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삼국지연의보다 재미있는 정사 삼국지 1~2 세트 - 전2권 - 20만 유튜브 독자들을 소환한 독보적 역사채널 써에이스쇼의 삼국지 정사 삼국지
써에이스 지음 / 원너스미디어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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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설민석 선생님께서 강독해주시는 책이 있습니다.​

3번 이상 지 않은

인생을 논하지 말고

3번 이상 읽은

상대하지 말라?

중국 위 촉 오 세 나라의

역사를 바탕으로 한 

천하를 손에 쥐고자 하는

영웅들의 전쟁을 그린 소설

삼국지

였습니다.


사실 저는 삼국지를 읽지 않은 자이기에 상대를 할 수 없는......

매번 읽어보고는 싶었지만 선뜻 읽을 수 없었습니다.

방대한 양과 그 속에 등장하는 수많은 인물들, 그리고 끊임없이 일어나는 전쟁.


그러다 이 책을 알게 되었습니다.

"삼국지? 소설 따윈 치워버리고 팩트로만 들려준다!"

유튜브 삼국지 덕후들의 압도적인 선택을 받은 써에이스쇼의 삼국지.

20만 유튜브 독자들의 선택이 틀리지 않음을 느끼게해 준 그의 역사 이야기.

삼국지연의보다 재미있는 정사 삼국지 1, 2

 


책 표지의 그가 전하였습니다.


날것 그대로의 팩트로, 그리고 재밌는 일러스트는 덤으로!


시작은 184년 격동기 후한 말 황건적의 난이었습니다.

오늘날까지도 부패의 대명사로 쓰일 정도로 돈을 받고 관직을 팔아 부를 쌓았던 '십상시'.

때문에 관직을 산 사람들은 짧은 임기 안에 십상시에게 바쳤던 본전이라도 뽑으려고 백성들에게 과다한 세금을 징수하고 결국 백성의 삶은 점점 어려워져 농민봉기로 표출된 '황건적의 난'.

이렇게 일어난 황건적의 난은 한나라 멸망에 직격탄이 되고 이후 400년 동안 이어진 혼란기의 시발점이 되기 때문에 역사적으로는 《삼국지》보다도 더 중요한 의미를 갖는 사건으로 여겨지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결국 당시 정권을 잡고 있던 환관 세력은 황건적 토벌에 나서게 되고 여기서 우리에게 익숙한 이들의 등장이 시작되었습니다.

황건적 토벌에 참여한 대표적인 인물에는 황보숭, 노식, 주준, 동탁, 조조, 손견 등이 있었으며, 우리가 잘 아는 유비, 관우, 장비도 이때 500명의 의병들을 이끌고 환건적을 무찌르기 위해 출전했다. - page 20


그렇게 정사 삼국지는 조조, 유비, 손권, 제갈량 등 난세를 살았던 수많은 영웅들의 활약과 그들의 참모습을 그리면서 실제 있었던 사건을 토대로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기존의 알고 있던 삼국지 속의 인물과는 다른 해석도 보이곤 하였습니다.

황건적 토벌에 가장 큰 공을 세운 인물을 《삼국지연의》의 주인공 격인 조조나 유비와 달리 《삼국지》극 초반에 등장한, 한나라의 마지막 에이스와도 같던 황보숭.

《삼국지연의》에서 욕심 많고 포악한 괴물로 묘사하고 있지만 정사에서는 그의 능력을 상당 부분 인정한 동탁.

등 또다른 시선으로 인물들을 바라볼 수 있게 되어서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워낙 등장하는 인물들이 많은 것에 비해 이 책에선 각각의 인물 일러스트가 있기에 그에 따라서 이야기를 이어가면 되었고 특히나 이 책의 좋았던 점은 그들의 발자취를 지도에 표시해 주었기에 보다 이해가 쉬웠습니다.

그리고 간결하면서도 핵심 있는 사건들을 중심으로 이야기하다보니 사족 없이도 역사가 재미있을 수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280년 오나라의 멸망으로 삼국지의 역사는 그렇게 막을 내렸었습니다.


책을 읽고나서 그의 채널을 검색해 보았습니다.

역사, 미스테리, 시사를 주제로 다루고 있었는데 최근에는 역사로 임진왜란에 대해 우리가 몰랐던 이야기를 하고 있었고 AI에 대한 이야기도 하고 있었습니다.

