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고양이 카페 - 손님은 고양이입니다
다카하시 유타 지음, 안소현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9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 매력에서 헤어나올 수 없을 것입니다.

심쿵하게 하는 고양이 세수.

찡긋거리는 눈웃음.

저 역시도 고양이의 매력에 흠뻑 빠진 1인이기에 고양이와 관련된 책이나 사진을 그냥 못 지나치곤 합니다.


이번에 읽게 된 책 역시도 '고양이'가 주인공인 듯 하였습니다.

그것도 섹시한 매력을 가진 '검은 고양이'.

그런데 이 고양이......

뭔가 심상치않았습니다.


손님이 고양이라는 이 카페.

그 속으로 들어가보았습니다.

검은 고양이 카페


지갑을 탈탈 털어보니 천 엔짜리 두 자아과 동전 몇 개가 떨어졌다. 짤랑, 짤랑 공허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 page 8

누구나 이름만 대면 아는 유명 출판사에 계약직 직원으로 일을 했던 '구루미'.

5년 동안 일했던 출판사가 어느 기업과 경영 통합을 하면서 '경영 합리화'라는 명분으로 정리해고를 당했습니다.

백수가 된 구루미.

오늘도 고용지원센터에도 가보고 인터넷 구인 광고도 샅샅이 살펴보는, 심지어는 구인 잡지까지 사서 꼼꼼히 들여다보닌 구직자입니다.


힘겨운 지금 이 순간.

구루미는 신에게 기대고 싶은 마음에 신사에 들어갑니다.

"일자리를 구하게 해주세요." - page 17

두 번 절하고 두 번 손뼉을 치고 두 번 또 절을 합니다.


냉혹한 현실에서 도피해 신가시가와 강을 하염없이 바라보던 그 때.

그곳과 어울리지 않는 물체가 구루미의 눈에 들어오게 됩니다.

그리고 들려오는 동물 울음소리.

"야옹."

검은 고양이가 택배 상자 안에 있는 것입니다.

그것도 강물에 휩쓸려가면서......


구해야겠다고 다짐한 구루미.

하필 후드득후드득 비가 내리기 시작합니다.

순식간에 비가 거세게 내리기 시작하면서 온몸이 젖어버린 그녀.

자신도 고양이를 구해줄 처지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몸은 고양이를 향해 가고 있었습니다.


고양이를 구해주고나니 어느새 비도 약하게 내리고 있었습니다.

이제 히카와 신사에 검은 고양이를 풀어놓아 평화롭게 지내길 빌어보려는 그때 등 뒤에서 상냥한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어머나 이런." - page 32


노부인은 <커피 구로키>를 운영하고 있는 주인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을 대신해 카페에 살면서 운영해줄 사람을 구하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구직 중이던 구루미.

드디어 운명의 일을 만나게 됩니다.

더불어 검은 고양이, 아니 자신이 '구로키 포'라며 잘생긴 남자가 점장인 카페에서 말입니다.


"용건이라기보다 부탁이 있어."

"부탁이요?"

구루미가 되묻자 구로키가 대답했다.

"나의 집사가 되어줘."

"......네?" - page 63


고양이의 말을 알아듣는 구루미.

그리고 사람으로 둔갑하는 검은 고양이 구로키.

그들이 운영하는 <커피 구로키>에 오는 손님들은 모두 고양이였습니다.

저마다의 사연을 가진 고양이와 그들의 이야기가 소설 속에 펼쳐져 있었습니다.


결국 서로를 믿게 된 이들이 모습은 가슴 뭉클하기까지 했습니다.

정리해고를 당해도 인생은 계속된다. 살아 있는 한 계속 도망칠 수만은 없다. 그렇다면 행복한 내일을 믿고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을 믿는 것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고양이 카페와 동료들을 미ㅣㄷ어보기로 했다.

"그래서 이거. 포한테 줄게."

빨간색 고양이 목걸이를 검은 고양이 앞에 내밀었다. 시간을 들여서 고르고 지갑 안에 들어 있는 돈을 고려해서 구입한 고양이 목걸이다.

하지만 포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빨간색 고양이 목걸이를 받으려고 하지 않았다. 가만히 앉아 있었다.

"왜 그래? 목걸이 안해?"

"구루미는 바보냥." - page 310


간만에 가슴 찡하면서도 따뜻한 소설을 읽었습니다.

