없겠지만, 어쩌면 작가는 '소시오패스' 운운하는 이런 평가에 이렇게 대꾸할지 모르겠다.  "보통 사람은 보통이 아닌 인간을 재판하는 게 취미예요 (146)." 『편의점 인간』에서 주인공 '후루쿠라'에게 기생 기생하는 사라하가 바로 그렇게 말했다.  '소시오패스' 운운하는 것이야말로, 자신을 보통 사람이라고 믿기에 그 범주 밖 타인을 재판하는 행위 아니냐는 작가의 반문이 들리는 것만 같다.

*

나도 반문해본다. 자존감, 생의지를 중시하는 독자로서, '후루쿠라'를 참아낼 수 없는 이유가 얼마나 많은지. 비록 그것이 정화수처럼 맑은 정신에서 했던 자발적 선택일지라도 후루쿠라가 기꺼이 '편의점의 부속화' 되며 안도감을 느끼는 과정, 스스로를 편의점에서 폐기하는 "우묵캔(캔이 찌그러져서 판매 불가능한 캔 제품)" 이상으로 보지 않는 낮은 자존감,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기생충이 되는 게 용납되는 것(여성)에게 복수하기 위해 오기로라도 후루쿠라 자신에게 기생충이 되겠다"는 사라하에게 기꺼이 피를 빨려주는 어리숙함……. 뭐 하나 호감이 안 간다.

*

작가는 『편의점 인간』을 통해 세상의 '정상인/비정상'인의 경계가 만들어지는 과정과 그 불합리함, '정상/비정상' 범주의 상대성 등을 꼬집고 싶었을 것이다. 소위 '루저 (loser)'들의 항변, 작은 저항을 이 소설을 통해 대신해주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단정적 어투로 '루저' 운운하는 독자야말로 작가가 『편의점 인간』에서 비꼬고 싶었던 '보통 사람'들일지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후루쿠라가 18년째 편의점 알바만 한다거나, 자기가 손수 만든 음식이라고는 먹어본 적 없이 편의점에서 진열된 음식만으로 삼시 세끼를 먹기 때문에 이렇게 그녀를 폄하하는 게 아니다. 자존감이나 생의지, 최소한의 종족본능의 욕구마저 찾아볼 수 없기에 측은해 하는 것이다. 읽고 나서도 참 찜찜한 소설이었다. 『편의점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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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목련 2017-08-17 16: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고나서도 찜찜한, 그런 기분을 지울 수 없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