오늘부터 구독과 좋아요 꾸욱~!


이 책을 읽고나니 조금은 『삼국지』에 도전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 흐름을 이해하였기에 삼국지를 읽을 때 어떤 맥락인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아직 1번이라도 『삼국지』를 읽지 않은 이가 있다면 추천합니다.

삼국지연의보다 재미있는 정사 삼국지 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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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은 나도 식물이 알고 싶었어 - 정원과 화분을 가꾸는 우리가 꼭 알아야 할 식물 이야기
안드레아스 바를라게 지음, 류동수 옮김 / 애플북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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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에게는 부끄럽지만 일명 '식물똥손'입니다.

물을 자주 주지 않아도 잘 자란다는 식물들은 제 손만 거쳤다하면 시름시름 앓다가 운명을 다하곤 합니다.

그래서 식물을 키워보고 싶지만 선뜻 키우지 못하는게 현실이었습니다.


그러다 작년부터는 아이와 함께 '반려식물(스킨답서스)'을 키우고 있습니다.

미세먼지 때문에 실내 공기 정화도 시킬 겸 아이에게도 애착 식물을 키워보는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아 정~말 쉬운 식물을 키우고 있지만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습니다.

시름시름거리는 것이 보이면 꽃집에 가서 물어보고 영양제도 주면서 나름 열심히 키우고 있습니다.

그래도 뭔가......식물에 대해 알고 싶었습니다.


그런 저에게 다가온 이 책.

식물을 사랑하는 당신의 모든 호기심에 답하다!

사소하지만 절대적인 식물에 대한 상식 82

실은 나도 식물이 알고 싶었어

 


정말 '식물'에 대한 A to Z가 담겨있었습니다.

씨앗의 싹틀 때부터 시작하여 어디까지 자랄 수 있는지에 대해 무심코 지나갈 수 있었던 사실들을 차근히 풀어가고 있었습니다.

특히나 이 책의 장점이라면 아름다운 컬러 도판의 식물들이 각 장마다 존재하기에 읽으면서 나 역시도 멋진 초록빛이 가득한 정원을 꾸미고 싶다는 욕심마저 들게 하였습니다.


전반에는 식물의 특성과 환경이 미치는 영향, 다양한 식물들에 대해, 후반에 정원 가꾸기와 화분으로 가꿀 때의 방법에 대해 소개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중간중간엔 쉬어가기 코너처럼 각종 기록을 보유한 식물들에 대해, 멘델의 법칙 등 다양한 읽을거리가 있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아주 드물게 꽃다발을 받게 되면 그 꽃이 아까워서 꽃병에 꽂아두곤 하는데 왜 축 늘어지는지에 대해 책에서도 설명하고 있었습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꽃을 꺾어 화병에 꽂아두면 물은 더 이상 아름다운 꽃이 있는 곳까지 올라가지 못한다. 도관이 단절되었기 때문인데, 이는 도관이 이미 절단면에서 막혀버렸음을 뜻한다. 예컨대 도관이 썩기 시작하거나 아주 날카롭고 매끄러운 칼로 절단되지 않거나 하면 그렇게 된다. 아주 훌륭하게 잘랐어도 도관 속에 공기층이 형성되어 물의 이동을 차단할 수도 있다. 그런 경우에는 꽃 바로 아래 부분까지 신문지로 감싼 다음 완전히 물속에 담가둔다. 그러면 물이 줄기 옆면으로도 침투하여 막힌 것이 풀린다. - page 42

아하!

이젠 꽃다발의 꽃도 조금은 생생히 볼 수 있겠습니다!


저 역시도 '커피 찌꺼기'를 비료로 쓰면 된다고 알고 있었는데 이 책에서도 일러주었습니다.

커피의 경우 눈에 띄는 점은 질소 함량이 비교적 높다는 사실이다. 커피콩을 볶는 과정에서 단백질이 대부분 파괴된 상태지만 그래도 그 구성성분은 아직 남아 있다. 볶기 과정의 또 다른 결과는 휴믹산이 방출된다는 점이다. 이 산은 토양에 가벼운 산화작용을 일으킨다.

커피 찌꺼기를 직접 토양 안에 넣어주어도 된다. 커피 찌꺼기를 뿌린 다음 식물 주위를 갈퀴로 직접 긁어주는 것이 가장 좋다. 커피는 이런 식으로 분해되어 좋은 퇴비가 된다. - page 239 ~ 240

단, 주의할 점!