구로키가 내려주는 커피 한 잔이 그리웠습니다.

나에겐 어떤 커피가 어울릴까......

커피향과 그들이 전하는 위로가 진하게 남는 책이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너무 재밌어서 잠 못 드는 황제의 세계사 잠 못 드는 시리즈
조지무쇼 엮음, 김정환 옮김, 모토무라 료지 감수 / 생각의길 / 2020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잠 못 드는' 시리즈 중 이번에 만나게 된 '세계사'.


그동안의 세계사의 경우는 시대별, 나라별로 바라보았기에 거대한 양에 쉽게 접근할 수 없었는데 이 책은 역사를 '황제'로 좁혀 그들의 생애로 세계사의 거대한 흐름을 보고 있었기에 새로웠습니다.

특히 책표지에서도 넌지시 질문을 던집니다.

세계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위대한 황제들,

역사에 만약은 없다지만

이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세계사는 어떻게 되었을까?


너무 재밌어서 잠 못 드는 황제의 세계사

 

​책장을 펼치면 우선 만나게 되는 황제.


 


너무나도 유명한 말이었습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함무라비 왕'.

이 문구는 함무라비 법전의 특징인 동해보복법의 원칙을 나타낸 것으로 가해자에게 피해자가 입은 위해와 같은 수준의 벌을 내림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이 말의 숨은 뜻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당시에는 누군가가 위해를 입었을 경우 그 보복이 당사자를 넘어서 가족 부족 간의 문제로까지 번지고는 했다. 함무라비 왕의 목적은 당사자들 사이에서 분쟁이 마무리되도록 함으로써 그러한 보복 싸움이 일어나지 않게하는 것이었다. - page 16

이 역시도 의미가 깊었지만 또 하나의 의미 역시도 그가 국가와 시대를 초월해 인정받을 수 밖에 없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가 통치하던 시대의 사회는 자유인과 노예로 구분되어 있었고 피해자의 신분이 낮을수록 죄가 가볍게 취급되었었습니다.

함무라비 왕은 왜 법전을 편찬했을까? 법전의 전문을 보면 '국토에 정의를 알리기 위해'라는 의도가 기재되어 있다. '정의'란 사회적으로 강한 위치에 있는 자가 과부나 여자아이 등 사회적 약자를 괴롭히지 못하도록 보호하는 것이다. 약자를 보호하기 위해, 사람들의 행복을 위해 국민들에게 규율과 분별 있는 행동을 의무화한 것이다. - page 17

국가의 영토를 넓히고 사람들의 생활을 풍요롭게 했으며 사회에 공정함을 되찾게 했던 '함무라비 왕'.

그의 정신은 국가와 시대를 뛰어넘는 진정한 '왕'의 모습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그리고 후세의 역사가로부터 '인류 역사상 가자아 행복했던 시대'로 칭송받으며 제국에 이익을 안겨준 이가 있었습니다.

'최고의 원수' 트라야누스 황제.

민중으로부터 환영을 받은 트라야누스는 말에서 내려 걸으면서 친한 사람들과 포옹을 나누는 겸허한 모습에 호감을 느끼게 하였습니다.

뿐만아니라 원로원 의원 중에서 이탈리아반도 출신자와 소아시아 출신자를 함께 집정관으로 임명하는 등, 로마의 전통적인 세력을 존중하면서 제국 통치에 새로운 힘이 될 인물도 등용하며 시대 분위기를 반영한 인사를 실시하였습니다.

그리하여 원로원과의 양호한 관계를 유지하며 조기에 안정된 정권을 확립할 수 있었습니다.

그가 '최고의 원수'라 불리게 된 이유.

그가 '최고'인 이유는 친정으로 획득한 전리품을 국가의 재정에 사용하고 공공사업 등으로 민중에게 이익을 가져다줬기 때문이다. 트라야누스 황제는 건축가인 아폴로 도로스를 중용해 저렴한 공공 목욕탕, 도서관 등을 갖춘 거대한 광장과 상업 센터 등을 수도에 건설했다. 또한 로마의 외항으로서 육각형의 항구를 건설하고 속주에는 퇴역 군인이 사는 도시를 만드는 등 제국 각지를 정비했다.

아울러 트라야누스 황제는 네르바 황제가 창설한 복지 제도인 '알리멘타'를 계승해 발전시켰다. 이는 토지 소유자에게 자금을 빌려주고 그 이자를 가난한 아이들의 양육 기금으로 삼는 제도로, 그후 200년이나 존속했다.

