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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한 시대의 과학 읽기 - 과학과 사회를 관통하는 생각의 힘을 찾다!
김동광 외 지음 / 궁리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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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한 시대의 과학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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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역, 화학물질, GMO, 핵발전소 문제 등의 책 속 주제들은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활발히 토론되어야 하는 끝나지 않는 논쟁입니다. 과학은 여전히 논쟁 중입니다. (17쪽)"

"잘 몰라서…… ," "A는 A라고 뉴스에 나오지 않았어요? 그게 답 아닌가요?" 과학적 이슈에 일반인으로서 흔히 보이는 반응이 '난 전문가도 아닌데……, 몰라도 지장 없지 않나요?' 아닐까? 그런데 <불확실한 시대의 과학읽기>의 공저자들이자 '시민과학센터'의 연구자들은 이런 태도가 '아니올시다다'라고 일깨워준다. 우리 시대, 과학기술의 시대에서 불확실성은 제거 불가능한 하나의 요소이기에 일부 전문가 그룹에 판단과 해결을 다 맡겨버리지 말고, 우리 자신의 문제로서 스스로 과학논의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구제역, GMO, 핵발전소 문제는 사회 다양한 주체들과 활발한 논의를 거치고, 앞으로도 논의해야 할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한국 사회는 아직도 일원적 '탑다운(top-down) 규제' 제일주의에 매여 있다는 비판도 함께한다. 즉, 시대를 거스른 이런 식의 규제방식은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할 '민주적 거버넌스 governance)'를 되려 거스르는 흐름이라는 것이다.

*

전신 '참여 연대 과학기술민주화를 위한 모임'이었던 '시민과학센터' 소속 공저자들은 과학기술에 대한 건설적 논쟁을 촉발하는 사명감에 부합하도록 참 흥미로운 주제들을 선정했다. 아래는 <불확실한 시대의 과학읽기>의 각 챕터 제목인데, 평소 과학기술에 딱히 관심 없던 일반인이더라도 '혹'할 만큼' 흥미로운 소재들이다.
·  구제역 사태, 대규모 살처분이 유일한 방안일까?

· 변형 조류인플루엔자, 과학자들의 연구 활동 자유를 어느 선까지 보장해야 할까?

· GM 식품, 단순히 먹고 안 먹고의 일차원적 질문에서 벗어난다면?

· 프로작이 과연 우울증을 치료할 수 있을까?

· 화학물질의 유해성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 불확실한 기후과학 위에 차려진 탄소시장의 정체는?