커피 찌꺼기 덩어리가 너무 두툼하게 층이 지거나 습기가 차면 안 된다는 점!

이는 곰팡이가 슬기 때문에 이 점만 주의한다면 저렴하고도 환경에까지 도움이 되는 퇴비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을 또다시 배우게 됩니다.


식물에 대한 상식 82가지.

읽으면서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해를 했지만 책을 덮으니 갸우뚱하게 됩니다.

아마 머리로만 이해해서 그런가 봅니다.

식물을 키우고 있기에 궁금했던 점들을 이 책에서 들춰보면서 몸소 배운다면 내 것이 되리라 생각됩니다.


이 책을 제 지인이 슬쩍 보더니 식물도감 세밀화같다는 말을 하였습니다.

아마 식물 도감을 보고 그렇게 생각되었나봅니다.

이 이야기를 듣고나니 취미로 식물 세밀화를 그리는 이에게도 유용한 책이 될 것 같았습니다.

(저는 똥손이라...그림도 영......)


앞으론 식물똥손에서 벗어나 식물애호가가 되는 그 날까지.

오늘도 우리집 식물에 물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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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와 고흐 : 따뜻한 위로가 필요할 때 - 전통과 도덕적 가치를 허문 망치 든 철학자의 말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공공인문학포럼 엮음, 빈센트 반 고흐 그림 / 스타북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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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화가입니다.

빈센트 반 고흐

동생 테오와의 편지를 통해 그의 이야기를 알기에, 생전엔 한 작품도 팔지 못했고 인정도 못 받았기에 더없이 그에게 마음을 내어줄지도 모르겠습니다.


반 고흐와 관련된 책은 무조건 읽곤 하는데 이번엔 조금 색다른 시선이 추가되었습니다.

"신은 죽었다"라고 선언한, 전통과 도덕적 가치를 허문 망치 든 철학자 '니체'.

사실 그에 대해선 잘 알지 못합니다.

그래서 더 이 책이 궁금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회화와 철학의 만남.


누구나 한 번쯤 니체처럼 생각하고 고흐처럼 꿈꾼다

따뜻한 위로가 필요할 때 : 니체와 고흐

 

​니체와 고흐는 닮은 듯 닮지 않았습니다.

열정과 재능이 많았지만 생전에는 작품 한 점 팔지 못하고 가난한 삶을 살았던 '고흐'

그가 했던 말 중 "내가 살아있다고 느끼는 유일한 시간은 내가 미친 듯이 그림을 그릴 때다"처럼 고통과 우울증에 시달리면서도 자신의 폭발적인 열정으로 그림을 그린 그의 모습은 지적 우월주의에 빠진 자들에 대한 비판과 함께 세속화된 시대와 그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한 자들의 술수를 신랄하게 까발리며 대중이 깨어나도록 자신 스스로 '망치'를 들고 철학을 하겠다고 외친 '니체'는 오늘날처럼 어려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방황하고 고뇌하는 힘든 삶에 영혼의 위로와 치유의 시간을 선사하고 있었습니다.


책 속엔 니체의 잠언들을 삶, 아름다움, 지혜, 인간, 존재, 세상, 사색, 신앙, 예술가 등 10개의 주제를 가지고 고흐의 작품과 함께 잔잔히, 하지만 자그마한 파장을 일으키며 읽는 이의 눈과 마음에 스며들었었습니다.


이 이야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하루의 3분의 2 정도를 자신을 위해 사용하는지......

스스로에게 자문해보니 저 역시도 그저 '노예'였습니다.

그래서 그토록 하루하루가 힘겨웠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하루의 3분의 2 정도를 나를 위해 쓸 수 있는 것일까.....라는 조바심같은 의문도 생기곤 하였습니다.


그리고 요즘의 '국가'에 대해 생각하게 된 이야기 역시도 인상깊었습니다.

 


이번 사태를 통해 그동안의 정치인들이 어떤 생각을 지니고 있었는지에 대해 조금은 엿볼 수 있기도 하였습니다.

보건복지부장관의 "코로나19 확산 원인은 중국서 온 한국인"이라는 발언.

다른 나라도 아닌 우리 나라의 한 지역에 대해 '봉쇄'하겠다는 발언.