그 밖에도 가난한 사람들에게 생활필수품을 지급하는 등 수많은 시책을 펼쳤으며, 이러한 공로로 최고의 원수라는 찬사를 받은 것이다. - page 93

국민을 위하는 왕.

'최고'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인상적인 왕도 있었습니다.

'술레이만 1세'

수도이며 국제적인 상업 도시이기도 했던 이스탄불의 주민 중 40퍼센트가 크리스트교도와 유대교도였다는 사실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는 국내의 이민족과 이교도의 활동을 보호했습니다.

오스만 제국에서는 크리스트교 문화권에서 종종 발생한 유대인에 대한 대규모 박해가 없었으며, 튀르크인과 다른 피지배 민족의 충돌은 기본적으로 개인 사이의 대립에 국한되었다고 한다. 또한 제국 영내의 동방 정교회 신도는 민족을 불문하고 똑같이 대우함에 따라 그리스인이나 세르비아인, 불가리아인 등의 민족 간 대립이 진정되었다. - page 220

이처럼 국경이나 민족에 상관없이 인재를 활용함으로써 다문화가 공존하는 제국을 만든 그.

그의 정신은 후세까지도 이어졌습니다.

그 후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터키 공화국은 오스만 제국 시대의 영토를 대부분 잃었기는 하지만 공용어 표기에 알파벳을 채용하고 정교분리를 철저히 하는 등 서양 문화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발전을 이루었다. 이와 같은 외래문화 도입에 대한 유연한 자세는 술레이만 1세의 치세에 그 토양이 만들어졌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 page 222

그처럼 넓은 포용력.

현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필요한 자세가 아닐까 생각되었습니다.


시대를 초월해, 국경을 초월해 국민들에게 인정을 받는 왕들의 모습은 한결같았습니다.

국민을 위하는 지도자.

그 정신은 길이 이어질 것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장영실 - 이재운 역사소설
이재운 지음 / 시그널북스 / 2020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연기파 배우의 영화가 눈길을 끌었습니다.

최민식과 한석규 주연의 영화.

<천문 : 하늘에 묻는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왕 '세종대왕'과 조선 시대 최고의 과학자로 당시 '과학을 위해 태어난 인물'이라는 칭송까지 받은 '장영실'의 슴겨진 이야기가 담긴 영화라고 하였습니다.

밤하늘의 별처럼 눈부신 언론 극찬을 받고 있기에 조만간 보러갈 예정인 영화.


영화로 만나기 앞서 그들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책으로도 나와있었습니다.

감동은 영화로,

재미는 소설 '장영실'로

우선 장영실 그리고 세종대왕의 감동과 재미의 대서사시를 만나러 가 보았습니다.

장영실


개나리 꽃망울이 수줍게 눈을 뜨는 따스한 봄.

이른 아침부터 경상도 동래 마을은 새로운 소문이 돌기 시작합니다.

"아니 어떻게 키우려고 여자 혼자 몸으로 사내아이를 데리고 다닌담, 원." - page 6


동래현에 새 관기가 왔는데 사내아이 하나를 데리고 마을에 들어왔다는 것입니다.

동래현 관기 수란은 누가 물어도 아이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 그 이름이 장영실이라고만 말할 뿐 아이 아버지가 누구고, 어디서 왔는지도 일절 발설하지 않았다. 말투로 보아 개성에서 왔나 보다 하는 거지 그마저도 말하지 않았다. 동래현의 아전들이 현령 몰래 흘깃 본 자료에는 아산인이라고 적혀 있다는 말이 돌기도 했다.

수란은 누가 뭐라든 가부를 말하지 않고 소문이 커지든 줄어들든 내버려두었다. 개성인이든 아산인이든 그런 건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 아이 성은 장씨다, 이것만 말할 뿐이다. - page 8


마을 사람들은 영실이가 달갑지 않았습니다.

유독 장영실만은 관기의 아들이라 손가락질을 하는 등 어린 장영실도 느낄 정도로 뭐라고 쑥덕거립니다.

아무리 그래도 어머니 수란은 아무 말도 해주지 않았다. 아버지가 어떻게 되었는지 영실은 까마득히 잊고 말았다. 죽은 줄도 모른다. 왜 노비가 되었는지 그런 나라법에 대해서도 모른다.

