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마 펭귄클래식 156
제인 오스틴 지음, 류경희 옮김, 피오나 스태퍼드 해설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 2019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인 오스틴'

저에게 그녀는 『오만과 편견』을 통해 인연을 쌓았습니다.

"오만은, 내가 보기에는 가장 흔한 결함이야." 메리가 자신의 깊은 사고력을 뽐내며 말했다. "내가 지금까지 읽는 것, 인간 본성은 오만에 기울어지기 쉽다는 것, 실재건 상상이건 자신이 지닌 이런저런 자질에 대해 자만심을 품고 있지 않은 사람은 우리들 가운데 거의 없다는 것이 확실해. 허영과 오만은 종종 동의어로 쓰이긴 하지만 그 뜻이 달라. 허영심이 강하지 않더라도 오만할 수 있지. 오만은 우리 스스로 우리를 어떻게 생각하느냐와 더 관련이 있고, 허영은 다른 사람들이 우리를 어떻게 생각해 주었으면 하는 것과 더 관계되거든."

 - 『오만과 편견』, 제인 오스틴, 민음사, page 31

엘리자베스와 다시의 로맨스가 인상적이었던, 다시 말하면 당당한 모습을 비추던 엘리자베스를 통해 짜릿한 쾌감을 느꼈기에 이 작품을 가끔씩 꺼내읽곤 합니다.


그런 그녀의 또 다른 작품을 이번에 알게 되었습니다.

특히나 이 작품은 인간 심리 묘사가 가자아 뛰어난 로맨스 소설이라는 점에서 또다시 그녀가 그려낼 그녀가 궁금하였습니다.

에마


예쁘고 똑똑하고 부유한 데다 안락한 가정에 명랑한 기질까지 갖춘 에마 우드하우스는 삶에 필요한 최상의 축복을 한 몸에 타고 난 사람 같았다. 그녀는 실제로 자신을 괴롭히거나 성가시게 하는 일은 거의 겪지 않고 스물한 해를 보냈다. - page 9


자애롭고 너그러운 아버지의 두 딸 중 막내로 언니의 결혼으로 꽤 이른 나이부터 집안의 안주인 노릇을 했던 에마.

그런 우드하우스 씨 집에는 16년을 함께 산 가정교사라기보다는 친구같은 테일러 선생님이 있었습니다.

테일러 선생님의 결혼으로 그녀는 난생처음 친구를 잃는다는 슬픔을 느끼게 됩니다.

결혼식은 친구처럼 지낸 선생님에게 온갖 행복을 약속했다. 웨스턴 씨는 나무랄 데 없는 성품에 넉넉한 재산, 적당한 나이, 싹싹한 매너를 겸비한 신랑감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자신이 얼마나 사심 없이 너그러운 우정으로 늘 이 결혼을 바랐고 권장해 왔는지를 생각하면 조금은 뿌듯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래도 침울한 오전 행사였다. 앞으로 테일러 선생님의 부재가 매일같이 뼈저리게 느껴지겠지. - page 10 ~ 11


그러다 그녀는 가난하고 사생아이지만 예쁜 아가씨 '해리엇 스미스'를 만나게 됩니다.

해리엇과 친구가 되어 그녀에게 좋은 짝을 연결시켜주려 합니다.

'신중해, 너무 신중해.' 에마는 속으로 생각했다. '그저 몇 인치씩만 앞으로 나가잖아. 이 사람은 스스로 확신이 들기 전까지는 전혀 모험을 하지 않을 모양이야.'

하지만 비록 모든 일이 그녀의 영리한 계략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하더라도, 그녀는 이 계획이 두 사람 모두에게 큰 기쁨을 주는 계기가 될 것이며, 틀림없이 앞으로 일어날 대단한 사건으로 두 사람을 인도할 것이라는 생각에 마음이 뿌듯해졌다. - page 128 ~ 129


남녀간의 문제는 두 사람이 더 잘 알겠지요.

