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사실 오늘자 방송 아이템이 없어서 고민하다가 가까스로 생각한 것을 글로 표현한 건데요, 전적으로 마립간님의 이벤트에서 힌트를 얻었습니다. 감사드립니다. 그리고...제가 틀린 게 있으면 날카로운 코멘트를 날려 주십시오, 여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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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론
눈 다래끼가 난 친구, 안과를 갈까 피부과를 가야하나 고민하다 결국 병원에 안가고 말았다. 결국 그는 저절로 나아 버리고 말았는데, 이런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증상에 따라 어느 과에 갈 것인지 알려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각 과에 대해 알기 위해서는 의사에 대한 사전지식이 있어야 한다. 의사는 배운 기간에 따라 구별되며, 그 구분은 다음과 같다.
1) 의사: 흔히 일반의라고 한다. 의대 6년 졸업을 하고 의사면허를 취득한 사람을 일컫는데, 아는 거라곤 순전 암을 비롯한 큰 병밖에 없고, 임상경험도 없어서 환자를 보기 어렵다. 이런 사람이 병원을 하면 링게르만 꽂아서 돈을 벌기 십상이니 가벼운 감기 환자만 가야 한다. 하지만 이런 사람이라도 3년 정도를 버텼다면 실력이 있는 의사로 인정해 주고, 신뢰를 보내도 된다. 그가 돌팔이라면 3년 안에 이미 사고를 쳐 짐을 싸들고 도망갔을게다. 자기가 해결할 수 있는 병과 그렇지 않은 병을 구분할 수 있으면 명의겠지만, 대개 그렇지가 못하다. 폐암을 결핵이라고 우겨서 친구의 장모를 죽음에 이르게 한 의사라든지, 림프종을 감기라고 우겨 오랜 기간 붙잡아둔 의사가 여기 속한다.
2) 인턴: 고수에게 무술을 전도받으려면 물을 길어야 하듯, 1년간 온갖 허드렛일을 해야 하는 사람을 말한다. 주로 하는 일은 환자에서 피를 뽑는 거다. 처음에는 서툴지만 나중에는 사람을 보면 혈관만 보인다니 얼마나 혹독한 트레이닝이 이루어지는지 알 수 있다. 과거에는 X레이 필름 찾는 것도 매우 중요한 업무 중 하나였고, 수천장의 필름 중 필요한 사진을 찾는 걸 보면서 인턴의 존재 의의를 만끽한다는 말도 있었다. 하지만 최근 불어닥친 전산화 바람 때문에 더 이상 X-레이를 찾을 일이 없어짐. 업무의 반이 날라가 허탈해진 인턴들이 병원 안에서 삼삼오오 모여서 방황을 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눈에 초점이 없이 얼쩡거리는 사람에게 “혹시 인턴이세요?”라고 말하면 거의 적중한다.
물론 인턴이 그런다고 노는 건 아니다. 중요한 업무 중 하나가 수술장에서 레지던트와 교수를 돕는 일인데, 이거 역시 허드렛일이다. 간을 수술할 때 몇시간 동안 땅기고 있는다든지, 환자가 엎드려 수술할 때 두 다리를 어깨에 걸치고 있어야 하는 등 머리쓰는 것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일을 주로 한다. 내 친구는 인턴 때 4시간 동안 간을 당기고 있어야 했는데, 그가 조는 바람에 간의 일부가 찢어져 수술장에서 쫓겨난 적이 있다.
인턴의 장점은 거의 모든 과를 섭렵하기 때문에 어떤 증상을 호소해도 다 커버할 수 있다는 것. 그러니 인턴을 마친 의사가 개업을 했다면 어느 정도 믿어도 된다.
3) 레지던트: 교수에게 배정되지 않은 환자를 본다. 90년 전만 해도 레지던트 기간이 3년이었는데, 의사들의 수가 많아지면서 취업이 어려워져 ‘보다 전문적인 의사를 양성한다’는 취지에 따라 4년으로 늘어났다. 너무 한 과만 보다보니 지나친 전문성을 갖게 된 나머지 다른 과를 물어보면 무조건 모른다고 하는 게 단점이다. 레지던트를 마치고 나면 전문의 시험을 보는데, 대략 90% 이상이 합격해 전문의가 된다.