영실은 동래에 정착한 지 몇 달이 지나면서 아버지에게 일어난 그 끔찍한 일은 잘 기억하지 못했다. 어머니는 그게 어떤 사건이었는지 잘 설명해주지도 않았다. 그게 힘든 일이고 어려운 일이라는 걸 어렴풋이 아는 장영실은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는 엄마에게 감히 꺼내지 못했다.

'다른 아이들에게는 모두 아버지가 있는데 우리 아버지는 어디 가셨을까?' - page 36


결국 아버지에 대해 알게된 장영실.

어머니께 효도하고 훌륭한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을 하며 열심히 글공부를 합니다.

그는 머리가 영리하고 성실한 탓에 하나를 알고 나면 다음 것까지 알아내곤 하였고 손재주도 뛰어났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분녀와 영실은 어두운 산길을 걸어 올라 밤하늘을 바라보게 됩니다.

"아, 밤하늘이 정말 예쁘다, 누이. 하늘이 이렇게 넓고 별이 이렇게 많다는 걸 나는 왜 이제껏 왜 모르고 있었을까?"

"그거야 네가 하늘을 자세히 올려다보지 않아서 그렇지. 별은 옛날부터 변함없이 이렇게 있었단다."

영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다시 별들을 보며 물었다.

"누이, 저 별들도 이름이 있을까?"

"그럼, 있겠지. 어딘가에는 영실이 별이나 내 별도 있을걸? 어른들이 그러더라. 자기 별이 따로 있다고." - page 56

저 별들을 보며 영실은 다짐하게 됩니다.

'나는 나중에 꼭 하늘을 연구해볼 테야. 별이 어떻게 움직이며 해와 달은 또 어떻게 움직이는지 알아내고 말 거야. 열심히 공부해서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비밀을 다 알아내야지.'

별들이 영실의 마음을 알았다는 듯 반짝반짝 빛을 내었다. - page 57


그 당시 관노의 자식은 열 살이 되면 관아에 들어가 일을 해야 했기에 영실 역시도 관아에 딸린 공방에 소속되어 잔심부름을 하며 지내게 됩니다.

그의 뛰어난 눈썰미와 손재주, 효심에 현령의 사랑을 받게 됩니다.

'장영실 이 아이는 분명 크게 될 인물이야. 하늘이 내린 재주가 아니고서야 어찌 저렇듯 영특할 수 있을까. 게다가 마음 됨됨이까지 올바르니 저 정도면 나라님의 일을 도와도 빠지지 않을 거야. 우리 고을에 영실이 같은 인재가 있다는 사실이 기쁘기만 하구나.' - page 88


천문에 관심이 많았던 세종.

"해마다 가뭄과 홍수로 농사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백성들에게 천문보다 더 귀중한 학문은 없을 것이오. 천문을 잘 이용하면 가뭄과 홍수에 지혜롭게 대처하여 백성들의 근심을 덜게 될 것이니, 이 얼마나 좋은 일이겠소." - page 92

그렇게 천문을 연구하는 데 기구를 잘 만들고 다룰 줄 아는 인재를 찾던 중 공조참판 이천이 세종에게 한 인물을 천거합니다.

그가 바로 장영실.

마침내 관노 신분에서 지존인 세종대왕에게 발탁되어 그와 함께 당시 최고 수준이라 할 수 있는 해시계와 물시계 등을 만들며 신생국 조선을 과학 선진국으로 우뚝 세우게 됩니다.


밤낮없이 기계를 깎고 시험해가면서 공을 세울수록 자신 하나만을 믿고 한양 땅까지 올라온 어머니, 언제나 숨 가쁘게 집안일을 해내는 아내에게 미안하기 그지 없었습니다.

 

 


누구보다도 세종의 큰 신임을 얻었던 그.

그런 그도 나이가 들어가면서 근력이 떨어지고 총기가 흐려지기 시작합니다.

그럼에도 세종의 간곡한 분부, 길이 역사에 남을 가자아 아름답고 훌륭한 연을 만들어 바치고자 합니다.

정성을 다해 연을 만들어 세종에게 가마에 올라보라고 말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글쎄, 별로 마음이 내키질 않는구려. 경이 만든 연이 마음에 안들어 그러는 것이 아니라 그저 기분이 좀 가라앉은 탓이니 걱정하지 마시오. 연은 아마 우리 세자가 살필 것이오. 요즘 과인은 국사에는 아주 손을 놓았소. 과인은 이천 행차 때 타기로 하겠소."

