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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실 - 이재운 역사소설
이재운 지음 / 시그널북스 / 2020년 1월
평점 :
연기파 배우의 영화가 눈길을 끌었습니다.
최민식과 한석규 주연의 영화.
<천문 : 하늘에 묻는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왕 '세종대왕'과 조선 시대 최고의 과학자로 당시 '과학을 위해 태어난 인물'이라는 칭송까지 받은 '장영실'의 슴겨진 이야기가 담긴 영화라고 하였습니다.
밤하늘의 별처럼 눈부신 언론 극찬을 받고 있기에 조만간 보러갈 예정인 영화.
영화로 만나기 앞서 그들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책으로도 나와있었습니다.
감동은 영화로,
재미는 소설 '장영실'로
우선 장영실 그리고 세종대왕의 감동과 재미의 대서사시를 만나러 가 보았습니다.
『장영실』
개나리 꽃망울이 수줍게 눈을 뜨는 따스한 봄.
이른 아침부터 경상도 동래 마을은 새로운 소문이 돌기 시작합니다.
"아니 어떻게 키우려고 여자 혼자 몸으로 사내아이를 데리고 다닌담, 원." - page 6
동래현에 새 관기가 왔는데 사내아이 하나를 데리고 마을에 들어왔다는 것입니다.
동래현 관기 수란은 누가 물어도 아이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 그 이름이 장영실이라고만 말할 뿐 아이 아버지가 누구고, 어디서 왔는지도 일절 발설하지 않았다. 말투로 보아 개성에서 왔나 보다 하는 거지 그마저도 말하지 않았다. 동래현의 아전들이 현령 몰래 흘깃 본 자료에는 아산인이라고 적혀 있다는 말이 돌기도 했다.
수란은 누가 뭐라든 가부를 말하지 않고 소문이 커지든 줄어들든 내버려두었다. 개성인이든 아산인이든 그런 건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 아이 성은 장씨다, 이것만 말할 뿐이다. - page 8
마을 사람들은 영실이가 달갑지 않았습니다.
유독 장영실만은 관기의 아들이라 손가락질을 하는 등 어린 장영실도 느낄 정도로 뭐라고 쑥덕거립니다.
아무리 그래도 어머니 수란은 아무 말도 해주지 않았다. 아버지가 어떻게 되었는지 영실은 까마득히 잊고 말았다. 죽은 줄도 모른다. 왜 노비가 되었는지 그런 나라법에 대해서도 모른다.
영실은 동래에 정착한 지 몇 달이 지나면서 아버지에게 일어난 그 끔찍한 일은 잘 기억하지 못했다. 어머니는 그게 어떤 사건이었는지 잘 설명해주지도 않았다. 그게 힘든 일이고 어려운 일이라는 걸 어렴풋이 아는 장영실은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는 엄마에게 감히 꺼내지 못했다.
'다른 아이들에게는 모두 아버지가 있는데 우리 아버지는 어디 가셨을까?' - page 36
결국 아버지에 대해 알게된 장영실.
어머니께 효도하고 훌륭한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을 하며 열심히 글공부를 합니다.
그는 머리가 영리하고 성실한 탓에 하나를 알고 나면 다음 것까지 알아내곤 하였고 손재주도 뛰어났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분녀와 영실은 어두운 산길을 걸어 올라 밤하늘을 바라보게 됩니다.
"아, 밤하늘이 정말 예쁘다, 누이. 하늘이 이렇게 넓고 별이 이렇게 많다는 걸 나는 왜 이제껏 왜 모르고 있었을까?"
"그거야 네가 하늘을 자세히 올려다보지 않아서 그렇지. 별은 옛날부터 변함없이 이렇게 있었단다."
영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다시 별들을 보며 물었다.
"누이, 저 별들도 이름이 있을까?"
"그럼, 있겠지. 어딘가에는 영실이 별이나 내 별도 있을걸? 어른들이 그러더라. 자기 별이 따로 있다고." - page 56
저 별들을 보며 영실은 다짐하게 됩니다.
'나는 나중에 꼭 하늘을 연구해볼 테야. 별이 어떻게 움직이며 해와 달은 또 어떻게 움직이는지 알아내고 말 거야. 열심히 공부해서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비밀을 다 알아내야지.'
별들이 영실의 마음을 알았다는 듯 반짝반짝 빛을 내었다. - page 57
그 당시 관노의 자식은 열 살이 되면 관아에 들어가 일을 해야 했기에 영실 역시도 관아에 딸린 공방에 소속되어 잔심부름을 하며 지내게 됩니다.