그들을 보고있노라면 과연 나는 어느 나라에 살고 국가가 진정 국민을 지켜줄 수 있는지 의문스럽기도 하였습니다.


많은 생각에 생각을 더하는 책이었습니다.

니체가 전한 이야기가 지금의 우리에게도 그대로 적용되는 것을 보면서 '철학'에 대해 좀 더 깊이 알고 싶어졌습니다.


오늘도 고흐의 그림 한 점과 니체가 전하는 이야기를 바라보며 나만의 치유의 시간을 가져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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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 아저씨 개조계획
가키야 미우 지음, 이연재 옮김 / ㈜소미미디어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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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집에서 엄마가 키워야만 해."


"일도 안 하는 전업주부가 지칠 게 뭐가 있다고.

하루 종일 집에서 애들이랑 놀기만 하면 되는 부러운 인생 아니냐."


책의 표지에 적힌 문구.

저 역시도 들었습니다.

"회사에서 얼마나 눈치가 보이고 업무는 매일 쌓여있는데......

퇴근하면 쫌 쉬자."


"주말이니까 그동안 쌓인 피로 좀 풀자."

이제는 더 이상 이런 대화는 하지 않습니다.

아니, 제가 원하지 않아서 하지 않습니다.

어차피 기대를 해 봐도 돌아오는 대답은 같기에 그냥 입을 닫았습니다.


그런데!

책으로 만나게 되다니!


특히나 공감되는 문구에 책을 잡자마자 읽었습니다.


아이는 엄마가 돌봐야만 한다? 육아와 가사는 여자의 일?

전업주부는 집에서 노는 사람?

말이 안 통하는 가부장제 꼰대 남자들을 향한 최후통첩!


정년 아저씨 개조계획


지금까지 매우 긴 시간 동안 정말로 열심히 살아 왔다.

언젠가 마라톤 선수가 '나 자신을 칭찬해 주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는데, 지금 내 기분이 딱 그렇다. - page 7


대학을 졸업하고 난 뒤 38년 동안 대형 석유회사에서 정년퇴직한 '쇼지 쓰네오'.

길고 길었던 샐러리맨 생활로부터의 해방감에 순간 허전함도 있지만 역시나 자유의 몸이 된 기쁨이 더없이 컸습니다.


주말 아침.

죠난대학을 졸업한 뒤 데이토물산에서 전문직으로 일하는,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서른 셋의 딸 '유리에'에게 그는 말을 건넵니다.

"그런데 유리에 넌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이 안 드나?"

"친구들을 보면, 전혀."

유리에는 카운터 너머에서 수도꼭지를 비틀며 물소리에 지지 않으려는 것처럼 커다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결정사니 스드메까지 정하고 나면 곧바로 임신을 위한 숙제가 기다리고, 임신하고 나면 입소 전쟁이라니까. 정말 힘든 모양이더라고. 숨 쉴 틈도 없을 만큼. 아무리 애를 써도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늘어나는 건 걱정뿐이라던데. 그 꼴을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내가 다 괴로울 지경이야. 부럽다는 생각은 전혀 안 드는걸." - page 21

하지만 더없이 충격적이었던 유리에의 한 마디.

"그리고 또...... 난 아빠 같은 아버지를 보며 자랐으니까 말이야." - page 21


유리에와의 대화에서 냉정을 유지할 수 없어 대화 주제를 바꾸어 봅니다.

아내인 '도시코'가 보이지 않는 것입니다.

"그것보다 엄마는 대체 어딜 간 거냐?"

"메종 돌체에."

"또 거긴가." - page 23

10년쯤 전에 투자 목적으로 5층의 방 한 칸을 사 두고 부동산에 관리를 맡겨 두었는데 작년 말 즈음부터 빈방이 된 뒤부터 도시코는 빈 방을 청소한다며 종종 그곳엘 다니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조금씩 자신의 물건들을 그리로 옮겨 놓더니 최근에는 거기서 지내는 일이 잦아진 도시코.

"엄마가 그렇게 말했니? 아빠랑 같이 있고 싶지 않다고."

"설마. 엄만 자기 자식 앞에서 아빠 험담이나 하는 그런 사람 아니거든? 교과서에서나 나올 법한 아내의 표본이나 마찬가지잖아."

"......그렇지."

"그런 여잔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다 마음속에 담아 두는 타입이니까. 자기 혼자 꾹 참으면 모든 일이 다 잘된다고 생각하다 보니 결국에는 저렇게 돼 버리지."

