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바닥에 나뒹구는 ‘마이클 코넬리’의 자리를 찾아주려다 말고,
‘책을 이렇게 시리즈로 쓰는 건 참 힘들겠지~’하며 책장을 술술 넘기다가...
언젠가 ‘블랙 아이스’와 ‘콘크리크 블론드’를 읽다가 이상해서 표시해 놓았던 부분이 눈에 들어온다.
블랙아이스에서 실비아를 만나고 콘크리트 블론드에서 진행 중인걸로 나오는데, 블랙아이스에서 인형사 사건을 과거의 일로 치부한다. 아웅~ ㅠ.ㅠ
인형사 사건 같은 끔찍한 일이 그의 인생에 또 있었을리 만무이고 있어서도 안되는데 말이다.  



이리저리 뒤적이다  ‘해리 보슈’를 거쳐간 숱한 여자들 중 진짜 사랑한 여자는 ‘실비아’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봤다.

‘블랙아이스’의 이 부분에 표시를 해 놓았었다.

“당신도 과거에 매여 있나요, 해리?”
그에게서 아무 대답이 없자 그녀가 말을 이었다.
“누구나 어느 정도는 과거에 매여 있을 거예요. 왜 그런 말도 있잖아요. 과거를 연구함으로써 미래를 배우게 된다. 당신은 아직도 연구하고 있는 사람 같아 보여요.”
실비아의 눈이 보슈의 마음을 꿰뚫고 있는 것 같았다. 아주 예리한 눈이었다. 그는 요전 날 그녀를 안아주고 그녀의 고통을 치유해주고 싶다고 간절히 바랐었지만, 정작 그녀는 다른 사람에게 안기거나 다른 사람에게 고통을 치유 받을 필요가 없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사실 그녀가 치유자였다. (263쪽)


누군가를 치유해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누군가에게 치유 받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누군가가 자체 치유가 가능해서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 없겠구나 싶었을 때,
‘내가 필요하지 않겠구나’가 아니라, 그 자체 치유가 가능한 누군가가 나를 치유해 줄 수 있다는 생각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 싶었다.
결국 해리 보슈는 저 부분에서 실비아에게 마음을 빼앗긴 거였다.

엉뚱한 생각이 들었는데...
치유 받길 원하던 사람에게 치유를 받지 못 했을 때,
다시말해 치유하는 사람이 더 이상 치유할 수 없다는 걸 깨달았을 때,
이것은 품어가질 수 없는 그릇이 되고 마는 것이다.
그릇은 담을 수 있는 이상을 담으면 넘치게 되어있다.
무엇을 담느냐에 따라 그릇의 크기가 바뀔 수 있는게 아니지만, 그렇다고 지레 겁을 먹고 아무것도 안 담아내는 것도 그릇이 아니다.
대신 담았던 것을 비워내고 다른 것을 담기 위해선 깨끗이 닦아낼 수 있어야 한다.

읽을 수 있는 이상의 책을 욕심내고,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이상의 일을 벌인다.
게다가 그릇 바닥에 내 본성인지 버릇인지 모를 것들이 더께로 앉았는데도 닦아낼 엄두조차 나지 않는다.
한그릇 간신히 담아낼 투박한 질그릇이면서, 담고 익혀 곰 삵이는 항아리나 단지를 넘본 것은 아닌지 반성해 본다. 

 

 

 

 

 

 



덜어내고 비워내도 책 두어권은 남는다.
덜어내고 비워내도 사람 두엇은 품어낼 수 있었음 좋겠다.
현실을 받아들이니까 좀 비참하지만, 더 이상 잃거나 실망할 게 없다.
내 곁에 머무르지 않고 스쳐가더라도 말이다.
그냥 그의 길을 가더라도 위로가 되는 넉넉한 햇살이나 어디든 넘나드는 바람결처럼 말이다.



