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위해 살죠?
박진영 지음 / 은행나무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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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이라는 가수, 그리고 그의 이니셜을 딴 JYP라는 엔터기업에 대해서 조금 더 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어 선택한 책이었다. 댄스가수로 시작해 제작자로 그리고 사업가로 자신의 능력을 확장시켜나가며 많은 가수와 그룹을 성공시키는걸 넘어 철저한 자기관리를 통해 전보다 노래는 물론 몸도 더 좋아졌다고 말하며 최근까지도 앨범을 내는 그의 내면을 볼 수 있을까 기대했던 것이다. 그런데 책장이 넘어갈 수록 이건 좀 이상하다 싶었고 완독후 표지로 돌아와 살펴봤다.


이런 내용이면 제목이든 부제에서든 간에 '나와 성경이야기', 또는 '박진영의 성경읽기' 같은 문구가 들어있어야 하지 않을까. 일반적인 에세이라고 하기에는 종교적인 색채가 너무나도 강했기 때문이다. 책의 후반 절반은 기독교와 성경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차있고 인용된 성경문구만해도 부지기수 였기 때문. 내용이 부실하다라는 차원이 아니라 이정도면 간증에 대한 내용만 없을 뿐 기독전문서점에 팔아도 되지 않을까 싶었기 때문이다. 앞부분에 서술된 결코 평범하지 않았던 성장기와 더불어 그의 성격을 엿볼 수 있는 부분, 딴따라로서의 당당함을 드러낸 부분, 미국시장에 대한 도전, 그리고 경영자로서의 마인드에 대한 스토리는 괜찮았는데 교회이야기가 나오면서 부터는 이게 에세이인가 싶은 생각마저 들었다. 차라리 스스로에 대한 이야기와 종교관련한 테마를 따로 분리해서 출간했어야 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


한때 교회를 다니기는 했지만 뭐랄까 보통 크리스천들이 스스로에 대해, 하나님에 대해 생각하는 어떤 확신이 들지 않아 지속적으로 다니지는 못했던 나와 비슷한 점이 있어 이를 어떻게 극복(?)했는지에 대한 이야기까지는 괜찮아서 끝까지 읽긴 했는데 이런 내용인지 모르고 본 사람들은 좀 황당할수도 있겠다 싶다. 얼마전 우연히 본 비의 유투브 채널에 게스트로 나왔을때 내 책 읽고 왔느냐는 멘트가 기억에 남아서, 최근 라디오스타에 출연한 영상을 봤을때 보았던 열정을 책으로도 느껴보고자 선택했던 책. 방송에서 보여진 철저한 자기관리 뒤에는 이런 종교적인 신념이 뒷받침된 것이 아닌가 싶다. 목사나 전도사가 아님에도 따로 1~200명 수준의 성경공부모임까지 만들어 바쁜 스케줄 와중에 일주일에 두번씩, 그것도 한번은 한국어로 한번은 영어로 주도적으로 성경말씀을 전하고 있다는 점도 놀라웠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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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진 가방 속의 페미니즘 - 동네 주치의의 명랑 뭉클 에세이
추혜인 지음 / 심플라이프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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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 관련 도서를 종종 접하게 되는데 이 책 같은 경우 굳이 제목에 이 단어를 넣어야 했나 싶은 생각이 든다. 여자 의사로서 경험하고 느낀 일부 관련 내용이 있긴 하지만 한챕터 정도이고 대부분의 내용은 그 자체로 따뜻한, 함께 생각해볼 만한 이야기 였기 때문이다. 책 판매에 도움이 되기 위함이었으려나. 그러고보면 근대 소설에서나 보았을 법한 단어인 '왕진'이라는 단어와 페미니즘이라는 단어가 함께 있으니 눈에 띌 수 밖에 없는 제목이긴 하다.