· 핵발전소와 핵폐기물 관리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다만 <불확실한 시대의 과학읽기>의 필진이 기술사회학, 과학사, 생명공학 등 각자의 세부전공이나 활동하는 주요 소속단체 면에서 배경이 다르고, 편집서를 내기 이전 원문을 실었던 매체와 원문의 최초 출간한 연도도 다양한 만큼 이것들을 통일감 있게 어우르는 작업이 어려웠겠다 싶다.  이책을 '과학교양서'로서 제시했다면 공저자 중 누군가 대표필진이 이 책의 기획의도와 지향을 명확히해주는 머리말을 실어주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머리말을 대신해 궁리 출판사 측에서 '권두좌담'을 실어주었지만, 한정된 지면 때문이었을까? 저자들이 지향하고 주장하는 활발한 소통과 논쟁을 맛보기라도 시켜주는 대신 각 필진이 '내가 쓴 글은 이렇습니다.'를 압축 소개하는 코너에 그친 것 같아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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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와 필진에 따라 동원된 전문 어휘의 양과 비중에 차이가 있어서 7편의 글마다 읽기의 난이도도 차이가 있었다. 개인적으로 읽고나서 가장 인상 깊게 남은 글은 "구제역 사태"를 다룬 김동광의 글. '구제역 청정국'이라는 지위가 국익과 직결이라는 국가주의적 신념으로 오로지 대규모살처분만을 해결방안 삼는 정부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또한, 이 책에서 '원자력발전소' 대신 '핵발전소'라는 단어를 써서 기뻤다. '원자력'이라는 단어로 핵의 위험성을 중화시키려는 뉘앙스의 정치학에 평소 반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따로 다루지 않았지만 미세플라스틱 문제나, 생명윤리에 대한 이야기도 차후 더 이야기해주기를 독자로서 바란다. 이렇게 책으로 나오기까지 많은 논의와 사회적 실천을 거쳤을 텐데, 독자로서의 작은 보답이라면 그 과학의 논쟁에 '내 문제'라는 생각으로 귀기울이고 참여하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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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께 읽기 추천하는 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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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왕실의 자녀교육 - 엘리자베스 여왕부터 조지 왕자까지
오노 마리 지음, 강지은 옮김 / 북씽크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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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왕실의 자녀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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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왕실의 자녀교육>, 주위에 프랑스나 영국 유학파보다는 미국 유학파가 훨씬 많다보니 전해듣는 말로라도 영국에서의 교육을 잘 알 기회가 없다. 게다가 한국의 평민으로서 '영국 왕실'이란  뉴스에서 제공하는 몇컷의 사진이나 타블로이드 기사로 맛보기나 간신히 하는 범접불가의 클래스인만큼 '영국 왕실의 교육'이란 생소하기 그지 없다. 여기 운이 좋게 영국왕실의 자녀교육에 관한 정보를 접하고 책을 낸 일본인이 있다. 오노 마리. 엄밀히 말해 그녀는 영국 왕실에  연고를 두었다거나 영국 역사에 체계적인 지식을 가진 역사가도 아니다. 영국 현지 유학 서포트 기관인 ‘M&M 영국아카데미’를 운영하면서 영국의 교육에 관한 글을 잡지에 간간히 기고하는 학부모이자 사회활동가이다. 그녀 스스로 평하기에 "운 좋게도," "일본인 유학생을 서포트하는 업무와 영국 보딩스쿨에서 근무하면서 기숙학교 전반에 걸친 심리요법 케어 및 복지에 대해 전문적으로 배울 기회"가 있었다 한다. 게다가 업무상 영국인들을 많이 접할 기회가 있어, "건물과 사람 모두 역사와 함께 기품과 품위가 느껴져 그 근저에는 도대체 무엇이 있는지 (8쪽)"를 탐색할 수 있었다고 한다. <영국 왕실의 자녀교육>은 그 탐색에 대한 오노 마리의 레포트라 할 수 있다.

*

그녀의 레포트는 철저히 영국으로의 유학을 계획중인 일본인을 독자로 상정한 것이다. "일본인 유학생 한 명 한 명이 영국에서의 체험을 통해 진정한 국제인이 되어 훗날 일본을 위해 쓸모 있는 인재가 될 것이라고 믿기 때문 (165쪽)"이라는 대목에서 특히, 그녀가 일본인으로서의 민족주의와 유학상담 에이전트로서의 사명감으로 무장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즉, 그녀가 영국왕실의 교육을 일반 일본인에게 소개하는 이유는 그들의 교육 시스템을 단지 칭송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영국 교육 시스템에서 취할 것은 취하고  철저히 준비해서 앞으로 영국으로 유학갈 일본인들이 성공적으로 학업을 마치고, 다시 일본에서 인재로서 국가에 기여할 수 있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이 책은 비극의 주인공인 다이애너비부터  2017년에도 대중의 사랑을 한몸에 받는 "윌리엄 왕자와 캐서린 비"가 이룬 로열 패밀리는 물론이거니와 빅토리아 여왕이 받은 교육을 중심으로 19세기에서 20세기에 걸친 영국 왕실교육의 특징도 살핀다. 뮤지컬 <왕과 나>라든지, <제인에어>등으로 짐작할 수 있겠지만 빅토리아 시대에는 '거버너스 governess'라는 가정교사가 상류계급 여자아이들의 교육을 담당했다. 영국 상류층은 이렇게 '그들만이 받을 수 있는' 교육을 받으면서도 동시에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의 정신도 함께 계승받는다. 그렇기 때문에 천박한 교만이 아닌 향기로운 차의 품격이 그들에게서 느껴지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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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활자로 전해듣는 것보다는 영국에서 직접 공부한 경험이 있다면 좋겠다. 차선책으나마 책으로 전해듣더라도 이왕이면 현지 영국에서 교육을 직접 받아본 사람의 해석을 거치고 싶지만 빈약하나마 오노 마리의 레포트도 영국식 교육 분위기를 상상하는데 도움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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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 독서 - 세상을 바꾼 위험하고 위대한 생각들
유시민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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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 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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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칭 "글쟁이"로서의 유시민에 열광하는 팬들이 많다. 그의 사람됨이나 생각의 깊이, 글솜씨를 사실 제대로 알 기회가 없었는데 <청춘의 독서>를 읽고 '아하! 이래서 유시민이라고 하는구나!' 싶었다. 2017년의 1,2월에 읽은 수십권의 책 중 top3에 올리고 싶을만큼 푹 빠져 읽었다.