영실은 세종의 느릿느릿하고 힘없는 말투에 의아한 생각이 들었지만 말없이 절을 하고 물러 나왔다. - page 267


결국 그는 주상 전하의 연을 부실하게 만들었다는 죄로 잡히지만 세종의 자비로 장형을 당한 뒤 고향 아산으로 내려가 여생을 마치게 됩니다.

그 사건의 전모에 대해 듣게 되면서......

한참이 지나 그의 후견인을 자처해온 이천이 슬며시 귓속말로 저간의 사정을 전해주었다.

"장영실 대감, 주상 전하께서 자네에게 성심을 전하라더군."

"무슨 성심이 따로 있으리까, 대감."

"자네가 만든 연, 그거 명나라 황제의 연보다 더 화려하고 크고, 감히 발가락 다섯 개짜리 용까지 그려 넣었다며?"

"그렇습니다. 마땅히 주상 전하가 타실 어가인데 아무려면 신이 소홀히 만들었겠습니까. 각오한 일이었습니다."

"그게 문제였다네. 명나라 사신들이 마침 들어왔다가 함께 행차에 나서 따라갔는데, 그중에 누군가가 그걸 시비했다네. 명 황제에게 보고하겠다고 협박하는 걸 세자가 알아서 사태를 수습한 거라네. 일부러 연을 부수고 자네들에게 벌을 내림으로써 명나라와의 갈등을 자마재운 것이니 그리 알게나."

"다 짐작하고 저지른 일입니다." - page 281 ~ 282


그의 위대한 업적을 뒤로하고 『조선왕조실록』에 그와 관련 기록이 사라진 것은 어쩌면 자신의 아버지와도 비슷한 행보처럼 보였습니다.


장영실이 있었기에, 인재를 육성하는데 계급에 상관없이 후원을 했던 세종이 있었기에 우리의 과학 기술이 발전할 수 있었음을, 우리가 이처럼 살아갈 수 있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책을 읽고나니 더없이 영화가 보고 싶었습니다.

자신을 믿어준 세종을 위해, 백성을 위해 힘쓴 장영실.

당신이 있어서 고맙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헛어른
BOTA 지음 / 가나출판사 / 2019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목에서 공감이 되었습니다.

헛어른

 


어릴 땐 막연히 사회생활을 하게 될 즈음, 서른 즈음이 되면 멋진 커리우먼이 될꺼라 생각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누구의 눈치도 받지 않고 떳떳하게, 당당하게 살아갈 줄 알았습니다.


하! 지! 만!!

사회는 그리 호락호락한 세상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어릴 때 부모의 울타리가 더 든든하였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더 불안해지고 좋은 일보다는 이별에 익숙해져야 하는 것.

편하지도 않은 나이 서른.

그래서 그는 이렇게 노래했었나 봅니다.

조금씩 잊혀져 간다
머물러 있는 사랑인 줄 알았는데
또 하루 멀어져 간다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  -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 중에서


지금은 직장생활이 아닌 육아생활을 하고 있지만 저에게 뗄레야 뗄 수 없는 것 중 하나인 '커피'.

이에 대한 <커피 예찬> 이야기는 지금의 나에게도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하루의 시작을.

마치 진통제와도 같은.

내 영혼의 영양제, 커피.

또다시 그 향에 취해봅니다.

또 저의 최애가 나왔습니다.

<맥주의 힘>의 '맥주'.​


 

하루 일과를 마치고 냉장고 문을 열었을 때 나를 반기는 것.

​500mL의 작은 행복을 선사해주는 것.

짜릿짜릿한 탄산과 함께 시원하게 오늘의 피로를 날려주는 맥주.

딱 한 잔의, 아쉬운 듯 하지만 취기 전의 기분좋음.

캬~악!

투명한 황금빛이 또다시 눈앞에 아른거렸습니다.

적당히 살아간다는 것.

이게 그리도 어렵고 큰 욕심인걸까...... 


 


신년을 맞이하면서 지인들에게 안부 인사를 나누면서 많이 했던 말이었습니다.

"언제 한번 만나자!"