옆에서 다른 이가 부추긴다고 안 될 일이 되는 것도 아닌 것임을 소설 속 에마를 통해서 엿볼 수 있었습니다.


이번 소설에서의 '에마' 역시도 당당한 여성의 모습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해리엇, 나는 한 여자가 한 남자를 받아들여야 할지 말지 확신이 안 설 때에는 마땅히 그를 거절해야 한다는 것을 일반적인 원칙으로 삼는 사람이야. '그래요, 받아들이겠어요.'라는 대답을 망설이는 여자라면 마땅히 노골적으로 '싫어요.'라고 말해야 해. 반신반의하는 미심쩍은 감정 상태로 결혼에 뛰어드는 것은 안전하지 못해. 이 정도 얘기는 해주는 것이, 친구로서 그리고 너보다 나이 많은 언니로서 의무라고 생각해. 하지만 내가 네게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어 한다고는 생각하지 마."

...

어느 쪽으로든 네게 조언하는 일은 절대 없을 거냐."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에마가 말했다. "네 행복은 틀림없이 네 자신이 가장 잘 판단할 테니까. 마틴 씨가 누구보다도 더 좋다거나, 네가 그동안 알았던 남자들 중에서 가자아 마음에 든다거나 하면 망설일 까닭이 뭐가 있니? 얼굴을 붉히네, 해리엇. 혹시 지금 이 순간 내가 규정한 범주에 드는 사람이 떠오르기라도 하는 거야? 해리엇, 너 자신을 속이지 마. 고마운 마음이나 동정심 때문에 회피를 하지는 마. 지금 누구를 생각하고 있니?" - page 75 ~ 76


철없는 한 아가씨가 친구 해리엇에게 '결혼'을 주선해주면서 자신의 언행이 오만이자 독선이었음을 깨닫고 점점 자신 역시도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끼면서 성숙해지는 과정을 그린 이 소설, 『에마』.

읽으면서 왜 『데미안』과 오버랩이 되는지......

아마도 소설 속 인물이 자기기만에서 벗어나 스스로의 감정을 마주하는 과정에서의 공통점이 발견되어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자신이라는 알.

그 알을 깨고 나왔을 때 비로소 성숙해진 자신을, 자신의 내면을 만날 수 있음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레이스 켈리와 유럽 모나코 왕국 이야기 - 안드레아 왕자, 몬테카를로, 지중해의 햇살을 품은 꼭 가고싶은 나라
유은유.정은우 지음 / 아이네아스 / 2019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유럽의 프랑스 남동부 지중해에 위치한 나라 '모나코'.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부드럽고 따뜻한 지중해성 기후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작은 나라이자 사람들에게 그녀로 하여금 유명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레이스 켈리'.


사실 그녀에 대해 잘 몰랐습니다.

알고보니  '마릴린 먼로와 쌍벽을 이루었던 할리우드 스타였다고 합니다.

그런 그녀가 한 나라의 '왕비'가 되기까지.

그리고 '모나코'라는 나라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이 책을 읽었습니다.

그레이스 켈리와 유럽 모나코 왕국 이야기

 

​이미 이 책은 2014년에 초판이 출간되었고 이번에 개정판이 나왔다고 합니다.

특히 필라델피아의 평범한 소녀가 전세계 여성의 아이콘이 되기까지 '그레이스 켈리'의 이야기를, 그녀가 평생을 바친 모나코라는 나라에 대한 역사지식과 여행정보를 담고 있는 국내 최초의 책이라는 점에서 모든 사람들이 한 번은 읽어보아야할 책임은 분명하였습니다.


넉넉한 가정환경에서 남부럽지 않은 지원을 받으며 연기자의 꿈을 키웠던 그레이스.

하지만 프로 연기자가 되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배우가 되겠다고 했을 땐 집안의 반대를 꺾고 이루어진 것이기에 경제적 어려움으로 아르바이트를 하지만 이것이 오히려 연기자의 꿈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질 수 있도록 도와주게 됩니다.