'2017년의 대한민국에서 이미 큰 이름의 반열에 오른 유시민으로서는 '너, 참 건방지다'하겠지만, 읽으면서 유시만 작가와 공통점을 많이 느꼈다. 우선 그도 정말 책 읽기를 좋아한다. 어려서부터 책벌레였다.  남들 잘 안 읽은 러시아 문학에도 심취했었다. "가끔 나는 내 자신이 물 밖으로 팽겨쳐진 물고기같다고 느낀다. 다른 생각 없이 그저 잘할 수 있는 작은 일들을 하면서 나에게 친숙한 작은 공동체 안에서만 머무르고 싶다. (312쪽)"은 특히 지난 몇 년간의 내 심적 상태를 압축해서 마치 내가 쓴 문장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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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춘의 독서>는 유시민이 정치인에서 초야로 내려와 방황하던 시기에 쓴 책이다. 2008년 초판인데, 당시 대학생이던 그의 딸에게 헌정한 책이다. 아버지로서의 유시민 역시 떳떳하다. 비록 활자에 경도된 젊음이었을지언정, 그는 지적인 욕구가 남들보다 강했던 만큼 그것을 충족시키고자 최선을 다했다. 게다가 역사 선생님인 그의 부친의 영향으로, 남들이 소홀히 한 역사서에 몇 걸음 더 깊이 들어갈 수 있었다. 그래서 똑같은 책을 읽어도 그가 읽어내는 깊이는 다르다. <청춘의 독서>를 읽으며, 역사서를 가장 멀리해왔던 나의 독서 편식을 심히 부끄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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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고 공부하기 고수 답게 그는 <공산당 선언>도 여러 언어로 비교해 살펴본다. 독일유학파답게 운율의 맛이 독일어 버전이 최고라고 한국어 번역 버전과 비교하기도 한다. 이런 자신감 있는 비교 평가는 '원전을 직접 읽는' 자만의 여유다. 한국의 평균치 교육에 길들여진 자로서는 '공산당 선언'은 그 다섯 음절 외, 더 길게 머릿 속에 남아있지 않을텐데 유시민은 그 숱한 고전의 원전을 읽었다. 심지어는 구하기 어렵다는 멜서스의 <인구론> 번역본을 다시 찾아 읽고, <역사란 무엇인가>를 총 예닐곱번이나 정독했다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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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나면 그가 관념적으로 지향하는 세계가 무엇인지를 짐작할 수 있다. 노무현을 존경했던 그는 차별 없는 세상, 민주주의가 실현되는 세상을 꿈꾼다. 그는 "그가 제일 잘 할 수 있는" 글 쓰기로서 그 관념을 실천하고자 한다. 무지함이 휘두르는 펜대는 힘이 없다. 유시민처럼 깊이 읽고 사색하고 내공을 쌓은 자의 펜대는 힘이 있다. 내가 취할 점이다. 아울러, 그가 소개했으나 나는 제목만 들어본 책인 <진보와 빈곤>이나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를 시간 나는 대로 읽어봐야 겠다. 20년 전에 멋모르고 읽은 <대위의 딸>, 그보다 더 어렸을 때 읽어서 장님 문고리 잡기의 심정만 기억에 남는 <죄와벌>역시 다시 읽어보아야겠다. <청춘의 독서>는 진정 두 세번 다시 읽고 싶은, 읽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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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해부도감 - 대자연의 비밀을 예술로 풀어낸 아름다운 과학책 해부도감 시리즈