이 노래는 꼭 '으으음 으으음 우~우 우우'까지 챙겨 불러줘야 제맛이다.
목청껏 고레고레 따라불러도 좋고, 가만가만 읊조려도 다독거림을 얻는 것이 내겐 위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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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1-01-22 21:48   좋아요 0 | URL
<붓다와 다윈이 만난다면>,,, 이제 막 조금씩 읽기 시작하고 있는데
생각보다 어렵네요. 기본적인 불교 용어를 이해하지 못하면 읽기 힘들더라구요..^^;;

양철나무꾼 2011-01-23 01:53   좋아요 0 | URL
저도 쫌 어려울 것 같아...망설이고 있어요.
기본적인 불교 용어, 저도 한참 약한 데...그럼 어려울까요?^^

암튼, cyrus님 진짜 폭 넓으신 듯~^^

2011-01-23 01: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1-23 01: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1-24 12: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1-25 02: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1-01-23 16:18   좋아요 0 | URL
마이클 코넬리를 이렇게 좋아하시다닛!
저에겐 알려진 전인미답의 작가들이 너무 많아요.
그걸 언제 다 읽어준담...?ㅠㅠ
저 좀 치료해 주세용. 흐흑~

양철나무꾼 2011-01-25 02:02   좋아요 0 | URL
마이클 코넬리를 좋아한걸 수도,해리보슈를 좋아한걸 수도, 역자 중의 한분을 좋아한걸 수도 있다니까요~

저도 좀 심히 치료가 필요해서 말이죠~^^
제가 되면 귀뜸해 드릴게요.

같은하늘 2011-01-23 16:43   좋아요 0 | URL
오우~~~ 전 글도 좋지만, 저 깔끔한 책장이 먼저 눈에 들어와요.^^

양철나무꾼 2011-01-25 02:03   좋아요 0 | URL
저 책장은 방바닥에 굴러다니던 책들을 꽂아주려고 자리를 일부러 만들었다니까요.
첫날인데 저 정도는 되야죠~^^

아이리시스 2011-01-23 16:49   좋아요 0 | URL
오오~ 책장이 저렇게 정리되어 있단 말이죠? 멋져, 아하하.
추리는 언제나 제가 잘 배우는 목록이고, <붓다와 다윈이 만난다면>은 저도 관심이 동했었는데 어렵구나, 흡; 요즘 어려운 책 너무 싫어요.ㅠㅠ
(지 수준이 낮은거면서)

양철나무꾼 2011-01-25 02:06   좋아요 0 | URL
책장이 저렇게 정리되어 있는 건 맞는데...
책장 옆이나 바닥,인증샷은 결코 올릴 수 없습니다여.
덩치로 늘어선 책들이 장난이 아녜요~^^

장르소설 얘기는 얼마든지 할 수 있어요, 무궁무진하죠~^^
언제 함 날 잡아보죠~!!!

꿈꾸는섬 2011-01-24 07:22   좋아요 0 | URL
위로가 되는 글과 노래군요.^^
근데 정말 책장, 너무 깔끔해요.

양철나무꾼 2011-01-25 02:08   좋아요 0 | URL
하림, 좋죠~?^^
책장을 보면 안되고 바닥을 봐야 하는데,
결코 바닥 인증샷은 올릴 수 없다니까요~ㅠ.ㅠ

무해한모리군 2011-01-24 10:50   좋아요 0 | URL
아 노래 참 좋아요.
제 책장과는 비교할 수 없이 깔끔한 ㅠ.ㅠ

양철나무꾼 2011-01-25 02:10   좋아요 0 | URL
책장은 자리를 일부러 만들고 책을 꽂아준 첫날이라서 깨끗한 편이구요.
그래도 순서랑, 옆에 책 들 침법하고 뒤죽박죽이예요.
올 겨울에 대대적으로 책장 정리 했어요, 그래서 좀 깔끔해졌어요~^^

마녀고양이 2011-01-24 11:56   좋아요 0 | URL
자체 치유 잘 하고 있구만,
딱 자기 그릇으로 좋은데요... 아마 좋은 그릇일거야.
찰랑거리는 물을 받아줄 다른 그릇 필요해 보이지 않아요. 충분히 잘 하잖아요.