주치의는 소위 부자들만의 단어로 느껴지는데 저자는 협동조합으로서 마을 주치의 활동을 하는 분이라고 하니 배경부터가 생경했다. 책 말미에는 비슷한 기관들을 소개해주고도 있는데 우리동네도 하나쯤 있었으면 좋을것 같다. 의료계의 한살림 같은게 아닐까 싶은걸 보면 좋은걸 아는 것과 가입하는 것과는 또 다른 이야기겠지. 하여한 은평구에 위치한 병원을 내원한 환자를 진찰하는 것은 물론 일주일에 한번씩 필요한 가정에 왕진을 나가면서 겪는 에피소드들은 최근 추천도서로 오르내리고 있어 읽어보려고 찜해둔 죽은 자의 집청소라는 책의  아주 순한맛 버전이라고 느껴졌다. 


왕진다니는 의사로서 동네사람들과 가깝게 지내다보니 어쩔 수 없이 목욕탕에서 주민들을 마주치는 에피소드는 의사로서의 나름의 애환이 느껴져 공감이 가기도 했고 연명치료 관련된 이야기에서는 이를 받지 않겠다는 DNR이라는 용어도 이번에 알게되어 나도 선언(?)해 둬야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또  갑작스럽지 않게 가족들이 미리 죽음을 준비할 수 있는 알림의 기회를 줄 수 있었던 이야기, 거동이 불편한 환자를 대상으로 한 이야기는 왕진 시스템의 장점으로 보여지기도 했는데 의료법을 자세히는 모르지만 개원의의 폐업률이 높다고들 하니 어쩌면 앞으로 동네의사들의 멤버십 제도 등이 생겨나진 않을까 상상해보기도.


또 중간에 일본 만화책이 언급된 부분이 있었는데 이런 주제를 다루는 만화도 나오는구나 싶을 정도로 다양성에 놀라면서 한번 읽어보고 싶어져 찾아보기도 했다. 전자책으로 있으면 바로 보려고 했는데 안타깝게도 그렇진 않은 듯. 헬프맨, 법의관 사요코, 여검시관 히카루, 심리수사관 아오이 등.



저자의 첫 번째 책임에도 추천사를 써주신 분들이 이름있으신 분들인걸 보면 뭔가 네트워킹이 있는 분인가 궁금해지기도 했던, 그런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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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 만한 인간 - 개정증보판
박정민 지음 / 상상출판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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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몇년간에 걸쳐 잡지에 기고했던 글을 다듬어 낸 책이었다. 역시나 글솜씨가 부럽다. 최근 장기하씨도 그러고 박정민씨의 산문집까지 읽고나니 책 제목마냥 내가 언제 가장 쓸만한 인간이었음을 느꼈을까 생각해보며 비슷한 글 한꼭지를 써볼까 싶은 생각이 들었는데. 이게 한두번이 아니었던지라 이번엔 나도 하나 써봐야겠다고 결심! 그런데 마땅한게 없다. 주제와 플롯이 중요하다는데 깊게 생각할 여력도 능력도 없고 일단 만만한게 누구나 그렇듯 재미없는 군대이야기라 이 때의 기억을 반추해보며 끄적여보는 걸로 갈음해볼까 한다. 사실은 주제선택에 있어 마침 보았던 방송프로그램에서의 이장면이 결정적인 이유가 되었다.



군입대를 신경도 안쓰고 펑펑 놀다가 뒤늦게 카투사를 알게 되었으나 영어 점수가 터무니 없이, 하지만 너무 솔직하게 나와서 포기, 해군이나 공군은 생각도 안하고 있다가 나온 입대 영장에는 10월 4일 306보충대로 올라고 쓰여있었다. (인구가 줄어서 인지 현재는 없어졌다.) 논산 훈련소에서는 각종 특기병들로 많이 차출된다던데 306 보충대는 나처럼 특별한 기술이 있는것도, 체격도 보통인 사람들이 근처 사단으로 배치받아 일반 보병으로 대부분 배치받게 된다고 알려져 있었다. 군복을 포함해 각종 보급품을 지급받고 며칠간 그곳에서 머무르다가 배치받은 곳은 경기도 어딘가 위치한 모사단 신병교육대. 


