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섞이고 완벽히 녹아들 시간 - 스탠딩에그 커피에세이
에그 2호 지음 / 흐름출판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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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마니아인 '저'의 레이더망에 걸렸던 이 책.

알고보니 '스탠딩에그' 의 '에그 2호'가 쓴 에세이라고 하였습니다.

개인적으로 스탠딩에그의 <오래된 노래>를 좋아하는지라 더없이 이 책이 기대되었습니다.


곱게 갈린 커피 위로

나른하게 오르는 수증기를 바라보고 있자니,

'일상'이라는 단어가 피어오르는 것만 같았다.


『서로 섞이고 녹아들 시간』

 


우리가 무미건조한 하루를 버틸 수 있도록, 그리고 내일을 다시 기대하도록 만드는 것은 무언가에 깊은 애정을 쏟는 것, 조금만 더 오랫동안 바라보고 그 안에서 어떤 의미를 '추출'해내려는 노력이 아닐까요? 분명, 나의 수더분한 일상 속에도 분명 뭔가 의미가 있으리라는 희망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그것이 꼭 커피가 아니라 하더라도 말입니다. - page 17 ~ 18

다양한 원두 속에서, 로스팅의 정도와 물의 온도, 다양한 추출 방식을 통해 만들어지는 그 한 잔.

그 한 잔에 담긴 의미가 향으로 내 코 끝을 간지럽혔습니다.


<당신의 인생 커피는?>

나의 인생 커피는 무엇일지......

곰곰히 생각해보지만 막상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아니, 나에겐 아직 없었는지도, 아니면 내가 모르고 지나쳤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저에게 그는 말하였습니다.


​

 


단 한 줄의 문장이 인상적이었습니다.

"The Best Coffee is The Coffee You Like."


그리고 이어진 이야기에서 깨닫게 되었습니다.

바리스타는 내 반응을 기다렸고, 내가 밝은 표정으로 "I like it!"이라고 말하자 그제야 환하게 웃으며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였다. 나에게도 카페 MAME의 바리스타들에게도 "I like it"이라는 가벼운 한마디가 '최고의 커피'라는 말과 다르지 않을테니.

누군가의 인스타그램을 보고 찾아간 유명 카페에서 인증 샷과 함께 '#인생커피'라는 글을 올리는 것보단 그늘을 찾아 들어간 뒷골목의 카페에서 만난 바리스타와 나눈 "I like it"이라는 한마디가 훨씬 묵직하고 의미 있게 느껴지는 새벽 밤이다. - page 46 ~ 47

저도 외쳐봅니다.

"I like it!"


저는 커피를 좋아하지만 막상 그 맛에 대해선 잘 알지 못합니다.

커피에서도 커피의 맛 뿐만아니라 과일 향도 느낄 수 있고 꽃 향도 느낄 수 있다고 하지만......

저에게 커피는 지친 일상의 위로이자 그 순간의 행복입니다.

그래서 저자의 이 이야기가 인상깊게 남았습니다.

"저는 커피 맛을 평가하고 싶지 않아요. 그저 커피를 마시는 순간을 즐기고 싶어요. 우리가 누군가와 사랑에 빠졌을 때처럼요."

요즘은 '스페셜티 커피(이상적인 기후에서 재배해 각 원두마다 특징적인 풍미가 있으며, 결점이 없고 스페셜티커피협회의 기준에 따라 100점 만점에 80점 이상을 얻은 커피)'가 일반화되면서 대중적으로도 '커피 맛' 자체를 즐기고 평가하는 문화가 서서히 자리 잡고 있지만 나는 여전히 커피는 사람이 사람에게 마음을 열게 만드는 '묘약'으로서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고 믿는다. - page 80 ~ 82


저자도 12월이 되어 문득 떠오른 커피가 있다고 합니다.

아니, 엄밀히 말하면 커피가 아닌 그 커피를 만들었던 이의 얼굴.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 잔을 주문한 저자에게 그는 말하였습니다.

"1분만 더 있다가 드세요. 아메리카노는 에스프레소를 뜨거운 물에 섞는 거잖아요. 별것 아닌 것 같지만 그래도 물과 에스프레소는 서로 다른 성분이라서, 서로에게 완벽히 섞이고 녹아들 시간이 필요해요. 그제야 진짜 아메리카노가 되죠." - page 138

그렇게 건넨 그의 커피는 추위에 날카로워진 마음까지도 부드럽게 녹아버리게 만듭니다.

얼마 후, 그에게 정식으로 커피를 배우게 되지만 저자가 자신의 카페를 오픈하면서 점차 소원해지고 맙니다.

결국엔 미안함과 회한, 아쉬움이 남기며 그에 대한 그리움을 전하였습니다.

사람과의 관계도 그가 말한 아메리카노처럼 '서로 섞이고 완벽히 녹아들 시간'이 필요한 것일 텐데 나는 왜 그리 성급하게 그를 놓아버렸을까. - page 142


커피 한 잔엔 우리의 인생이 담겨 있었습니다.

그래서 또다시 한 잔의 커피를 마시게 되었습니다.

​

 


그리곤 폴킴의 <커피 한 잔 할래요>를 들어봅니다.

커피한잔할래요
커피한잔할래요
두입술 꼭 깨물고 용기 낸 그 말
커피 한잔에 빌린 그대를 향한 나의 맘
보고싶었단 말 하고싶었죠 - 폴킴의 <커피 한 잔 할래요> 중에서

오늘은 혼자만의 커피가 아닌 당신과 커피 한 잔 하고싶은 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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