바람은 가끔 잡아버리고 싶어. ㅎㅎ. 하지만 안 잡히니 바람이겠지~

양철나무꾼 2011-01-25 02:14   좋아요 0 | URL
아웅~가끔 찰랑거리기도 해야지요.
단지를 머리에 이고 살랑거리며 걸어볼까?^^
가만히 있어도 바람이 한번씩 지나며 일렁임을 만들지는 않을까?^^

일렁이길 기다릴려면...넘 깊어지면 안될텐데...ㅠ.ㅠ

느린산책 2011-01-24 23:19   좋아요 0 | URL
오우 여기서 하림 노랠 듣다니, 오우 양꾼님~ 으으음 으으음 우~우 우우..

양철나무꾼 2011-01-25 02:15   좋아요 0 | URL
가슴뭉클님도 이 노래 좋아하셨세요~
으으음 으으음 우~우 우우

언제 님의 목소리로 함 들어봐얄텐데...^^

전호인 2011-01-25 08:58   좋아요 0 | URL
늘 강한 척하지만 때론 약한척 위로받고 싶을 때도 있습니다.
치유받고 치유해주고 상호관계가 균형을 찾는 삶이고 싶어요. ㅋㅋ

양철나무꾼 2011-01-28 01:56   좋아요 0 | URL
우리나라 남자들은 약한 구석 내보이면 지고 들어가는 거라고 생각하잖아요~
때론 약해도 괜찮고, 잘 못해도 괜찮고, 실패해도 괜찮고...
그런 거 훈련시켜 주는 프로그램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못하는 것도 있고 잘하는 것도 있고,치유받고 치유해주고...참 중요한 걸텐데 말예요.
그걸 깨달으신 님, 쫌 강하신 듯~^^

다이조부 2011-01-25 20:37   좋아요 0 | URL


블랙아이스 언급한게 혹시 영화화 되지 않았나요?

어제 두여자 라는 정말 재미 없는 영화를 봤는데 원작이 블랙아이스 던데 말이죠 ^^

하림 노래 좋은데, 상상력이 빈곤해서 닭이 연동으로 생각나요 ㅋ

양철나무꾼 2011-01-28 01:58   좋아요 0 | URL
블랙아이스 뿐만 아니고, 여러가지 영화화 된다는 얘기는 있는데...전 아직 정식으로 만나보진 못했어요.

저는 소몰이가 생각났는데...닭이 생각나셨단 말이죠?^^


모름지기 2011-01-26 16:20   좋아요 0 | URL
시인 시리즈만 읽었는데 그래서, 헤리 보슈를 아직 제대로 만났다고 할수가 없네요.
블랙아이스로 재도전.
마이클 코넬리칸 밑에 밀리언셀러 시리즈인가요? 제가 무척 좋아하는..
책 두께가 어느정도 일정하고 얇은감이 있어서 아닌듯도하고
암튼, 부러움이 울컥!! 올라오는 책장이네요.^^

양철나무꾼 2011-01-28 02:03   좋아요 0 | URL
해리 보슈를 제대로 만나시면...좀 징하다는 생각이 드실지도~^^
중간 중간에 추임새가 필요하실지도 몰라요.

마이클 코넬리 밑은 '밀.클'이 맞습니다.
책장 하나를 다 장르소설로 도배를 해서, 챙피해서 부분 설정 샷을 찍었는데...그래도 알아보시는 분들은 알아보시나 봅니다~

왜 부러우셨을까요?^^

모름지기 2011-02-01 02:51   좋아요 0 | URL
잘 아시면서..^^
마구잡이로 쑤셔넣은 제 책장과 너무 비교된다는.

양철나무꾼 2011-02-11 00:46   좋아요 0 | URL
ㅎ,ㅎ,ㅎ...그 얘기 였군요~
제가 분명히 책장 정리하면서 찍은 인증샷이라고 말씀 드렸는데...
저 책장 밑의 안보이는 바닥을 보셔야 하는데~~~^^

전 쪼로록 꽂힌 해리보슈 시리즈나 밀클을 보면서 뿌듯함을 느끼는 부류라서,
그쪽으로 부러우셨다는 줄 알았어요.

