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모르는 나의 하루하루가 점점 많아진다
김소은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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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모르는 나의 하루하루가 점점 많아진다
          엄마, 헤어짐의 기록 그리고 나의 딸과의 나날

 


"내 인생에서 엄마가 없었던 순간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또 한 권의 모녀 이야기를 다룬 책을 읽었다. 추운 겨울이 와서 그런 것인지 엄마의 따뜻하고 애정 어린 손길이 더욱 그리워진다.

책의 제목을 읽고 잠시 생각해 본다.

'엄마가 모르는 나의 하루하루가 점점 많아진다'

정확히 언제부터라고 할 수 없지만 언젠가부터 엄마와 나의 일상을 공유하는 일이 점점 줄어들었다.

엄마가 모르는 친구들도 점점 늘어났다.

엄마와 대화하는 시간도 점점 줄어들었다.

 

 

책을 읽으려다 문득 걱정이 앞섰다.

책 속에는 나와 다른 효녀 심청과 같은 딸의 모습이 있으면 어쩌나 하는 생각과 함께 그동안의 내 모습을 되돌아보니 갑자기 부끄러워지며 한순간 반성하는 기분이 되었다.

 

딸의 입장에서 보아온 엄마의 모습은 어떨까?

나도 딸이지만 항상 상냥하고 친절하기만 한 딸은 아니다.

점점 내 주장이 강해지면서 엄마와 말다툼하는 일이 생겼다.

엄마와 나의 말다툼은 항상 평행선이었다. 서로의 자존심만 내세웠다.

생각해 보면 다툼의 원인은 거의 사소한 것에서 시작되었다. 좋게 말하고 서로 다름을 이해하며 넘어갈 수도 있는 일이었는데 왜 그렇게 날을 세웠을까 싶기도 하다.

요즘도 엄마와 나는 여전히 다툼과 화해를 간간이 반복하고 있다.

이젠 엄마를 좀 더 이해해 드려야지 하는 다짐을 잠깐 해본다.

 

 

차례

 

 

 

 

 

저자의 기억과 어릴 때부터 써온 일기를 바탕으로 쓰인 엄마와 딸의 이야기.

아이 셋을 키워낸 엄마와 이제 갓 한 아이의 엄마가 된 딸.

 

p.60

물론 이 순간의 소중함을 기억하는 시간보다 그렇지 않은 시간이 훨씬 더 많다. 살다 보면 더 많은 소중함을 잊고 살게 될 것이다. 하지만 문득 잠깐이라도 일상의 소중함을 곱씹는 순간들이 나로 하여금 엄마를 한 번 더 돌아보게 만들고, 힘든 시간을 잘 이겨낼 수 있는 힘을 줄 것 같다. 잃고 나서 뒤늦게 소중함을 깨닫고 후회하는 사람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p. 128

언젠가 솔이가 많이 자라면 혼자 하는 여유로운 산책도 다시 별것 아닌 일상이 되겠지. 하지만 왠지 그때가 되어도 나는 여전히 솔이를 바라보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바라보고 싶을 것 같다. ~, 언제나 솔이가 궁금하고 보고 싶고 함께하고 싶을 것만 같다. 그때가 되면 솔이가 나와 함께해주지 않는 게 아쉽고 슬퍼질 것 같다.

외출하고 돌아오거나 나에게 무슨 일이 있을 때 엄마가 이것저것 물어보는 게 귀찮을 때가 많았다. 엄마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의 내 모습이 얼마나 궁금했을까. 엄마는 언제나 우리를 보고 있었고 보고 싶어 했다. 정말이지 나는 솔이를 낳고 나서야 그 옛날 엄마 마음을 짐작해보며 혼자 뒷북치는 일이 너무나도 많다.

 

저자는 한 아이의 엄마가 되고서 '엄마'의 마음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아이를 낳아 진짜 엄마가 되면 그때 '엄마'의 마음을 알 수 있다고 어른들이 항상 그러셨는데 그 말이 진짜였나 보다. 아이를 키우는 매 순간 엄마가 생각난다고들 한다.

하지만 이제 겨우 엄마가 된다는 것을, 엄마의 의미를 제대로 알 수 있게 되었는데 정작 그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시간은 오래 주어지지 않았다.

 

집안의 해결사이자 맥가이버 같았던 엄마였다.

언제나 강한 모습으로 곁에서 자식들을 지켜주실 것만 같았던 엄마였다.

그런 엄마의 약한 모습을 보는 것은 익숙하지 않은 일이었다.