남들과 더불어 그곳에서 6주간 기초훈련을 마칠무렵 갑자기 잠들기전 조교의 호출로인해 사무실로 불려가 뜬금없는 면접을 보게 되었고, 결과를 듣지 못하고 있다가 훈련소 마지막날 교육을 마치고 같이 훈련받은 동기들 모두가 경기도 및 강원도 곳곳에 흩어진 예하부대로 흩어질 즈음 나는 마지막까지 내무실에 남아있었다. 그렇다, 설마 나를 조교로?는 물론 아니었고 정훈병으로 차출된 것이었다. 당시는 정훈병이 뭔지도 몰랐는데 정치 훈육병을 줄여서 부르는 명칭이라는 설명을 면접관이셨던 정훈장교분께 듣고 살짝 설레었던 느낌이 기억난다. 어쨌건 '착하게 생겼다고' 뽑힌 나는 이후 남들이 들으면 편한 일들'만' 도맡아 하게 되는데...


내 임무는 매일 아침 남들보다 15분 먼저 일어나 기상나팔 방송을 틀고, 국방일보를 가지러 본부대를 다녀오고, 칼럼을 스크랩하고 휴가복귀자들이 반입하는 도서를 검열하고 '검토필' 도장을 찍어주는 일이었는데 정기적으로 보급되던 군중문고를 가장 먼저 받아 읽어볼 수 있었던게 가장 큰 보람이기도 했다. 당시 사상서도 금서였던 지라 누군가로부터 압수했던 체게바라 평전을 정훈실 귀퉁이에 보관하고 있다가 나중에 읽어봤는데 오히려 내가 이후 모터사이클 다이어리까지 챙겨볼 정도로 빠져들었던 기억이 난다! 


종종 행정병 업무도 병행하며 무난한 군생활을 하고 있던 어느날 당시 막 보급되고 있었던 군정보화 사업에 힘입어 만들어진 부대내 PC실을 컴퓨터 좀 만진다는 이유로 인터넷 조교라는 새로운 보직을 맡게 되며  관리하게 된다. 병장들만을 대상으로 운영하면서 전역전까지 인터넷 정보검색사 자격증을 손에 쥐어주는 것을 목표로 교육을 담당하게 된 것이다. (참고로 당시는 사이버방이라는 용어가 없었고 나는 인터넷 조교로서의 자격을 위해 순식간에 정보검색사 2급과 1급 자격증을 땄다. 물론 온라인 시험으로만 주어지는 민간자격증이었고 지금은 온국민의 사이버 전사화로 인해 완전히 사장되었다.)


지금은 군인들이 이메일도 주고 받고 휴대폰 반입도 되는것 같지만 당시는 MP3 반입도 PC방에서도 웹서핑만 가능하고 보안떄문에 로그인도 원칙적으로 절대 허락되지 않았던시기다. PC방이 우후죽순 생겨나기 시작하던 시기였고, 당연히 부대내에서 인터넷을 할수 있다는게 흔치 않은 일이었던 데다가 병장만 출입이 가능했기에 이를 관리하는 업무를 맡았던 나는 소위 몰래 로그인좀 시켜달라는 외압아닌 외압을 받기도 했으며 정보검색사 시험을 대신 봐달라는 요구를 거절하는 것도 쉬운일이 아니었다. 덕분이었는지 모르겠으나 정훈병으로서의 주중 일과가 끝나면 잠겨있던 PC방을 열고 각 중대 병장들의 비호아래(?) 각종 일과에서 제외되기도 했으니 소위 꿀보직으로 인식되어 시기아닌 시기를 받기도 했던 기억이 난다. 


심지어 몇개월 후에는 '착하게 생긴' 너가 적격이라며 기독교 군종병을 추가로 하게 되어 일요일만 되면 부대내 신자들을 데리고 매주 교회를 가서 반나절을 보내고 와야했다. 서울과 멀지 않은 곳이어서였는지, 훈련병들과 함께였기에 나눠주고 남는 초코파이는 원없이 먹어볼 수 있었고 근처 교회에서 위문공연이나 협찬이 오는 경우도 많아 자주 햄버거도 먹을 수 있어 행복했었다. 교회에서 돌아오자마자 PC방 오픈해달라는 요구에(주말에는 종일 개방이었다.) 주중은 물론 주말까지 내무생활을 거의 못해 축구한번 해본적이 없었긴 했지만.