세실 2011-01-26 19:20   좋아요 0 | URL
스피커가 잘못 되었는지 노래가 안나와요. 듣고 싶은데....
전 사무실 책상위에 읽고 싶은 책 열권 쌓아 놓고는 조급해 하고 있습니다.
책 읽을 시간은 없고, 읽고 싶은 책은 너무 많고....아 슬프다.ㅠ

양철나무꾼 2011-01-28 02:05   좋아요 0 | URL
제 책들은 거의가 장르소설이어서...
제 수준이 고만큼이어서 부끄럽거나 하진 않지만, 제목이 범상치않은지라...
책상밑 발걸이에 숨겨두고 있어요~^^

공부 새로 시작하셔서 더 바쁘시겠어요~

2011-01-27 01: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1-28 02: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따라쟁이 2011-01-27 09:57   좋아요 0 | URL
정말 간절히누군가를 치유해 주고 싶었었는데, 내가 그에게 어떤 도움도, 치유도 아닌 그저 상처를 하나 더 내는 사람에 불과 했다는걸 알때도 있죠. 그런의미에서 한번 읽어 보고 싶어지네요.
은근히 양철나무꾼님의 리뷰는 지름신을 불러요.

양철나무꾼 2011-01-28 02:15   좋아요 0 | URL
한걸음 떨어져서 바라보니까, 상처도 힘이 되더란 말이죠.
상처 입은 자리에 딱지가 앉고 더 단단하게 옹이가 박히니까 말이죠.

근데, 새댁 따라님은 교양서적을 읽으면서...기체후일양망강 하셔야 하는 거 아닌가요?^^

2011-01-28 20: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1-31 01: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햇빛눈물 2011-01-28 23:37   좋아요 0 | URL
오랜만에 듣는 하림 노래입니다. 예전에 '사랑이 다른 사랑으로 잊혀지네'를 괜시리 반복해 듣던때가 있었는데, 목소리가 참 좋은 사람 같습니다. 그리고 "읽을 수 있는 이상의 책을 욕심내고,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이상의 일을 벌인다."는 님의 말이 가슴에 찔리네요...그릇은 한정되어 있는데, 어찌보면 담을 것 보단 덜어낼 것이 많은 나의 그릇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양철나무꾼 2011-01-31 01:50   좋아요 0 | URL
하림은 '출국'도 좋은 것 같아요~^^

저도 그래서 요즘은 덜어내기 위해 노력 중이에요~

비로그인 2011-01-29 16:59   좋아요 0 | URL
저 부르셨어요 ? 양철님 ㅎㅎ

끝에 어디선가 많이 본, *** 있어서 우스갯소리 한 번 해봤습니다. 크크
왠지 오랜만에 휴일을 맞이하는 것 같은데. 양철님, 잘 쉬고 있으신지 궁금하네요 ^^

책은 하나도 몰라서.. 좀 내용과는 관계없는 안부만 드리고 가지만..그래도 안부라도 좀 드려얄듯한 마음이 들어서 말이죵 :D

양철나무꾼 2011-01-31 01:53   좋아요 0 | URL
불렀었어요, 넘 뜸 하신것 같아서...

오랫만의 휴일인데...설 준비하느라고 엄청 바빴어요.
설에 고향 가시나요?
날은 춥겠지만...포근하고 따뜩하고 넉넉한 명절 보내세요~^^

글샘 2011-01-30 00:03   좋아요 0 | URL
욕심쟁이시군요. ^^
비워내도 사람 두엇을 품고 싶으시다니... 욕심 많이 내시면 몸이 못 버틸 텐데요...

저는 하림... 위로... 이러길래, 치킨...위로 뭔가 날아가는 상상을 했답니다. ㅎㅎ

양철나무꾼 2011-01-31 01:58   좋아요 0 | URL
하림 하면 치킨이 떠오르신다구요~
하림이 닭고기 메이커라는 걸 알아차릴 정도로 가정적이셔서 왕부럽~이래야 하지만,
가수 하림이 치킨 하림보다 뒤란 말이죠~ㅠ.ㅠ


비로그인 2011-02-04 08:05   좋아요 0 | URL
이 페이퍼는 다시 읽어보니 더 좋군요. 포근한 날씨지요? 설 잘 보내고 계신가요?

입춘이네요. 저도 담았던 것을 비워내고 제 마음을 깨끗이 닦아내고 싶군요.

양철나무꾼 2011-02-11 00:47   좋아요 0 | URL
입춘이 지난지 일주일이네요.
이제는 지가 추워봤자 라면서...호기를 부리다가, 감기에 걸려서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