 

암으로 투병하시다 결국 오랜 시간 버티지 못하시고 세상을 떠나신 엄마.

이제는 꿈에서 밖에 만날 수 없는 엄마를 저자가 얼마나 그리워하는지 느껴졌다.

저자가 담담하게 담아낸 글 한 줄에도 그 마음이 느껴져 읽으며 나도 같이 울어버렸다.

 

나도 나중에 엄마가 되면 엄마의 진짜 마음을 알 수 있을까?

지금 내가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엄마의 모습은 내 시선으로만 보는 엄마의 모습이고 내 기준으로만 생각하는 엄마의 마음이 아닐까?

 

먼저 엄마가 된 저자의 경험을 통해서 우리 엄마의 진짜 마음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외출할 때마다 귀찮다 생각했던 엄마의 그 수많은 질문들이 이제는 마냥 귀찮은 질문으로 여겨지지 않게 되었다. 내가 없는 동안에도 엄마는 내가 궁금하셨던 것일지도 모른다.

지금이라도 엄마의 마음을 아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되어 다행이다.

 

저자의 엄마의 죽음을 통해 가족에 대한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그녀에게 가족이 있어, 딸 솔이가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모든 순간에 혼자 남겨졌다면 얼마나 더 힘들었을까 싶다.

엄마가 돌아가신 후 엄마가 모르는 저자의 하루하루가 점점 많아진다고 했지만 사실은 그게 아닐지도 모른다. 솔이가 읽은 '여우 나무'의 이야기처럼 서로 대화할 수는 없지만 다 지켜보고 계실 거라 생각한다. 그리고 열심히 살아가는 가족들을 멀리서 응원하고 계실 것이다.

 

나도 글을 읽으며 가족에 대해 잠시 생각을 해보았다.

나에게도 서로 아껴주는 가족이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너무 흔한 말이지만 잊지 말고 새겨둬야 할 말인 것 같다.

'있을 때 잘하기!'

 

 

속의 글들이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어 금방 읽어 버렸다.
깔깔 웃느라, 엉엉 우느라 잠시 멈추기도 했지만 책장을 덮고 나니 엄마를 그리워하는 그녀가 안타까워지기도 하고, 엄마에게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도 들고 그랬다.
​소소한 일상 속이나 재미있는 에피소드들 어느 곳에도 엄마는 존재했다.
그녀의 어린 시절 일기를 읽으며 나의 어린 시절은 어땠었나 생각도 해보았다. 
 


딸이 모르는 엄마의 모습을 담은 앨범을 그림으로 그려 놓았다.
알록달록 예쁘게 채색된 그림인데 이미 세상에 계시지 않다는 것을 알아서 그런지 그림을 보는 내내 자꾸 눈물이 흘렀다.
나도 미래 언젠가 엄마의 사진들을 보며 엄마를 그리워하고 눈물을 흘리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엄마가 없는 시간들을 어떻게 보낼 수 있을지 아직은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거실에서 엄마와 나란히 앉아 TV를 본다. 엄마의 어릴 적 이야기를 듣는다. "엄마가 어렸을 때는 말이지, ..."
엄마의 이야기를 듣다가 나만의 생각으로 빠져든다.
'엄마도 아이였을 때가 있었지, 엄마도 분명 사춘기였을 때가 있었지, 엄마도 젊은 청춘일 때가 있었을 텐데...'
결혼해서 엄마가 되어버린 후에는 자신은 없어지고 가족만을 생각하는 엄마가 되어 버렸다.

자식들이 어느 정도 크면 다른 엄마들은 자신만을 위한 시간을 갖는 분들도 계신다.
하지만 우리 엄마에게는 허락되지 않는 시간이다. 편찮으신 할머니를 모시고 계셔 한시도 자리를 비우실 수 없는 우리 엄마는 언제쯤 자신만을 위한 시간을 가질 수 있으실까?
나는 우리 엄마의 삶이 세상에서 제일 애달프다.

늦은 듯하지만 이제라도 엄마만의 시간을 조금이라도 챙겨드려야겠다.

​p.43

누군가의 아내, 누군가의 엄마가 아닌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철없는 딸로서 존재하는 엄마가 보고 싶다. 내가 알고 있는 엄마보다 더 자유롭고 자기 자신만 생각하는 그런 엄마를 멀리서 한 번쯤 지켜보고 싶다. 그리고 어린 엄마가 그리는 꿈과 미래를 온 마음으로 응원해주고 싶다. 엄마가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도록.

 

 

 

* 이 서평은 위즈덤하우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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