평범한 학생으로서 유명세를 얻게 되면 그 뒤를 따라오는 '타인의 질투'.

하지만 그녀는 결코 포기하지 않습니다.

자신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외모와 관계된 지적들은 할 수 없는 것이었지만, 부족한 발성과 콧소리 등의 문제는 연습으로 극복하여 미국 동부 영어에 영국식 억양을 더한 그레이스 특유의 도도한 말투를 완성시키기도 합니다.

그런 피나는 연습과 노력 덕분이었을까.

이런 선입견은 확실히 주연급 배우로 성자아하는데 걸림돌이 되었지만, 작은 역할에도 사력을 다하는 그레이스의 모습은 마침내 남성 영화관계자들의 인식을 바꾸어놓게 된다. 일례로 중년배우로 입지가 높던 개리 쿠퍼는 "그레이스에게는 본연의 매력이 있다"는 말을 하기도 하였는데 이것은 할리우드가 그레이스를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보고 있음을 드러내는 증거이기도 했다. - page 45


마침내 그녀는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하고 여배우로써 정점을 찍게 됩니다.


 


그런 그녀에게 돌발 상황이 발생하게 됩니다.

칸에서 머지않은 지중해의 작은 왕국 모나코의 국왕 레니에 3세가 그레이스 일행을 왕궁에 초대합니다.

사실 그녀는 모나코에 크게 끌릴 이유도 없었지만 인연이었을까.

몇 해 전 그녀가 보고 싶다던 왕궁의 정원을 보게 되고 레니에와 어떤 깊은 교감이 이뤄질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음에도 그의 유창한 영어 실력에 놀라게 됩니다.

이윽고 남자로서의 레니에가 어땠느냐는 일행의 질문에 그녀는 이렇게 답을 합니다.

"꽤나 매력적인 남자 같아요." - page 76


그렇게 이 둘은 평생 딱 한 번, 그것도 한 시간 남짓 만남으로 스물여섯의 아카데미상을 거머쥔 할리우드 최고의 여배우이자 그레이스 패트리시아 켈리라고 불리던 여성은 모나코의 왕비로 알려지게 됩니다.


그녀는 평생 배우로서의 커리어만을 생각하며 살았기에 왕비의 역할에는 그야말로 '초짜'였습니다.

또한 그녀는 모나코와 아무런 관계가 없는 외국인 며느리였고, 귀족혈통과 아무런 관계가 없는 철저한 평민출신이었기에 모두가 그녀를 인정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마냥 좌절하고 있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그녀는 조금씩 '왕비'로써의 면모를 갖추게 됩니다.

일례로 20세기 초 모나코의 부활을 이끌었던 앨리스 하이너와 같은 왕비도 불과 13년 만에 모나코를 떠났다. 반면 20년이 넘게 왕실의 일원으로 살면서 왕자와 공주를 낳아 기르고, 모나코의 복지와 여성의 정치권을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한 그레이스의 공로는 눈에 잘 띄지는 않았을지언정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무형의 가치가 있었다. 무엇보다 그녀가 오랜 세월 왕비 역할을 수행했다는 사실 자체가 모나코 왕실이 과거의 분란과 불안정을 벗어나 안정을 회복했다는 증거였다. 그레이스는 과거 왕비였던 앨리스 하이너처럼 새롭고 도전적인 프로젝트를 주도할 권한을 많이 부여받지는 못했지만, 벨 에포크 시대에 지어진 모나코 건축물들의 보존 사업과 같은 관리자로서의 역할은 그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수행하였다. 이렇듯 레니에 3세의 도전적인 프로젝트들은 왕비 그레이스의 관리자형 리더쉽과 결합하면서 모나코가 확실한 부자나라로 자리매김 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수행하였다. - page 232


하지만 그녀는 안타깝게도 막내 스테파니 공주와 함께 모나코 근교 변장에서 왕궁으로 돌아오던 중 교통사고로 심각한 뇌손상을 입고 사망하게 됩니다.


