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재벌 흑역사 - 하 한국 재벌 흑역사
이완배 지음 / 민중의소리 / 201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재벌 창업자에 대한 기록은 많이 없기 때문에 그들이 직접 적거나 말한 평전이나 자서전, 기업에서 발간한 책을 참조해야 한다. SK는 창업자 최종건이 47세 나이로 요절해서 최종건에 대한 기록은 그의 입에서 직접 들은 것이 아니라 전해 들은 것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즉 전문가들을 동원하여, 창업자 행적 미화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그래서 저자는 더욱 행간을 잘 읽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최종건 평전은 정말로 온전한 승자의 기록으로 남을 수 있었다. 이병철이 남긴 것 같은 자그마한 실수도 쉽게 발견되지 않는다." 

저자는 최종건은 한반도를 수탈하고 전쟁에 간여한 일제 기업의 충실한 관리자였고 해방 직후에도 일본 점범기업 간부들의 탈출을 도왔다라고 해석한다.  

최종건은 식민지배 아래에서 경성직업학교 기계과를 졸업하고 선경작물에 입사한다. 선경직물은 선만주단이라는 회사와 경도직물이라는 회사가 공동으로 세운 회사였다. SK가 여기서 나왔다. 선경직물은 소전직물로 흡수된다. 이승만은 일제치하에서 해당기업의 주주 및 경영인, 관리인, 채권자 순으로 적산을 차지할 수 있는 순위를 부여한다. 일본을 가장 가까이서 도운 자들이 기업을 받는다는 황당한 조치였다. 최종건도 선경직물을 불하받을 계획을 세운다. 

"최종건을 비롯해 한국 재벌들 중 자수성가를 했다고 주장하는 이들 대부분은 민족의 재산을 찬탈하는 방식으로 사업의 기반을 닦았다. 그게 한국 재벌의 부정할 수 없는 뿌리였다는 이야기다. 
재벌들은 조상이 한 행위를 자수성가라고 주장할지 모르겠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자수성가'가 아니라 '민족 재산의 찬탈'이었다. 하지만 우리의 역사는 민족의 재산을 친일파들의 손에 넘겨준 채 오늘도 그들의 승승장구를 지켜만 보고 있다." 

SK그룹의 정경유착은 박정희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최종건과 친했던 이병희라는 인물이 516군사 쿠데타에 가담한다. 김종필에게 선경직물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고 김종필이 박정희에게 선경직물을 추천한다. 박정희는 쿠데타에 성공하고 네달 뒤에 선경직물을 방문한다. 이 때부터 선경그룹은 승승장구한다. SK그룹은 전두환 시절 유공(대한석유공사) 을 인수한 덕분에 재벌로 들어설 수 있었다. 당시, 유공은 대기업 순위에서 매출 6281억으로 한국 1위였다. 반면, 선경그룹은 매출이 유공의 3분의 1도 안되었다. 이후, SK텔레콤 전신인 한국이동통신을 인수한다.  

SK그룹은 최근 하이닉스를 인수하기 전까지만 해도 주축이 정유와 텔레콤이었는데 이 두 사업 모두 민영화 과정에서 얻은 것이고 정부의 규제가 영향을 미치는 영역이다. SK그룹은 이 모든 혜택을 노소영을 중심으로 한 '노태우' 고리로 풀어나갔다.  

SK(주)은 영국계 펀드인 소버린자산운용과 경영권 싸움을 벌인다. 소버린이 14.99% 지분을 사들이며 1 대 주주에 오른 것이다. 당시 최태원 지분은 1.39%에 불과했다. 이어 이사 선임안 개정안을 낸다.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인물은 이사직을 맡지 못하게 하는 안이었다. 즉, 최태원은 이사 자격을 박탈당하게 된다. 경영권 분쟁으로 SK(주) 주가는 급등한다. 그러나 주총에서 반대가 60% 정도 나와 SK와 최태원이 경영권 분쟁에서 승리하며 소버린은 주식 전량을 처분하며 9437억 원의 차액(5000원에 매입하여 10만원으로 급등)을 남긴다. 과연 소버린의 패배이고 최태원의 승리였을까?  

최태원은 회사 돈을 개인적으로 횡령해 베넥스인베스트먼트라는 투자회사에 맡긴다. 그 금액이 무려 수천억원에 달한다. 최태원은 여의도 맨 출신인 김원홍이라는 점쟁이에 빠져 있었다. 2005년에는 선물과 옵션 투자금으로 무려 6,000억을 김원홍에 건네기도 했다. 결국, 최태원은 2013년 횡령으로 징역 4년을 선고받는다.  

SK그룹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최철원의 폭행 사건이다. 이는 영화 베테랑의 모티브가 되었다. 최철원은 지각한 직원에게 엎드려뻗쳐 시킨 뒤 곡괭이자루나 삽자루 등으로 두들펴 팼다고 한다. 한 중견 간부는 골프채로 맞기도 했다. 여직원에게 불만 많다고 라고 말하며 도베르만 개 줄을 풀고 "물어!"라고 명령하기도 했다. 최철원은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 실형을 선고받고 2개월 뒤 2심에서 집행유예로 석방됐다.  

저자는 금수저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금수저들은 자신의 성공을 환경적 요인이 아니라 노력과 재능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여러 실험에서 알 수 있듯 금수저는 오만하며, 법을 무시하고, 나눔의 정신도 심ㄱ가하게 부족하다. 자신보다 사회적 지위가 낮은 사람은 다 자기보다 못난 사람들이어서 멸시받고 천대받아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피프는 이 실험의 제목을 '돈이 당신을 사악하게 만들까?'라고 지었다." 

저자는 최태원의 불륜도 언급한다. 마찬가지로 사생활의 영역인데, 사생활로 끝나지 않고 공적 영역으로 연결시켜서 문제이다. 불륜 상대인 재미교포 김 모씨가 아파트를 사고 팔 때 차익 8억을 남기는데 SK가 관여한다. 김 씨가 시세차액을 남긴 아파트를 분양한 곳이 SK건설이었고 김 씨가 매도한 상배당이 SK그룹 해외 계열사였다.  

재벌들의 행태를 보면 회사돈도 내 돈이라는 인식이 얼마나 만연해 있는지 여러 차례 알 수 있다. 저자는 이 부분도 짚고 넘어가며 여러 사례를 소개한다. 수천억, 수조원 자산가들이 회사 법인카드를 마음대로 사용하는 것은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회사 돈이라는 인식이 없어서이다.  

재벌가문의 병역 면제율도 언급한다. 재벌가의 병역 면제율은 무려 333%이다. 10대 그룹으로 좁히면 56%로 치솟는다. 삼성 가문으로 축소하면 73%나 된다. 반면, 일반인의 병역 면제율은 6.4%에 불과하다. 유전병, 허리 디스크, 과체중, 영주권 등 다양하게 병역 면제를 받는다. 싱가포르는 8~12억, 에콰도르는 약 3,000만원, 캄보디아는 약 4억원을 내면 국적을 준다. 그래서 재벌들 중 에콰도르, 캄보디아 국민이 적지 않다고 한다. 그래도 역시 미국 국적자가 제일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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