아무튼 사람은 적응의 동물인지라 반년정도나 지났을까 어느덧 나도 루틴한 나날을 보내고 있던 어느날, 나는 불현듯 매일밤 10시에 틀어주는 취침나팔 소리 이후 인기가요를 한곡씩 틀어주면 어떨까하고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내가 관리하던 PC방에서 당시 인기를 모으던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인 OO뮤직으로 음악을 재생하며 내가 관리하던 더블데크 카셋트에 녹음을 해놓으면 취침나팔 소리에 이어 틀어주기만 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기 때문이다. 전례가 없던 일이라 사전승인을 받았는지 사후승인을 받았는지 정확한 기억이 없는데 아마도 일단 저질러놓고 정훈장교의 허락이 있었다고 하지 않았나 싶다. 그때나 지금이나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실행하는데 희열을 느끼는 타입이랄까. 다행히도 특별히 문제될만한 일이 아니었고 몇몇 분들에게는 칭찬도 받았던것 같은데 초반에는 내 취향의 유행곡 중심으로만 틀다가 나중에는 알음알음 신청곡을 받아 틀어주기도 했다. 


특이했던건 당시 신병교육대에서는 매일밤 순번대로 돌아가면서 경계근무를 설때 훈련병들을 두명씩 데리고 나가며 경계근무 요령을 알려주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었는데 군생활 하신 분들은 대부분 알고 있겠지만 같이 나가는 선후임과는 싫든 좋은 대화를 나눌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나는 나랑 같이 나갔던 훈련병들과 90분 동안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당연히 훈련병들은 대부분 얼어있고 내가 질문을 던지는 쪽이었다.) 마치 라디오 인터뷰 후에 신청곡을 틀어주는 것 마냥 좋아하는 노래를 알려주면 내일 밤에 들려주겠다며 훈훈한 마무리를 하곤 했으니 나름 사고없는 군생활에 일조하지 않았을까 싶은 주제넘는 생각도 든다. 


신청곡이 없던 어느날 나는 무슨 생각이었는지 10시에 여느때와 같이 취침나팔 방송을 하고 나서 가요 한곡을 재생하기 시작했는데 얼마 안있어 일직사관실로 불려가는 일이 생겼다. 들어가자마자 지금 노래 뭐냐고 버럭, 당장 끄라고 버럭. 하긴 재생버튼을 누르고 끝날때까지 방송실에서 대기하는 동안 조금 떨리긴 했다. 그 노래는 재생시간도 당시 가요로서는 물론 지금도 꽤나 긴 12분짜리 노래였는데 패닉과 삐삐밴드가 함께부른 노래의 제목은 무려 '불면증'이었다. 무려 12분이나 되는 긴 시간인건 차치하고서라도 노래 후반부는 안그래도 싱숭생숭할 훈련병들의 잠자리를 뒤숭숭하게 만들 가능성이 다분했기에 당시 왜 그랬는지 나도 이해못할 일이긴 했다.(궁금하신 분들은 한번 들어보시라.) 이 이후로 하마트면 DJ 생활을 청산할 뻔 했으나 장점이 더 많았던지라 다행히 잘 넘어가긴 했고 내겐 하루를 마감하는 나름의 힐링시간이었으며 간혹 훈련병들의 감사인사를 받으면 더욱 기분이 좋았던 기억이 있다.


하여간 그 이후에도 나름 책임감있게 군생활은 성실히 했는지 당시 부산아시안게임 당시에는 자원봉사자로 선발되어 중동의 모나라 선수단 서포터로서 활동할 기회까지 얻게 되어 부산에 몇개월간 파견을 나가있기도 했는데 당시 몇명 받지 못했던 봉사단 표창장도 받았고(이때도 나름 재밌는 일이 많았는데 글이 너무 길어졌다.), 제대할때는 행정보급관님께 수고했다며, 밥이라도 사먹으라며 소정의 금일봉도 받기도 했으니 (당시에는 얼떨떨하게 받았는데 아르바이트비는 통장으로 받았었고 괴외비 말고 처음 받아보는 봉투라 감동이었다는.) 군생활 동안 '착하게 봐주셨던' 분들의 기대에 나름의 방식으로 부응한, 지금은 잘 모르겠지만 그때는 적어도 '쓸 만한 인간'이었다는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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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같다면 2020-10-08 16: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선미네 비디오가게 신혜철 편 봤습니다
그가 많이 그리웠습니다

