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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 노희경 원작소설, 개정판
노희경.이성숙 지음 / 북로그컴퍼니 / 2015년 5월
평점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참 묘하다.
살아서는 어머니가 그냥 어머니더니,
그 이상은 아니더니,
돌아가시고 나니 그녀가
내 인생의 전부였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그녀 없이 세상이 살아지니 참 묘하다.
-노희경

요즘 tvn에서 방영하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이라는 드라마를 챙겨 보았다. 예전에도 방송된 적이 있었지만 이번에 tvn에서 4부작으로 각색되어 방송되었다. 오늘이 그 마지막 방송이었다.
마지막 회를 보기 전에 원작 소설을 읽고 싶어 오늘 오전에 읽기 시작했는데, 뒷부분으로 갈수록 눈물이 멈추질 않았다. 소설 속의 엄마의 인생이 우리 엄마와 비슷한 것 같아 너무 마음이 아팠다.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 수발을 들며, 무뚝뚝한 남편과 딸, 아들을 챙기고 속만 썩이는 동생까지 신경 쓰느라 엄마는 하루라도 마음이 편한 날이 있었을까?
항상 자신보다는 가족들이 먼저인 엄마.
엄마는 항상 자신보다 가족들을 먼저 챙겼는데, 정작 엄마는 어느 누구한테 먼저인 적이 없었다.
엄마는 어린 나이에 결혼해 남편은 공부하러 떠나 버리고 모질게 구는 시어머니와 둘이서 살았다. 딸을 낳던 날도, 아들을 낳던 날도 남편은 함께 있어주지 않았다. 남편도 없는 집에 혼자서 시어머니의 갖은 구박을 받으며 살았던 엄마는 얼마나 힘들고 외로웠을까? 그렇게 오랜 시간을 살아오며 시어머니와 미운 정, 고운 정이 들어버린 엄마는 그 모진 세월에도 불구하고 치매 걸린 시어머니가 안쓰럽다.
무뚝뚝한 남편이다. 말을 걸어도 바로 대답하지도 않고 여러 번 물어야 돌아오는 대답마저 퉁명스러운 단답형이다. 집안일에도 도통 관심이 없어 언제나 엄마 혼자서 해왔다. 그래도 엄마에게는 하나밖에 없는 남편이고 아이들의 아버지이다.
사랑하는 딸 연수와 아들 정수. 엄마는 똑 부러지는 딸 연수가 자랑스럽다. 그리고 아버지 때문에 의대에 가기 위해 삼수까지 하는 아들 정수가 안쓰럽다.
엄마처럼 살지 않을 거라는 연수. 무뚝뚝하고, 퉁명스럽고, 자식들에게 정을 보여주지 않은 아버지를 연수는 이해할 수 없다. 부모님의 모습을 보며 자신은 절대 엄마처럼 살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아버지와는 다른 정이 많은 사람을 만나 사랑받으며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고 싶다. 그래서 연수는 다정한 영석을 만나 힘든 사랑을 하게 된다.
연이어 실패하는 입시에서 주눅이 든 정수. 의사인 아버지와 좋은 대학을 졸업해 떳떳한 직장까지 다니는 누나 사이에서 자신의 존재는 한없이 작아 보인다. 그 와중에 아버지와의 관계도 그다지 좋지 못하다.
각자 따로 존재하는 듯한 가족들을 하나로 모아주고 항상 집안의 분위기를 밝게 유지했던 엄마다. 가족들은 그런 엄마의 모습을 겉으로만 보아왔다. 겉모습이 밝으면 엄마는 기분이 좋은가 보다 생각하고 그냥 그런 줄로만 알았다. 엄마는 잘 아프지도 않는구나 생각했다.
그런 엄마가 암이란다. 암세포가 여기저기 퍼져 손을 쓸 수가 없단다. 의사인 남편도 남편보다 실력이 낫다는 친구 정 박사도 방법이 없다고 한다.
아버지는 아내 인희가 암이라니 믿을 수가 없다. 이제껏 고생만 한 아내였다. 좀 있으면 그녀의 소원대로 살 집도 다 지어져 간다. 자신을 대신해 세세하게 신경 써 온 집이다. 그 집에 들어갈 날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죽는단다. 직업이 의사인 자신이 아내가 그 지경이 되도록 몰랐다는 것을, 그만큼 무신경했던 자신을 용서할 수 없다.
가족들은 엄마가 아프고 나서야 진짜 엄마의 모습을 하나하나 알아가게 된다. 엄마가 자신들에게 어떤 존재인지 깨닫게 된다. 하지만 이제 엄마를 제대로 알아가려는데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난 엄마처럼 살지 않을 거야! 난 남편한테 사랑받으면서 살고 싶어!' (p.32)
"… 전요, 아줌마, 전 아무것도 모르겠어요. 사람은 다, 한 번은 다 죽는데, 우리 엄마가 죽게 될 줄은 정말 몰랐고, 딸들은 다 도둑년이라는데 제가 이렇게 나쁜 년인지 전 몰랐어요. 지금 이 순간두 난 우리 엄마가 얼마나 아플까 보다는 엄마가 안 계시면 난 어쩌나, 그 생각밖에 안 들어요. 엄마가 없는데 어떻게 살까, 어떻게 살까, 그 생각밖에 안 들어요. 나, 어떡해요, 아줌마?" (p.177)
"아버지, 전 엄말 이렇게 보내드릴 수가 없어요. 너무 미안해서, 미안해서… 안 돼요. 이렇게는 안 돼요. 미안해서, 죄송해서 안 돼요. 나두 딱 한 번만이라도 자식 노릇하게 해주세요. 나두 딱 한 번만이라도 엄마 기쁘게 해드리고 싶어요. 아버지 제발…." (p.219)
"어머니, 어머니! 나랑 같이 죽자! 나 죽으면 어떻게 살래? 나랑 같이 죽자! 애들 고생 그만 시키고, 나랑 같이 죽자! 어머니이…." (p.287)
"이런 말 하는 거 아닌데… 어머니, 정신 드실 때 혀라도 깨물어, 나 따라와. 아범이랑 애들 고생시키지 말고, 나 따라와. 기다릴게." (p.291)
"너는… 나야. 엄마는… 연수야." (p.309)
저것들이, 내 새끼들이 울며 간다. 먼발치에서 보아도 엄마는 눈에 선하다. 봐야 안다지만 엄마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저것들의 어미인 까닭에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것이다. (p.310)
"인희야… 정말… 고마웠다…." (p.317)
그렇게 가족은 사랑하는 이를 잃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가족에게 서로 마지막 인사를 할 수 있었다는 것 정도일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속의 엄마는 너무나 사랑스러운 여자였다.
드라마에서 엄마 역을 맡은 원미경 님도 소설 속 엄마의 이미지와 너무 잘 어울렸고 말투도 생각했던 대로여서 더욱 감정이입을 해서 본 것 같다.
다시 한번 이 말이 생각난다.
"있을 때 잘 하자."
엄마, 아빠 감사합니다. 사랑해요. 오래오래 건강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