"저렇게 된다니, 어떻게 됐다는 건데?"

"누가 봐도 후겐병이잖아."

"후겐병?" - page 24 ~ 25

현모양처였던 그녀는 남편이 원인인 병 '후겐병'을 앓고 있었습니다.


아내와 딸의 시선이나 말 속에 담긴 속내를 이제야 하나 둘씩 알아가다보니 어느새 자신은 어디 하나 기댈 곳이 없어진 그.

환갑을 넘긴 남자가 이런 말을 하는 것도 쑥스럽지만, 문득 외로워서 견딜 수 없는 순간이 있다. 인간은 나이와 성별을 막론하고 누구나 마음 깊은 곳에 고독을 안고 있는지도 모른다. 바쁜 나날에 가려져 있던 고독이란 놈은 한가해지는 순간 빠끔히 고개를 내미는 모양이다. - page 42


그러던 어느 날 아들 가즈히로가 퇴근길에 그의 집에 들르기로 합니다.

조심스럽게 입을 뗀 가즈히로.

"사실 오늘은 좀 부탁할 일이 있어서 왔어."

가즈히로가 말을 꺼냈다.

"실은 어린이집에서 애들을 데려오는 일을 해 줬으면 해서."

"설마 아오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는 거냐? 고작 세 살이잖아."

"마이가 일을 시작하는 거니?"라고 도시코가 물었다.

"마이는 입소전쟁에 실패해서 울며 겨자 먹기로 회사를 그만둔 거거든. 그때부터 다시 죽기 살기로 일자리를 구해서 겨우 파견사원으로 일하게 됐어. 다행히 올 4월부터 어린이집에 다닐 수 있게 됐는데, 통근 시간을 따져 보면 데리러 오는 시간이랑 1시간 정도 틈이 생기더라고."

"연장보육이란 게 있지 않니?"

도시코가 다시 한번 묻는다.

"그 어린이집은 연장보육을 안 해. 등하원도우미를 구할까 생각해서 알아봤는데 그렇게 되면 이것저것 문제가 커지더라고. 가족들이 봐 주는 게 제일 안심이란 결론이 났어."

"설마 너, 한 살짜리 렌도 어린이 집에 맡길 생각이냐?"

"그럼. 당연한 거 아냐? 마이가 출근한다니까?" - page 72 ~ 73


졸지에 아들 부부의 손주 두 명을 어린이집에 데려다 주고 데려 와 한 시간동안 돌보는 일을 하게 된 쇼지.

처음 그의 태도는 그야말로 가부장제에 꼰대 그 자체였습니다.

"단순히 돈 문제만이 아니야. 마이는 정신적으로 지쳐 있다고."

"정신적으로?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

"특별히 무슨 일이 있었던 건 아니지만, 애 둘의 뒤치다꺼리만으로 하루가 다 가는 매일매일을 살다 보면 미쳐 버릴 것 같다던걸."

"뭐? 들으면 들을수록 이해가 안 되는구나. 엄마란 건 아이들을 돌보고 있을 때 가장 큰 행복을 느끼는 존재인데."

"그건 나도 그렇게 생각하지만, 마이도 꽤나 지쳐 있는 것처럼 보이고 말이야."

"일도 안 하는 사람이 지칠 게 뭐가 있다고. 하루 종일 집에서 애들이랑 놀기만 하면 되는 부러운 인생 아니냐. 남자들에겐 그런 태평한 삶이 불가능한데 말이다."

"그 점은 나도 아버지 의견에 동의해. 대낮에 공원에서 모래장난이나 좀 하는 걸 가지고 뭐가 그렇게 힘들다는 건지 솔직히 나도 알 수가 없다니까." - page 75 ~ 76


그런 그도 조금씩 눈이 트이기 시작합니다.

동창회에서 간만에 만난 친구 '아라키' 도 황혼이혼을 향해 가고 있었고 아내는 자신과 마주하는 것을 꺼리고 딸에게서는 '당신'이라는 말까지 듣는 현실에서 자신의 부주의함과 그도 모르는 사이 가족들에게서 멀어진 것을.

이제야 '가족'을 바라보게 된 것입니다.

"아니, 절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그렇기는커녕 난 도시코를 관대한 사람이라 생각하는걸."