취침나팔 소리 이후 들려나오던 가요 한 곡이
그 시절 고된 훈련 후 잠을 청하는 청년들에게
큰 위로가 되었을 것 같습니다

저도 이렇게 뭔가 저지러놓고 보는 사람 좋습니다

미스터빈 2020-10-08 11:12   좋아요 0 | URL
네, 저도 그 소식 들은날 믿기지가 않더군요.
이름이 갑자기 생각안나는데 막 시작한 방송 프로그램 패널로 출연하시길래
이제 자주 볼 수 있겠다 싶었거든요. 결국 1회 방송을 끝으로...

글은 운이 좋겠도 나름 같은 기간 동안 이런저런 경험을 해봤던지라 기억을 되살려 이것저것 적어봤는데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시보니 오탈자도 있고 자의식 과잉인가 싶어 오글거리기도 하네요. ;;

저도 늦게서야 깨닫고 요새는 해도 후회 안해도 후회할 거라면 해보고 후회해보자라는 쪽으로 선택하는 편입니다.

항상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
 
조금 불편한 용서
스베냐 플라스푈러 지음, 장혜경 옮김 / 나무생각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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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한다는 말은 이해한다는 말일까, 사랑한다는 말일까, 잊겠다는 말일까. 이해, 사랑, 망각이라는 세단어가 이 책의 각 파트에서 다루고 있는 관점이다. 독일인인 저자가 쓴 이 책은 자신을 떠난 어머니에 대한 원망과 용서에 대한 감정을 처음과 끝에 배치하고 본문에서는 범죄 상황 및 아우슈비츠 유대인 말살사건을 다루며 용서라는게 도대체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개인적인 경험은 각자가 다르겠으나 원망과 용서파트를 보면서는 전에봤던 이청준의 벌레이야기라는 소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영화화된 전도연 주연의 밀양이 떠올랐다. 아들을 납치 살해한 범인을 종교의 힘입어 사랑으로 어렵게 용서하려 했으나 이미 자신은 신에게 용서받았다는 말에 충격받아 미쳐버리는 스토리 속에서 용서라는게 죄사함이라는게 도대체 무엇이고 누가 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기 때문이다. 화해와 용서와의 관계도 나오는데 화해이후의 용서는 진정한 용서가 아니라고, 말장난 같이 보이기도 하는데 용서할 수 없는 것을 용서하는 것이 용서다라고 말하고 있었다.


사람은 용서해도 죄는 용서할 수 없다, 죄는 미워도 사람은 미워할 수 없다라는 말은 어떻게 보아야 할까. 죄에 따른 형벌을 치루는 것은 죄사함을 받는 것이지만 용서를 받는 것은 다른 문제라는 것을 전제로 깔고 있는 문장이다. 죄사함의 영역은 사적구제를 금지하고 있기에 국가의 영역이지만 용서는 당사자만이 할수 있기 때문이다. 죄값을 치룬다라는 표현도 따지고 보면 응당한 처벌을 받는다, 행위에 따른 비용을 지불한다는 뜻이니 하다못해 형사상 벌금형을 받았거나 민사상 배상금을 지불했더라도 용서를 받은 것은 아니라는 의미로 보여진다. 그렇다고 '죄사함'을 받은 이후에 당사자에게 따로 용서를 받는 것을 강제하는 것은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누구도 원하지 않을테니(생각만해도 끔찍하다.) 그 드문경우가 발생했을때 저 위의 문장이 회자되게 되는 듯하다. 그러니 용서라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마지막 챕터에서는 '정신대'와 '위안부'가 떠오를 수 밖에 없었는데(정확히 써야 할것 같아 찾아보니 이 두단어를 구분해서 쓰는것이 맞는듯) 일본의 만행을 용서하는 것은 정부를 포함한 제3자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는 과거의 무능한 정부를 떠올리게 만들었고 홀로코스트 생존자와의 인터뷰는 읽는 것 만으로도 먹먹해졌다. 조두순의 출소를 앞두고 시끄러운 가운데 자크 데리다, 한나 아렌트, 니체 등의 인용문들과 더불어 용서라는, 별로 어려워 보이지 않았던 단어 하나에 숨겨진 의미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주었던 책이었다.