줄리아 로스먼 지음, 이경아 옮김, 이정모 감수 / 더숲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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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줄리아 로스먼 (Julia Rothman).  <자연해부도감>을 읽고 처음 그 존재를 알게 된 일러스트레이터인데 그녀의 작품들을 보니 탄성이 절로 나온다. http://www.juliarothman.com/ 단순히 책 일러스트레이션뿐 아니라 자기, 직물 등에 멋들어진 패턴을 그려낸다. <뉴욕 타임스> <워싱턴 포스트> 등 미국 주요 언론과 출판계가 좋아하는 작가로서 따뜻함과 활기를 품은 그림을 특징으로 한다. 이 <자연해부도감>은 <농장해부도감 Farm Anatomy>이후, 그녀가 꽤 오랜 시간을 투자해서 공들여 만든 작품이다.  유년기부터 자연을 사랑했던 그녀는 '초록으로 상징되는 자연에 대해 대해 알고 싶다는 갈증 (5쪽)"에서 이 프로젝트를 진행했다고 한다.
한국에서 "자연도감"이라는 장르의 책은, 내 좁은 경험으로는, 주로 어린이용 세밀화나 전문가용 도감의 두 가지 갈래로 나뉘는 것 같다. 특히 세밀화의 경우 개미 더듬이까지 그려낼 정도로 그 세밀함이 극에 이른다. 그런데 줄리아 로스먼이 그린 자연은 좀 색다르다. 단순히 자연그대로의 색으로 겉만 재현한 것이 아니라 저자 특유의 따뜻하고 풍부한 색감으로 대상물을 때로는 해부하고, 때로는 단순화해서 보여준다. 독자는 작가가 자연을 어떻게 생각하고, 생물다양성을 존중하고 환경보호를 위해 얼마나 각성되어 있는지가 <자연해부도감>의 궤적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레 느낄 수 있다. 이는 그녀의 가족적 유산과도 관련될 듯 한데, 그녀가 "도시 바깥에 온전한 세계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일깨워준 여동생"이라며 헌정한 제시카 로스먼 (홈페이지 http://pages.nycep.org/rothman/) 은 영장류 생태학을 전공한 대학교수이다.  아프리카에서 영장류를 연구하며 환경보호 활동에 앞장서고 있는 동생에게 줄리아 로스먼은 무한한 존경심을 표한다. 그녀가 머리부터 발끝까지 뉴요커로서 뉴욕에서 성장하고 현재도 뉴욕거주자라면 그 여동생은 아프리카의 광활한 자연을 몸으로 느끼며 살고 있다. 줄리아 로스먼은 자연에 대한 사랑과 호기심이 있다면 뉴욕의 프로스펙트 파크에서도 행복한 "자연산책"을 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자연해부도감>은 그 "자연산책"의 기록이자 독자를 초대하는 초록 초대장이다. 농장해부도감과 함께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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곁에 없어도 함께할 거야 - 삶의 끝에서 엄마가 딸에게 남긴 인생의 말들
헤더 맥매너미 지음, 백지선 옮김 / 흐름출판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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곁에 없어도 함께할 거야