"제가, 관대하다고요?"

"그럼, 그렇지. 나라면 그런 자식과 두 번 다시 얘기하고 싶지 않을 테니까. 얼굴도 보고 싶지 않을 테니 바로 이혼할거야. 그런데도 도시코는 부지런히 내 뒤치다꺼리를 해 주었으니까."

"이혼하면 먹고 살 수가 없으니까요."

"그것 뿐만은 아닐 거야. 그 이유만이라면 정말 최저한의 가사노동만 하고도 만족했을 거야. 하지만 도시코는 언제나 작은 부분까지 신경을 써 주었지."

"어째서였을까요. 당신을 사랑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긴 하지만, 그래도......"

"그건 아니겠지. 도시코가 원래 상냥한 사람이라 그랬을거야. 착한 사람이잖아."

"그렇게 말해 주시니 고맙네요."

"그동안 고생시켜서 미안했어."

"전 당신하고 결혼해서 다행이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응? 날 놀리는 건 아니겠지?"

"아뇨, 정말로요. 당신은 정년까지 성실하게 회사에서 근무하며 오랜 시간 동안 아주 적은 용돈으로도 불만 없이 묵묵히 일해 줬어요. 그리고 도박도 하지 않았을 뿐더러 대출도 만들지 않았고, 성격도 온화했는걸요."

"고작 그것뿐이잖아?"

"고작 그것뿐이라고는 해도, 그것조차 하지 못하는 남자가 이 세상에는 무척 많다고 들었으니까요. 제 동창들 중에서도 남편의 게으름이나 빚으로 고생하고 있는 사람이 적지 않게 있거든요."

"그런가......, 기뻐해야 할지 어째야 할지 잘 모르겠지만, 앞으로도 잘 부탁해."

"네, 저도요." - page 363 ~ 364


아직도 우리 사회 역시 여자에게는 '모성'을 요구하고 있는게 현실이었습니다.

저 역시도 첫 아이를 출산하고 아무것도 몰라 방황하고 두려웠는데 남편은 당연히 '엄마'가 되었으면 알아야하는게 아니냐는 듯이 이야기하는 바람에 마음의 상처를 받았었습니다.

그리고 아이가 어느정도 자라 일을 하려고 했지만 사회에서 돌아오는 건 차가운 시선뿐.

지금은 어느정도 전업주부라는 타이틀에 적응하는 중이지만......


소설 속에서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나라에서 세운 계획에 그대로 휘말린 거제. 노인들과 어린애를 돌보는 일을 여자에게 시키면 복지 쪽으로 돌릴 예산을 줄일 수 있으니께."

복지현장을 돌아다니고 있는 큰누나는 그렇게 말하고는 조그만 잔에 든 따뜻한 술을 홀짝 마셨다.

"언니야 말대로다. 나라에선 그런 걸 모성애라느니 가족애라는 단어로 포장해가꼬 서민들을 속일라 했지. 우리 같은 서민을 바보로 생각하고 있는가는 내 모르지만, 우리는 절대로 안 속을 기다"라고 작은누나도 열띤 목소리를 낸다. - page 195 ~ 196

지금은 '육아휴직'도 있고 사회적으로 변화가 일어나고 있지만 이는 아직도 미비한 변화라고 생각이 되었습니다.

보다 여자들이, 엄마들이 사회에 의지하면서 살 수 있는 세상이 되기를 바래봅니다.


솔직히 이 소설을 읽고나면 통쾌할 줄 알았는데 읽고난 뒤 멈추지 않는 눈물에 조금은 당황스러웠습니다.

아마도 마음 속에 있는 응어리를 다시금 내다보았기 때문은 아닐까 싶었습니다.

만약 이 소설을 남편이 읽는다면 어떤 반응일지......


오늘도 고군분투하는 엄마들에게 응원을 보냅니다.

당신들이 있기에 아이들이, 가정이, 사회가 존재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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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많이 지쳐 있습니다 - 일, 관계, 삶의 과부하 속 내 마음 회복수업
로라 판 더누트 립스키 지음, 문희경 옮김 / 더퀘스트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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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의 제 모습과도 같았습니다.

의욕도 없고......

마냥 축 쳐진 모습.

무엇을 해야할지 갈피도 잡기가 어려웠습니다.


특히나 지금의 우리나라의 국민이라면 힘든 시기를 겪고 있을 것입니다.