주제랑 직접적인 연관이 없더라도 눈에 띄는 문장 몇개를 옮겨보자면


- 조건이 최적이고 장애물이 없을 때만 자신의 원칙을 따르는 사람을 절대 우리는 자율적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미하엘 파우엔


- 물건 그 자체가 영혼을 갖고 있다. 따라서 누군가에 무언가를 준다는 것은 누군가에게 자기자신의 일부를 준다는 의미가 된다. - 마르셀 모스


- 용서는 망각의 기술이다. - 토마스 마호

> 그러고보면 만약 용서를 하기 위해 기억을 지울 수 있다면 사람들이 과연 사람들이 얼마나 선택할까. 정신이 무너지는걸 막아 이성을 지키게만들고 복수의 충동을 막아주긴할 듯. 내가 기억을 못하는 것이 용서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용서를 하기위해 기억을 지웠으니 용서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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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 인문학 여행
남민 지음 / 믹스커피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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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 도시가 몇개나 있을까? 그중 내가 방문했던 도시는 몇군데일까?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얼핏 생각해보면 10%는 될까 싶다. 이 책을 보니 그 퍼센티지를 조금 올리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책에서 다루고 있는 31곳의 여행지중 내가 가본 곳은 다섯군데나 될까 싶은데 역시나 중간중간 실린 컬러사진이 나처럼 돌아다니기 싫어하는 사람에게도 한번쯤 나서볼까 싶은 욕구를 자극했다.


여행관련 가장 흔한 격언이 아는만큼 보인다가 아닐까 싶은데 무심코 지나쳤던 절이며 서원이며 유적지 같은 곳들에 대한 배경지식을 알면 알수록 한걸음 한걸음을 더욱 알차게 만들어주는 것이 아닐까. 물론 언젠가 이 책에 언급된 곳을 방문했을때 그 기억이 떠오르냐는 다른 문제겠지만. 하긴 이 책의 목적은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지식을 바탕으로 독자들의 여행 욕구를 자극하는 데 있을 것이다. 모르긴 해도 직접 찍은 사진도 있겠지만 드론으로 찍었거나 문화제 전문 사진가가 찍은 사진처럼 보이는 사진이 많은데 이러한 해당 지방공무원 또는 관련기관의 협조가 가능했던 이유 또한 여행객 유치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었을 것이고. 다만 책 맨뒤에 협조해주신 분들의 이름들이 실려있는데 협의에 의해 소속을 기재하지 않았다는 이유가 짐작이 되면서도 살짝 궁금해졌다.


저자 프로필을 보니 여행관련 콘텐츠회사의 대표로서 강연도 하시는 것 같은데 그러고보면 책에 실린 사진 말고도 모양이라던지 건물의 배치라던지 유래 같은 각 장소에 대한 설명이 많아 아마 강의시에는 관련 이미지 및 자료와 더불어 설명이 되지 않을까 싶다. 책에 그런 자료사진까지 모두 담기는 힘들었으리라. 추석 고향 방문도 자제하는 시기이긴 하지만 오히려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는 국내 여행지를 중심으로 개인 차원에서의 국내 여행이 조금은 활성화 되면 좋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조심히 해본다. 어디 한 곳 꼽기가 어려울 정도로 각각의 스토리가 흡입력이 있어 다 가보고 싶어졌던 책.


문득 든 생각인데 각 유적지 소개글들을 역사적 사실 중심으로 건조하게 몇줄 적어놓는 것이 아니라 이 책처럼 해당 장소를 방문한 기행문의 꼭지를 따서 대자보처럼 출처를 밝혀 몇개씩 게시해놓고(이 장소에 대해 글을 쓴 사람이 한명, 한권이 아닐테니) 정기적으로 교체해가면서 보여준다면 스토리텔링적 요소에 힘입이 방문객 유인효과 도 더 높아지고 해당 도서 홍보효과와 더불어 시너지가 좀 있지 않을까 싶은데 사진촬영보단 관련 정보습득에 관심있어하는 나같은 사람이나 끌리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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