Cardsfor Brian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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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초 두 번이나 다시 읽었던 <숨결이 바람이 될 때> (리뷰: http://blog.naver.com/dancia9/220924425394)의 저자가 36세에 폐암으로 요절한 의사인데 최근 읽은 <곁에 없어도 함께할 거야 (원제: Cards for Brianna)>의 저자 역시 36세에 유방암으로 생을 마감했다. 두 책을 펴낸 곳 역시 '흐름출판사'로서 동일하다. <숨결이 바람이 될 때>의 대히트 이후, 출판사 측에서 일부러 발굴해낸 책이겠지만 '36'이라는 숫자가 공통분모라니 참 묘한 기분이 든다. 두 저자는, 아니 두 고인은 직업과 성향 그리고 문체가 꽤 다르지만 그 용기와 의지의 면에서 닮았다. 독자를 울컥하게 감동시키는 삶의 자세 역시 참 닮았다.
*

<숨결이 바람이 될 때>는 레지던트 수련의으로 의학도이자 예비학자로서 자신의 죽음을 지적으로 성찰하기에 다소 철학적이고 저자의 임종까지 부인이 집필함으로써 존재의 소멸을 독자에게 사무치게 느끼게 해준다. 반면 <곁에 없어도 함께할 거야>는 네살배기 딸을 둔 엄마가 자신의 딸에게 미리 남겨주는 카드를 중심 전달체로 삼은 밝은 문체의 글이다. 저자 헤더 맥매너비는 죽음을 철학적으로 성찰한다기보다, 항암투병 과정의 무시무시함을 날 것 그대로 보여주는 데 더 비중을 두는 것 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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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는 "암은 내 몸을 앗아갔지만 우리가 나눈 사랑과 웃음, 희망, 기쁨은 빼앗지 못했다...(중략)... 암과 함께한 지난 몇 년을 되돌아보면, 오히려 나는 암을 상대로 꽤 큰 승리를 거뒀다는 생각이 든다(238)"라고 자평하는 데 실로 그런 인상을 받았다. 숱한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탔겠지만 저자는 시종일관 터미네이터의 여전사처럼 강인하고, 순간순간을 즐기는 여유까지 보이며 밝게 웃는다. 적어도 책에 적힌 문장을 통해 만나는 저자는 그런 고통과 시련 속에서도 계속 웃을 수 있고, 웃을 이유를 찾는 최고 멋진 여인이다. 아마도 딸을 생각하며 고통을 견뎌냈기에 가능한 웃음과 쾌활함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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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스스로 "나 같은 아줌마가 이런 줄임말을 쓰다니 우습겠지만 (38)"이라면서도 헤더 맥매너미는 "YOLO (You Only Live Once! 인생은 한 번뿐!)을 좌우명으로 삼고 산다고 한다. 시한부 삶을 사는 불치병 환자로서 이상해보이겠지만, YOLO를 믿고 살면 "누구나 결국에는 맞닥뜨리지만 유쾌하게 받들이기 어려운 '죽음'을 웃는 얼굴로 맞이할 수 있을 (39)" 때문이란다. 말뿐이 아니다. <곁에 없어도 함께 할거야>를 읽다보면 육체의 쇠락에도 불구, 정신은 투명한 유리처럼 맑고 솜사탕처럼 가벼워서 인생의 순간순간에 감사하고 즐기는 저자의 모습이 눈에 선히 그려진다. 관념적이거나 거창한 단어가 등장하지 않아도, <곁에 없어도 함께 할거야>를 읽고나면, 지금의 내 삶의 태도와 인생관을 돌아보게 되고 '웃자웃자 으̌으̌'하게 되는 이유는 저자의 그런 낙천성이 전달되기 때문이다. 해더는 책 곳곳에서 14년째 인연을 이어오는 남편 제프를 '최고의 남편'이라고 추켜세우지만, 헤더야 말로 '최고의 부인, 최고의 강인한 여전사'가 아닌가 싶다. 36세의 나이에 어린 딸을 둔 그 누가 이처럼 암 앞에서, 죽음 앞에서 당당하고 뜨겁게 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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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통으로 몸부림칠 정도로 병이 깊고 죽음으로 향해가다보면 이기적인 사람이 되기 쉬울텐데, 저자 해더는 가족과 친구, 심지어는 이웃사람 등 주변 사람들에 대한 애정과 감사의 마음을 오히려 더 키우는 것 같다. 6개월간 저녁식사를 제공해준 지인들에게 감사, 자신이 죽고 나면 딸 브리아나를 챙겨줄 친구들에게 감사, 자신과 동고동락해준 남편 제프에 대한 절대적인 감사, 그리고 딸에 대한 절대적 애정. 사랑과 감사, 말보다는 행동으로 현재를 사는 뜨거움. 그런 긍정적 감정이 충만하기에 <곁에 없어도 함께 할거야>를 읽는 독자의 마음속에는 '죽음'이라는 단어보다는 '현재에 충실한 삶'이 더 강하게 떠오를지도. 해더의 딸 브리아나는 비록 자신이 유치원에 입학하는 것을, 초등학교 준비물을 고를 때, 첫 운전 면허를 땄을 때, 직장을 그만 두었을 때나 결혼할 때 물리적으로 엄마를 곁에 두지는 못하겠지만, 정신적으로는 늘 엄마와 함께할 것이다. 바로 그 이유가 <곁에 없어도 함께할 거야>가 세상에 나온 이유이니까. YOLO의 철학을 세상에 전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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