그리고 후반에는 모나코에서 꼭 가봐야 할 BEST 10이 소개되어 있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퐁베이유 조경공원과 왕비 그레이스 장미원>은 언젠가 꼭 가 보고 싶었습니다.

자아미원에 서 있는 왕비 그레이스 켈리 상.

각종 장미가 국민들이 사랑한 왕비 그레이스 켈리를 추모하고 있다고 하니 그 곳에 서서 이 책을 다시 한 번 읽어보고 싶었습니다.


에필로그에는 영화 <그레이스 오브 모나코Grace of Monaco (2014)>에 대해, 그리고 그레이스 켈리, 모나코에 대한 질문 & 답변도 수록되어 있었기에 혹시나 책을 읽으면서 궁금했던 질문에 대해서 그 답을 찾을 수도 있었습니다.


평범했던 한 소녀가 왕국 절반의 무게를 짊어져 살아간 이야기.

감동 뒤 진한 여운이 남았습니다.

책을 읽고나니 영화 <그레이스 오브 모나코Grace of Monaco  (2014)>가 보고 싶었습니다.

왠지 보면 그녀가 그리워 눈물이 흘를 것만 같았습니다.

그녀의 노력과 희생.

정말로 존경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중국 5대 소설 수호전·금병매·홍루몽 편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이나미 리쓰코 지음, 장원철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9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중국 소설이라하면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삼국지』와 『서유기』, 『수호전』.

익히 들어는 보았지만 막상 읽어보지는 못했습니다.

그 방대한 스케일과 많은 등장인물.

선뜻 다가설 수 없었습니다.


그러다 이 책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용기를 내서 읽게 된 이유는 한 권으로 중국 5대 소설의 방대한 세계에 입문할 수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이를 계기로 언젠간 그 세계 속으로의 여행을 꿈꾸며 읽어보았습니다.

중국 5대 소설 수호전. 금병매. 홍루몽 편


이 책에선 소설을 단편적으로 만나는 것이 아닌 그 소설의 의미를 해석하는 쪽에 가까웠습니다.

그래서 한 마디로 정의해보면 '입문서' 혹은 '해설서'로 받아들이면 될 것 같습니다.


첫 등장은 108명의 호걸을 상호 유기적으로 연결하며, '염주 알처럼 많은 인물을 한 줄로 늘어세우는' 형식으로 차례차례 등장시키면서 긴밀한 서사 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수호전』이었습니다.

특히나 『수호전』에서는 여성에 대해 대체로 혐오의 양상으로 그려내고 있었기에 '여성적인 것'은 모름지기 '악'이며, 배제되어 마땅하다는 윤리감이 존재하기에 조금은 읽기가 껄끄럽게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이와 정반대로 신흥 졸부 상인으로 욕망의 화신이라 할 서문경을 둘러싸고 끊임없이 '악녀'가 등장해 욕망과 에로스에 광분하는 세계를 묘사한 『금병매』가 있기에 이 둘을 비교하면서 읽는 재미가 쏠쏠할 수 있음을 일러 주었습니다.

『금병매』의 첫머리에는 『수호전』의 무송을 주인공으로 하는 이른바 '무십회'의 전반부가 거의 그대로 재현되기 때문에 『수호전』의 연장으로 친숙히 읽어내려갈 수 있으면서도 은근슬쩍 세세한 부분에서 조금씩 갈림길을 마주하게 되어 나중엔 자신만의 획기적인 노선을 걸으며 등장인물 상호 간의 관계성은 한층 더 치밀하게, 그러면서도 복합적으로 묘사함으로써 앞서 '설화'에서 '소설'로의 환골탈태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의『홍루몽』.

