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의 기억과 어릴 때부터 써온 일기를 바탕으로 쓰인 엄마와 딸의 이야기.
아이 셋을 키워낸 엄마와 이제 갓 한 아이의 엄마가 된 딸.
p.60
물론 이 순간의 소중함을 기억하는 시간보다 그렇지 않은 시간이 훨씬 더 많다. 살다 보면 더 많은 소중함을 잊고 살게 될 것이다. 하지만 문득 잠깐이라도 일상의 소중함을 곱씹는 순간들이 나로 하여금 엄마를 한 번 더 돌아보게 만들고, 힘든 시간을 잘 이겨낼 수 있는 힘을 줄 것 같다. 잃고 나서 뒤늦게 소중함을 깨닫고 후회하는 사람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p. 128
언젠가 솔이가 많이 자라면 혼자 하는 여유로운 산책도 다시 별것 아닌 일상이 되겠지. 하지만 왠지 그때가 되어도 나는 여전히 솔이를 바라보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바라보고 싶을 것 같다. ~, 언제나 솔이가 궁금하고 보고 싶고 함께하고 싶을 것만 같다. 그때가 되면 솔이가 나와 함께해주지 않는 게 아쉽고 슬퍼질 것 같다.
외출하고 돌아오거나 나에게 무슨 일이 있을 때 엄마가 이것저것 물어보는 게 귀찮을 때가 많았다. 엄마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의 내 모습이 얼마나 궁금했을까. 엄마는 언제나 우리를 보고 있었고 보고 싶어 했다. 정말이지 나는 솔이를 낳고 나서야 그 옛날 엄마 마음을 짐작해보며 혼자 뒷북치는 일이 너무나도 많다.
저자는 한 아이의 엄마가 되고서 '엄마'의 마음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아이를 낳아 진짜 엄마가 되면 그때 '엄마'의 마음을 알 수 있다고 어른들이 항상 그러셨는데 그 말이 진짜였나 보다. 아이를 키우는 매 순간 엄마가 생각난다고들 한다.
하지만 이제 겨우 엄마가 된다는 것을, 엄마의 의미를 제대로 알 수 있게 되었는데 정작 그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시간은 오래 주어지지 않았다.
집안의 해결사이자 맥가이버 같았던 엄마였다.
언제나 강한 모습으로 곁에서 자식들을 지켜주실 것만 같았던 엄마였다.
그런 엄마의 약한 모습을 보는 것은 익숙하지 않은 일이었다.
암으로 투병하시다 결국 오랜 시간 버티지 못하시고 세상을 떠나신 엄마.
이제는 꿈에서 밖에 만날 수 없는 엄마를 저자가 얼마나 그리워하는지 느껴졌다.
저자가 담담하게 담아낸 글 한 줄에도 그 마음이 느껴져 읽으며 나도 같이 울어버렸다.
나도 나중에 엄마가 되면 엄마의 진짜 마음을 알 수 있을까?
지금 내가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엄마의 모습은 내 시선으로만 보는 엄마의 모습이고 내 기준으로만 생각하는 엄마의 마음이 아닐까?
먼저 엄마가 된 저자의 경험을 통해서 우리 엄마의 진짜 마음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외출할 때마다 귀찮다 생각했던 엄마의 그 수많은 질문들이 이제는 마냥 귀찮은 질문으로 여겨지지 않게 되었다. 내가 없는 동안에도 엄마는 내가 궁금하셨던 것일지도 모른다.
지금이라도 엄마의 마음을 아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되어 다행이다.
저자의 엄마의 죽음을 통해 가족에 대한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그녀에게 가족이 있어, 딸 솔이가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모든 순간에 혼자 남겨졌다면 얼마나 더 힘들었을까 싶다.
엄마가 돌아가신 후 엄마가 모르는 저자의 하루하루가 점점 많아진다고 했지만 사실은 그게 아닐지도 모른다. 솔이가 읽은 '여우 나무'의 이야기처럼 서로 대화할 수는 없지만 다 지켜보고 계실 거라 생각한다. 그리고 열심히 살아가는 가족들을 멀리서 응원하고 계실 것이다.
나도 글을 읽으며 가족에 대해 잠시 생각을 해보았다.
나에게도 서로 아껴주는 가족이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너무 흔한 말이지만 잊지 말고 새겨둬야 할 말인 것 같다.
'있을 때 잘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