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머릿속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 카이스트 김대식 교수의 말랑말랑 뇌과학
김대식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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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머릿속에선 무슨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카이스트 김대식 교수의 말랑말랑 뇌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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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적 과학 고등학교 시험까지 봤으나, "E = 1/2 * mv2" 공식도 간신히 기억해낼 정도로 "과학 까막눈"인 나로서는 주기적으로 "말랑말랑한" 과학책을 찾아 읽는다. 여기서 "말랑말랑"이란, 일반인인 나의 과학언어에 비하자면 절대우위에 있는 저자들의 과학지식의 정도를 감히 평가하려는 의도의 형용사가 아니다. 독자의 가독력, 즉 이해가능성을 의미한다. 나는 카이스트 정재승 교수나 필명 '하리하라'의 책처럼 읽으면서 이해할 수 있는 교양과학도서를 좋아한다. 『내 머릿속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의 부제가 "카이스트 김대식 교수의 말랑말랑 뇌과학"인지라 지나칠 수가 없었다. '말랑말랑'하다는데!
김대식 교수는 독일에서 뇌과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이후, MIT에서 박사후과정을 밟고 현재는 KAIST 전기및전자과 교수로 재직한다. 학자로서뿐 아니라, 대중적 과학 저술가로서 신문에 뇌과학 칼럼을 연재하거나 TV 토크쇼도 진행하고, <김대식의 빅퀘스천> 등의 책도 부지런히 펴내고 있다. 20170809_173917_resized.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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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머리가 나쁘면 고생할까," "우리는 좀 우울해질 필요가 있다?" "왜 '우리'는 '그들'을 싫어하는가?" "팔은 안으로 굽고, 생각도 안으로 굽는다?" 이런 물음에 호기심이 발동하지 않는 무딘 예비독자가 있을까? 김대식 교수는 지식인으로서 고도로 정제된 학문 어휘를 구사할 수 있음에도, 일반 대중에게 가깝게 다가가고자 도발적이고도 흥미로운 질문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내 머릿속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에는 이처럼 도발적인 질문 25개와 그 답의 실마리인 뇌과학 지식을 김대식 교수의 철학으로 잘 숙성시켜놓았다. '아, 쉽고 재밌네!'하며 술술 읽다가도 행간이 느껴질 때면 김대식 교수의 사고의 깊이가 인품까지 느끼게 되어 다시 앞 페이지로 돌아가 앞의 내용을 복습하게 되는 쉽지 않은 책이다. 그만큼 읽고나면, 단순히 뇌과학의 지식 외에도 사람과 사회를 보는 눈, 특히 세계화 시대에 한국 사회를 보는 눈이 날카롭게 다져짐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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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대학 신입생이나 사회 문제에 관심이 남다른 어른들에게 일순위로 권하고 싶은데, 이유는 다음과 같다. 『내 머릿속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는 뇌과학 교양 도서를 표방하지만, 그 기저에는 인간 본성에 대한 뇌과학자로서의 김대식 교수의 생각, 유럽 특히 전쟁을 도발했던 독일과 나치즘, 열강 사이에서 자칫 화를 입을 수 있는 대한민국의 미래에 대한 애국적 관심 등을 담고 있기에 사회적 이슈에 눈뜨게 해주기 때문이다. 특히 김대식 교수는 유난히 독일인의 이중성 (괴테를 배출한 국가라는 국민적 자부심을 가진 국가인 동시에 홀로코스트의 만행을 저지른), 1,2차 세계대전을 자주 언급한다. 또한 글로벌 시티즌으로서 해외 많은 나라를 다녀본 경험에서 우러나온 '세계 속 대한민국'을 무척 싸늘하게 비판한다. 미워서 욕하는 것이 아니라 애국심 때문에 '너희들, 직시해라! 정신차려라'의 따끔한 충고로서.
예를 들어, 핵미사일 도발에도 평화로울 수 있는 대한민국 사람들의 심리를 "긍정적 편향 optimal bias"의 예로 설명하면서 "호랑이에게 물려간 뒤에 정신 차려봤자 소용 없다!"는 경고도 잊지 않는다. 또한 대한 민국에서는 스티브 잡스 집단 숭배 현상이 일어나고 있지만, '가상 영웅'을 숭배해서는 진정 문제의 근본해결이 되지 않으며 여전히 대한민국은 '초보자'는 있을지언정 '달인'을 배출하지 못하는, 스티브 잡스를 김대리 최대리로 만들 나라라며 교육시스템과 사회제도의 근본적 개혁을 촉구한다. 한 번만 읽게 될 책이라 생각하고 집어 들었는데, 『내 머릿속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를 두 번 꼼꼼히 다시 읽어야겠다는 자극을 받는 이유이다. 이토록 뛰어난 지성이 간절한 호소로서 "호랑이에게 물려가지 전, 정신차리라"는데 내가 놓친 행간의 암호가 없나를 어찌 살펴보지 않으리. 부제와는 달리 결코 말랑말랑하지 않은 중요한 메시지를 전하는 책이니 놓치지 않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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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머릿속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에는 출판사 문학 동네 편집인들의 탁월한 미적 감각을 감탄하게 만드는 사진 자료가 가득하다. 사진을 오래 응시하기만 해도 놀라운 영감이나 창의적 질문이 튀어나올 것만 같은. 예비독자로서 상상해보시라. 눈동자 사진이나 자색양파 단면도는 무슨 메시지를 전하려 선택한 이미지인지? 『내 머릿속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는 결코 가볍지 않는 주제의 이야기를 상당한 양의 정보까지 담아 전하는 밀도 높은 책이지만 상큼한 편집과 독창적인 사진 덕분에 눈의 호강을 선사하며 친근하게 다가오는 뇌과학 교양도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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