이 역시도 『금병매』에서 착상을 가져오면서도 이제는 '설화'로부터 완전히 탈피하여 작자가 명징한 방법적 의식을 가지고 창작해낸 '소설'로의 면모를 띄게 됩니다.

특히나 『홍루몽』에 대해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홍루몽』의 최대 특징은 문장의 표현 밀도가 지금껏 읽어왔던 네 작품에 비해 월등하게 높다는 점이다. '줄거리'만을 좇아 대충 넘겨가는 식으로는 도저히 읽어낼 수 없는, 주도면밀하게 쌓아올리고 잘 버무려서 다듬어놓은 치밀한 어조는 독자를 작품의 서사 세계로 강하게 끌어당기는 엄청난 자력을 지니고 있어서 명실상부하게 중국 백화 장편소설의 최고 걸작이라 불릴 만한 작품이라고 하겠다.

...

『홍루몽』은 조금 과장을 섞어 말하자면 이 작품을 읽지 않고는 중국 소설을 논하지 말아야 하며, 더 나아가 중국 문화를 이야기하지 말라고 할 정도로 중요한 작품으로서 어쨌든 간에 무류무비할 정도로 재미있는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 page 399 ~ 400

그렇기에 다른 책들보다 더 『홍루몽』소설은 꼭 읽어보고 싶었습니다.


이 소설들은 서로 연결고리를 가지고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하나의 소설을 읽고 난 뒤 또다시 펼쳐질 다른 서사에 기대와 재미를 더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이번에 다시 중국 5대 소설을 읽게 된다면 그 흐름에 맞추어 읽어보려합니다.

앞서 나왔던 이야기가 다음 소설에서 더 확장되어 또 하나의 세계와의 만남.

다 읽고나면 진정 '중국'이란 나라를 이해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캐피탈
존 란체스터 지음, 이순미 옮김 / 서울문화사 / 2019년 11월
평점 :
절판


금융위기, 부동산 가격, 돈 등.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도 맞닥뜨릴 수 있는 문제들입니다.


특히나 천정부지로 오르기만하는 부동산 가격.

이미 한 차례 IMF를 겪은 금융위기.

그리고 뗄레야 뗄 수 없는 돈까지......


이 모든 것을 한 소설을 통해서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그것도 영국의 경제 중심지인 런던을 배경으로 평화롭던 런던 부자 동네 사람들에게 일어나는 끔찍하고도 잔혹한 그들의 모습.


"우리는 당신이 가진 것을 원한다."


캐피탈

 


피프스 로드.

이곳은 언제부터 경제적으로 부유해지기 시작했는지는 콕 집어 말할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영국 경제의 부흥에 발맞춰 동반 성장하였고 마법에 걸린 것마냥 그곳의 집들이 수백만 파운드로 가격이 껑충 뛰면서 주민들이 모두 부자가 됩니다.


피프스 로드에 집을 소유하고 있다는 것은 돈을 딸 확률이 확실한 카지노에 있다는 것과 같았다. 이미 그곳에 살고 있다면 부자였고, 그곳으로 이사하려면 부유한 사람이어야 했다. 역사상 처음으로 그것은 현실이 되었다. 영국은 가진 자와 못 가진 자로 양분되는 나라가 돼 버렸고, 피프스 로드에 사는 사람들은 단지 그곳에 살고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이미 가진 자가 돼 있었다. 그리고 늦여름날 아침 한 젊은이는 가진 자들로 가득한 이 거리를 찍으면서 걸어 다니고 있었다. - page 12 ~ 13


여느 때처럼 평화롭게 지내던 피프스 로드의 사람들에게 한 장의 엽서가 옵니다.

엽서를 뒤집어 보았지만 뒷면에는 아무런 서명도 없이 '우리는 당신이 가진 것을 원한다'고 타이핑된 메시지만 보였을 뿐이다. - page 19


처음에는 누군가의 장난이라고 피식 웃으며 넘겼지만 이는 점점 그들의 삶을 향해 날아드는 독화살이 되어 조금씩 균열을 일으키기 시작합니다.