4) 펠로우: 원래 취지는 이런 거였다. 서울대병원의 소화기내과에서 담낭에 금박을 씌우는 기술이 아주 유명하다고 치자. 레지던트를 해서 전문의를 땄지만 저건 꼭 배우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다. 돈을 조금 덜받더라도 그 병원에 가서 환자도 보면서 배우겠다고 우겨가면서 1-2년간 그 병원에 있는 것, 이게 펠로우의 본질이다. 하지만 그게 변질되어 교수로 가야 하는데 마땅한 자리가 없어서 기다리는 사람들의 집합소가 되어 버렸다. 병원 측에서 보면 고도의 전문성을 가진 사람을 레지던트 월급 정도를 주면서 거느릴 수 있으니 대단한 이익, 결국 모든 과에서 펠로우를 2년간 하는 게 의무화가 되어 버렸다. 병원에서는 싼 값에 사람을 부려서 좋고, 교수들은 대부분의 일을 펠로우에게 맡기고 음주, 가무 등 다른 일을 할 수 있으니 좋고. 심지어 월급을 안줘도 되는 무급 펠로우도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5) 교수: 온갖 역경을 이기고 교수 자리를 차지한 사람을 일컫는다. 교수가 되면 레지던트를 거느리고 폼도 잡을 수 있고, 수술을 할 때도 레지던트들이 배를 다 열어놓으면 가서 중요한 부위만 싹둑 자르면 되니 아주 편하다. 배를 닫는 건 다시 레지던트의 몫. 예전에는 환자만 보면 됐지만 지금은 연구도 하고 논문도 써야 하기 때문에 힘들어지긴 했지만, 펠로우의 등장으로 별 어려움이 없다.
2. 증상에 따른...
다시 증상 문제로 돌아가자. 여기서 중요한 것은 표피적인 증상보다는 그 위를 봐야 한다는 것. 예를 들자면...
-어지럽다: 어지러우면 대개 빈혈을 생각하지만 빈혈로 어지러운 경우는 그다지 많지 않다. 사람이 어지러운 이유는 대개 귀 안에 있는 전정기관의 문제이며, 따라서 이비인후과에 가는 것이 좋다.
-의식을 잃은 적이 있다--> 그게 뇌에 혈액공급이 잘 안되서 그럴 수도 있으므로 신경과에 가야 한다. 가까운 시일 내에 뇌졸중이 될 수도 있는 일이고...
-다리에 혈관이 불거져 나와 흉측하다--> 일반외과에 간다. 대개 스타킹 신으면 좋아지는데 안좋으면 수술한다
-어린애가 감기에 걸렸다; 소아과를 가야 한다. 이비인후과에 가면 콧물도 멋지게 빼주고 하니까 그럴듯해 보이지만 말짱 소용없다.
-소변에서 피가 나온다: 대부분이 피곤해서 그런 거니 병원에 안가고 기다린다. 또 나오면 그때 병원에 간다. 어느 과를? 비뇨기과도 있지만 신장내과를 추천한다. 암일 수도 있으니까... 신장은 신장내과 것이고, 방광은 비뇨기과 것.
-배가 아프다; 명치 부근이 아프면 소화기내과, 여자가 아랫배가 아프다면 산부인과에 가서 초음파검사를 받아야...
-쉽게 피곤하다; 간이 안좋을 수 있으니 소화기내과로...
-얼굴이나 손가락에 감각이 없다; 류마티스 내과, 아니면 신경과
-아토피성 피부염: 피부니까 피부과를 갈 수도 있겠지만, 알레르기 내과가 더 좋을 듯 싶다.
* 정신과를 무서워하면 안된다. 정신과는 정신분열증과 신경증(노이로제)를 치료하며, 노이로제 환자에게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우리는 정신과를 간다면 미친 사람 취급한다고 불쾌해해 하는데, 그러니까 정신과 의사들이 다이어트 같이 돈이 되는 분야로 진출하는 게 아닌가. 미국 같으면 정신과가 고민을 들어주는 상담소 역할을 해주며, 야구선수가 슬럼프에 빠졌을 때 정신과 의사의 도움을 받는 경우도 흔한 일이다. 도둑을 만나 놀랐다든지, 배우자가 바람을 피운다든지 하는 일도 마음 속에 묻어두지 말고 정신과 의사를 찾자. 정신과에 대한 편견을 버리는 것, 정신과 의사를 바른 길로 인도하는 길이 될지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