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재벌 흑역사 - 하 한국 재벌 흑역사
이완배 지음 / 민중의소리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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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에 대해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나오는 이슈는 도대체 어느 나라 기업이냐는 것이다. 이 질문에 답하려면 롯데의 뿌리와 그 과정을 살펴야 한다. 또한 현재 롯데는 한국 롯데 매출 비중이 90%를 넘는다는 사실도 기억해야 한다.  

롯데 창업주 신격호 회장은 자수성가한 경우다. 신격호는 결혼한 지 1년 뒤인 1941년 가족을 버리고 일본으로 건너간다. 당시 부인 노순화는 남편을 기다리다 친정으로 돌아가 30세 젊은 나이에 병으로 세상을 떠난다. 일본으로 건너간 신격호는 와세다 공업고등학교 화학과에 입학한다. 이후, 사업가 하나미쓰가 신격호에게 5만 엔이라는 거금을 빌려주며 사업을 권한다. 

첫 사업은 커팅 오일과 밥솥 만드는 공장인데 실패한다. 다음으로 다른 사람에게 돈을 빌려 비누와 화장품 공장을 차린다. 이 사업은 성공한다. 1947년 껌으로 큰 성공을 거둔다. 신격호는 한때 작가를 꿈꿨는데 회사 이름을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주인공 샤롯데를 떠올리며 롯데를 설립한다. 

신격호는 1959년 용산 갈월동에 껌 공장을 차리고 한국 사업을 시작한다. 한국 롯데를 지휘한 것은 그의 동생 신철호와 신준호였다. 1967년 롯데 제과를 설립하고 한국 진출을 본격화한다. 롯데 껌은 한국에서 폭발적 인기를 끌며 성공한다. 그런데 1970년 11월 롯데 껌에서 쇳가루가 검출된다. 박정희는 신격호를 불러 호텔롯데를 지어달라고 요청한다. 서울 중심지 반도호텔을 인수하고 롯데백화점을 짓는다. 롯데의 자금 대부분은 '외국 자본'으로 인정받아 외자도입법에 의해 각종 세금도 감면받는다. 쇳가루가 오히려 박정희의 지원으로 연결되고 외국 자본 특혜까지 누리며 지금의 롯데 재벌을 이루는 발판을 마련한다.  

제2 롯데월드 부지 2만 6000평은 이명박 시절이 아닌 전두환 정권이 끝나기 직전인 1987년 12월에 차지했다. 이 일은 11월 신격호와 전두환이 독대한 사실을 주목하게 만든다. 신격호는 독대하며 전두환에게 50억을 건넨 것이다. 전두환 시기 롯데는 정권으로부터 막대한 지원을 받으며 성장했다. 물론, 외국계 기업으로 각종 세금을 감면받았다. 신격호는 노태우, 김종필, 김영삼 모두와 각별한 사이였다. 김영삼도 제2 롯데월드는 차마 들어줄 수 없었다. 왜냐하면 교통 혼잡이 눈에 뻔했고 인근 군사기지인 성남 비행장의 안전 문제도 해결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신격호는 2005년 이명박과 고려대 동기인 장경작을 호텔롯데 대표이사로 영입한다. 이는 세간에서 '친구 게이트'라고 불린다. 이명박은 2007년 대선 경선 때부터 롯데호텔 31층 스위트룸에 머무는 등 롯데와 끈끈한 관계를 보여준다. 마침내 2009년 신격호는 제2 롯데월드 건축 승인을 받는다. 롯데는 이명박 정부 기간 동안 계열사도 46개에서 79개로 늘어나고 총자산도 49조에서 96조로 늘어난다.  

신격호 동생 신춘호는 롯데공업을 세우고 라면 시장에 진출한다. 1971년 '새우깡'이 대박을 친다. 이어서 농심 라면도 1975년 히트를 친다. 신격호는 동생이 성공하자 심술을 부린다. 롯데공업에서 롯데를 떼라는 것이다. 그래서 신춘호는 롯데공업을 농심으로 바꾸고 형과 결별한다. 신격호는 이런 식으로 4명의 동생 중 3명과 갈등을 일으킨다. 형제의 난 원조격이다. 

저자는 롯데 가문 신동학의 엽기적 폭행 행각을 이야기하며 한국 재벌들의 주먹질 역사를 쭉 훑어준다. 책에서 언급하는 기업과 인물은 한국시티즌공업, 한화그룹, SK그룹, 한진그룹, 대림산업, 현대BNG스틸 등 너무 많다. 실제로 일어난 일이 맞나 싶을 정도로 안하무인 인물들이다.  