점점 드러나는 그들의 실상.

 

 

 

결국 화려하고 부유하던 그들의 모습은 점점 그들이 그토록 감추고 싶었던 나약하고 바닥을 향해가는 모습은 픽션이라 하기엔 너무나 현실적이었고 우리 주변에서도 볼 수 있었기에 안타까울 뿐이었습니다.


한 통의 엽서가 바꾸어놓은 퍼프스 로드가의 사람들의 일상.

그 주범은 도대체 왜! 그런 행동을 한 것일까!

"어쨌든. 거기부터 시작했어요. 더 조롱하고 더 엉망으로 만들고 싶었어요. 그런 개자식은 자기가 뭐라도 되는 양 생각한다. 자기가 무슨 세계를 다스리는 제왕인 줄 안다. 한쪽에서는 사람들이 굶주리고 있는데. 직업도 잃고. 약도 못 쓰고 고통 받는 아이들도 많은데. 그런데 그런 잘사는 개자식들은...... 이게 제가 세상에 던지고 싶었던 메시지예요. 성명서 같은 거죠." - page 694


인간의 허황된 욕심이, 돈의 노예로의 삶이 보여준 단정적인 모습이었습니다.

그래서 소설 속 인물들을 쉽게 비난할 수 없었습니다.

그들의 모습 역시도 우리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었기에 오히려 반성을 하게 해 주었습니다.


소설의 마지막 로저의 모습.

이제까지 소유했던 것 중 가장 크고 비싸고 중요했던 물건과의 마지막 순간.

이제 큰 도로로 차를 몰고 나갔다. 길 끝에서 그는 마지막으로 현관문으로 흘깃 돌아보면서 생각했다. 나는 변할 수 있다. 나는 변할 수 있다. 약속할 수 있다. 나는 변할 수 있다. 변하고 변한다. - page 702

평생을 물질의 노예처럼, 물질 숭배로 살 수 없음을.

천박하고 소모적이고 숨 막히게 물질 만능주의에 빠져 돈에 연연하고 집착하는 삶의 끝은 낭떠러지임을.

부디 그의 새로운 길 위엔 돈이 아닌 자신과 마주하길 빌어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서로 섞이고 완벽히 녹아들 시간 - 스탠딩에그 커피에세이
에그 2호 지음 / 흐름출판 / 2019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커피 마니아인 '저'의 레이더망에 걸렸던 이 책.

알고보니 '스탠딩에그' 의 '에그 2호'가 쓴 에세이라고 하였습니다.

개인적으로 스탠딩에그의 <오래된 노래>를 좋아하는지라 더없이 이 책이 기대되었습니다.


곱게 갈린 커피 위로

나른하게 오르는 수증기를 바라보고 있자니,

'일상'이라는 단어가 피어오르는 것만 같았다.


서로 섞이고 녹아들 시간

 


우리가 무미건조한 하루를 버틸 수 있도록, 그리고 내일을 다시 기대하도록 만드는 것은 무언가에 깊은 애정을 쏟는 것, 조금만 더 오랫동안 바라보고 그 안에서 어떤 의미를 '추출'해내려는 노력이 아닐까요? 분명, 나의 수더분한 일상 속에도 분명 뭔가 의미가 있으리라는 희망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그것이 꼭 커피가 아니라 하더라도 말입니다. - page 17 ~ 18

다양한 원두 속에서, 로스팅의 정도와 물의 온도, 다양한 추출 방식을 통해 만들어지는 그 한 잔.

그 한 잔에 담긴 의미가 향으로 내 코 끝을 간지럽혔습니다.


<당신의 인생 커피는?>

나의 인생 커피는 무엇일지......

곰곰히 생각해보지만 막상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아니, 나에겐 아직 없었는지도, 아니면 내가 모르고 지나쳤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저에게 그는 말하였습니다.