저도 '언제 한번'이 '오늘'이 되고 싶은 사람이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어른이라고, 어른이기에 '괜찮다'고 외쳤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더없이 불안하고 서툴고 어려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고 누군가에게 그 마음을 터놓기엔 그 사람에게도 짐이 될까, 내가 너무 부족할 것 같아 다시 가슴 속 깊이 묻어둡니다.

그런 이들을 위해 이 책이 있는 것 같습니다.

마음의 위로를 받고싶을 때, 내 마음 공감이 필요할 때 이 책을 꺼내 읽으며 오늘 하루도 힘내보는 건 어떨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올드 뉴욕
이디스 워튼 지음, 정유선 옮김 / 레인보우퍼블릭북스 / 2019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작가 '이디스 워튼'.

『순수의 시대』작품으로 여성 최초 퓰리처상을 수상할만큼 대단한 작가이지만 저와는 큰 인연이 없었습니다.


그러다 이번에 4편의 단편소설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있어서 읽게 되었습니다.

여성 특유의 섬세한 문장과 예리한 심리묘사를 특징으로 하였다는 그녀의 작품.

특히나 국내 최초로 번역된 작품이기에 기대가 되었습니다.

올드 뉴욕



우선 만나게 된 <헛된 기대>.

뉴욕 레이시 가문의 아들 루이스 레이스는 성년을 맞이하여 유럽에 여행을 가게 됩니다.

"자, 그랜드 투어(과거에 영국과 미국의 부유층 젊은이들이 교육의 일환으로 유럽 주요 도시들을 견학하던 여행 - 역자 주)를 위하여!" - page 10

아버지는 아들이 유럽 여행을 하면서 자신의 가문 대대로 물려줄 명화 갤러리를 위한 작품을 사오길 바라지만 제목처럼 그것은 '헛된 기대'가 되고 맙니다.

"제가 취향에서 혁명이 일어나고 있다고 넌지시 말씀드렸잖아요. 새로운 작가들이 떠오르고 있다고..., 기억하실 거예요."

"혁명! 새로운 이름들이라고! 누가 그런 말을 하니? 지난주 런던의 중개인들에게 편지를 받았다. 내가 그들을 너한테 특별히 추천했었지. 다름 아니라 올여름에 확실한 귀도 레니 작품 한 점이 시장에 나온다더구나."

"아, 그 중개인들요? 그들은 잘 몰라요!"

"그 중개인들이 모른다고? 그러면 너 말고 또 누가 안단 말이냐?" 레이시 씨는 핏기가 가신 얼굴로 비웃듯 물었다. - page 54

그렇게 그가 수집한 작품들은 아버지에게 온갖 냉대와 비난을 받게 됩니다.


세월이 흘러 아버지도, 루이스 레이스도 사망을 하게 됩니다.

그렇게 뉴욕에서 그토록 막강한 세력을 떨치던 레이시 가문도 그 명성이 조금씩 사라지게 됩니다.

그러나 그의 수집품은 재평가 받으면서 소설은 막을 내립니다.

그 젋은이가 대학을 갓 졸업하고 아주 젊었을 때 아버지가 옛 거장의 그림을 사 오라고 이탈리아로 보냈던 모양이야. 그가 이렇게 보기 드물고 믿기 힘든 수집품들을 가지고 돌아왔다는군. 그 나이의 젊은이가 그런 일을 할 수 있다니! 그런데 그의 아버지는 쓰레기들을 집으로 가져왔다고 상속권을 박탈했다나 봐. 그 젊은 친구와 아내 모두 아주 오래전에 세상을 떠났어. 그가 그런 그림들을 사들였다고 심하게 비웃음을 사는 바람에 그 부부는 멀리 떠나 깊은 시골에서 은둔자처럼 살았던 것 같아. - page 77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그 시대 뿐만아니라 지금의 우리 시대에서도 엿볼 수 있어서 아이러니하면서도 한편으론 이해가 되었습니다.


저에게 인상적이었던 작품 <노처녀>.

이 작품이 저에게는 그녀의 섬세하고 예리한 심리 표현을 엿볼 수 있었다고 생각되었습니다.

옛 뉴욕에서 성실하고 부유한 가문들 중 하나인 랄스턴 가문.

그 가문의 델리아는 사촌인 샬롯 로벨으로부터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넌 분별력을 되찾으려 노력해야 해, 샬롯. 결국 친자식들에게 우선권이 있는 거야."

"바로 그게 문제야." 샬롯은 델리아의 손목을 난폭하게 거머쥐었다. "어떻게 내 아이를 포기할 수 있겠어?"

