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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마 ㅣ 펭귄클래식 156
제인 오스틴 지음, 류경희 옮김, 피오나 스태퍼드 해설 / 펭귄클래식 / 2019년 11월
평점 :
품절
'제인 오스틴'
저에게 그녀는 『오만과 편견』을 통해 인연을 쌓았습니다.
"오만은, 내가 보기에는 가장 흔한 결함이야." 메리가 자신의 깊은 사고력을 뽐내며 말했다. "내가 지금까지 읽는 것, 인간 본성은 오만에 기울어지기 쉽다는 것, 실재건 상상이건 자신이 지닌 이런저런 자질에 대해 자만심을 품고 있지 않은 사람은 우리들 가운데 거의 없다는 것이 확실해. 허영과 오만은 종종 동의어로 쓰이긴 하지만 그 뜻이 달라. 허영심이 강하지 않더라도 오만할 수 있지. 오만은 우리 스스로 우리를 어떻게 생각하느냐와 더 관련이 있고, 허영은 다른 사람들이 우리를 어떻게 생각해 주었으면 하는 것과 더 관계되거든."
- 『오만과 편견』, 제인 오스틴, 민음사, page 31
엘리자베스와 다시의 로맨스가 인상적이었던, 다시 말하면 당당한 모습을 비추던 엘리자베스를 통해 짜릿한 쾌감을 느꼈기에 이 작품을 가끔씩 꺼내읽곤 합니다.
그런 그녀의 또 다른 작품을 이번에 알게 되었습니다.
특히나 이 작품은 인간 심리 묘사가 가자아 뛰어난 로맨스 소설이라는 점에서 또다시 그녀가 그려낼 그녀가 궁금하였습니다.
『에마』

예쁘고 똑똑하고 부유한 데다 안락한 가정에 명랑한 기질까지 갖춘 에마 우드하우스는 삶에 필요한 최상의 축복을 한 몸에 타고 난 사람 같았다. 그녀는 실제로 자신을 괴롭히거나 성가시게 하는 일은 거의 겪지 않고 스물한 해를 보냈다. - page 9
자애롭고 너그러운 아버지의 두 딸 중 막내로 언니의 결혼으로 꽤 이른 나이부터 집안의 안주인 노릇을 했던 에마.
그런 우드하우스 씨 집에는 16년을 함께 산 가정교사라기보다는 친구같은 테일러 선생님이 있었습니다.
테일러 선생님의 결혼으로 그녀는 난생처음 친구를 잃는다는 슬픔을 느끼게 됩니다.
결혼식은 친구처럼 지낸 선생님에게 온갖 행복을 약속했다. 웨스턴 씨는 나무랄 데 없는 성품에 넉넉한 재산, 적당한 나이, 싹싹한 매너를 겸비한 신랑감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자신이 얼마나 사심 없이 너그러운 우정으로 늘 이 결혼을 바랐고 권장해 왔는지를 생각하면 조금은 뿌듯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래도 침울한 오전 행사였다. 앞으로 테일러 선생님의 부재가 매일같이 뼈저리게 느껴지겠지. - page 10 ~ 11
그러다 그녀는 가난하고 사생아이지만 예쁜 아가씨 '해리엇 스미스'를 만나게 됩니다.
해리엇과 친구가 되어 그녀에게 좋은 짝을 연결시켜주려 합니다.
'신중해, 너무 신중해.' 에마는 속으로 생각했다. '그저 몇 인치씩만 앞으로 나가잖아. 이 사람은 스스로 확신이 들기 전까지는 전혀 모험을 하지 않을 모양이야.'
하지만 비록 모든 일이 그녀의 영리한 계략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하더라도, 그녀는 이 계획이 두 사람 모두에게 큰 기쁨을 주는 계기가 될 것이며, 틀림없이 앞으로 일어날 대단한 사건으로 두 사람을 인도할 것이라는 생각에 마음이 뿌듯해졌다. - page 128 ~ 129
남녀간의 문제는 두 사람이 더 잘 알겠지요.
옆에서 다른 이가 부추긴다고 안 될 일이 되는 것도 아닌 것임을 소설 속 에마를 통해서 엿볼 수 있었습니다.
이번 소설에서의 '에마' 역시도 당당한 여성의 모습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해리엇, 나는 한 여자가 한 남자를 받아들여야 할지 말지 확신이 안 설 때에는 마땅히 그를 거절해야 한다는 것을 일반적인 원칙으로 삼는 사람이야. '그래요, 받아들이겠어요.'라는 대답을 망설이는 여자라면 마땅히 노골적으로 '싫어요.'라고 말해야 해. 반신반의하는 미심쩍은 감정 상태로 결혼에 뛰어드는 것은 안전하지 못해. 이 정도 얘기는 해주는 것이, 친구로서 그리고 너보다 나이 많은 언니로서 의무라고 생각해. 하지만 내가 네게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어 한다고는 생각하지 마."
...
어느 쪽으로든 네게 조언하는 일은 절대 없을 거냐."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에마가 말했다. "네 행복은 틀림없이 네 자신이 가장 잘 판단할 테니까. 마틴 씨가 누구보다도 더 좋다거나, 네가 그동안 알았던 남자들 중에서 가자아 마음에 든다거나 하면 망설일 까닭이 뭐가 있니? 얼굴을 붉히네, 해리엇. 혹시 지금 이 순간 내가 규정한 범주에 드는 사람이 떠오르기라도 하는 거야? 해리엇, 너 자신을 속이지 마. 고마운 마음이나 동정심 때문에 회피를 하지는 마. 지금 누구를 생각하고 있니?" - page 75 ~ 76
철없는 한 아가씨가 친구 해리엇에게 '결혼'을 주선해주면서 자신의 언행이 오만이자 독선이었음을 깨닫고 점점 자신 역시도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끼면서 성숙해지는 과정을 그린 이 소설, 『에마』.
읽으면서 왜 『데미안』과 오버랩이 되는지......
아마도 소설 속 인물이 자기기만에서 벗어나 스스로의 감정을 마주하는 과정에서의 공통점이 발견되어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자신이라는 알.
그 알을 깨고 나왔을 때 비로소 성숙해진 자신을, 자신의 내면을 만날 수 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