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인간 - 제155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무라타 사야카 지음, 김석희 옮김 / 살림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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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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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까지만 해도 "무라타 사야카"라는 이름을 알지도 못했다. 『소멸세계 消滅世界』란 신작 소설을 읽으며, 작가를 더 알고 싶다는 생각에 오늘은 급기야 『편의점 인간』까지 구해 읽었다. 일본 3대 문학상 중 하나라는  "아쿠타가와상" 155회 수상작이다.  짐작은 했지만, 작가는 '평범함을 추구하지만 평범하지 않다. 평범함을 연기하려 하지만, 속에 송곳을 숨겼는지 화로를 숨겼는지 알기 어려운' 유형의 사람 같다. 1998년부터 주욱 18년간 편의점 아르바이트만 하는 소설 속 주인공처럼 실제로 (소설출간 당시) 18년째 편의점에서 일해온 저자를 주인공과 동일시하여 평가한다면 독자로서의 예의와 상식을 저버리는 셈이겠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편의점 인간』의 주인공 '후루쿠라'는 "소시오패스"처럼 느껴졌다. 인간 종(種)으로서 공통분모로 지녔으리라고 상상되는 번식에의 욕구, 자존감, 타인과 타 생명체에 대한 공감 능력이 결여된 소시오패스. 단정하게 깎은 손톱, 적당하게 거리를 두나 예의 바르기에 명랑하게 들리는 목소리, 예정된 출근 시간에서 어김없이 미리 나타나는 성실함 등으로 가리려해도, 주인공 '후루쿠라'는 '사람되기'를 배워야만 흉내낼 수 있는 제 3의 종처럼 느껴진다. 당최 호감이 안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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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작가가  일개 독자가 한국어로 쓴 리뷰를 읽을 리가 없겠지만, 어쩌면 작가는 '소시오패스' 운운하는 이런 평가에 이렇게 대꾸할지 모르겠다.  "보통 사람은 보통이 아닌 인간을 재판하는 게 취미예요 (146)." 『편의점 인간』에서 주인공 '후루쿠라'에게 기생 기생하는 사라하가 바로 그렇게 말했다.  '소시오패스' 운운하는 것이야말로, 자신을 보통 사람이라고 믿기에 그 범주 밖 타인을 재판하는 행위 아니냐는 작가의 반문이 들리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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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반문해본다. 자존감, 생의지를 중시하는 독자로서, '후루쿠라'를 참아낼 수 없는 이유가 얼마나 많은지. 비록 그것이 정화수처럼 맑은 정신에서 했던 자발적 선택일지라도 후루쿠라가 기꺼이 '편의점의 부속화' 되며 안도감을 느끼는 과정, 스스로를 편의점에서 폐기하는 "우묵캔(캔이 찌그러져서 판매 불가능한 캔 제품)" 이상으로 보지 않는 낮은 자존감,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기생충이 되는 게 용납되는 것(여성)에게 복수하기 위해 오기로라도 후루쿠라 자신에게 기생충이 되겠다"는 사라하에게 기꺼이 피를 빨려주는 어리숙함……. 뭐 하나 호감이 안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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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편의점 인간』을 통해 세상의 '정상인/비정상'인의 경계가 만들어지는 과정과 그 불합리함, '정상/비정상' 범주의 상대성 등을 꼬집고 싶었을 것이다. 소위 '루저 (loser)'들의 항변, 작은 저항을 이 소설을 통해 대신해주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단정적 어투로 '루저' 운운하는 독자야말로 작가가 『편의점 인간』에서 비꼬고 싶었던 '보통 사람'들일지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후루쿠라가 18년째 편의점 알바만 한다거나, 자기가 손수 만든 음식이라고는 먹어본 적 없이 편의점에서 진열된 음식만으로 삼시 세끼를 먹기 때문에 이렇게 그녀를 폄하하는 게 아니다. 자존감이나 생의지, 최소한의 종족본능의 욕구마저 찾아볼 수 없기에 측은해 하는 것이다. 읽고 나서도 참 찜찜한 소설이었다. 『편의점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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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목련 2017-08-17 16: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고나서도 찜찜한, 그런 기분을 지울 수 없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