 


단 한 줄의 문장이 인상적이었습니다.

"The Best Coffee is The Coffee You Like."


그리고 이어진 이야기에서 깨닫게 되었습니다.

바리스타는 내 반응을 기다렸고, 내가 밝은 표정으로 "I like it!"이라고 말하자 그제야 환하게 웃으며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였다. 나에게도 카페 MAME의 바리스타들에게도 "I like it"이라는 가벼운 한마디가 '최고의 커피'라는 말과 다르지 않을테니.

누군가의 인스타그램을 보고 찾아간 유명 카페에서 인증 샷과 함께 '#인생커피'라는 글을 올리는 것보단 그늘을 찾아 들어간 뒷골목의 카페에서 만난 바리스타와 나눈 "I like it"이라는 한마디가 훨씬 묵직하고 의미 있게 느껴지는 새벽 밤이다. - page 46 ~ 47

저도 외쳐봅니다.

"I like it!"


저는 커피를 좋아하지만 막상 그 맛에 대해선 잘 알지 못합니다.

커피에서도 커피의 맛 뿐만아니라 과일 향도 느낄 수 있고 꽃 향도 느낄 수 있다고 하지만......

저에게 커피는 지친 일상의 위로이자 그 순간의 행복입니다.

그래서 저자의 이 이야기가 인상깊게 남았습니다.

"저는 커피 맛을 평가하고 싶지 않아요. 그저 커피를 마시는 순간을 즐기고 싶어요. 우리가 누군가와 사랑에 빠졌을 때처럼요."

요즘은 '스페셜티 커피(이상적인 기후에서 재배해 각 원두마다 특징적인 풍미가 있으며, 결점이 없고 스페셜티커피협회의 기준에 따라 100점 만점에 80점 이상을 얻은 커피)'가 일반화되면서 대중적으로도 '커피 맛' 자체를 즐기고 평가하는 문화가 서서히 자리 잡고 있지만 나는 여전히 커피는 사람이 사람에게 마음을 열게 만드는 '묘약'으로서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고 믿는다. - page 80 ~ 82


저자도 12월이 되어 문득 떠오른 커피가 있다고 합니다.

아니, 엄밀히 말하면 커피가 아닌 그 커피를 만들었던 이의 얼굴.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 잔을 주문한 저자에게 그는 말하였습니다.

"1분만 더 있다가 드세요. 아메리카노는 에스프레소를 뜨거운 물에 섞는 거잖아요. 별것 아닌 것 같지만 그래도 물과 에스프레소는 서로 다른 성분이라서, 서로에게 완벽히 섞이고 녹아들 시간이 필요해요. 그제야 진짜 아메리카노가 되죠." - page 138

그렇게 건넨 그의 커피는 추위에 날카로워진 마음까지도 부드럽게 녹아버리게 만듭니다.

얼마 후, 그에게 정식으로 커피를 배우게 되지만 저자가 자신의 카페를 오픈하면서 점차 소원해지고 맙니다.

결국엔 미안함과 회한, 아쉬움이 남기며 그에 대한 그리움을 전하였습니다.

사람과의 관계도 그가 말한 아메리카노처럼 '서로 섞이고 완벽히 녹아들 시간'이 필요한 것일 텐데 나는 왜 그리 성급하게 그를 놓아버렸을까. - page 142


커피 한 잔엔 우리의 인생이 담겨 있었습니다.

그래서 또다시 한 잔의 커피를 마시게 되었습니다.

 


그리곤 폴킴의 <커피 한 잔 할래요>를 들어봅니다.

커피한잔할래요
커피한잔할래요
두입술 꼭 깨물고 용기 낸 그 말
커피 한잔에 빌린 그대를 향한 나의 맘
보고싶었단 말 하고싶었죠 - 폴킴의 <커피 한 잔 할래요> 중에서

오늘은 혼자만의 커피가 아닌 당신과 커피 한 잔 하고싶은 밤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