"네..., 네 아이라고?" 델리아의 세계는 발밑에서 다시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 가엾은 말라깽이 아이들 중에 누가 네 아이라는 거나ㅣ, 샬롯?" 그녀는 참을성 있게 물었다.

샬롯은 그녀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 내 아이를 내 아이라고 부르는 거야." - page 98

알고보니 샬롯은 몰래 아기를 낳았었고 그 아이를 아동 보호소에서 다른 아이들과 함께 돌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모든 일의 발단엔 그녀 델리아도 연관이 되었습니다.

어디로 가야할지 이 비극적인 분위기에서 벗어나고 싶지만 그럴수록 더 깊이 빠져들게 되는 그녀.

샬롯 로벨은 이 모든 것을 인지하고 받아들였다. 그녀는 델리아와 단둘이 나눈 대화를 통해 자격 없는 죄인에게 내려지는 자비와 긴 목록에 또 하나의 자비가 보태지는 것으로 이 상황을 받아들였다. 그녀의 이 한마디는 모든 것을 받아들였다는 단서가 되었다. "이제 그 아이는 적어도 진실을 의심하지는 않을 거야." 샬롯에게는 자기 자식이 둘 사이의 연결성을 알아채지 못하게 하는 것이 삶의 주된 목적이었다.

하지만 델리아의 주된 목적은 티나를 눈으로 보는 것이었다. 인생 전체가 자신을 피해간 행복의 희미한 그림자로 물들고 채워진 중년 여인은 자신에게 찾아온 더없는 행복의 빛줄기에 눈이 부셨다. 이따금 티나의 변화하는 얼굴을 볼 때는 마치 자신의 피가 그 아이 얼굴에서 고동치는 것처럼 느껴졌다. 고동치는 그 흐름을 부추기는 모든 생각과 감정을 읽을 수 있을 것만 같앗다. 티나의 사랑은 환희와 우울감, 겸손과 자기비하가 요동치는 폭풍과 같았다. 델리아는 억눌렸던 젊은 시절 자신의 꾸밈없는 솔직함, 모든 희망과 열망, 상상이 자기 앞에 펼쳐지는 것이 보였다. - page 168

이 소설을 읽다보니 이 노래가사가 떠올랐습니다.

요즘 따라 내꺼인 듯 내꺼 아닌 내꺼 같은 너
니꺼인 듯 니꺼 아닌 니꺼 같은 나
이게 무슨 사이인 건지 사실 헷갈려 무뚝뚝하게 굴지마 - 소유, 정기고의 <썸> 중에서

자신의 아이를 그저 바라볼 수 밖에 없었던, 그래도 자신이 '엄마'라는 것을 마음 속으로만 외쳤던 샬롯.

그 모든 상황을 바라보고 감내해야하는 델리아.

누구를 비난할 수 있을까......


그리고 남은 2편의 단편소설은 '불륜'과 관련된 이야기였습니다.

<새해 첫날>에서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당신은 비탄과 고독 속에서 당신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 얼마나 힘들지 아직 깨닫지 못하고 있소. 난 그런 것에서 당신을 지켜주고 싶었소. 나와 결혼해달라고 한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오." 그는 일어서서 마치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을 보고 흡족해하는 듯한 미소를 지었다.

"불행히 여성의 평판을 더럽힌 남자는 명예를 잃게 될까 봐 전전긍긍하기 마련이오. 비록 내 성향이 그렇진 않았더라도, 난 그런 고민도 해야..." - page 311

사회적 '평판'을 중요시 여기는 그 시대 상류사회의 부조리함과 위선.

하지만 그들 역시도 그 끝은......

삶은 그 잔해뿐만 아니라 위업보다도 웃자라서 모든 것을 뒤덮기 마련이다. 그토록 느릿느릿 나아가는 사회에서 딜레인 가족의 위기는 생각보다 더 짧은 시간 안에 파묻혔고 사람들의 기억에 잊혔다. - page 235 ~ 236


4편의 소설은 짧지만 긴 울림을 전해주었습니다.

저마다 다른 상류계층을 보여주었지만 그들의 최후는 닮아있었습니다.

화려함과 우아함이라는 가면 아래에 가려진 모습이, 사회 평판을 유지하기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의 발버둥이.

그렇게 사는 삶이 과연 진정한 삶인지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에 잠기게 하는 작품이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