그의 뛰어난 눈썰미와 손재주, 효심에 현령의 사랑을 받게 됩니다.
'장영실 이 아이는 분명 크게 될 인물이야. 하늘이 내린 재주가 아니고서야 어찌 저렇듯 영특할 수 있을까. 게다가 마음 됨됨이까지 올바르니 저 정도면 나라님의 일을 도와도 빠지지 않을 거야. 우리 고을에 영실이 같은 인재가 있다는 사실이 기쁘기만 하구나.' - page 88
천문에 관심이 많았던 세종.
"해마다 가뭄과 홍수로 농사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백성들에게 천문보다 더 귀중한 학문은 없을 것이오. 천문을 잘 이용하면 가뭄과 홍수에 지혜롭게 대처하여 백성들의 근심을 덜게 될 것이니, 이 얼마나 좋은 일이겠소." - page 92
그렇게 천문을 연구하는 데 기구를 잘 만들고 다룰 줄 아는 인재를 찾던 중 공조참판 이천이 세종에게 한 인물을 천거합니다.
그가 바로 장영실.
마침내 관노 신분에서 지존인 세종대왕에게 발탁되어 그와 함께 당시 최고 수준이라 할 수 있는 해시계와 물시계 등을 만들며 신생국 조선을 과학 선진국으로 우뚝 세우게 됩니다.
밤낮없이 기계를 깎고 시험해가면서 공을 세울수록 자신 하나만을 믿고 한양 땅까지 올라온 어머니, 언제나 숨 가쁘게 집안일을 해내는 아내에게 미안하기 그지 없었습니다.
누구보다도 세종의 큰 신임을 얻었던 그.
그런 그도 나이가 들어가면서 근력이 떨어지고 총기가 흐려지기 시작합니다.
그럼에도 세종의 간곡한 분부, 길이 역사에 남을 가자아 아름답고 훌륭한 연을 만들어 바치고자 합니다.
정성을 다해 연을 만들어 세종에게 가마에 올라보라고 말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글쎄, 별로 마음이 내키질 않는구려. 경이 만든 연이 마음에 안들어 그러는 것이 아니라 그저 기분이 좀 가라앉은 탓이니 걱정하지 마시오. 연은 아마 우리 세자가 살필 것이오. 요즘 과인은 국사에는 아주 손을 놓았소. 과인은 이천 행차 때 타기로 하겠소."
영실은 세종의 느릿느릿하고 힘없는 말투에 의아한 생각이 들었지만 말없이 절을 하고 물러 나왔다. - page 267
결국 그는 주상 전하의 연을 부실하게 만들었다는 죄로 잡히지만 세종의 자비로 장형을 당한 뒤 고향 아산으로 내려가 여생을 마치게 됩니다.
그 사건의 전모에 대해 듣게 되면서......
한참이 지나 그의 후견인을 자처해온 이천이 슬며시 귓속말로 저간의 사정을 전해주었다.
"장영실 대감, 주상 전하께서 자네에게 성심을 전하라더군."
"무슨 성심이 따로 있으리까, 대감."
"자네가 만든 연, 그거 명나라 황제의 연보다 더 화려하고 크고, 감히 발가락 다섯 개짜리 용까지 그려 넣었다며?"
"그렇습니다. 마땅히 주상 전하가 타실 어가인데 아무려면 신이 소홀히 만들었겠습니까. 각오한 일이었습니다."
"그게 문제였다네. 명나라 사신들이 마침 들어왔다가 함께 행차에 나서 따라갔는데, 그중에 누군가가 그걸 시비했다네. 명 황제에게 보고하겠다고 협박하는 걸 세자가 알아서 사태를 수습한 거라네. 일부러 연을 부수고 자네들에게 벌을 내림으로써 명나라와의 갈등을 자마재운 것이니 그리 알게나."
"다 짐작하고 저지른 일입니다." - page 281 ~ 282
그의 위대한 업적을 뒤로하고 『조선왕조실록』에 그와 관련 기록이 사라진 것은 어쩌면 자신의 아버지와도 비슷한 행보처럼 보였습니다.
장영실이 있었기에, 인재를 육성하는데 계급에 상관없이 후원을 했던 세종이 있었기에 우리의 과학 기술이 발전할 수 있었음을, 우리가 이처럼 살아갈 수 있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책을 읽고나니 더없이 영화가 보고 싶었습니다.
자신을 믿어준 세종을 위해, 백성을 위해 힘쓴 장영실.
당신이 있어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