신격호는 3명의 부인이 있다. 갑자기 신격호의 사생활을 이야기하는 것은 왜일까? 사생활이 사생활로 끝나면 사실 언급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주주와 사회에 환원되어야 할 기업의 이익이 사적으로 쓰이면 그것은 더 이상 사적인 일이 아니라 공적인 일이 된다. 셋째 부인 서미경을 이야기하는 것도 이 맥락에서다.  

롯데그룹 산하에 유원실업이라는 회사가 있다. 소유주는 서미경, 신유미 모녀이다. 유원실업은 롯데 지원하에 매점 운영권을 헐값으로 넘겨받아 매출 200억 원을 올리는 알짜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 과정에서 롯데그룹은 774억 원에 이르는 손해를 입는다. 

롯데는 줄곧 정권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유지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라이벌 관계였던 박근혜가 정권을 잡으며 롯데의 고난이 시작된다. 물론 박근혜 정권은 이명박과 친했던 CJ, 포스코, 효성에도 칼을 휘둘렀다. 그 결과, CJ그룹 총수 이재현을 구속했다. 효성그룹 회장 조석래는 징역 3년, 벌금 1,365억 원의 유죄 판결을 받았다. 포스코 정준양 전 회장도 기소되었다. 저자는 나쁜 놈들끼리의 대결이라 누가 맞는지 판단이 어렵다고 말한다. 보복성 수사도 나쁜 것이고 비자금을 조성하고 탈세에 횡령을 반복한 재벌도 나쁘다고 이야기한다. 

다시 롯데로 돌아가서, 2013년 롯데홈쇼핑이 세무조사를 맞아 600억 원대의 추징금을 낸다. 롯데홈쇼핑 갑질도 밝혀진다. 이렇게 사고가 터질 때마다 롯데는 신기하게도 상생을 강조한다. 롯데만 그런 것이 아니다. 많은 재벌이 검찰 수사나 고난을 당할 때, 상생을 강조하고 사회 친화적 행동을 보인다. 

신동주와 신동빈의 대결은 한동안 계속 이슈였다. 복잡하고 치열한 난타전 끝에 신동빈이 승리한다. 그 과정에서 아버지인 신격호가 치매에 걸렸다는 등 차마 자식 된 도리로 해서는 안되는 언행도 난무한다. 신동빈은 아버지에게 모든 죄를 덤터기 씌기도 한다. 또한, 이들의 승계 싸움은 신동빈의 최측근이었던 이인원 롯데그룹 부회장이 자살하며 사람 목숨까지 앗아간다. 

롯데는 상장 주식을 거의 방치하다시피 했다. 롯데제과와 롯데칠성 주가가 100만 원을 넘어갔는데 액면분할을 하지 않아서였다. 롯데는 주주를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IR도 연 적이 없다. 롯데쇼핑을 상장하며 드디어 롯데그룹의 지배 구조가 새롭게 확인되기 시작했다. 2015년 공정위가 발표한 롯데그룹 지배 구조를 보면 너무 복잡해서 할 말을 잃게 만든다. 복잡한 계산 끝에 호텔롯데를 지배해야 한국 롯데그룹을 지배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그런데 호텔롯데의 주주를 따라가보니 일본에 있는 직원도 3명뿐인 골판지 포장재 만드는 영세 업체가 진짜 주인이었다. 이후, 2018년 현재는 상호출자와 순환출자를 해소하여 지배 구조가 많이 깔끔해졌다고 저자는 덧붙인다. 

다시,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면, 롯데는 어느 나라 기업인가? 롯데는 그동안 애국심을 자극하는 마케팅으로 사업을 확장했고 외국인 투자기업으로 한국에서 각종 혜택을 받았다. 롯데는 한국 기업 이미지가 유리하다 싶을 때는 태극기를, 국내법 규제를 받아 불리하다 싶으면 일장기를 내세웠다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는 롯데는 국적과 관계없이 돈과 시류를 좇았다고 결론 내린다. 

롯데 신동주와 신동빈은 병역의무를 이해해야 할 때 일본인이었다. 40대 이후 일본 국적을 포기하고 한국 국적을 취득했다. 신동빈 아들 신유열은 시게미츠 사토시라는 일본인이다. 한국 언론은 적당한 나이가 되면 일본 국적을 포기하고 한국 국적을 취득해 3세 경영에 나설 것으로 예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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