집 밖이 무서운 요즘.

뉴스 속에서는 자꾸만 증가하는 '코로나 19' 국내현황 속에서 불안감은 한층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책에 이끌렸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일, 관계, 삶의 과부하 속 내 마음 회복수업

"나도 모르게 방전된 이유!"


사실은, 많이 지쳐 있습니다

 


누구나 갖가지 일상에서 어느 정도 과부하를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우선 본문에 들어가기 앞서 자신의 과부하 상태를 체크하는 항목이 있었습니다.

 


이런 과부하 상태가 지속되면 어느새 자신마저 잃어버리게 됩니다.

하지만 과부하가 퍼져나가는 양상을 알면 대비가 가능하고 자기연민과 능력을 더 발휘할 수 있다고 책에서는 일러주었습니다.


바쁜 일상의 부작용부터 인간관계의 상처까지.

책 속에서는 사례와 그에대한 조언들이 있었습니다.

특히나 24시간 나오는 뉴스가 집단 과부하에 영향을 준다는 이야기에서 말입니다.

"정신 바짝 차리라"고 꾸짖는 온갖 뉴스와 정보에 사람들은 갈등한다. 적게 보고 싶어도 어느새 계속 미디어를 접해 힘들다고 호소하는 사람이 많다. 항상 모든 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끊임없이 파악하지 못하면 '좋은'시민이 되지 못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 page 80

끊임없이 '코로나19'에 대한 뉴스.

희망적인 이야기보다 자꾸만 급증하는 확진자들과 이에 대해 어처구니 없는 발언을 하는 정치인들, 이와중에도 폭리를 취하고자 하는 이들......

그야말로 '과부하'에 걸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요샌 뭘 할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아. 의욕이 없어."

기운이 없고 진이 빠진 느낌을 어른들만 느끼진 않는다. 우리 집 아이들도 피곤해하고, 아이들의 친구들도 피곤해하며, 내가 일하다가 만난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축구 연습을 마치고 집에 가는 길에 몸이 피곤한 정도가 아니라, 그야말로 사는 데 '지친' 것이다.

기진맥진한 상태, 진이 빠진 상태, 기운이 없는 상태는 내가 일하는 모든 분야에서 나타나는 공통분모다. 단순히 피곤한 정도가 아니다. 사실상 '아무것도 못 하겠다' 싶은 감각이다. 그리고 기운이 떨어질수록 그 상태를 극복할 힘을 내기는 불가능해 보인다.- page 190


그럼 과부하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우선 자신의 몸과 마음을 살피면서 자연스레 현실로 돌아오면 된다고 하였습니다.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은 당신 혼자가 아니다. 운 좋게 건강과 행복, 일과 생활의 균형을 잘 갖춘 선진적인 지역에 산다고 해도 각자가 싸워야 하는 크고 작은 장애물은 존재한다. 작가 잭 콘필드는 우리에게 이렇게 일깨워준다.

"인간은 자신의 불행에 지나치게 충실하다."

불행에서 빠져나가려는 변화를 모색하는 순간에도 우리의 마음속엔 긴장(장애물)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출혈의 피해를 줄이려면 자신을 돌아볼 줄 알아야 한다. - page 93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자기를 지키는 가장 중요한 선택 가운데 하나는 언제 끝낼지 결정하는 것이다. 내 친구의 두 살짜리 조카가 저녁을 먹다 말고 조그마한 귀여운 손을 식탁에 내려놓고는 단호하게 "나 배불러"라고 말했다는 이야기가 종종 떠오른다. - page 228

자신을 통제할 수 있을 만큼의 일을 하는 것.

언제 다가가고, 언제 유지하고, 또 언제 멈출지 판단하여 어떤 힘든 상황에서도 자신을 지킬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책에서는 일러주었습니다.


우리에게는 참 많은 선택지가 있었고 그 선택을 실행하기에 많은 의지가 필요하였습니다.

매일 결정하는 것으로도 우리는 쉽게 과부하가 될 수 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아주 사소한 것부터 습관화하여 결정 과정을 단순화하고 사전에 계획하며 날마다 결정할 양을 줄이는 것, 그렇게 조금씩 균형있는 규칙적인 삶의 중요성 역시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작가 로버트 브롤트가 한 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삶의 작은 일을 즐겨라. 어느 날 돌아보면 큰일이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 page 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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